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을 보면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라고 했습니다. 여기서 “교만한 자”라는 말은 헬라어 “휘페르 파이네스다이”라는 말이다. 휘페르라는 말은 “위로”라는 뜻이고 “파이네스다이”라는 말은 보이다라는 뜻이다. 남들보다 두드러지게 보이려고 애쓰는 자라는 뜻이다. 남들보다 자신의 머리를 위로 치켜드는 자라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물리치시고” 라는 말은 헬라어로 “안티탓소”라는 말이다. 이 말은 “맞서다, 대적하다”라는 말이다. 그러니까 격투기 장에서 격투기 선수들이 서로 싸우기 위해 맞서는 모양을 말한다. 네가 이기든 내가 이기든 더 심하면 네가 죽든 내가 죽든 맞붙어서 싸우는 형국이다.

  결국 하나님께서는 교만한 자를 이렇게 적으로 간주하여 싸우신다는 것이다. 따라서 교만한 자는 하나님의 적이요, 하나님의 심판을 피할 수 없고, 그 끝은 멸망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우리가 교만을 버려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 그러면 교만이란 무엇일까요? 간단히 말하면 교만도 사탄에게 속아 인간이 그 마음에 품게 된 치명적인 악이요 실제로 저지르게 된 대표적인 죄입니다. 창 3:5을 보면 사탄이 인간을 이렇게 유혹합니다. “너희가 그것을 먹는 날에는 너희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되어 선악을 알 줄 하나님이 아심이니라” 인간이 하나님과 같이 될 수 있다고 유혹했습니다. 인간이 자신을 높여서 하나님처럼 되고 싶은 마음 바로 이것이 교만의 본질입니다.

  결국 인간은 사탄의 유혹에 넘어가서 선악과를 따먹게 되었고 그 마음 속에 치명적인 악인 교만이 자리잡게 된 것입니다. 높아지려는 마음 앞에서 살핀 “휘페르 파이네스다이” 자신의 머리를 쳐들고 높아지려는 마음, 남들보다 높아지고 자기보다 높은 하나님처럼 되려는 마음 바로 이것이 교만입니다.

  # 교만이 가지는 두드러진 특징을 눅 18:9-14 비유를 통해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첫째로, 교만은 극단적으로 자기중심적인 죄악입니다.

  먼저 예수님이 누구에게 이 비유의 말씀을 하셨는지 주목해 보십시오. 9절 말씀입니다. "또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에게 이 비유로 말씀하시되" 이 비유를 말씀하신 대상은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을 멸시하는 자들" 이었습니다. 이들이 바로「바리새인」들입니다. 그들은 자기를 의롭다고 믿고 다른 사람들을 멸시했습니다.

「15세기 종교개혁의 여명을 열었던 '사보나롤라'라는 유명한 설교가가 있었습니다. 카톨릭이 지배하던 당시, 어느 날 아침에 그가 성당에 나와서 산책을 하다가 성당 뜰 안에 있던 마리아 상 앞에서 어떤 부인이 참배하고 기도하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다음 날도 같은 시간에 산책을 하러 나갔더니 그 부인이 또 그 마리아 상 앞에서 기도하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폭풍우가 몰아치나 그 부인은 매일 아침 그 시간이면 기도하러 왔습니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또 가을이 오고 겨울이 와도 부인은 변함없이 그 자리를 지켰습니다.

  '사보나롤라'는 그 모습에 깊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동료 사제와 함께 성당 뜰을 산책하고 있는데 마침 그 부인이 기도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사보나롤라'는 동료 사제에게 조용히 말했습니다. "여보게, 내가 저 부인을 관찰해보니까 눈이 오나 비가 오나 바람이 부나, 봄 여름 가을 겨울 내내 끊임없이 기도하더군. 참 신앙심이 깊은 부인이야" 그랬더니 그 말을 듣던 동료 사제가 껄껄껄 웃으며 말합니다.

  "자네, 그 스토리를 모르나? 옛날에 저 마리아 상을 조각할 때 어떤 예술가에게 의뢰를 했었는데, 그 예술가가 마리아 상의 모델을 찾다가 당시 처녀이던 바로 저 여인을 찾았다네. 자신을 모델로 한 저 마리아 상이 만들어진 후, 여인은 매일 저 상 앞으로 출근하기 시작해서 지금까지 한번도 결석한 일이 없다는 거야."」

  사람들은 자칫 착각 속에 빠질 때가 있습니다. 자기가 정말 대단한 존재처럼 여겨질 때가 있습니다. 자기를 절대화시키고, 자기주장을 절대화시킵니다. 이것이 교만의 특징 가운데 하나입니다.

둘째로, 교만이란 이웃과 나 사이에 담을 쌓는 죄악입니다.

  본문에서 바리새인이 기도하는 모습을 성경은 어떻게 보여줍니까? 11절을 보십시오.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가로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바리새인이 기도하던 자리는 세리와 구별된 자리였습니다. 따로 서서 기도했다고 했습니다. 세리와는 같이 기도하기도 싫어서 아예 자리를 따로 해서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또 바리새인의 기도에는 두 번씩 반복되는 단어가 있습니다. '같지 아니하다'는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저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라고 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세리를 로마에 아부하는 사람, 백성들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인간답지 않은 인간들, 상대할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주님은 세리를 멸시하고 있는 바리새인들의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한 우월감, 아니 교만의 뿌리를 보셨습니다.

  우리는 이웃과 교제할 때 교제의 폭을 지나치게 좁히는 것에 대해 조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떤 사람들과는 교제하지 않겠다고 해서 특별한 사람들끼리 파벌을 만들기 시작할 때, 그 배후에는 무서운 우월감, 교만의 뿌리가 도사리고 있음을 잊지 마십시오. 이웃에게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비판적인 태도를 갖는 것도 조심해야 합니다. 남의 티는 보면서 자기 눈의 들보는 보지 못하는 것, 이것도 교만이라는 병의 한 증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일수록 자기가 남을 비판할 때에는 건설적인 비판이라고 말하고 남들에게서 비판을 받을 때에는 파괴적인 비판이라며 합리화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런 사람들의 공통적인 질병은 바로 교만이라는 이름의 병입니다.

  반면,「겸손한 사람들은 다리를 놓습니다.」예수님은 다리를 놓기 위해서 오셨습니다. 우리가 그리스도의 후예이고, 그리스도의 제자라면 마땅히 다리를 놓는 사람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나 때문에 이웃이 화목한지, 아니면 나 때문에 공동체가 몸살을 앓고 있는지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공동체가 필요로 하는 사람은 다리를 놓는 사람, 겸손한 사람입니다. 공동체는 교만한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교만은 이웃과 나 사이에 단절의 벽을 쌓는 죄악입니다.

셋째로, 교만은 하나님 앞에서도 자신을 속이라는 죄악입니다.

  본문은 기도에서의 죄악 된 모습을 보여줍니다. 11,12절을 보십시오. "바리새인은 서서 따로 기도하여 가로되 하나님이여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번씩 금식하고 또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하고" 바리새인의 이 기도에서 강조된 단어가 하나 있습니다. '나'라는 단어입니다. 우리말 성경에는 두 번 밖에 나오지 않는 것으로 번역되어 있지만 원문에는 구절마다 '나'라는 단어가 나옵니다. "나는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나는 이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하나이다. 나는 이레에 두 번씩 금식하고, 나는 소득의 십일조를 드리나이다." 이것이 좀 더 정확한, 원문에 가까운 표현입니다.

  이것이 정말 하나님에게 드리는 기도일까요? 기도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서 자기 자랑하는 것 같지 않습니까? 내가 얼마나 잘난 인간인가, 내 업적이 얼마나 화려한가를 하나님 앞에서 선전하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기도의 주어는 무엇입니까? "하나님, 저를 불쌍히 여기시고 용서해 주세요. 하나님 당신의 뜻을 따라 살게 해주세요." 이처럼「기도의 주어는 하나님이 되어야 합니다.」그런데 바리새인의 기도의 주어는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자신입니다. 그는 다만 자기 위로를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제가 만난 사람들 중 아주 거룩한 삶을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들에게는 한 가지 특성이 있습니다. 아주 깊이 기도한다는 점입니다.

 「어떤 자매는 결혼할 때 남편될 사람과 한 가지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잠자기 전에 항상 기도하고 자자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교적 그 약속을 성실하게 지켰고 남편도 그 아내를 따라서 늘 자기 전에 함께 기도를 했다고 합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남편이 술에 잔뜩 취해서 돌아왔습니다. 그날도 아내가 기도하자고 그러자 "오늘은 당신 혼자 기도해" 라고 하더랍니다. 그래도 아내가 "당신, 약속했잖아요? 같이 기도해요." 하고 억지로 남편의 손을 붙잡고 기도하기 시작했답니다. "하나님.. 오늘밤은 남편이 이렇게 술에 만취되어 돌아왔습니다. 우리 남편을 용서해 주시옵소서." 그랬더니 갑자기 남편이 "여보, 하나님한테 나 술취했다고 하지 말고 아프다고 그래." 하더랍니다.」

  교만은 자기의 범죄를 인정하지 않는 것입니다. 자기의 실수와 과오를 인정하지 않습니다. 하나님 앞에서도 자기의 범죄를 인정할 수 없다면 이 사람이 치료될 수 있는 가능성은 어디에서 찾을 수 있습니까? 교만이란 하나님 앞에서 자기를 감추고 자기를 속이는 죄악입니다.

  # 교만의 구체적인 형태는 무엇일까요?

  윤리 신학자였던 라인홀드 니이버(Reinhold Niebuhr)는 인간에게 있는 교만을 네 가지로 나누었습니다.

 첫째, 권력적 교만(Authority pride)입니다.

낮을 때는 겸손 하지만 높아지면 높아질수록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을 무시하는 교만이 생길수 있습니다.

 둘째, 지적 교만(Intelligent pride)입니다.

모를 때는 모르기 때문에 겸손할 수 있지만 알게 되면 모르는 사람을 무시하게 되고 자기만 똑똑한 줄로 생각합니다.

 셋째, 도덕적 교만(Moral pride)입니다.

부도덕 할  때야 별 수 없이 조용히 지내지만 조금이라도 도덕적으로 내세울 것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을 부도덕하게 보고 자신을 높이 평가합니다.

 넷째, 영적 교만(Spiritual pride)입니다.

자신의 신앙적 행위라든지 기도, 성경읽기, 봉사 등이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조금이라도 나은 점이 있으면 그걸 자랑하지 않고는 견딜 없을 뿐만 아니라 자기만큼 따라오지 못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형편없이 보는 경우입니다.

# 어떻게 교만을 버릴 수 있을까요?

  우리는 세리의 자리에 서야 합니다. 그는 멀리 서서 가슴을 치며 하나님을 향하여 불쌍히 여겨 달라고 하나님의 도우심을 필요로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겸손한 사람은 하나님의 도움을 받아들입니다. 또한 겸손한 사람은 이웃의 도움도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린아이처럼 살아야 합니다. 한마디로 말하면 겸손한 사람은 어린아이 같은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어린아이의 특성은 첫째, 단순성과 둘째, 솔직성과 셋째 의존성입니다. 신앙의 추구는 어린아이와 같이 단순해야 하고, 자기의 부족함과 연약함을 알기에 주님을 의존할 줄 알아서 “하나님 없이는,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 없이는 못 삽니다. 저를 불쌍히 여겨 주소서”라고 할 수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보혈로 씻어 우리 죄를 용서해 주신 그 확신을 갖고 일어나 눈물의 감격 속에서 “주님! 감사해요”라고 고백하며 걸어가는 인생, 이것이 바로 겸손한 사람들의 인생에 예비 된 하나님의 축복인 것을 믿으십시오. 그러나 또한 내 속에서 자꾸만 차 올라와서 하나님의 축복을 단절하려는 교만의 죄악을 기억하고 주의하며 살아가시는 믿음의 성도들이 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