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인류 문명사에 있어서 가장 위대한 영향을 끼친 문명을 말할 때 로마 제국의 문명을 손꼽는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 위대하고 거대한 로마-로마는 하루 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고 했던 바로 그 로마가 어떻게 하루 아침에 망해버리고 말았는가는 역사의 미스터리에 속한 물음에 속합니다. 그래서 로마 제국의 멸망의 원인을 분석하는 많은 책들이 씌어졌고 작가의 숫자만큼이나 로마 제국의 멸망의 원인은 다양하게 분석되고 있습니다. 인력의 부족, 토지 소유의 집중, 비 효율적인 경제제도의 파탄, 로마 사회 상하 계층의 갈등, 육군의 야만화, 지나치게 용병을 의존한 군대의 운영, 인간성의 황폐화, 강우량의 변화와 말라리아의 창궐, 심지어 수도관물에 의한 황제들의 중독까지 말입니다. 그러나 아마도 가장 보편적으로 크게 지적되는 원인은 로마 사회 전체에 걸친 도덕성의 타락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분석가운데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흥미로운 지적들의 하나는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멸망에 일조했다는 것입니다.

저 유명한 에드워드 기본의 중요한 저서 ‘로마제국 쇠망사’와 최근에 많이 읽힌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에서 함께 이 원인이 지적되고 있습니다. 지나치게 정치화 되어버린 권력의 중심이 된 기독교, 특권을 즐기고 사명을 상실한 기독교, 타 종교에 대한 지나친 배타성, 기독교인 상호간의 권력 다툼, 이웃을 사랑하지 못한 기독교인의 모습이 증언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우리가 변호를 할수 있다면 이것은 기독교가 로마의 국교가 되고 난 후기 현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초기 기독교는 아무런 특권없이 핍박받는 모습, 권력을 비판하고 권력에 초연했던 모습, 오히려 믿음 때문에 권력을 포기하던 모습, 이웃 사랑을 위해 자신을 기꺼이 희생하던 사람들-그들이 초기 로마의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마도 기독교인의 입장에서 좀 더 객관적인 기술을 하자면 초기 기독교의 거룩한 영향과 함께 로마의 문명은 절정에 도달하고, 기독교의 부패와 함께 로마는 쇠락했다는 것이 정직한 진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초기 로마의 기독교가 세상의 소금이었다면, 후기 로마의 기독교는 막스의 비판처럼 민중을 타락시킨 아편이었던 것입니다. 우리의 믿음이 소금 역할을 하느냐, 아편 역할을 하느냐는 전적으로 우리의 선택입니다.

그렇다면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로마의 기독교는 세상의 소금이었고, 빛이었던 초기 로마 교회의 모습입니다. 로마서는 초기 로마 교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유일한 자료인 것입니다. 빛나는 영향력을 가졌던 초기 로마 교회-어떤 교회였을까요? 이것은 건강한 교회를 만들어 가야 할 우리가 반드시 물어야 할 중요한 질문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교회에서 배우는 건강(웰빙) 교회의 모습-두가지 특성을 살펴보고자 합니다.

1. 믿음의 좋은 소문을 가진 교회입니다.

우선 바울 사도는 로마서의 서론인 1장에서 로마교인들의 믿음에 대하여 자랑스럽게 인정하고 감사를 드리고 있습니다. 사실 로마 교회가 처음에 어떻게 누구에 의하여 시작되었는지는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있는 신학적인 숙제입니다. 바울이 이 로마서를 쓰던 시점에 그는 아직 로마를 방문한 일이 없었으며 카톨릭의 주장과는 다르게 이 시기 전에 베드로가 로마에 있었다는 증거도 존재하지 않습니다. 베드로는 행15장에 의하면 AD 49년 경에 개최된 예루살렘 총회시 로마가 아닌 예루살렘에 있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바울이 이 편지를 기록할 때 베드로가 로마 교회의 지도자였다면 왜 바울은 한마디도 베드로에 대한 언급을 하지 않고 있을까요? 그래서 대부분의 복음주의 학자들은 로마 교회는 행전 2장 오순절 사건 때 그때 거기서 은혜 받고(행2:10) 로마로 온 유대인들에 의해 세워진 교회였을 가능성이 가장 많다고 판단합니다. 그렇다면 특별한 지도자도 없이 세워진 로마 교회가 바울 사도의 칭찬을 받을만한 믿음을 가지고 로마 사회에 영향을 끼치고 있었다면 이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제 본문이 시작되는 7절에서 바울은 로마 교회 성도들에게 의례적인 인사를 드린후 8절에서 그들의 믿음을 칭찬하고 있습니다. 읽어 보겠습니다. “먼저 내가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너희 모든 사람에 관하여 내 하나님께 감사함은 너희 믿음이 온 세상에 전파됨이라”

여기서 전파되었다는 말은 전도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소문이 났다는 말입니다. 대부분의 영어 번역은 그들의 믿음이 당시의 여러 지역에 report(리포트)되었다고 기록합니다. 특별한 지도자의 지도없이도 그들의 믿음이 소문이 당시의 세상에 알려질 만큼, 혹은 사도 바울의 칭찬을 받을만큼 좋은 믿음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은 그들의 믿음이 이미지뿐 아니라 확실한 내용을 갖추기를 기대한 것입니다. 그래야 그들이 대 로마제국에 좋은 믿음의 영향을 끼치게 되지 않겠습니까? 이미지는 중요하지만 이미지가 콘텐츠를 갖지 못할 때 한때의 거품으로 끝날 것입니다. 여기에 바울 사도가 로마서를 기술한 이유의 하나가 있습니다. 참된 복음적 믿음이 무엇인가를 설명하여 로마 교인들이 믿음의 내용을 붙잡게 될 것을 기대한 것입니다.

특별히 롬1-8장까지가 바로 우리의 믿음의 콘텐츠를 형성하는 복음을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다루어지는 두 가지 중요한 주제가 죄와 은혜입니다. 먼저 사도는 하나님의 진노를 피할수 없는 죄인들의 실상(1-3장까지)을 다룬 다음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우리가 예수로 말미암아 의롭다하심을 얻을수 있다(4-8장)고 기록합니다. 우리의 믿음이 이 하나님의 은혜안에 확실한 뿌리를 내릴 때 비로소 우리의 믿음은 세상의 희망이 될 수 있는 것을 바울은 알고 있었습니다. 민일 우리의 믿음이 자기 의(하나님의 의가 아닌)에 근거한 것이라면 우리의 믿음은 언제라도 흔들릴수 있는 것입니다. 유명한 로마의 신학자 어거스틴은 로마 제국이 흔들리고 있을때 비록 로마가 망해도 이 하나님의 은혜에 뿌리 박은 믿음을 가지고 사람의 도성이 아닌 하나님의 도성을 바라보고 있다면 언제 어디서라도 주의 백성들은 흔들릴 필요가 없다고 믿었습니다. 이래서 탄생한 책이 “하나님의 도성”(City of God)이었습니다. 종교개혁의 주제도 동일하지 않았습니까? 험난한 시대에 개혁자들이 붙들었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세가지 였습니다. 오직 성경(Sola Scriptura), 오직 은혜(Sola Gratia), 오직 믿음(Sola Fide)였습니다. 우리 교회도 변함없이 이 믿음위에 세워져 가기를 기도해야 할 것입니다.

2. 사랑의 좋은 헌신을 가진 교회입니다.

로마교회에서 배우는 건강한 교회의 모습-둘째는 복음을 위해 서로를 진정으로 사랑의 수고를 나누는 교회였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특히 로마서 마지막 장에서 바울 사도가 로마 교회의 여러 성도들에게 문안하는 대목에서 엿볼수 있습니다. 마지막 장으로 가보십시오. 바울은 그의 어떤 서신서 보다도 이 로마서의 마지막 장에서 “사랑하는”이라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5절에 보면 “내가 사랑하는 에배네도--”라고 말합니다. 8절에도 “주안에서 내 사랑하는 암볼리아--”라고 말합니다. 9절에도 “나의 사랑하는 스다구--”라고 기록합니다. 12절에도 “주안에서 많이 수고하고 사랑하는 버시--”라고 말합니다. 이토록 사랑이라는 단어를 남발할 정도로 로마교회는 이미 사도 바울을 감격시키는 사랑의 헌신이 넘쳐나고 있었던 것입니다. 이 사랑의 수고를 바친 대표적인 한 교우 부부에 대하여 바울은 특별한 애정을 가지고 그들의 사랑의 헌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바로 브리스가 아굴라 부부였던 것입니다.

바울은 본문 3절에서 우선 이들을 “나의 동역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다음 절 4절에서 어떻게 이들의 사랑의 헌신을 묘사합니까? “그들은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들의 목까지 내 놓았나니-” 성경학자들은 이들 부부가 바울이 어떤 결정적인 위기에 처했을때 사도를 구하는 일을 했거나 아니면 바울의 선교 사역을 몸바쳐 도운 배경에서 이런 표현이 나온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좀더 우리는 이들 부부의 인생의 발걸음을 추적해 보기로 하겠습니다. 브리스가(부리스길라)라는 이름은 본래 로마식이었기에 그녀는 로마인 여성으로 유대인 천막업자로 로마에 와서 거하던 아굴라와 국제 결혼을 한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런데 로마의 글라우디오 황제 시절 유대인 추방명령이 내리자 그리스 고린도로 이주해 와 살다가 거기서 제2차 전도여행중인 바울을 만나게 됩니다.(행18장) 아마도 아굴라가 바울과 같이 천막을 깁는 동종의 직업을 가지고 있어 접근이 쉬웠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 만남으로 아굴라 부부는 바울의 제자요 동역자가 되어 함께 복음전도에 헌신하게 됩니다. 그후 바울이 에베소로 옮겨가자 이들 부부는 다시 에베소로 이주하여 바울과 함께 복음을 전합니다. 여러분, 이사 많이 해 보셨지요? 그런데 복음 때문에 이사해 보신 일이 있으십니까?

저는 자녀들의 학교 때문에 이사가는 분들은 많이 보았습니다. 남편의 직장 때문에 이사가는 분들도 많이 볼수 있습니다. 아파트 당첨으로 이사가는 분들도 많이 보았습니다. 그런데 교회 때문에 신앙 때문에 아니 전도 때문에 이사해 보셨습니까? 요즈음은 신앙 때문에 이사가는 것이 아니라 돈 때문에 이사가고 교회도 오히려 쉽게 떠나지 않나요? 브리스가 아굴라 부부는 바울 사도를 도와 선교할 목적으로 적어도 두 번이나 그것도 나라를 바꾸면서 이사를 다닌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더욱 놀라운 헌신은 그들의 집을 교회로 오픈했다는 사실입니다. 고린도 교회도 브리스가 아굴라 부부의 집에서 모임을 가졌고 에베소 교회도 한때 이들의 집에서 모임을 가졌던 것으로 증거되고 있습니다. 그후 로마에서 유대인들에 대한 박해가 그치자 이들 부부는 고향과도 같았던(본래 고향은 아시아 본도) 로마로 다시 돌아가게 됩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냥 고향이 그리워서 로마로 간 것이 아닙니다. 이번엔 자신들의 고향과도 같았던 로마, 그리고 세계의 중심도시인 로마를 복음화할 선교적 목적으로 돌아 간 것입니다. 어떻게 압니까?

다시 본문 5절을 보십시오. 5절이 어떤 말씀으로 시작합니까? “또 저의 집에 있는 교회에도 문안하라--” 그들이 로마로 가서 제일 먼저 한일이 자신의 집을 오픈하여 로마 교인들이 모이게 한 것입니다. 물론 로마 교회가 브리스가 아굴라 집에서만 모인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14절에 보면 “--함께 있는 형제들”이란 표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가정 교회, 우리 교회식으로 말하면 목장 교회 양식으로 여러 집에서 흩어져 모인 것으로 보입니다. 여러분, 이 목장 교회들이 바로 로마를 복음화한 선교의 주체였던 것입니다. 로마를 바꾼 것은 오늘날의 베드로 대성당(바티칸)이 아니라, 우리들의 가정에서 모여 삶을 나누고 기도하고 이웃들에게 복음을 전하던 그 사랑의 공동체가 있어서 가능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사랑의 공동체의 핵심에는 브리스가 아굴라 같은 자기 개인의 사생활을 희생하며 집을 교회로 열었던 목자들의 헌신이 있었던 것입니다. 저는 지금이라도 이땅의 모든 성도들이 주일에 한번 모여 예배하는 것으로 신앙생활을 다 한 것 같은 패러다임을 깨트리고 주간에 가정에서 모여 집을 열어 이웃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고 기도하며 아직도 복음을 듣지 못한 이웃들에에로 나아가기로 결단한다면 초기 로마시대처럼 우리는 다시 한번 복음이 세상을 바꾸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오늘날 다행히 셀 교회 운동이 전 세계 교회를 다시 흔들어 깨우고 있습니다. 여러분은 이 깨우심의 운동의 한 복판에 계신가요? 아직도 방관자이신가요?

브리스가 아굴라가 활동할 무렵 그의 본래 고향인 소아시아 본도에서 태어나 로마 황제에 의해 후일 비두니아 총독으로 임명된 플리니 2세(Pliny the Younger)라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가 소아시아 총독으로 있으면서 자기 통치영역의 사정을 편지로 로마의 트라얀 황제에게 써 보낸 편지가 남아있는데(플리니의 편지)이 편지에서 우리는 당시 그리스도인들의 삶의 모습을 알 수 있는 대목들이 등장합니다. “내게는 그들의 신앙이 해가 없는 미신(innocent superstition)으로 보여집니다. 그들은 새벽에도 모여 시를 교독하며 찬송을 하며 그리스도를 신처럼 경배합니다. 때로 그들은 이웃에게 악을 행하지 않고 선하게 살기로 약속합니다. --때로는 저녁에도 그들 신도의 집에서 모여 포도주와 떡을 먹고(성찬식) 사랑을 약속합니다. 그들은 그리스도를 위해 그리고 서로를 위해 죽기로 약속합니다. 그리고 그들은 사랑을 위해 죽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무리들입니다.” 바로 이 사랑이 로마를 정복한 힘이었던 것입니다.

그의 편지에는 그리스도인들의 심문 장면까지 남아 있습니다. “내가 너희들을 신을 경배하기 어려운 먼 곳으로 유배를 보내버리겠다”고 하자 한 그들의 지도자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그럴수 없으실 것입니다. 왜냐하면 온 세상이 우리 아버지의 집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다시 “그러면 널 죽이겠다”고 하자, 그는 “내 생명은 그리스도안에 있습니다”고 대답했습니다. “내가 너의 모든 소유를 빼앗겠다”고 하자, 그는 다시 “내 모든 소유는 천국에 있습니다.”고 대답하였습니다. “내가 너의 모든 인간과의 접촉에서 분리시키겠다”고 하자 그는 “그래도 저희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끊으실수는 없습니다.”고 대답한바가 있습니다. 바로 이런 믿음, 그리고 이런 사랑으로 초기 그리스도인들은 로마를 정복하고 변화시켰던 것입니다. 동일한 믿음이, 동일한 사랑이 우리에게도 필요하지 않습니까? 그러면 이런 믿음과 사랑을 만드는 집에서 모이는 교회로 가십시오.

<설교 적용 질문>

1. 로마서 1장에 나타난 로마 교회의 성도들을 향한 바울의 감사와 기도의 제목은 무엇입니까?

2. 로마서 전체의 구조로 본 믿음의 정체는 무엇입니까?

3. 바울 사도가 로마서 마지막 장에서 여러 성도들의 이름들을 언급한 이유들은 무엇입니까?

4. 우리들 목장 교회에 속한 지체들 각 사람에 대한 감사를 나누어 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