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관계를 연구하는 학자들은 크게 사람들을 Type A와 Type B로 분류합니다. 타입 A가 ‘일중심의 사람’(Task-oriented person)이라면, 타입B는 ‘인간중심의 사람’(People-oriented person)입니다. 오늘 본문에 나타난 마르다가 일 중심의 사람이었다면, 마리아는 전형적인 인간 중심의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에서 마르다는 항상 서 있고, 항상 일하는 모습으로 등장합니다. 그러나 마리아는 항상 앉아서 말씀에 귀를 기울이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집니다. 본문에도 그렇게 나타나 있지 않습니까? 38절을 보십시오. “--예수께서 한 마을에 들어가시매 마르다라 이름 하는 한 여자가 자기 집으로 영접하더라” 누가 예수님을 영접합니까? 마르다였습니다. 그러나 다음 절 39절을 보십시오.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니” 마리아는 무엇하고 있습니까? 말씀 듣고 있지요. 어떻게요? 그렇습니다. ‘앉아서’였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에는 언제나 이 두 가지 유형의 사람을 다 필요로 합니다. 주님 앞에서는 마르다나 마리아나 동등하게 존귀한 예수님의 VIP들인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설명함에 있어서 발생하는 가장 큰 오류가 있다면 무조건 마르다는 잘못했고 마리아는 잘 했다는 견해입니다. 동시에 말씀 묵상은 봉사보다도 더 가치있는 일로 평가하는 것입니다. 만일 이런 해석을 정당하게 수용하여 우리들의 교회에서 모든 마르다들이 주방 봉사도 교회 안내도 목장도 전도도 다 포기하고 예배와 성경 공부에만 열중한다면 무슨 일이 일어나겠습니까? 본문을 주의 깊게 살펴보면 주님은 결코 마르다의 섬김 그 자체를 비판하신 일이 없으셨다는 것입니다. 41절을 읽어보겠습니다. “주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마르다야 마르다야 네가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여기서 주님은 마르다의 많은 일을 비난하신 것이 아니라 그녀가 많은 일을 시도하지만 그런 일을 하면서 염려와 근심에서 해방될 수 없었다는 것입니다. 만일 마르다가 그 여러 일을 즐거워하고 감사하며 일할 수 있었다면 오히려 주님은 그녀를 ‘수퍼 우먼’으로 칭찬하셨을 것입니다. 오래전 유행한 유머에 ‘수퍼 우먼’을 북한 말로 무엇이라고 하나?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정답은 ‘방방 뜨는 에미나이’였습니다. 사실 주님의 몸된 교회는 이런 방방 뜨는 에미나이들의 헌신에 빚진바가 큽니다. 문제는 마르다의 영성에 마리아의 영성을 조화시키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이 두 여자 사건을 통해 이 감사의 계절, 감사의 영성이 회복되려면 우리의 섬김의 태도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요?

1. 성취보다 존재에 집중해야 합니다.

일찍 독일계 유대인 정신 분석가요 사상가인 에릭 프롬은 그의 명저 “소유냐 존재냐”에서 인간의 실존 양식을 소유적 실존과 존재적 실존으로 나누고 있습니다. 현대의 자본주의 내지는 물질적 가치관의 영향으로 우리는 더 많은 소유, 더 많은 성취가 인생을 행복하게 하리라고 착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프롬은 예수님의 "얻고자 하는 자는 잃을 것이요 잃고자 하는 자는 오히려 얻을 것이라"는 말씀을 인용하면서 오히려 우리는 비움과 나눔의 삶을 통해 풍성한 존재의 보람을 누리게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성경적 가치관에서 언제나 존재는 소유보다 앞서는 중요성을 갖습니다. 딤후 3:16-17을 보십시오. “모든 성경은 하나님의 감동으로 된 것으로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 (17)이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온전하게 하며 모든 선한 일을 행할 능력을 갖추게 하려 함이라” 17절에서 바울 사도는 성경의 유익을 설명하며 성경은 우리를 먼저 하나님의 사람됨으로 온전하게 하고 그 다음 우리가 하는 모든 선한 일들을 온전하게 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인격의 온전함이 행위의 온전함보다 앞서는 것입니다. 다시 말하면 성경은 being(혹은 becoming)의 문제를 doing보다 더 우선순위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왜 마리아는 주님의 말씀을 듣는 일에 우선순위를 두었을까요? 주의 말씀만이 자신을 주님의 사람다운 사람으로 만든다고 믿었기 때문 일 것입니다. 먼저 자신이 살아야 그 능력으로 주님과 이웃을 잘 섬길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마르다는 여러 가지 많은 일을 함으로 주님을 기쁘시게 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녀는 염려와 근심에 빠졌던 것입니다. 마르다는 존재가 행위보다 앞서는 것을 간과한 것입니다. 그래서 성경은 집사 임명의 원리로 새로 교회에 입교한 사람들을 피하라고 가르칩니다.(딤후3:6) 왜냐하면 그들은 아직 하나님의 사람으로 만들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존재의 성숙함이 없이 여러 일에 뛰어들면 그 일들로 말미암아 교만해 질 것이라고 경고합니다. 지난 일년 동안 얼마나 많은 일을 하셨습니까? 그보다 더 중요한 질문이 있는 것을 아십니까? 지난 일년 동안 우리는 하나님의 사람으로 얼마나 성숙한 존재가 되셨습니까? 오늘 여러분의 마음에 많은 일들을 시도하시고도 허탈함이 있다면 이제 다시 나의 존재를 고민하셔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라도 다시 성취보다 존재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2. 비교 보다 사명에 집중해야 합니다.

마르다의 불평과 원망은 무엇에서 연유했습니까? 그것은 명백하게 ‘비교함’때문이었습니다.

자신의 처지를 마리아와 비교한 것입니다. 그 순간 자신은 뼈 빠지게 부엌에서 일하고 있는데 주님 앞에 팔자 좋게 앉아서 말씀만 듣는 마리아가 미워진 것이 아니겠습니까? 40절의 마르다의 음성을 들어 보십시오. “--예수께 나아와 이르되 주여 내 동생이 나 혼자 일하게 두는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시나이까. 그를 명하사 나를 도와주라 하소서” 마르다의 불평스런 마음이 느껴지지 않으시나요? 왜 그렇게 되었습니까? 비교 의식 때문입니다. 그래서 C.S.루이스 교수는 사단의 가장 예리한 무기가 바로 비교 의식이라고 지적합니다. 비교 의식 때문에 우리는 존재의 기쁨을 잃어버립니다. 섬김의 감격을 상실합니다. 봉사의 의미를 잃어버립니다. 그런데 만일 마르다가 비교에 열중하기보다 자신에게 주어진 사명을 집중하여 묵상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자, 이제 마르다의 입장에서 사고해 보십시오. 내 사명이 무엇일까? 내 사명은 ‘섬기는 것’이라고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면 그냥 자신에게 아직도 일할 수 있는 건강이 있다는 것이 감사했을 것이고, 일할 수 있는 자리가 있다는 것도 감사했을 것이고, 일감이 있다는 것이 감사했을 것입니다. 더욱 주님을 직접 자기 집에서 모시고 대접하게 된 것이 너무 너무 감사하지 않았겠습니까? 그런데 지금 그녀는 주님을 묵상하는 것도 아니고, 자기의 사명을 묵상하는 것이 아니라, 저 주님 발치에 앉아 있는 괴씸한 동생 마리아를 묵상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불평하고 원망하는 것입니다. 요한복음 마지막 장 21장에 보면 아주 흥미있는 사건이 기술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베드로의 순교를 예언하며 그가 한때 주님을 배신했지만 그의 마지막 죽음은 영광스런 죽음이 될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그러면 자신의 장렬한 최후를 묵상하며 자기의 마지막 사명을 생각하는 것이 정상이 아닙니까? 그런데 그때 베드로가 아주 엉뚱한 질문을 합니다. 요한21:20-21에 보면 옆에 있는 사도 요한을 보고 “--주님, 이 사람은 어떻게 되겠사옵니까?” 주님의 제자들조차 이런 비교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입니다. 사도 요한은 사도 베드로의 평생 라이벌이었고 베드로는 요한과 자신을 비교하는 의식에서 평생 헤어나지 못한 것입니다. 예수님의 대답을 기억하십니까? 요한21:22입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내가 올 때까지 그를 머물게 하고자 할지라도 네게 무슨 상관이냐 너는 나를 따르라 하시더라” 무슨 말씀입니까? 비교하지 말고 네 갈 길이나 가라는 것 아닙니까? 비교하지 말고 사명에 집중하라는 것입니다.

생각해 보십시오. 감사절 주일 감사한 마음도 기쁜 마음도 없다면 왜 입니까? 나보다 더 잘 나가는 사람, 나보다 더 잘 사는 이웃들과 나를 비교한 때문 아닙니까? 소위 상대적 박탈감 때문 아닙니까? 그러면 이제 비교 의식을 포기하시겠습니까? 그리고 이제야 말로 비교가 아닌 당신의 사명에 집중하실 때입니다.

3. 불평 보다 말씀에 집중해야 합니다.

본문에 나타난 마르다와 마리아의 모습은 얼마나 대조적입니까? 본문 40절에는 마르다의 마음이 분주했다고 말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돕지 않고 있는 동생을 비난하고 원망하고 고발하고 있습니다. 41절에서 예수님은 그녀가 감당하기 어려운 너무 많은 일을 벌려 놓고 염려와 근심으로 그녀의 마음이 눌려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요즘 말로 하면 과격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모습으로 마르다가 방방 뜨고 있었을 때, 마리아는 어떻게 하고 있었습니까? 다시 39절의 말씀을 읽어보십시오. “그에게 마리아라 하는 동생이 있어 주의 발치에 앉아 그의 말씀을 듣더라” 그녀는 미동도 않고 다만 그녀의 눈동자를 주님께 고정시키고 그분의 입술에서 떨어지는 말씀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 말씀이 곧 생명이었기 때문입니다. 소망이었기 때문입니다. 능력이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언니가 주님께 자신을 일러바치고 불평하고 있는 순간에도 그녀는 다만 조용히 기도하며 주님의 말씀을 묵상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마음으로 찬양하고 감사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은 42절에서 그녀가 좋은 편을 택한 것이라고 말씀하십니다. 도대체 말씀은 무엇입니까? 말씀에는 절대자이신 하나님의 뜻이 드러나 있지 않습니까? 그러므로 주의 말씀 안에서 영원하신 그분의 뜻을 발견한자라면 흔들릴 필요가 없는 인생을 삽니다. 그는 최악의 상황 속 에서도 최선의 인생을 삽니다. 최악의 고난 중에도 감사와 찬양을 드릴수가 있습니다. 그것이 바로 손 양원 목사님께서 여수 순천 반란 사건으로 자신의 두 아들을 잃고도 그 다 아들의 장례식장에서 감사의 기도를 드릴 수 있으셨던 이유였습니다. 그분의 유명한 9가지 감사에는 손 목사님이 두 아들의 죽음의 이유를 성경적으로 묵상한 고뇌가 드러나 있지 않습니까? 자신의 두 아들을 보내게 된 하나님의 뜻을 알게 된 까닭이었습니다. 손 목사님은 내가 이 고난을 감수하며 나병환자를 돌보며 목회하는 것을 아시고도 어찌하여 내 두 아들까지 데려 가시느냐고 불평할 수 있으시지 않았겠습니까? 그러나 손 목사님은 불평대신 말씀에 집중하신 것입니다. 이제 그의 두 아들의 장례식장에서의 9가지 감사를 들어 보십시오.

1.나같은 죄인의 혈통에서 순교의 자식들이 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2.허다한 성도들중에 이런 보배를 내게 주시니 감사합니다.

3.3남 3녀중에서 가장 귀한 장남과 차남을 바치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4.한 아들의 순교도 귀하거늘 두 아들이 순교할 수 있게 하셨으니 감사합니다.

5.예수 믿는 사람은 병들어 죽어도 복인데 전도하다 순교했으니 감사합니다.

6.아들들이 미국으로 유학가려고 했는데 그보다 좋은 천국에 갔으니 내 마음 안심되어 감사합니다.

7.내 아들을 죽인 원수를 회개시켜 아들을 삼는 사랑의 마음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8.내 아들의 순교의 열매로서 무수한 천국의 열매가 생길 것을 인하여 감사합니다.

9.역경속에서도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게 하시고, 이길수 있는 믿음을 주시니 감사합니다.

수년전 여수 애양원 교회에 집회를 인도하러 갔다가 손 양원 목사님 기념박물관에서 저는 봉투 한 장을 발견하고 충격 속에 오래 그 자리를 뜨지 못했던 적이 있습니다. 두 아들 장례식을 치르고 나서 다음 주일 드리신 감사헌금 봉투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손 양원 목사님의 한 달 봉급이 80원이었다고 하는데 봉투 겉장에 손 양원 감사헌금 1만원--이렇게 쓰여 있었습니다. 마음에 불평이 있으십니까? 여수 애양원을 방문해 보시길 권합니다. 거기서 진정한 감사의 영성을 배우십시오. 참으로 감사하고 살고 싶으시다고요? 그러면 성취보다 존재에 집중하십시오. 비교보다 사명에 집중하십시오. 불평보다 말씀에 집중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