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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된 성탄을
맞아 주님의 거룩한 은총이 교우들의 심령과 가정과 범사에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오늘은 정확히 말하면 20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입니다.
다가오는 2001년이 명실상부한 21세기의 출발입니다. 그런데 이 20세기의 마지막 크리스마스를 우리는 모처럼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로 맞습니다.
지난 날 하나님이 기뻐하시지 않는 모든 죄악과 허물들이 눈처럼 깨끗이 새로워지는 은총이 이 성탄에 여러분과 함께 하시기를
축원합니다.
오늘은 시온 성가대가 성탄 칸타타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성탄축하음악예배로 드립니다. 그래서 짤막하게 하나님의 말씀을
증거하겠습니다. 이 아침 주님의 종으로서 제가 여러분에게 축복하는 말씀은 '여러분의 심령이 주님이 누우셨던 베들레헴의 구유가 되시라'는
것입니다.
성탄에 태어난 아기 예수는 강보에 싸여 구유에 누여집니다. 그런데 왜 하필 구유에 아기 예수를 뉘었을까요? 구유는 '짐승의
밥통'입니다. 나귀나 말이 침을 흘리며 짚을 먹고 남은 찌꺼기는 곰팡이가 피어서 썩어져 가는 더러운 곳, 그게 바로 구유의 실체입니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깨끗한 순백의 아기를 말밥통에 누였는가 말입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마리아와 요셉처럼 아기를 마굿간에서 낳게 된다고 가정해
보십시오. 그 곳에는 건초더미가 있고 몇일 간의 여행길에 필요해서 갖추었을 담요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태어난 아기와 산모를 푹신한
건초더미에 담요와 깨끗한 요를 펴고 그 곳에 누이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왜 아기 예수를 더러운 말밥통에다가 누였을까요?
많은 사람들은
메시야가 낮고 천한 곳에 오셨기 때문이라고, 혹은 여관에 자리가 없어서라고 설명을 하곤 합니다만은 조금 논리가 부족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천국 보좌에서 이 세상에 내려오신 것만으로도 낮아지신 것은 충분합니다. 예수님을 다리 밑에서 주워와야 되는 것은 아닙니다. 여관은 깨끗합니까?
그렇지 않습니다. 어차피 하늘을 떠나 세상에 내려오심이 그분에게는 고난이요 고통이었습니다.
성경은 '아기를 구유에 누인 이유'를 그것이
'표적'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표적이라 함은 예수께서 구약에 예언된 메시야와 하나님의 아들이 된다는 증거를 말합니다. 구유에 담긴 아기가
바로 메시야라는 것을 표적사건으로 보여주시기 위해 아기 예수를 구유에 누인 것입니다. 그래도 풀리지 않는 것은 왜 메시아가 구유에 오셨을까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러한 풀이가 가능하다고 생각됩니다. 여기 '구유'란 밥그릇 싸움으로 분쟁과 대립이 끊이지 않는 이 세상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세상이 무엇 때문에 반목합니까? 바로 먹는 문제입니다. 배의 문제요, 욕망의 문제입니다. 더 가지려고, 더 챙기려고
서로 상처를 주고받고 심지어 죽고 죽이기까지 합니다. 아마 밥의 문제는 인간의 영원한 문제일 것입니다. 공산주의가 무엇이고 자본주의가
무엇입니까? 먹느냐 먹히느냐, 모든 동물의 세계는 이러한 긴장관계가 형성되어 있습니다.
메시야는 인생의 문제를 해결하시는 분이십니다.
그렇다면 그분은 문제의 근본을 찾아 오셔야 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분은 짐승의 먹이통에 오셨습니다. 이것은 곧 인간의 욕망이 다스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욕망이 다스려지지 아니하면 인생의 문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마음이 구유입니다. 우리
마음에 욕망이 일렁입니다. 그릇된 생각들, 삐뚫어진 마음들, 섬뜩한 생각들이 파도치고 있습니다. 이 마음이 다스려지지 아니하면 평화는 없습니다.
주님이 구유에 오신 뜻은 바로 우리의 욕망의 근거인 마음을 변화시키기 위함입니다. 바로 그 자리가 주님이 필요한 자리, 주님이 오셔야할 자리인
것입니다.
보십시오. 베들레헴의 구유에 평화의 왕이신 아기 예수께서 오신지 2천년의 세월이 흘렀지만 지금 그곳엔 평화가 없습니다. 도리어
총성이 울리고 전운이 감돌고 있습니다. 왜 그렇습니까? 그 마음에 주님을 모시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마음이 구유입니다.
바로 그 구유에 주님이 오셔야 합니다. 주님이 오셔야할 자리는 욕망의 소용돌이가 그치지 않는 우리 마음입니다. 그 마음 구유에 주님이 모셔져야
그게 성탄입니다. 주님이 우리 마음에 오셔서 우리 마음을 새롭게 해야 진정한 평화가 임하는 것입니다.
주님 때문에 우리 마음이 새로워져야
합니다. 더러운 것들이 치워져야 하고 닦여져야 합니다.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온전하시고 기뻐하시는 뜻을 분별하며
살아가는 삶이 성탄을 경험한 그리스도인들의 삶인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 성탄절 아침에 여러분을 축복합니다. 여러분의 마음이 주님을 모시는
구유가 되시기를 축원합니다. 이웃을 돌보는 것은 그 다음의 문제입니다. 내 마음이 구유가 되지 못하면 그건 다 가식이요 위선일
뿐입니다.
오늘 이 성탄절 아침에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를 생각하면서 '내 마음이 구유가 되게 하소서'라고 노래했던 한 신앙인의 노래를
소개하며 말씀을 맺을까 합니다. 이 고백과 기도가 여러분의 것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님, 저의 마음이 아기 예수가 누웠던 구유가
되게 해 주십시오. 주님이 가지셨던 넓은 용서를 제 구유에 가득 채워 주셔서 묵은 해의 질투와 오해, 분노를 말끔히 씻고 새해를 맞게 해
주십시오.
불쌍히 여기는 마음! 그렇습니다, 아기 예수님, 당신의 깊은 긍휼을 저의 구유에도 가득히 담아 주십시오. 오늘도 주린 배를
안고 잠들어야 하는 먼 이웃, 가까운 이웃을 생각하며 가슴 아파하는 예수님의 마음이 제 구유에도 넘치게 해 주십시오.
그토록 친절하시던
예수님의 마음, 그 부드러움, 그 섬세하심을 거친 제 구유에 향유처럼 채워 주십시오. 그래서 아내에게 더 많은 관심을, 남편에게 더 많은
미소를, 아이들에게 더 많은 시간을 나누어주게 해 주십시오. 심술내지 말고, 오기부리지 말고, 함께 울고 함께 우는 시원한 마음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외양간 짐승의 밥통에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여, 집집마다 거절당하고 한 아름의 짚을 이불로 삼았던 성자여, 노동자를 아버지로
하였던 하나님의 아들이여, 갓난아기 때부터 피난길을 헤매었던 구세주시여, 저도 당신이 누웠던 소박한 구유가 되게 해 주십시오. 밑바닥부터
시작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게 하시고 고생의 쓴잔을 달게 마시게 하시며 땀과 눈물을 진주로 바꾸는 슬기를 주십시오. 교만하고 으뜸이 되고자 하는
마음과 자랑하고 뽐내려는 생각을 삭여 주시고 아기 예수님처럼 낮은 구유에 눕는 겸손을 주십시오.
칭찬과 보상으로 저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게
하시고 보람과 하늘의 부르심으로 저의 손발이 움직이게 해주십시오. 욕심이 채워지는 것을 저의 성취로 착각하지 않게 하시고 은행 잔액과 앉은
의자로 저의 성공을 오판하지 않게 해 주십시오. 저의 저축은 이웃의 가슴 속에, 저의 유산은 인류의 마음 속에, 저의 훈장은 보이지 않는 영혼의
가슴에 달게 해 주십시오.
주님, 주님이 처음 들으셨던 자장가는 천사의 노래라고 들었습니다．'하늘에는 기쁨, 땅에는 평화...' 저도
평화의 구유가 되게 해 주십시오. 싸우는 자가 되지 말고 싸움 말리는 자가 되게 해 주십시오. 분쟁의 씨가 되지 말고 평화의 씨가 되게
해주십시오.
창녀와 매국노와 죄인들을 친구로 삼았던 예수여, 문둥병자과 사귀 들린 자와 맹인들과 어울려 지내던 성자여, 아이들을 좋아하시던
하나님의 아들이시여, 제 마음도 누구나 가리지 않고 영접하는 소탈한 구유가 되게 해 주십시오. 피부의 색깔로 차별하고 출신 따지고 지방 따지고
학벌과 재물 따라 줄긋는 못된 마음 씻어 주시고 예수님 같은 넓고 푸른 마음으로 바꾸어 주십시오.
아기 예수님, 2000년도 저물고
21세기가 된다는데 이 죄인의 마음이 아기 예수 누우셨던 그 찬란한 구유가 되게 해 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