제16강 문명(창 4;16∼26) 여러분! 창세기 4장은 우리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4장은 가인과 아벨의 제사를 통해서 하나님이 받으시는 예배가 어떤 것인가를 우리에게 보여줍니다. 또 가인의 죄와 그가 받은 벌을 통해서, 죄가 어디에서부터 시작하고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 그것도 우리에게 가르쳐줍니다. 그러나 이런 주제가 창세기 4장 전체의 주제는 아닙니다. 창세기 4장의 가장 핵심 된 주제를 발견하려면, 창세기 4장 전체가 하나의 족보라는 사실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아담과 가인, 아담과 아벨의 족보 이야기가 4장 전체를 꿰뚫는 내용입니다. 가인과 아벨의 제사 이야기는 이 족보에 끼여 있습니다. 그 형제의 갈등과 살인, 그리고 벌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족보를 통해서 전하려는 메시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문명에 대해서입니다. 창세기 4장은 문명의 발달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가인과 아벨은 모두 농사짓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인이 범죄하고 벌을 받고 난 후에 그는 '성을 쌓았다'고 했습니다. 성을 쌓았다는 것은 도시를 건설했다는 의미입니다. 농업이 발달하면서 도시가 생겨났습니다. 그 다음 문명을 발전시킨 인물은 라멕의 아들들입니다. 라멕의 아들 야발은 가축을 치는 자의 조상이 되었는데, 여기서 가축을 치는 것은 아벨이 양치는 자였다는 것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입니다. 그는 장막을 지었고, 거기에 거했습니다. 유발이라는 아들은 음악의 대가였습니다. 수금과 퉁소를 만들었습니다. 두발가인이라는 아들은 철을 다루는 기술이 있었습니다. 철기문화가 두발가인에게서부터 시작되었다는 뜻입니다. 이처럼 4장의 아담-가인의 족보는 문명의 발달을 보도하는 족보입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문명'이 어떤 것이냐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단순히 문명의 발달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명이 어떤 것이냐?' - 좋은 것이냐? 나쁜 것이냐? 이것을 긍정적으로 볼 것인가? 부정적으로 볼 것인가? 이것을 다루고 있습니다. 먼저 본문에서 우리는 문명에 대한 긍정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고대사회의 신화들은 신들에게서 문명이 시작되었다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는 반인반수(半人半獸)인 일곱 명의 '신비적 현인들'이 인간들에게 과학, 사회제도, 글쓰기와 예술 등의 비밀을 가르쳐주는 것으로 나옵니다. 공기의 신은 '엔릴'이고, 바다의 신은 '엔키', '에아' 인데, 그들이 주술, 지혜, 예술, 공작, 음악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이집트인들은 도량형을 발명한 신을 '토트' 신이라 불렀습니다. '오시리스' 신이 농사를 가르쳐 주었고, 프타는 예술가들과 기술자들, 서기관들을 돕는 신이라고 했습니다. 이처럼 고대신화에서는 문명을 신성시하고, 그 문명을 발전시킨 사람을 신격화하였습니다. 그런데 성서는 인간 문명이 여러 신들이 인간에게 도움을 주어서 발전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부여하신 '창조성'이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증거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7일만에 완성하셨던 것처럼, 7세대 동안 인간의 창조성이 발휘되어 문명을 발전시켰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아담-가인-에녹-이랏-므후야엘-므드사엘-라멕) 이런 의미에서 문명을 발전시킨 인간은 하나님의 창조에 동역자입니다. 문명이 어떤 다른 신의 도움으로 발전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혜, 인간의 창조성으로 발전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지혜, 그 창조성은 다른 어떤 신이 준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셨습니다. 그러므로 문명은 다른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주신 지혜의 발휘이고, 하나님의 창조에 동참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문명의 발달은 인간 사회를 더욱 편리하게 할 것이고, 많은 유익을 줄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문명은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많은 부분에서 문명은 부정적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어떤 점에서 부정적입니까? 첫째, 문명은 가인의 후손과 함께 발전되었다는 점에서 문명을 부정적으로 보게 합니다. 가인은 살인자입니다. 하나님께 벌을 받은 자입니다. 본문 16절에 보면, 가인은 하나님 앞을 떠났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문명이란 하나님을 떠나서 발전한 것입니다. 16절을 보시기 바랍니다. "가인이 여호와 앞을 떠나서 에덴 동쪽 놋 땅에 거주하더니" 놋 이라는 말은 방황, 유리함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을 떠나면 방황하게됩니다. 인생에 평안함이 없습니다. 17절 중반에는 가인이 "성을 쌓았다"고 했습니다. 성을 쌓았다는 것은 도시를 건설했다는 뜻입니다. 또한 성을 쌓았다는 것은 보호가 필요했다는 것을 암시합니다. 가인은 하나님을 떠났습니다. 방황했습니다. 그는 늘 불안감을 떨칠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성을 쌓고 거기에서 쉼을 얻고, 거기서 보호를 받으려고 했던 것입니다. 또한 가인은 땅에서 저주받은 사람이었습니다. 그의 죄 짐은 아무리 땅을 갈아도 땅이 효력을 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땅에서 저주받은 사람이 성을 쌓았다는 말입니다. 이렇듯 문명은 인간의 불안, 방황을 극복하기 위해서 생긴 것입니다. 둘째, 문명은 인간의 먹고사는 문제, 생존의 문제와 함께 발달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입니다. 인간이 생존의 위협을 느낀다는 것은 불행입니다. 그 원인은 죄입니다.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셨을 때는 모든 것이 선했습니다. 부족이란 것은 없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에게 생육하고 번성하라고 축복하셨고, 에덴동산에서는 아름답고 먹기에 좋은 나무 열매가 얼마든지 있었습니다. 그러나 에덴동산에서 쫓겨나고, 땅에서 저주받은 가인의 후손은 분명 먹고살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인간은 문명을 발달시켰습니다. 문명의 발달과 함께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때는 라멕의 아들 야발시대부터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20절에 "아다는 야발을 낳았으니 그는 장막에 거주하며 가축을 치는 자의 조상이 되었고" 했습니다. 야발이 가축을 쳤다는 것은 아벨이 양을 치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습니다. 아벨은 한 두 마리 소규모로 기르는 정도라면, 야발은 대규모의 농장을 경영했다는 뜻입니다. 장막에 거주했다는 말은 정착했다는 말입니다. 문명의 발달로 생존의 문제가 해결되었습니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될 때, 사람에게 여유가 생깁니다. 그때 인간은 즐거움을 추구하고, 문화가 발달하게 됩니다. 21절에 야발의 아우 유발이 음악의 대가가 되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셋째, 문명은 전쟁과 함께 발달했다는 점에서 부정적입니다. 가인이 성을 쌓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전쟁이 있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2절에 "씰라는 두발가인을 낳았으니 그는 구리와 쇠로 여러 가지 기구를 만드는 자요"라고 했습니다. 쇠를 다룰 수 있게 되었다. 이미 철기시대가 되었다는 의미입니다. 철로 농기구도 만들겠지만, 전쟁을 위한 무기도 만들었을 것입니다. 문명, 특히 과학과 기술은 전쟁을 통해서 발전했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입니다. 세계에서 전쟁이 한번도 없었던 때는 없습니다.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 전쟁은 계속해서 신무기의 전시장이 되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핵심을 이루는 절이 몇 절인 것 같습니까? 23절과 24절입니다. 이것은 라멕의 시입니다. 라멕이 아내들에게 이르되 아다와 씰라여 내 목소리를 들으라 라멕의 아내들이여 내 말을 들으라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 가인을 위하여는 벌이 칠 배일진대 라멕을 위하여는 벌이 칠십 칠 배이리로다." 이 라멕의 시는 성경에 나오는 최초의 시입니다. 이 시에 제목을 붙인다면 뭐라 붙일 수 있을까요? '복수의 노래', 또는 '전쟁의 군가'라고 제목을 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라멕이 그냥 사람을 죽인 것이 아닙니다. 복수를 한 것입니다. '나의 상처로 말미암아 내가 사람을 죽였고, 나의 상함으로 말미암아 소년을 죽였도다'. 복수했다는 뜻입니다. 라멕이 복수하러 나갈 때, 이 노래를 부르며 나갔을 것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 구절은 복수하겠다는 뜻입니다. 칠십 칠 배로 복수하겠다는 것입니다. '칠십 칠 배'라는 말은 완전한 복수를 말합니다. 베드로가 예수님께 '형제가 죄를 범하면 몇 번이나 용서하여 주리이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때 예수님께서 "일곱 번뿐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까지라도 할지니라"(마18:22)고 대답했습니다. 이 말은 완전한 용서를 의미합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완전하게 복수하겠다는 것입니다. 구약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보복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상대방에게 당한 대로, 그와 똑같이 보복할 수 있는 법입니다. 왜 이 보복법이 생겼을까요? 어떤 사람들은 이 법을 너무 잔인한 법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보복법은 지나치게 잔인한 법이 아니라 그 당시 형편에서는 최선의 법이었습니다. 그 당시 사람들은 한 사람이 눈을 상하게 했다면, 당한 쪽에서는 가해자의 두 눈을 다 상하게 했습니다. 당한 만큼이 아니라 그 이상, 몇 배로 보복했습니다. 그래서 상한만큼만 되 갚으라, 한쪽 눈을 상했으면, 그 한눈만 보복할 수 있다는 법이 보복법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의 라멕의 노래를 들어보십시오. 어디 자신이 상처를 받은 만큼만 보복했습니까? 아닙니다. 자신에게 조그마한 상처를 입혀도 완전하게 보복하겠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문명의 한계입니다. 문명이 어떻게 발전했습니까? 하나님을 떠난 백성이 보호받기 위해서, 먹고살기 위해서, 인간의 불안,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 문명을 발전시켰습니다. 그런데 그 문명의 결국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납니까? 라멕의 시와 같이 전쟁, 폭력의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인간이 스스로 한계를 극복하고자, 유익을 얻고자 계발하고 발전시킨 것이 이제는 인간을 더 불행하게 만들고 말았습니다. 성경은 이 문명에 대해서 이중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문명의 발달은 하나님께서 주신 지혜의 발로요, 하나님의 창조에 동참하는 것인 동시에, 그것은 죄의 산물이고, 인간에게 유익을 주는 것 같지만, 결국 인간을 멸망시킬 수도 있는 위험성이 있는 것입니다. 오늘 우리는 최첨단 과학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문명이 최고로 발전한 시대를 향유하고 있습니다. 이 현대 과학 문명의 시대를 어떻게 볼 것입니까? 과학문명이 인간에게 엄청난 유익을 주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 문명이 하나님의 은총이고 축복의 한 부분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인간에게 엄청난 해악을 끼칠 위험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됩니다. 이제 말씀의 결론을 맺으려고 합니다. 결론은 25-26절 말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벨 대신에 아담에게 주신 아들의 족보가 나옵니다. 이것은 아담-가인으로 이어지는 족보와는 대조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그 때에 비로소 여호와의 이름을 불렀더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하나님께 예배했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도했다"는 의미가 더 강합니다. 셋의 후손은 기도하는 후손이었다는 것입니다. 셋이라는 단어의 뜻이 '안정된 자'라는 뜻입니다. 오늘 여기서 '무엇이 인간을 안정되게 하는가?' '무엇이 진정 인간을 보호하고,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게 하는가?' 에 대한 답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 예배하는 자, 하나님께 기도하는 자입니다. 가인의 계열은 물질을 의지합니다. 자신의 노력으로 안정을 얻으려고 합니다. 기술 문명을 발달시켜 그것에 의지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성을 쌓았고, 장막을 지었고, 연장을 만들었습니다. 성경은 이런 것들이 필요 없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그런 것을 만들고 이용하는 지혜도 분명 하나님께서 주신 것입니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보호하심입니다. 여러분! 어떤 성을 쌓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께 기도하는 것입니다. 진정한 안정은 하나님의 품에서 얻을 수 있습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오늘 본문이 우리에게 들려주려는 것은 물질적 가치보다 중요한 것은 정신적 가치라는 것입니다. 물질은 언제나 가치 중립적인 것입니다. 물질 자체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습니다. 그러므로 더 중요한 것은 그 물질을 사용하는 인간 정신의 문제입니다. 어떤 좋은 과학 기술이 선한 사람에게 들려질 때는 그것은 선한 것이 됩니다. 그러나 그것이 악한 사람 손에 들어갈 때는 그것이 유용한 것이었을수록 더욱 악한 것이 되고 말 것입니다. 우리 나라는 30년만에 엄청난 경제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과학 기술도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거기에 발 마쳐 정신적인 성숙이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종교 모든 분야에서 깨끗함, 정직함을 잃고 있습니다. 몸은 크게 자랐는데, 정신은 아직 어린아이의 수준입니다. 힘은 있는데,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고 운용할지 갈팡질팡합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물질적인 것보다 정신적인 것, 영적인 것, 도덕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깊이 깨닫기를 바랍니다. 하나님께 기도하는 사람은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그에게는 영성이 살아 있고, 그에게는 도덕적인 감각이 살아 있습니다. 성을 쌓은 사회가 안전한 사회가 아니라, 백성들의 도덕적인 의식이 살아 있는 사회가 더욱 안전한 사회인 줄 믿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