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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내산에서 시온산으로
히브리서 12장 18-29절 성경에는 수많은 산들이 언급되어 있습니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져 있는 산이 있는 반면에 잘 알려져 있지 않는 산들도 있습니다. 각각의 산들마다 그들만의 역사와 이야기들을 간직하고 있으며 수많은 세월을 통하여 그리스도인들은 그들속에 담겨진 수많은 에피소드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명배우 찰턴 헤스턴이 연상되는 십계의 장엄한 시내 산(출 19:20), 그리고 또 다른 이름인 호렙 산(출 3:1), 예루살렘 성전 및 언약궤와 연관이 있는 시온 산(삼하 6:10-12), 여호수아가 이스라엘로 하여금 하나님 앞에서 엄숙하게 언약 갱신 예식을 치렀던 세겜 지역의 양대 산들인 그림신 산과 에발 산(신 27:4-26, 수 8:30-35), 모세가 약속의 땅 가나안을 바라다보면서 그의 일생을 마쳤던 느보 산(비스가 산)(신 34:1), 450명의 바알의 선지자들과 숨막히는 대결을 벌였던 엘리야의 갈멜 산(왕상 18), 가나안의 장군 시스라를 통쾌하게 격퇴시킨 여선지자 드보라와 그의 장군 바락의 다볼 산(삿 4:6)(이 산은 유대 전승에 의하면 예수님의 변화산으로도 알려져 있다), 사울과 그의 아들들이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하였던 길보아 산(삼상 31장), 예수님이 예루살렘을 향해 애가를 지었던 감람 산과 감람 산의 강화(마 24-25장), 산상의 설교로 잘 알려진 팔복산(마 5장), 해발 2800여미터의 고봉을 자랑하며 그로부터 그치지 않는 물줄기를 제공하는 신비의 영산 헬몬 산(시 133:3), 레바논의 백향목으로 알려진 레바논 산(삿 9:15, 왕상 5:6-18), 그리고 인류의 역사를 바꾸어 놓은 해골의 언덕, 갈보리, 땀방울이 핏방울로 변하도록 고뇌하고 기도하셨던 예수님의 겟세마네 동산 등은 위대한 기독교의 상징들이 되었습니다. 논란의 여지는 있겠지만 이들 성경의 산들 중 가장 대표적인 두 개의 산들을 들라면, 아마 틀림없이 시내 산과 시온 산일 것입니다. 그래서 히브리서 기자는 이 두산을 상징적 예로 들면서 성도들의 신앙 여정과 순례의 과정을 부각시키며 그들의 신앙을 격려하며 권고하고 있습니다.
시내 산입니다.
신앙의 사람들은 오직 앞을 향해서만 전진하는 사람들입니다. 결단코 뒤를 바라다 볼 이유가 없습니다. 특별히 히브리서의 독자들은 유대교로부터 기독교로 전향한 개종자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은유적으로 말하여, 그들은 시내 산을 떠나 시온 산을 향하여 걸어왔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므로 다시금 시내 산으로 돌아가야 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히브리서 독자들 가운데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배도의 길에 서서 다시금 시내산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상황을 직시한 히브리서 기자는 시내 산과 시온 산이란 대조적 상징어를 사용하여 기독교인들의 진정한 상태를 드러내려 하고 있습니다. 즉 기독교인들이란 시내산을 떠나서 시온 산을 향하여 가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입니다. 이미 시내산을 떠났으므로 시온 산을 향하여 정진하라는 권고입니다. 시내 산과 시온 산 사이의 극명한 대조법은 이미 히브리서 초반부(2:2-4)에서도 다른 용어로 사용된 바 있었습니다. 즉 율법을 받는 일과 복음을 받는 일에 관한 대조법이었습니다. 모세 시대에 시내산에서 율법을 수여 받는 장면은 폭풍과 구름, 흑암과 바람, 천둥과 번개와 같은 천체적 현상을 수반하는 장엄하고도 두려운 광경이었습니다. 율법 수여 광경이 그처럼 장엄한 압권이라면, 복음과 관계된 특권과 권위는 더욱더 두렵고 엄위한 사건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이러한 복음이 거절되거나 배척된다면 그에 따르는 결과는 더욱 엄청나지 않겠는가 하는 것이 히브리서 기자의 논지입니다. 따라서 히브리서 기자는 복음을 전심으로 믿고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가지고 천상의 성소, 시온산으로 담대히 들어가야 할 것이라고 권면하였습니다. 그렇습니다. 결코 뒤로 물러서거나 돌아가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의 대속적 은혜를 믿지 못하고 복음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아직도 옛 규율에 얽매여 사는 것일 뿐만 아니라 복음 자체를 거절하는 일이 되므로, 율법을 거절하는 결과보다 더욱 무서운 결과를 당하게 될 것입니다. 히브리서의 독자들은 대부분 유대인 그리스도인들로서 그들은 구약의 율법이 가져다 주는 중압감과 죄책감, 그리고 형식주의적인 규례들에 시달려 온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직도 어떤 이들은 그 모든 율법적 요소로부터 자유함을 얻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사람의 참된 기쁨과 즐거움, 평안과 안정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율법을 상징하는『시내 산』이란 단어만 들어도 그들은 두려움과 공포에 사로잡힐 정도였습니다. 시내 산은 그 곳에 자신을 현현하시는 하나님의 거룩성으로 온전히 덮여 있었기 때문에 사람이나 짐승이 그 지경을 넘어서거나 산을 가까이 하는 것은 곧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죄된 인간이 거룩하고 흠이 없는 하나님 앞에 선다는 것은 매우 두렵고 무서운 일이었습니다. 짐승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심지어 하나님의 택한 종 모세마저도 심히 두려워 떨었습니다(신 9:19, 행 7:32). 옛 언약(구약의 율법) 아래에서는 그 누구도 하나님께 직접 나아갈 수가 없었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세워진 새 언약 아래서는(히 8장, 렘 31:31-34) 누구든지 예수 그리스도의 공로를 힘입어 하나님의 은혜의 보좌 앞에 담대히 나아오게 된 것입니다(히 4:15). 신약의 성도들이 나아가는 곳은 더 이상 시내 산이 아닙니다. 시내 산에서 주신 하나님의 명령과 법도를 다 지킬 수 있는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어느 누구도 시내 산으로 대표되는 하나님의 율법을 온전히 다 지킬 수가 없으므로, 율법 파기의 책임을 지고 오직 죽음의 형벌로만 갚은 수 밖에 없게 된 것입니다. 그러므로 시내 산은 죽음의 공포와 전율을 느끼게 하는 곳입니다. 시내 산은 우리가 오를 곳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시온 산으로 가야 합니다.
우리를 위하여 하나님께서 예비해 주신 산이 따로 있습니다. 그 산이 시온 산입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기독교로 개종한 것을 가리켜『시내 산을 떠나 시온 산에 이르는 것』(22절)이라고 했습니다. 다시 말해서 복음을 영접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대속적 사역을 받아들이는 자는 이미 영적인 영역, 즉 하나님의 현존과 임재의 상태 속으로 들어간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임재를 상징하는 시온산은 도대체 어떤 곳입니까? 시온의 언덕은 원래 여부스족의 요새가 있던 장소로 다윗이 그곳을 점령하여 그의 왕위 즉위 7년째 되던 해에 왕의 거처로 삼은 지역이었습니다. 시온산은 일명『다윗의 도성』으로도 불려지게 되었으며(왕상 8:1, 대하 5:2,32:30,33:14), 더욱이 그 곳에 하나님의 언약궤를 두면서부터 시온산은 다윗 왕국의 종교적 중심지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신성한 장소로 간주되었습니다(삼하 6:6-12). 후에 다윗의 아들 솔로몬이 시온의 언덕 북쪽의 모리아 산 근처에 성전을 지어놓고 그 곳으로 다윗의 언약궤를 옮겼을 때, 시온이란 이름은 성전까지를 포함하는 넓은 지역을 가리키게 되었습니다(사 8:18,18:7, 24:23, 욜 3:17, 미 4:7). 그리고 나중에는 예루살렘 지역 전체를 가리키는 포괄적 용어로까지 사용하게 되었습니다(왕하 19:21, 시 48편, 69:35,133:3, 사 1:8). 시온이란 단어는 유대인들에게나 그리스도인들에게 가장 풍성하고도 강력한 의미를 지닌 상징어 중의 하나가 되었습니다. 시온은 이스라엘의 종교와 삶의 구심점이었으며,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가 함께 유일신 하나님을 만나는 장소였습니다. 하나님이 그들과 함께 계시다는 임마누엘의 현존의 지상적 장소가 시온이었습니다. 시온은 하나님의 성, 예루살렘의 성전 등과 동의어이기도 하였습니다. 하나님께서 자신의 지상적 거처를 정해 놓은 장소인 시온은 이스라엘의 희망이었고 마지막 피난처이기도 하였습니다. 옛 언약 백성들은 그들이 곤경에 처할 때마다 그 곳을 향하여 부르짖었고, 그 곳에서 하나님의 응답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그 곳에서 하나님의 사죄 은총을 경험하였고, 하나님의 구원하시는 능력을 바라보기도 하였습니다. 히브리서 기자는 우리가 이미 이러한 시온 산에 다다랐다고 선언하고 있습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부활하신 후에 만왕의 왕으로, 만주의 주님으로 천상의 보좌 위에 등극하시어 온 우주를 다스리시는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 하늘의 도시, 평화의 왕이 계신 곳, 새 예루살렘 성이 있는 곳, 살아 계신 하나님의 도성, 신앙의 조상들이 인생의 나그네로 있으면서 그토록 소망으로 삼았던 곳(11:10-16), 그 곳이 시온 산입니다. 우리가 다다른 곳이 바로 이 시온 산입니다.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자녀들의 모임에 속하게 된 것입니다. 시온 산의 보좌 위에 좌정하시고 계신 재판장 하나님께 우리가 나아온 것은 심판을 받기 위해서가 아니라 신앙의 길을 달려온 우리들을 하나님께서 의롭다 칭하여 주시기 위함입니다. 우리의 사모하는 주님을 만나기 위해서 입니다(22-24절).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 마음을 굳게 하거나 강퍅하게 하지 말아야 합니다(3:8). 은혜를 받아야 합니다. 예수님의 재림 시에는 온 천지가 떨 것이며, 온 천하가 그 발 앞에 엎드러질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들은 하나님의 나라를 이미 상속받은 후사들입니다(히 1:2,2:20). 이 나라는 결코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나라입니다. 왜냐하면 시온 산 위에 세워진 나라이기 때문입니다(시 125장). 그리스도 예수의 나라는 영원할 것입니다. 이제 남은 것은 우리의 헌신입니다. 경건함으로, 두려움으로 하나님을 경배하고 섬겨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을 경히 여기지 말아야 합니다. 그는 태우시는 불이기 때문입니다. 장차 완전한 모습으로 내려올, 천상 시온 산 위에 세워진 새 예루살렘 성을 바라보며 오늘도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신앙의 달음질을 계속하는 성도들이 되어지시기를 주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 - 아 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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