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끝나지 않은 공부를 계속하며 결혼 생활을 시작한 한 가정의 주부가 자신의 결혼 생활의 일상을 이렇게 묘사하고 있습니다. “나는 공부를 하면서 집안 살림과 육아를 전담하였고 그는 직장 일에만 매달려야 했다. 그는 대부분 11시가 넘어서야 집에 들어 왔다. 술에 취해 들어오는 날도 적지 않았다. 남편을 직장에 완전히 빼앗긴 느낌이었다. 늘 힘들어하던 그는 휴일에는 쉬어야 한다는 생각이 몹시 강했다. 집안일을 도와주거나 잠시라도 아이들을 돌봐서 아내에게 쉴 수 있는 시간을 줘야겠다는 생각은 꿈에도 못하는 눈치였다. 그로 인해 나는 사실 평일보다 휴일에 마음이 상한 적이 더 많았다. 나는 베스트셀러 한권을 읽을 여유가 없이 사는데 하루 종일 누워서 재미있는 책을 읽고 있던 남편이 야속해 짜증을 부린 어느 일요일 오후였다. 남편은 갑자기 화를 폭발하면서 -내가 집에 와서 책 하나도 못 읽어?-라고 소리치면서 읽고 있던 책을 갈기갈기 찢어 던져 버리는 것이 아닌가. 쉬면서 재충전하고 싶다는 그의 욕구와 휴일이나마 남편의 보살핌과 도움을 받고 싶었던 나의 욕구가 정면으로 충돌하던 충격적인 기억이다.--서로의 삶에 무관심해지고 각자가 맡은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남편과 아내의 의무를 다 한다고 생각하자 우리 관계는 아무런 윤기도 흐르지 않는 삭막한 관계가 되었다.--별일 아닌 일들에 꼬투리를 잡게 되고 죄책감과 당황함을 느끼게 되고 서로에 대한 용서와 관대함은 사라져갔다.”

그런데 이 자매가 자기 가정에 일어나기 시작한 어느 날의 변화를 이렇게 고백합니다. “그렇게 살던 우리 부부에게 특별한 일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마흔을 넘긴 남편이 하나님께 순종하면서 변화하기 시작했고 동일한 변화가 일 년의 시차를 두고 내게도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우리 부부는 중년의 나이에 주책없이 신혼기를 맞게 되었다. 아니 연애 때나 신혼 때도 맛보지 못하던 깊은 사랑과 연합의 즐거움을 알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 기적처럼 변화된 부부생활을 경험하게 된 자매는 자신과 자신의 남편의 믿음과 학문을 지도하던 교수님의 권고로 한권의 고백적인 책을 펴내게 됩니다. 이 책의 제목이 조 은숙님의 “우리들의 거듭난 결혼 이야기”(부제: 어느 평범한 부부에게 일어난 일상의 기적)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 부부의 변화가 어떤 굉장한 충격적인 사건 때문이 아니었다는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자는 그것이 분명히 하나님의 은혜였지만 한 가지 더 첨부하자면 본래부터 교회를 나가고 있었던 이 부부가 늘 듣고 늘 알고 있었던 말씀을 참으로 말씀 그대로 진지하게 붙들고 살아보기로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에베소서 본문이 바로 이 부부가 붙들었던 그리스도인의 부부생활에 대한 바울 사도의 말씀입니다. 자, 그러면 그리스도인의 부부 생활-어떻게 만들어 가야 합니까?

1. 부모로부터의 온전한 떠남이 있어야 합니다.

바울 사도는 에베소서 5장 22절이하에서 성령의 지배를 받는 그리스도인의 삶을 가르치면서 제일 먼저 부부관계를 다루고 있습니다. 오늘의 본문은 22절의 “아내들이여--”라는 말씀과 25절의 “남편들아--”라는 말씀으로 시작합니다. 그것은 엡 6장 1절이하의 부모와 자녀관계보다도 선행하는 가르침입니다. 사실 가정은 자녀 없이도 부부관계만으로 성립할수 있는 것입니다. 성경은 부부의 언약의 관계로 가정이 출발한다고 가르칩니다. 그러므로 부부관계는 지상의 어떤 인간관계보다도 선행하는 우선 순위적 관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은 부부관계를 통한 가정의 성립은 ‘부모로부터의 떠남’으로 시작된다고 가르치십니다. 마태 19;5에 보면 “그러므로 사람이 그 부모를 떠나서 아내에게 합하여 그 둘이 한 몸이 될지니라”라고 하셨습니다. 한 영어 성경 번역에는 아주 인상적인 세 개의 동사 leave, cleave, weave가 나란히 쓰여집니다. 부모에게서 '떠나야'(leave) 합하게 되고, 온전한 '합'(cleave)을 이룬 후에 비로소 한 몸으로 ‘엮어진다/짜여진다'(weave)는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서의 떠남은 단순한 공간적인 떠남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오늘의 많은 부부들의 문제의 뿌리는 부모에게서 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떠나지 못한 채 결혼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부부의 연합이 온전하지 못한 것입니다.

‘거듭난 결혼 이야기’를 쓴 조은숙님의 표현을 빌리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한 침대에서 여섯 명이 함께 살아간다고 말합니다. 남편과 아내, 그리고 남편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남편의 부모, 아내의 마음속에 있는 아내의 부모, 이렇게 여섯이 함께 살고 있는 셈입니다. 그녀는 격동의 세월을 살아온 현대사의 주인공들인 우리 시대의 부모들이 특히 얼마나 자녀들을 떠나보내기를 어려워하는 지를 잘 지적합니다.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수성가한 우리들의 아버지들, 남편의 멸시와 천대속에 억척같이 자식을 키워낸 어머니들, 그들의 삶이 고단하고 한이 많이 맺히면 맺혔을수록, 혹은 그들이 이룬 성과가 벅차고 자랑스러울수록 그만큼 자녀들에게는 비정상적인 기대와 부담을 가졌고, 그들은 모두 그들의 자녀들이 그들이 살아온 방식대로 아니면 그들과 반대로 살아주기를 강요해 온 것이 전형적인 한국 가정의 풍경이었다고 말합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오늘날 이 땅의 많은 가정에서의 부부들의 연합을 부실하게 만든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합니다. 부모 공경은 우리가 순종해야 할 말씀이지만, 동시에 부모를 떠나라는 말씀도 동일하게 순종되어야 할 말씀임을 기억해야 합니다. 결혼이 부모를 떠나 아내와 연합하는 일이라면 결혼한 이상 부부관계는 모든 인간관계의 우선순위가 되어야 마땅합니다. 부모를 제대로 떠나지 않으면 부부는 부부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부모의 자식으로 존재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런 부부들은 결과적으로 부모에게도 효도하지도 못하는 인생을 살게 됩니다. 성경적인 부부 생활을 누리고 싶습니까? 먼저 부모에게서 떠나십시오. 그리고 그리스도인 부모들은 자식들을 축복하며 제발 품에서 떠나보내 주십시오. 더 이상 원격 조정을 할 생각을 마십시오. 섭섭하면 주님께 달려가시고 그분에게 말하십시오.

2. 서로 복종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엡5:22 말씀은 아마도 저를 포함해서 많은 그리스도인 남자들이 가장 감격해하고 가장 선호하는 성경의 말씀일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자주 망각하는 것은 엡5:22 이전에는 엡5:21의 말씀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 누가 누구에게 복종하라고 했습니까? ‘피차에’입니다. 무슨 동기로 그렇게 해야 합니까? 그리스도 때문입니다. 그리스도를 기쁘시게 하고자 그의 말씀과 그의 모범을 따라 우리는 피차에 복종해야 합니다. 우리에게서 복종을 받으셔야 할 예수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처럼 우리도 그렇게 할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다만 22절에서 한번 더 이 단어를 사용하여 아내에게 부탁한 이유는 그렇게 해서 아내가 남편을 세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엡5:23 에서는 아내가 남편에게 복종할 이유로 남편이 아내의 머리가 됨이라고 말씀합니다. 머리라는 말은 남편의 우월성을 가르치는 표현이 아닙니다. 성경이 그리스도의 머리는 하나님이시라고 하셨을 때 이 말이 성부 하나님보다 성자 하나님이 열등하다는 의미가 아닌 것과 같습니다. 성부 하나님은 성자 하나님을 “보라,내 사랑하는 아들이라”고 부르십니다. 성자 하나님은 성부 하나님을 높이시고 그의 뜻을 이루고자 그가 존재한다고 고백하십니다. 머리는 리더십을 뜻하는 말입니다. 어느 공동체나 리더를 필요로 하고 질서를 필요로 합니다. 리더십의 궁극적인 존재이유는 공동체를 세우고자 함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문제는 복종의 의미를 성경적으로 이해하고 적용하는 일입니다. 복종은 굴종이 아닙니다. 복종이란 단어의 어근은 ‘듣는다’는 말입니다. 복종은 상대를 존중하고 그의 말에 귀를 기울임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다시 조은숙 부부의 이야기로 돌아가겠습니다. 은숙 님은 결정적으로 이 말씀이 그녀의 가정을 회복한 말씀이었다고 고백합니다. 남편이 거듭나고 성령이 그의 마음속에 역사하시기 시작하자 제일 먼저 일어난 남편의 변화는 아내의 잔소리도 싫은 내색 없이 경청하는 모습이었다고 말합니다. 직접 이 아내가 느낀 변화의 고백을 들어 보십시오. “내 말에 귀 기울여주는 남편의 변화는 나를 깜짝 놀라게 했다. 내가 제기하는 문제들을 귀등으로 듣고 흘려버리는 식으로 나를 지치게 하던 남편이 아니었던가. 아내인 나를 섬겨주는 남편위에 나 또한 섬김 받는 자로만 군림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나는 전보다 더욱 남편을 존경하게 되었고 다른 사람 앞에서 그를 높여 주게 되었으며 그의 사랑하는 아내로 순종하는 아내가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되었다. 이런 변화에는 아무런 말다툼이나 논쟁이 필요 없었다. 남자가 먼저니 여자가 먼저니 하는 신학적 논쟁도 여성 해방론적 논쟁도 필요 없었다.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는 주님의 가르침만이 있을 뿐이었다.” 바로 이것이 성경적 복종의 모습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인 부부는 바로 이런 상호 복종의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3.서로 사랑하는 관계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본문을 보면 성경이 남편에게만 사랑의 의무를 지우는 것으로 보일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25절에 “남편들아 아내 사랑하기를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사랑하심같이 하라”고 명하시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디도서2:4에 보면 “젊은 여자들은 (무엇보다)그 남편과 자녀를 사랑하라”고 성경은 가르칩니다. 사랑의 관계는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더 상호 관계일 수밖에 없습니다. 사랑은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성경이 더 연약한 그릇으로 묘사한 여성을 보호하고 세워야 한다는 의미에서 남편이 보다 관심을 갖고 실천해야 할 덕목으로 성경은 아내를 향한 남편의 책임으로서의 사랑을 강조합니다. 문제는 사랑의 당위성이 아니라 사랑의 표현 방식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그들이 마땅히 사랑해야 할 사람들을 사랑하느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예’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의 파트너들은 그들이 사랑받고 있다고 느끼지 않고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아직도 사랑을 표현하는 실제적인 방식을 배우지 못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랑은 추상명사가 아니라, 움직이는 동사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런 말을 들어 보셨는지요? “종은 울릴 때 까지 종이 아니다. 노래는 부를 때 까지는 노래가 아니다. 사랑은 표현될 때 까지는 사랑이 아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사랑을 기다리는 사람들에게 이해될 수 있는 방식으로 표현되어야 합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사랑은 언어의 고백으로 나타나야 합니다. 그러나 또 어떤 사람들은 나를 소중히 여겨주는 몸짓으로서의 사랑을 기다립니다. 밖에서 힘들게 일하는 많은 남자들은 집에서 자신을 홀로 있게 하는 방식으로 식구들이 자신을 편하게

해 줄 것을 기대합니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굴에 칩거하고 싶어 하는 남성 심리’라고 지적합니다. 이런 남자들에게는 다른 어떤 사랑의 표현보다 그가 굴에 있도록 버려두는 것이 사랑일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가 굴(cave, 현대의 굴은 TV 뉴스, 스포츠?)에서 나오고 싶어 하거든 그 절묘한 타이밍을 놓치지 말고 접근하여 그의 새로운 욕구가 무엇인가를 살펴야 합니다. 상대가 원하는 사랑의 방식을 모르거든 차라리 정직하게-당신 어떻게 해드리는 것이 좋을까요?-라고 물어 보십시오. 그러나 무엇보다 사랑은 조건 없는 용납이며 자기희생인 것을 잊지 마십시오. 주께서 우리를 조건 없이 용납하셨고 조건 없이 자신을 우리에게 주셨다면 이제 우리는 그분의 사랑에 빚진 자가 된 것입니다. 사랑이 힘들어 질 때마다 이렇게 물으십시오. 이런 정황에서 주님은 그를 어떻게 사랑하셨을 것인가를 말입니다.

4.주님의 은혜가 궁극적 희망이 되어야 합니다.

거듭난 성도들의 최선의 사랑도 섬김도 여전히 인간의 사랑이요 섬김인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서 최선이라는 이름의 땀 흘림과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인간적 노력의 한계를 감수해야 하는 우리에게 한계를 넘어서는 은혜는 그리스도인 부부관계의 마지막 희망인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주님이 우리에게 자신을 내어주신 이유는 우리가 그렇게 대접받을 자격이 있기 때문이었습니까? 아닙니다. 그것은 은혜였습니다. 은혜는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들에게 베풀어지는 조건없는 사랑입니다. 바울 사도는 이미 엡2:8에서 우리가 그 은혜로 구원의 선물을 받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본문 25절에 그리스도께서 교회를 위하여 자신을 내어주신 사랑 바로 그 사랑의 은혜를 입고 우리가 주님의 사랑받는 자가 되었다면 때로 내 남편이 내 아내가 나를 또다시 실망시키고 또 다시 좌절시켜도 주님 앞에 나아가 주님의 은혜의 도움을 빌며 버티고 참고 기다려 줄수 있는 것, 그것이 바로 은혜 입은 사람의 모습입니다. 다시 조 은숙님의 설명을 들어 보십시오. “--보증을 잘못서서 가정 경제에 큰 어려움을 남긴 남편, 그런 자신을 아내가 구박하고 냉대한다고 집밖으로 돌다가 바람난 남편, 그런 남편이 어느날 지치고 병들어 집으로 돌아올 때 그를 문전 박대 않고 받아주는 것,” 그것이 바로 은혜라고 말합니다. 바로 그 은혜가 어려운 인생을 사는 모든 부부의 궁극적인 희망인 것입니다.

성경은 이런 주의 은혜로 우리의 마음이 다스려지는 상태를 가르쳐 성령 충만이라고 합니다.

사실 오늘 우리의 본문은 바로 이 명령으로 소급되어 시작된 것이었습니다. “술 취하지 말라 이는 방탕한 것이니 오직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으라”(엡5:18) 또 한번 저는 ‘거듭난 결혼 이야기’로 오늘의 설교를 맺으려고 합니다. 작가 부부는 이 책을 쓰면서 자신들의 결혼 생활이 이렇게 변했다고 떠들어 놓고 혹시 예전으로 돌아가면 어떻게 될것인가 라는 걱정을 나누다가 결국 성령 충만으로 대화의 결론을 맺습니다. 들어 보십시오. “그렇다. 기도하지 않고 성령 충만하지 않고 어떻게 내가 먼저 섬기고 내가 먼저 용서하고 내가 먼저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을까. 맨 정신으로는 도저히 그렇게 못한다. (그래서) 알콜 중독자들이 술에 절어 살 듯 우리의 삶은 성령에 취해 살아야 하리라.” 그렇습니다, 성령 충만이 해답입니다. 성령 충만이 희망입니다. 성령 충만이 비전입니다. 성령 충만이 행복입니다. 그리스도 예수로 당신의 인생의 주인이 되게 하십시오. 참으로 성령의 지배를 사모하십시오. 그리고 성령이 다스리는 부부관계를 만들어 가십시오. 할렐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