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기도 가운데 세 번째 청원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것은 매우 중요한 것을 가르침입니다. 대부분의 경우에 사람들은 자기가 품은 뜻을 이루기 위해 하나님의 도움을 청하는 기도를 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우리 각자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셨음에 유념해야 할 것입니다. 한국교회가 그 기적 같은 성장의 비결이라고 세계에 내놓으며 자랑하는 것이 새벽기도지만 온통 자기의 뜻이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를 드린다면 밤을 꼬박 새며 기도해도 개인의 신앙이든 교회든 바로 설 수는 없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나더러 ‘주여! 주여!’ 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마7:21) 말씀하셨고 “누구든지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자가 내 형제요 자매요 어머니이니라.”(막3:35) 하셨습니다. 복음서는 예수님 자신이 오직 아버지 하나님의 뜻만을 행하시고 이루려 하셨음을 보여줍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나의 양식은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며 그의 일을 온전히 이루는 이것이니라.”(요4:34) 하셨고, “내가 아무 것도 스스로 할 수 없노라. 듣는 대로 심판하노니 나는 나의 뜻대로 하려 하지 않고 나를 보내신 이의 뜻대로 하려 하므로 내 심판은 의로우니라.”(요5:30) 하셨으며, 오늘 본문 38절에서도 “내가 하늘에서 내려온 것은 내 뜻을 행하려 함이 아니요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을 행하려 함이니라.” 하셨음을 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주시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신 그 아버지의 뜻이란 과연 무엇이겠습니까? 우선 오늘 본문 39-40절에서 예수님께서 뭐라고 말씀하셨습니까?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내 아버지의 뜻은 아들을 보고 믿는 자마다 영생을 얻는 이것이니 마지막 날에 내가 이를 다시 살리리라.” 하셨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우리의 구원과 부활과 영생이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신 아버지 하나님의 뜻임을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너무나 유명한 요3:16의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는 말씀과 같은 내용의 말씀입니다. 사도 바울은 갈1:4에서 “그리스도께서 하나님 곧 우리 아버지의 뜻을 따라 이 악한 세대에서 우리를 건지시려고 우리 죄를 대속하기 위하여 자기 몸을 주셨다”고 써서 우리의 속죄와 구원이 아버지 하나님께서 아들 예수 그리스도를 우리에게 보내신 뜻임을 밝히고 있습니다. 히10:9-10에서는 그리스도께서 행하러 오신 하나님의 뜻을 말하며 “이 뜻을 따라 예수 그리스도의 몸을 단번에 드리심으로 말미암아 우리가 거룩함을 얻었노라.” 했고 사도 바울도 말하기를 “하나님의 뜻은 이것이니 너희의 거룩함이라. ... 하나님이 우리를 부르심은 부정하게 하심이 아니요 거룩하게 하심이라”(살전4:3, 7) 함으로써 우리의 성화가 하나님의 뜻임을 말하고 있습니다. 성화는 다름 아니라 우리의 구원을 이루어가시는 하나님의 지속적인 행위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러한 아버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기도하라 가르치셨습니다.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졌다는 말은 무슨 뜻이겠습니까? 그 대답의 단서를 우리는 사도 바울의 편지 속에서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엡1:3-14입니다: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곧 창세 전에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택하사 우리로 사랑 안에서 그 앞에 거룩하고 흠이 없게 하시려고 그 기쁘신 뜻대로 우리를 예정하사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자기의 아들들이 되게 하셨으니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이는 그가 모든 지혜와 총명을 우리에게 넘치게 하사 그 뜻의 비밀을 우리에게 알리신 것이요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때가 찬 경륜을 위하여 예정하신 것이니 하늘에 있는 것이나 땅에 있는 것이 다 그리스도 안에서 통일되게 하려 하심이라.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우리가 예정을 입어 그 안에서 기업이 되었으니 이는 우리가 그리스도 안에서 전부터 바라던 그의 영광의 찬송이 되게 하려 하심이라. 그 안에서 너희도 진리의 말씀 곧 너희의 구원의 복음을 듣고 그 안에서 또한 믿어 약속의 성령으로 인치심을 받았으니 이는 우리 기업의 보증이 되사 그 얻으신 것을 속량하시고 그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 하심이라.”

다소 길기 때문에 단번에 무슨 말씀인지 파악하기가 힘들지 모르나 이 말씀을 다시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거기서 몇 무더기의 말들이 여러 번 반복됨을 발견합니다.
첫째 무더기에 속하는 말들은 4, 5, 9, 11절에 나오는 선택과 예정입니다.
둘째 무더기의 말들은 3, 4, 7, 12절에서 보듯이 “그리스도 안에서”, 또는 11, 13절에서 보는 대로 “그 안에서”, 또는 6절에서처럼 “그가 사랑하는 자 안에서”, 또는 5절에서 보듯이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또는 7절에서처럼 “그의 피로 말미암아” 같은 말들입니다.
셋째 무더기의 말들은 6절의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 7절의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같은 말들입니다.
넷째 무더기의 말들은 5절의 “그 기쁘신 뜻대로”, 9절의 “그의 기뻐하심을 따라”, 11절의 “모든 일을 그의 뜻의 결정대로 일하시는 이의 계획을 따라” 등의 말들입니다.

이러한 사실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리의 죄용서와 구원과 성화와 영생의 복이 성부, 성자, 성령 삼위일체 하나님에 의해서 만세 전에 예정된 것임을 의미합니다. 또 그것은 우리가 받는 구원과 영생의 복이 하나님의 일방적이고 주권적이며 은혜로운 선택으로 말미암은 것이지 우리의 의지와 결단과 노력의 결과가 아님을 의미합니다. 그러므로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는 하나님의 절대주권에 대한 복종과 그의 전적인 은혜에 대한 인식과 고백과 감사가 함께할 때에 참되고 의미 있는 기도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기도는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시고 인간을 지으실 때 가지셨던 목적을 이루시라는 기원이며, 하나님께서 본래 의도하셨던 하나님의 나라를 완성하시기를 바라는 간구이고, 하나님께서 세우신 계획은 절대로 선하다는 신뢰의 표현인 것입니다.

본래 이기적인 우리 인간들이 내 뜻이 아니라 오직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만을 바라고 기도할 수 있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습니까? 첫째로는 부단히 내 뜻을 하나님의 뜻에 일치시키기를 힘써야 할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 보면 하나님의 뜻을 내 뜻에다 끼워 맞추려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그렇게 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의 뜻을 비우고 하나님의 뜻으로 우리의 마음을 채우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것을 위해 성령의 역사를 간구해야 합니다.

둘째로는 성경의 증거대로 하나님의 지혜와 능력과 사랑과 공의를 신뢰해야 합니다. 만일 하나님께서 언제나 모든 일에 있어서 지혜와 능력과 사랑과 공의의 하나님이시라는 확신이 없다면 어떻게 그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바라겠습니까? 그러므로 우리가 우리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할 수 있으려면 하나님의 전지전능하심과 그의 사랑과 공의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내가 나를 위해서 가진 뜻보다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가지신 뜻이 훨씬 더 좋고 크다는 믿음이 있을 때 우리는 우리의 뜻을 하나님의 뜻 앞에서 쉽게 포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이 이 땅에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사람이라면 그 자신이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힘써야 할 것입니다. 성경은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습니까? 요일2:15-17을 봅니다: “이 세상이나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지 말라. 누구든지 세상을 사랑하면 아버지의 사랑이 그 안에 있지 아니하니 이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육신의 정욕과 안목의 정욕과 이생의 자랑이니 다 아버지께로부터 온 것이 아니요 세상으로부터 온 것이라. 이 세상도, 그 정욕도 지나가되 오직 하나님의 뜻을 행하는 자는 영원히 거하느니라.” 이 세상을 너무 좋아하는 사람은 하나님의 뜻이 무엇인지 알기가 힘듭니다. 이 세상을 너무 좋아하다 보면 하나님의 뜻을 알려는 관심도 행하려는 의지도 사라지기 쉽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도 바울은 “너희는 이 세대를 본받지 말고 오직 마음을 새롭게 함으로 변화를 받아 하나님의 선하시고 기뻐하시고 온전하신 뜻이 무엇인지 분별하도록 하라.”(롬12:2) 권면했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뜻대로 행하는 것인지를 보다 긍정적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살전5:16-18)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라고 가르치신 주님의 의도는 일차적으로는 사람의 뜻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구하라고 가르치시는 데 있었겠지만 또한 개인주의적인 기도가 아니라 공동체적인 기도를 하라는 데 있었다고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의 뜻은 하나님의 나라에 있는 것이고 하나님의 나라는 바른 관계의 나라이겠기 때문입니다. 즉 주 안에서 모두가 사랑과 일치와 평화를 이루어지는 것이 곧 하나님나라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고 청원할 것을 가르치신 것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와 나라와 세상에 관심을 갖게 합니다. 그저 하나님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진 하늘나라만 가면 되지 이 세상은 어떻게 되든 상관없다는 무관심이나 현실도피적인 사고는 주님의 가르침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주님께서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아버지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간구하라고 가르치신 것은 하늘 아버지처럼 이 세상에 대해 우리가 가져야 할 관심과 책임을 상기시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이 세상을 사랑하시고 참으시고 변화시키시며 구원하시기를 원하시는 것처럼 그의 자녀 되고 그의 나라의 백성 된 우리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을 사랑하고 참고 변화시키며 구원하는 일에 힘껏 동참해야 하는 것입니다. 다만 사도 요한이 말한 것처럼 육신의 정욕과 안목으로 이 세상과 세상에 있는 것들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사랑으로 이 세상에 대해 관심을 갖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른 기도의 자세는 하나님께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고 기도하며 구한 바대로 행하기를 힘쓰는 것이라고 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뜻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한다면 또한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고 힘써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사람들이 하나님의 뜻을 온전히 행한다는 것은 사실 불가능한 일입니다. 세상이 악하기 때문이며 우리 자신이 또한 연약하기 그지없는 죄인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다가 좌절하기 쉬운 것이 우리들입니다. 악한 세상 때문에 낙담하고 우리 자신 때문에 실망하기 십상입니다. 그러나 이때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 이미 이루어졌다는 것은 우리에게 크나큰 위로와 힘이 될 수 있습니다. 하나님에 의해 하늘에서 이미 이루어진 일이라면 이 땅위에서도 반드시 이루어지고 말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께 아버지의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주실 것을 기도하라 하심으로써 우리에게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뜻을 행하려다가 낙심하지 말 것을 또한 가르치신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또한 가르치시기를 “구하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리하면 찾아낼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리하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 구하는 이마다 받을 것이요 찾는 이는 찾아낼 것이요 두드리는 이에게는 열릴 것이니라. 너희 중에 누가 아들이 떡을 달라 하는데 돌을 주며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줄 사람이 있겠느냐? 너희가 악한 자라도 좋은 것으로 자식에게 줄 줄 알거든 하물며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께서 구하는 자에게 좋은 것으로 주시지 않겠느냐?”(마7:7-12) 하셨기 때문입니다. 더더군다나 내 뜻도 아니고 사람들의 뜻도 아닌 하나님 아버지의 뜻을 구하는데 안 이루어주실 리가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기도하라 하셨으면 이루어주실 것을 믿어야 할 것입니다. 이 믿음 안에서 하나님의 뜻을 행하다 겪는 모든 실패와 낙심과 절망과 회의와 자포자기를 극복해나가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기를 빕니다. 이미 하늘에서 이루어진 아버지 하나님의 뜻을 땅에서 이루시기 위해 우리에게 오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세상에서는 너희가 환난을 당하나 담대하라. 내가 세상을 이기었노라.”(요16: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