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기도문에서의 둘째 청원은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라는 것입니다. 즉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비는 것입니다. 이 청원은 사실상 주기도문의 모든 청원을 대표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청원은 하나님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는 청원으로 환원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첫째 청원이 무엇입니까?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하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청원의 뜻이 무엇이라고 했습니까? 그것은 하나님을 우리의 창조주요 공의로우신 섭리주이시며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를 구원하신 아버지로 바로 알고 그를 경외하며 순종하고 성결한 삶을 살며 찬양과 경배의 삶을 살고 하나님나라의 일꾼 되어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해달라는 것이라 했습니다. 그 청원대로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곧 하나님의 나라가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주기도문의 셋째 청원은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이 또한 둘째 청원의 다른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하늘에서처럼 땅에서도 하나님의 뜻이 다 이루어진다면 그것이 바로 하나님의 나라이겠기 때문입니다.

또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우리가 우리에게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여 준 것 같이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우리를 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악에서 구하소서.” 하는 그 다음의 청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날마다 필요한 것들을 다 공급해주셔서 생존의 염려가 사라지고 하나님께서 우리의 모든 죄를 용서하심으로써 죄책과 정죄와 죽음과 멸망과 영원한 형벌의 고통으로부터 해방될 뿐 아니라 사람들 사이에 서로서로 용서하는 사랑이 충만하며 죄와 악에 빠져 살지 않게 되는 것, 그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나라가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이런 뜻에서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는 청원은 사실상 주기도문의 모든 청원을 대표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 43절에 보면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내가 다른 동네들에서도 하나님의 나라 복음을 전하여야 하리니 나는 이 일을 위해 보내심을 받았노라.” 하셨듯이 하나님나라의 복음을 전하는 것이 주님의 사명이었고 주님께서 이 세상에 오신 목적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기에 주님께서는 제자들에게, 그리고 오늘 우리 모두에게도 그 하나님의 나라가 오기를 간구하라고 가르치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란 어떤 나라입니까? 하나님이 주인이신 나라입니다. 하나님이 다스리시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이 다 책임지시는 나라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 이 세상나라와는 전혀 다른 법, 다른 가치관이 지배하는 나라라 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이 자기 아이들을 데리고 와서 예수님께서 만져주시기를 바랄 때 제자들이 그들을 꾸짖는 것을 예수님께서 보시고는 노하셔서 말씀하시기를 “어린아이들이 내게 오는 것을 용납하고 금하지 말라. 하나님의 나라가 이런 자의 것이니라.”(막10:14) 하셨습니다. 또 말씀하시기를 “재물이 있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심히 어렵도다. ...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낙타가 바늘귀로 나가는 것이 부자가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는 것보다 쉬우니라.”(막10:23-25) 하셨습니다.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이라”(마5:3) 말씀하기도 하셨고 “의를 위하여 박해를 받은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라.”(마5:10)고도 말씀하셨습니다. 마태복음 20장에 나오는 <포도원 일꾼들의 비유>말씀은 하나님의 나라가 세상의 계산법과는 전혀 다른 은혜의 계산법이 지배하는 나라임을 보여줍니다. 거기서 하나님나라의 은혜의 계산법이란 어떤 것입니까? 포도원에서 일한 일꾼들 가운데 어떤 사람은 열두 시간, 어떤 사람은 아홉 시간, 어떤 사람은 여섯 시간, 어떤 사람은 세 시간, 그리고 어떤 사람은 단 한 시간 일했는데 포도원주인은 모든 일꾼에게 다 꼭 같이 한 데나리온씩을 품삯으로 주었고 그것을 불공평하다고 원망하는 사람에게 대답하기를 “내가 잘못한 것이 없다. 내가 내 것을 가지고 선한 일을 한 것이다.”(13-15절)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포도원주인이 말하는 선한 일이란 일을 가장 많이 한 일군들과의 약속을 지키면서 비록 한 시간밖에 일하지 못한 일꾼들에게도 그 식구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한 데나리온이 필요함을 알고 그들에게 부족함이 없도록 호의를 베푼 것입니다. 이렇게 하나님의 나라는 세상나라와는 다른 나라입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나라가 오기를 빈다는 것은 사람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상실했음을 전제하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인간을 창조하실 때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고자 하셨습니다. 그런데 인간이 죄를 범함으로써 하나님의 나라를 상실한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가 온다는 것은 죄의 문제가 해결되며 죄의 권세가 결정적으로 제압되고 소멸됨을 뜻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온다는 것은 죄를 이기시고 우리의 죄의 문제를 다 해결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구속사역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를 상실하게 한 그 죄의 내용이 무엇입니까? 첫 사람 아담과 하와의 죄는 형식적으로는 에덴동산의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를 하나님의 금지명령을 무시하고 따먹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행위는 하나님에 대한 불순종과 교만과 불신앙의 행위였습니다. 불순종과 교만과 불신앙은 죄의 본질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의 나라란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인간이 하나님께 하나님의 자리를 온전히 드리며 하나님 앞에서 인간의 자리를 바르게 지키는 겸손과, 하나님의 말씀을 순종하며 사는 삶이 있는 나라를 말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는 것은 언제입니까? 성경은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나라를 미래적이고 종말론적인 것으로 말하고 있습니다. 즉 하나님의 나라를 앞으로 올 것, 주님께서 재림하시고 최후의 심판을 하실 때 이루어질 것으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예수님의 비유말씀들을 들어봅니다. 먼저 마13:24-30의 말씀입니다: “예수께서 그들 앞에 또 비유를 들어 이르시되 천국은 좋은 씨를 제 밭에 뿌린 사람과 같으니 사람들이 잘 때에 그 원수가 와서 곡식 가운데 가라지를 덧뿌리고 갔더니 싹이 나고 결실할 때에 가라지도 보이거늘 집 주인의 종들이 와서 말하되 ‘주여 밭에 좋은 씨를 뿌리지 아니하였나이까? 그런데 가라지가 어디서 생겼나이까?’ 주인이 이르되 ‘원수가 이렇게 하였구나.’ 종들이 말하되 ‘그러면 우리가 가서 이것을 뽑기를 원하시나이까?’ 주인이 이르되 ‘가만 두라. 가라지를 뽑다가 곡식까지 뽑을까 염려하노라. 둘 다 추수 때까지 함께 자라게 두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들에게 말하기를 가라지는 먼저 거두어 불사르게 단으로 묶고 곡식은 모아 내 곳간에 넣으라 하리라.’” 여기서 추수 때란 최후의 심판 때를 가리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그때 오리라는 말씀입니다. 이어서 마25:31-34의 말씀을 봅니다: “인자가 자기 영광으로 모든 천사와 함께 올 때에 자기 영광의 보좌에 앉으리니 모든 민족을 그 앞에 모으고 각각 구분하기를 목자가 양과 염소를 구분하는 것 같이 하여 양은 그 오른편에 염소는 왼편에 두리라.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 이렇게 볼 때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는 청원은 완성된 하나님나라의 도래를 비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다른 한편으로는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이 세상에서 우리가 소유하고 누릴 수 있는 것으로 말하기도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말씀하시기를 “그러나 내가 하나님의 성령을 힘입어 귀신을 쫓아내는 것이면 하나님의 나라가 이미 너희에게 임하였느니라”(마12:28, cf.눅11:20) 하셨고, 바리새인들이 하나님의 나라가 어느 때에 임하냐고 물었을 때는 대답하시기를 “하나님의 나라는 볼 수 있게 임하는 것이 아니요 또 여기 있다 저기 있다고도 못하리니 하나님의 나라는 너희 안에 있느니라.”(눅17:20-21) 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흑암의 권세에서 건져내사 그의 사랑의 아들의 나라로 옮기셨다.”(골1:13)고 하며 하나님의 나라를 이미 이루어진 일로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실 하나님의 나라는 주님의 재림과 최후의 심판에 의해서 완성될 것이지만, 우리가 예수를 믿을 때 우리는 이미 하나님의 자녀가 되며 비록 불완전하기는 하나 하나님나라의 삶을 앞당겨 살게 되는 것입니다. 앞당겨 하나님나라의 시민이 되었다는 것, 이것이 이미 하나님나라가 우리에게 온 것입니다.

이상에서 우리는 하나님의 나라가 어디에 있느냐와 관련된 영토개념이 아니라 누가 다스리느냐에 관련된 통치개념임을 알 수 있습니다. 또한 하나님의 나라는 현재적이며 동시에 미래적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즉 하나님의 나라는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으로써 이미 이루어진 현실이며 동시에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오실 때 완성될 미래의 일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그러한 것이라면 우리가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그것은 일단은 나에게 하나님나라가 임하기를 비는 것입니다. 즉 개인구원을 위한 청원입니다. 내가 하나님의 뜻대로 살 수 있게 해달라는 간구입니다. 회개하고 복음을 따르는 삶을 살겠다는 것이며, 또 그렇게 할 수 있게 해달라는 것입니다. 하나님나라를 상실케 했던 불신앙과 교만과 불순종의 삶을 버리고 신뢰와 겸손과 순종의 삶을 살겠다는 뜻입니다. 하나님나라의 삶을 나의 최고의 기쁨으로 삼겠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비유말씀입니다: “천국은 마치 밭에 감추인 보화와 같으니 사람이 이를 발견한 후 숨겨 두고 기뻐하며 돌아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밭을 사느니라. 또 천국은 마치 좋은 진주를 구하는 장사와 같으니 극히 값진 진주 하나를 발견하매 가서 자기의 소유를 다 팔아 그 진주를 사느니라.”(마13:44-46) 하나님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는 것은 또한 이 세상나라와 육을 좇는 삶을 버리고 성령을 좇는 삶을 살겠다는 것입니다. 사도 바울이 “하나님의 나라는 먹는 것과 마시는 것이 아니요 오직 성령 안에서 누리는 의와 평강과 희락이라.”(롬14:17) 한 것처럼 그런 삶을 살게 해달라는 청원입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한다는 것은 다른 한편으로는 이 땅과 온 누리에 하나님의 나라가 오기를 비는 것입니다. 즉 세상구원을 위한 청원입니다. 복음을 증언하겠다는 선교적 간구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다시 아버지 하나님께로 올라가시며 말씀하셨습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내게 주셨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볼지어다. 내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마28:18-20) 또 말씀하시기를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행1:8) 하셨습니다. 땅끝까지 이르러 모든 민족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이 되고 그를 가르쳐 그의 제자가 되게 하는 일은 주님의 지상명령입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는 기도는 그러므로 주님의 지상명령을 수행하겠다는 다짐인 것입니다.

우리가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하나님나라를 위하여 헌신하겠다는 것입니다. 예수 그리스도의 하나님나라 사역에 동참하고 그 도구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손에 쟁기 잡은 채 뒤 돌아보지 않고 앞을 향해 열심히 일하겠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께서는 “손에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하나님의 나라에 합당하지 아니하니라.”(눅9:62)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나님나라를 위해서 힘쓸 때 하나님께서 함께 해 달라는 청원입니다.

하나님의 나라가 오기를 기도하는 것은 철저한 자기부인의 삶을 살라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주인이시고 하나님만이 다스리시며 하나님의 기쁨과 영광만을 위한 나라가 오기를 구하라는 것입니다. 예수 믿으면서 나의 나라, 내 세상이 되기를 구해서는 안 됩니다. 우리나라, 우리 세상이 되기를 바라서도 안 됩니다. 나의 나라도 아니고 우리나라도 아니며 이 세상나라도 아닌 하나님의 나라가 임하기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특정지역 사람들이 판치는 나라도 아니고 특정학교 출신들이 장악하는 나라도 아니며 특정교회 사람들이 다스리는 나라 또한 아닌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