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열린 사람

믿음의 아들 디모데

사도행전16:1~5

사도 바울은 제2차 전도여행을 떠나게 됩니다. 지난 1차 여행 때에는 바울과 바나바가 함께 다녔지만 지금 2차에서는 바나바가 마가와 함께 가고, 바울은 실라와 함께 따로 여행을 떠납니다. 지난 1차 전도여행으로부터 5년이 지난 후가 되는데, 그때 여기 루스드라와 그 근방에 와서 복음을 전하다가 많은 핍박을 받았고, 또 교회도 세웠습니다. 그런데 5년이 지난 지금 사도 바울이 다시 이곳에 나타난 것입니다. 여기서 바울은 휼륭한 그리스도인 한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바울이 더베와 루스드라에도 이르매 거기 디모데라 하는 제자가 있으니(1)"- 이때 기독교인을 가리켜 제자라고 합니다. 이는 바울의 제자가 아니라 예수님의 제자라는 뜻입니다. 우리 믿는 사람들은 그런 의미에서 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입니다.
본문에서 우선 생각해야 할 점은 바울이 루스드라에 도착했을 때 디모데는 이미 예수님을 믿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마도 5년 전 1차때 바울의 전도를 받고 믿었을 것인데, 사도 바울의 마음이 얼마나 기뻤겠습니까? 참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일찍이 5년 전에 이곳에 와서 전도하고 떠날 때에는 바울에게 얼마나 걱정이 많았겠습니까? 이 사람들이 믿음 생활을 잘 해 줄 것인지, 앞으로 닥칠 숱한 핍박을 어떻게 견딜는지- 걱정이 많았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곳에 5년 만에 다시 와보니, 아주 훌륭한 더구나 청년인 디모데가 인근 일대에서는 지도급에 속하는 교인이 되어 잘 믿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너무나 좋아서 그를 지금 자기의 후계자로 삼고, 특히 자기를 수행하는 사람으로 삼고자 합니다. 그 뒤로 바울은 디모데에게 편지할 때마다 "내 믿음의 아들 디모데", "내 아들 디모데"라고 소개합니다. 그만큼 디모데를 사랑했고, 그만큼 디모데를 믿었습니다. '디모데'는 헬라식 이름으로써 "하나님의 영광"이라는 뜻입니다. 아마도 그 어머니와 외할머니가 이와 같은 신앙적인 이름을 지어준 것 같습니다. 디모데의 아버지는 헬라인이요, 어머니는 유대인이며, 외할머니가 계시다는 것이 성경에 나타난 디모데의 인적사항입니다. (딤후1:3)에 의해 그의 아버지는 일찍 세상을 떠났을 것으로 추측이 되며, 결국은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 사이에서 자라나 오늘의 믿음을 얻게 된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를 수행원으로 데리고 다니려 할 때에 그에게 할례를 베풀게 되는데, 예루살렘 교회에서 이방인은 할례받을 필요가 없다고 이미 규정했으나 디모데에게는 할례를 베풉니다. 유대인들을 상대로 복음을 전할 때에 거치는 것이 없도록 하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갈2:3~5)을 보면 역시 사도 바울의 믿음의 아들인 디도에게는 할례를 베풀지 않습니다. 디도는 이방인이기 때문입니다. 이방인으로서 앞으로 이방인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기 원해서 할례를 베풀지 않은 것입니다. 디모데는 절반이 유대인이기 때문에 할례를 베풀어 온전한 유대인으로 행세하게 하고, 디도는 온전한 헬라인이므로 할례를 베풀지 않았던 것입니다.
바울은 이제 후계자가 필요했습니다. 전도하면서부터 후계자를 필요로 했습니다.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은 디모데는 동반자가 아니라 후계자라는 사실입니다. 그냥 따라다니는 수행원이 아니라, 적어도 바울의 일을 장차 계승해 나갈 사람이었습니다. 동역자가 아니라 계승자가 바울에게는 필요했던 것입니다. 바울에게는 바나바, 실라라고 하는 동반자가 있으나 이들은 동역자들입니다. 그들은 아무래도 함께 다니는 수행원에 불과합니다. 그런데 마가는 젊은 청년으로서 바울이 그를 수행하도록 한 것은 장차 후계자로 삼을 생각에서였습니다. 실제로 보여주고 가르치고 하여 바울 이후에도 선교 사업을 이어가게 하려는 뜻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한 기대가 있었기 때문에 마가가 도중하차했을 때 몹시도 섭섭하게 여겼던 것 같습니다. 마가를 잃은 자리에 바울은 이제 디모데를 채웁니다.
하나님의 사역은 어느 한사람에 의해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며, 한 사람에 의해서 무너져도 안됩니다. 사람은 나고 죽고, 가고 오는 것이지만 하나님의 사업은 무궁토록 계속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후계자가 필요하며, 대를 이어갈 계승자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스스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했지만 그와 동시에 후계자로 많은 일꾼들을 주위에 세운 것은 바로 그 때문입니다. 그는 일꾼 양성을 잊지 않았습니다. 후계자를 양성했습니다. 그렇게 하여 바울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그의 선교 사역은 단절없이 더 크게 더 넓게 확장되어 나갔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만일 이렇게 후계자를 세우지 않았다면 바울의 순교와 함께 그의 사역은 중단될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사역은 어느 길로든지 통하여 이어지겠지만 바울의 책임감은 그렇게 투철했습니다.
바울이 이렇게 후계자를 중요하게 여긴 이유가 또 하나 있습니다. 그는 항상 언제 죽을지 모르는 종말론적인 삶을 살았습니다. 어느 마을에 들어갔다 하면 매를 얻어맞고 감옥에 갇히거나 핍박을 당하게 되니 어느 때 어떻게 죽을는지 모르는 인생입니다. 그래서 후계자가 절실히 필
요했습니다. 아무 때에 죽더라도 하나님의 사업, 바울의 그 귀한 정신은 그대로 이어지기를 바랐던 것입니다. 가르치는 것만이 아니라, 바울 자신의 일을 실제로 다 보고, 본받는 제자이어야 합니다. 철저하게 본받는 제자, 자기의 일을 중단 없이 이어갈 제자로서 디모데를 택한 것입니다. 여기서 디모데에 대하여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딤전4:12)에서 바울은 "네 연소함을 업신여기지 못하게 하라"고 권고합니다. 이 말씀에 보면 디모데는 아주 심약한 사람이요, 의지가 약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고전16:10)에도 보면 "디모데가 이르거든 너희는 조심하여 저로 두려움이 없이 너희 가운데 있게 하라."고 합니다. 역시 디모데는 좀 약한 사람이었습니다. 고린도 교회에 가면 디모데가 벌벌 떨었으므로 바울은 고린도 교인들에게 특별히 그렇게 부탁하는 것입니다. 역시 디모데는 담대함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누누이 '담대하라, 용기를 내어라' 하고 격려하게 됩니다. 디모데는 심약한데다 몸도 약했습니다. (딤전5:23)에 보면 그는 늘 소화 불량으로 고생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제부터는 물만 마시지 말고, 네 위장과 자주 나는 병을 위하여는 포도주를 조금씩 쓰라."하고 바울이 자상하게 건강까지 챙겨주는 것을 봅니다.
신앙적으로 볼 때에는 디모데의 신앙은 외할머니 로이스와 어머니 유니게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으로서 전승적인 신앙입니다. 그러니까 히브리적 신앙을 먼저 받고 나서, 그리스도인이 된 것입니다. 그의 신앙은 예수님을 믿으면서 시작된 것이 아니라, 그가 아주 어렸을 때부터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물려받은 신앙입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은 신앙적으로는 모계를 따릅니다. 어머니의 교육이 종교 교육에 절대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영향이 더 크다는 사실을 입증해주는 대목입니다. 그래서 본문에서 보는 것처럼 그의 아버지는 헬라인이요, 어머니는 유대인인데 여기서 태어난 디모데는 유대인이 됩니다. 그리고 철저한 히브리적 신앙의 사람이 됩니다. 이제 사도 바울을 만났을 때에는 예수 믿는 사람이 된 것입니다. 이처럼 디모데는 본래 그 어머니와 할머니의 신앙을 따른 이른 바 "모태적 신앙"의 사람이었습니다. "이는 네 속에 거짓이 없는 믿음이 있음을 생각함이라. 이 믿음은 먼저 네 외조모 로이스와 네 어머니 유니게 속에 있더니 네 속에도 있는 줄을 확신하노라."하고 바울은 (딤후1:5)에서 분명하게 지적합니다. 뿐만 아니라 (딤후3:15)에서도 "네가 어려서부터 성경을 알았나니"라고 바울은 말씀합니다. 디모데가 어려서부터 외할머니와 어머니로부터 성경을 배운 믿음의 사람이었음을 보여줍니다. 그런데 디모데가 바울에게 믿음의 아들이요, 바울의 후계자로서의 자격은 무엇입니까? 성경에 나타난 대로 한번 생각해 보겠습니다.
첫째, 오늘 본문 2절에 보니 "루스드라와 이고니온에 있는 형제들에게 칭찬 받는 자"라고 소개합니다. 칭찬 받는 것이 중요합니다. 칭찬 받는 사람이라야 지도자의 자격이 있습니다. 비난받는 사람, 말썽 있는 사람, 평판이 좋지 않은 사람은 지도자가 될 수 없습니다. 디모데는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받는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절대적으로 하나님께 순종하고, 엄격히 말해서 그 밖의 모든 법에 대해서는 자유합니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의 모습입니다. 그러나 철저히 하나님께 순종하기 때문에 그로 인해 우리는 사람의 종이 됩니다. 뜻으로는 하나님을 섬기고, 그 믿음으로 사람을 섬기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일시적으로는 오해를 받을 수 있지만 아무튼 원칙적으로 그리스도인은 모든 사람들로부터 존경을 받아야 합니다. 언제 어디서든지 남들의 입에 오르내리거나 비판의 대상이 되거나 심지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그리스도인이라면 전도는 안됩니다. 잠시는 오해를 받을 수 있겠지만 결국에는 칭찬과 존경을 받는 사람이라야 그리스도인입니다. 대체로 자기 고향에서는 칭찬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런데 디모데는 자기 고향에서 칭찬을 받는 사람이었습니다. 우선 이 점을 높이 사서 바울이 수행원으로 삼게된 것입니다.
두 번째는 본문을 자세히 볼 때에 디모데는 철저하게 종의 심성을 가진 사람으로서 섬김의 자세가 분명한 사람입니다. 사도 바울을 주로 섬기면서 자기는 철저하게 종입니다. 전적으로 순종합니다. 머물라 하면 머물고, 가라 하면 가고, 오라 하면 오고, 편지를 써주면서 전달하고 오라고 하면 전달합니다. 성경에 보면 여러 차례 가고 오는 문제가 나오는데, 정말 대단합니다. 어디에 교회를 하나 세워놓고 바울은 훌쩍 떠나면서 "너는 여기 머물라" 하면 군소리 없이 머뭅니다. 얼마가 되든지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바울의 명령에 대해서, 바울의 뜻에 대해서, 바울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전적으로 섬기는 자세입니다. 이처럼 디모데는 투철한 충성의 사람이었습니다. 그래서 언제나 바울과 함께 했습니다. 감옥에도 같이 가고, 때로는 매도 같이 맞은 것 같습니다. 갖은 고생을 하면서,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따라다닙니다. 디모데는 바울과 함께 기쁨도, 고통도 그 평생을 함께 합니다. 끝까지 함께 합니다. 심지어 전승에 의하면, 디모데의 무덤이 사도 바울의 무덤 밑에 있다고 합니다. 그의 시신 밑에 있습니다. 그만큼 철저하게 바울과 함께 했다는 말씀입니다. *(빌2:19~22)에서 바울은 "내가 디모데를 속히 너희에게 보내기를 주 안에서 바람은 너희의 사정을 앎으로 안위를 받으려 함이니 이는 뜻을 같이하여 너희 사정을 진실히 생각할 자가 이밖에 내게 없음이라. 그들이 다 자기 일을 구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지 아니하되 디모데의 연단을 너희가 아나니 자식이 아버지에게 함같이 나와 함께 복음을 위하여 수고하였느니라."하고 디모데에 대하여 말씀하고 있습니다. 바울은 디모데의 진실을 믿고, 그의 능력을 믿었던 것입니다. 그가 보는 것이 내가 보는 것이요, 그가 생각하는 것이 곧 내가 생각하는 것이며, 그가 말하는 것이 내가 말하는 것이다.- 온전하게 믿었습니다. 정말 놀라운 신뢰입니다.
(고전4:17)을 비롯하여 성경 여러 대목에서 바울은 "믿음의 아들, 내 참 아들"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부릅니다. 뿐만 아니라 교회에 어려운 문제가 있을 때에는 그를 보내어 수습하게 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그만큼 바울은 디모데의 진실을 믿었고, 디모데의 능력도 믿었던 것입니다. 또한 복음 전파에 있어서 생산적 기능을 담당할 자로 믿었습니다. 바울은 디모데에게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 너는 그리스도 예수의 좋은 병사로 나와 함께 고난을 받으라."(딤후2:2)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오늘날까지 복음이 이어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입니까?
그만큼 디모데는 바울에게 있어서 철저하게 중요한 후계자의 체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전설에 의하면 훗날 에베소 교회의 감독이 되었으며, 마지막에는 순교를 당했다고 합니다. 이제 바울의 디모데를 향한 마지막 말씀을 들어 봅시다. (딤전6:11)"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하고 말씀합니다. 얼마나 귀하고 아름다운 말씀입니까?
하나님의 사람 바울은 믿음의 아들로서 그를 불러 주었고, 수행했지만 이제는 편지 속에서 말씀합니다. "오직 너 하나님의 사람아"- 그만큼 확실하게 디모데는 하나님의 사람이었고, 바울을 위하여 충성을 다한 사람이었습니다. 모세에게 여호수아가 있었던 것처럼, 바울에게는 디모데가 있었습니다. 그리고 모세가 갈 때에 여호수아가 후계자가 된 것처럼, 교회사에 보면 분명히 바울이 갔을 때 디모데가 그 후계자가 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참 위대한 하나님의 사람이요, 위대한 믿음의 아들이었습니다. 디모데의 그 충성을 우리도 본받아야 할 것입니다. ~아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