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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아니지요?

 

마가 14:17-21

남이 하면 스캔들, 내가 하면 로멘스라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보면 한 가지 단일한 사안을 얼마나 서로 다른 시각에서 볼 수 있는가가 잘 나타나 있습니다. 계속해서 몇가지를 보면-
남이 출세하면 워낙 아부를 잘해서이고,
내가 출세하면 워낙 능력이 탁월해서이다

남이 모르는 사람과 잘 어울리면 야합을 잘하는 것이고
내가 모르는 사람과 잘 어울리면 포용력이 넓은 것이다

남이 각자 음식값을 내자고 제안하는 것은 이기적인 사고방식이고
내가 각자 음식값을 내자고 제안하는 것은 합리적인 사고방식이다

남이 자기 의견만을 주장하면 고집불통이기 때문이고
내가 내의견을 주장하는 것은 신념이 워낙 뚜렷해서이다

남이 말끝마다 어머니를 찾으면 마마보이라는 증거이고
내가 말끝마다 어머니를 찾으면 효심이 깊다는 증거이다

남이 열을 내는 것은 다혈질이기 때문이고
내가 열을 내는 것은 풍부한 감성 때문이다

남이 말을 느리게 하면 듣는 사람이 울화통 터지지만
내가 말을 느리게 하면 듣는 사람까지 차분해진다

남이 못생기면 우습게 생긴 것이고
내가 못생기면 부담없이 생긴 것이다

남이 궂은 일을 도맡아하면 머슴근성이고
내가 하면 살신성인이다

너희집 개가 우리집 개를 개를 물면 당연히 치료비일체와 정신적 피해보상까지 받아야 하고 특히 그런 개는 동네의 안전을 위해서 빨리 없앨수록 좋다
우리집 개가 너희집 개를 물면... 개 싸움에 굳이 사람까지 나서야 하겠는가!

이런 것을 가지고 웃을 수 있는 사람은 건강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정말로 "너는 확실히 그런 놈이고 반면에 나는 온갖 짐을 홀로 지고 가는 사람이다"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것이 우리들 주변에서 늘 일어나는 문제입니다.

예수께서 잡하시기 전날밤에 제자들과 함께 둘러앉아 식사를 하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 가운데 한사람, 곧 나와 함께 먹고 있는 사람이 나를 넘겨 줄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제자들은 저마다 "나는 아니지요?"하고 물었습니다. 이 "나는 아니지요?"하는 물음은 묘한 질문입니다. 이 묘한 물음의 의미를 추적해 보겠습니다.

1.
여기 "나는 아니지요?"라는 물음 안에는 '분명히 저놈일 것입니다'하는 고발이 숨겨져 있습니다. '나는 아니지만 분명히 저놈일 것입니다'라는 확신의 발로입니다.

이미 제자들 사이에도 모든 인간관계가 다 깨져있었습니다. 저마다 뿔뿔이가 되었습니다. 처음 만나 그들이 동지적 사랑을 누리던 사랑과 정겨움이 깨져버렸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기울어진 인간관계가 누적되어 이젠 참을 수 없다고 폭발해 나오는 상태였습니다.
예수님의 수난 예고 후에 제자들은 누가 더 높으냐를 놓고 길거리에서 다투다가 예수에게 꾸중을 들었고 그 이후로 예수는 계속해서 '누가 너희를 감독자로 세웠느냐? 누가 너희를 다스리는 자로 세웠느냐며 오히려 으뜸이 되고자 하는 사람은 모두의 종이 되어야 하고 위대하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여러번 강조해서 가르치셔야 했습니다. 또 이런 일도 있었습니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이 이제까지 특별대우를 받는 것도 꼴 사나왔는데, 그중 야고보 요한이 예수님께 자기들의 특별한 지위를 청탁하게 되었습니다. 그일을 다른 제자들이 눈치 차리고는 자기들끼리 심하게 다투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형제적 관계는 금이 갔고 한번 떠난 마음은 돌이키기 어려웠습니다. 이들은 서로 상처를 받고 서로 피해를 받았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서로가 서로의 흠집을 찾아 내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서로 나름대로 충성을 다하는 사람을 계속 타박하니 이젠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들이 차례로 "나는 아니지요?"하고 묻는 물음 속에는 '분명히 저놈이지요!'하는 고발이 숨겨져 있었습니다. 이들은 "내가 하는 것은 아니고 남이 하는 것이 기다"라는 생각이 굳어져 있었습니다.

항상 이렇게 생각이 굳어져버리는 것이 문제입니다.
세상에 강심장이 누구인지 아십니까? 얼굴이 굳어져 버린 사람과 이야기를 할 때 그 앞에서 혼자 웃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굳은 얼굴을 하고 있는 사라뫄 대하는 일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당연히 그 상대도 얼굴이 굳어져 버릴 수밖에 없습니다. 굳은 놈은 또 다른 굳은 놈을 만듭니다. 그 주변을 다 경직시켜 버립니다. 세포가 굳어져 버리면 그것이 바로 암세포이고 죽은 세포가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들의 생각이 굳어져 버리지 않도록 기도해야 합니다. 우리의 마음이 굳어져 유연함을 잃게 되지 않도록 기도해야합니다. 우리의 태도가 경직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때로는 남이 안보는 곳에가서 몰래 하늘을 향해 입을 치켜들고 속에서 북받쳐 오르는 열기를 확획 뿜어내야 될지도 모릅니다. 아무튼 그렇게 해서라도 내가 내 생각을 절대화하지 않도록 해야하고, 하나님께서 내 안에서 활동하실 수 없게 만드는 어리석음과 독선을 제거해 나가야 합니다.
그래도 굳어진 것은 도려냄을 당할 수밖에 없습니다. 나는 가끔가다 발바닥과 손바닥에서 굳은 살을 도려냅니다. 도려내면서도 상당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무게가 적잖이 나가는 몸집을 싣고 이리저리 온갖군데를 다 운반해 주었는데, 하도 무게로 짖눌러서 코 찌그러지고 눈 이그러지게 눌러 붙여놓더니 이제와서 미안하게도 너를 도려낼 수밖에 없구나! 굳은 살이 주변의 새살을 배기고 아프게 하듯이 우리의 마음이 굳어지면 그 주변을 병들게 합니다. 누구든지 내가 절대적이다고 굳어진 마음을 가지면 전체에 생명체에 큰 해악을 끼칩니다. 누구든지 자기 생각을 절대화 시키는 것은 지극히 비신앙적인 것입니다. 우리가 '신앙적이다'는 것은 언제나 하나님께서 아니다라고 하시면 돌이킬 수 있다는 전제를 가지는 것입니다. 내가 확신에 차서 한 길을 가더라도 이것으로 공연히 정당한 사람이 피해를 받는 경우는 없는가를 살펴야 합니다. 아흔 아홉이 괜찮고 나머지 하나가 피해를 보게 되더라도 우리는 신중해야 합니다. 우리는 주께서 '아니다'고 하실 때 언제나 돌이킬 수 있는 겸허함을 가져야합니다.

2.
"나는 아니지요?"라는 뜻 배후에는 이미 예수님을 향한 깊은 배반의 상처가 감추어져 있습니다.
자신의 상태를 왜 예수님께 물어봅니까? 자신이 제일 잘 알지 않겠습니까? 무언가 마음에 켕기는 것이 있는 것입니다. 허를 찔린 것이지요. 사실은 내가 숨어서 돌을 던진 사람인데 아니 어떻게 예수께서 아신단 말인가? "그들은 근심에 싸여 '나는 아니지요'?"하고 물었습니다. 이들의 물음의 배후에는 설마 '내가 한 말을 들으신 것은 아니겠지요'하는 당혹감이 감추어져 있습니다.
십자가의 고난은 단순히 육체적으로 당하는 고난만은 아닙니다. 단순한 육체의 고난이라면 오히려 그것은 간단할 수가 있습니다. 십자가로 다가갈수록 이미 제자와 제자들 간의 관계도 제자와 스승인 예수와의 관계도 다 깨어져 버린 아픈 속사정이 있었습니다.

첫 번째 수난 예고 다음에
마가 8,32 "예수께서 드러내 놓고 이 말씀을 하시니, 베드로가 예수를 꼭 붙들고, 예수께 항의하였다"고 합니다. 젊잖게 표현해서 "항의하였다"이지 본래 원문의 뜻은 '꾸짖었다. 나무랐다'는 뜻입니다. 제자들이 꼭 예수보다 나이가 어린 것이 아닙니다. 훨씬 많은 사람도 있었고 고만고만한 친구 또래의 제자들도 있었습니다. 베드로가 거칠게 예수님께 나무랐고 여러 곳에 제자들이 예수님께 꾸중하듯 달래드는 기록이 보입니다.
변화산 위에서 예수는 "엘리아는 이미 왔다, 그런데 그를 두고 기록한 대로, 사람들은 그를 함부로 대하였다" (막 9,13)고 합니다. 여기서 엘리아는 세례요한일 수도 있고 예수님 일 수도 있습니다. 예수님도 예언자는 고향에서 존경을 못받는다고 하셨고, 여우도 굴이 있는데 인자는 머리 둘 곳도 없다고 한탄하기도 하셨습니다. 예수님 안에도 깊은 고독이 있었습니다. 이런 갈등은 머리에 향유를 부은 여인 기사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그들은 "화를 내며 어찌하여 향유를 이렇게 허비하는가? 이 향유는 삼백 데나리온 이상에 팔아서, 그 돈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줄 수 있었겠다!"(막 14,5)라고 합니다. 이 장면에서 결정적으로 유다는 배반을 작정합니다. 유다가 보기에 예수는 이중인격자로 보였습니다. 가난한 사람, 가난한 사람 하더니 자기 몸에는 1500만원 어치의 향유를 부어도 좋다고 하는 사람은 단돈 30냥의 가치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유다의 별명은 가룟유다입니다. 자세히 하면 유다 이쉬카리옷인데 '카리옷의 남자(히브리어 이쉬는 남자란 뜻)'란 뜻이고 카리옷은 유다 남부의 도시입니다. 다른 예수님의 제자들은 북부의 촌스러운 갈릴리 사람들 이었는데 유다만은 도시 사람입니다. 제가 그의 얼굴을 모르지만 아마 다른 촌사람 보다 얼굴이 반듯하고, 판단이 빠르고 계산도 빠른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돈주머니를 맡는 회계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나 그의 그 빠른 것이 흠이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앞길을 이해하지 못한 유다로는, 이해하더라도 자기 몸에 큰 돈을 붓도록 하는 일을 말리지 않으시는 예수의 처신은 분명 문제 삼을만 한 것이었고 유다는 날카롭고 예리하게 그 빈틈을 타고 들어간 것이었습니다. 이런 생각은 유다만의 생각은 아니었습니다. 그 후 제자들의 행동이 석연치않았습니다. 베드로도 예수를 모른다고 부인하고 스승을 배반하였으며, 모든 제자들이 예수를 버리고 도망갔습니다. 결국 십자가 수난의 자리에 그들 모두는 없었습니다. 부활의 자리는 물론, 부활 이후에 나타나신 예수를 보고도 마음을 풀지 못했습니다. 결국 오순절에 가서야 그들의 마음을 풀게됩니다. 오순절 이후에야 "그를 찌른 것은 나의 허물이요!"라고 고백하게 되었습니다.
남달리 다혈질이고 과격하고 의협심이 강한 유다는 그 스승의 뜻 모를 행동을 참아내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유다의 이러한 과격한 행동의 배후에는 집단적으로 예수를 따돌리는 제자들의 배반이 그립자 처럼 숨어 있습니다.

제 딸, 시온이가 담양에 있는 한빛고등학교를 다닙니다. 시온이가 1학년 때, 아직 3학년은 없고 2학년 선배만 있었는데, 하루는 2학년 선배들이 후배를 불러내어 운동장을 뛰게하는 벌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퉁퉁불어 운동장을 뛰면서 1학년 후배들이 집단반발을 했습니다. "왜 우리가 이유도 모르고 군대식으로 이렇게 뛰어야 하는가? 인성을 중시하는 학교에서 선배들이 고작 이런 식으로 강압적으로 후배들을 다루려고 하는가"를 항의 했습니다. 운동장에 모여서 서로의 분을 토해내며 토론이 벌어졌습니다. 뒤 늦게 상황을 알게된 선생님이 서로 분리해서 각 학년 별로 토론 할 것을 제의했습니다. 1학년은 1학년 끼리, 2학년은 2학년 끼리 처음에는 자기들의 분을 삭혀내다가 어느 정도 시간이 경과한 후에 선배들 중에 '후배들에게 그렇게 강압적인 방법을 쓴 것은 옳지 않았다'는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후배들도 '선배들이 오해할 행동을 한 것은 잘못이다'는 반성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서로 수습책을 논의 하는 과정에서 사감 선생님이 후배들의 토론장으로 흥분을 감추지 못한 얼굴로 달려왔습니다. "내가 굳 뉴우스를 말해 주겠다. 지금 선배들이 심사숙고 하다가 너희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기로 결정하였다." 그 소식을 듣자 갑자기 눈물이 터져 나오더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1, 2학년이 다시 한자리에 만나 서로 내가 잘못하였다고 사과하고 그동안 불편하게 생각했던 점을 몇 사람이 즉석 발언을 통해서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그런 과정에서 이해하지 못했던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면서 여기저기서 흐느끼게 되었고서로 눈물 바다를 이루게 되었습니다. 취침 시간을 훨씬 넘기면서 서로 선후배가 얼싸 안고 한참을 우는 즉석 부흥회를 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일의 발단이 어땠는지 무슨 일이었는지 이런 것은 하나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 자체가 너무 아름다워서 이야기를 듣는 내가 다 가슴이 찡해졌습니다. "그래 어른들도 하지 못하는 참 아름다운 일들을 했구나! 참 너희 들이 훌륭하다"고 칭찬해 주었습니다. 그것을 계기로 학생들이 각 학년 별로 따로 따로 방을 쓰던 것을 3학년부터 1학년 까지 선 후배가 고르게 한방을 쓰게 되었다고 합니다.
얼마전 시온이가 와서 이런 고백을 했습니다. "아빠, 참 지난 일년 지나간 것이 아까와요. 그 때는 왜 그렇게 공연히 선배들이 밉고 원망스러웠는지 몰라요. 함께 생활해 보니 그렇게 좋을 수가 없는데 이렇게 좋은 선배들을 괜히 미워하면서 일년을 지냈구나 생각하니 너무 지나간 일년이 부끄럽고 아까운 생각이 들어요"

집단의식은 참으로 무서운 것입니다. 공연히 심사숙고 없이 한 사람을 우스운 사람 만들어 버리기도 하고, 꼭 그래야 할 이유도 없는데 한 사람을 매도해 버리기도 합니다.
향유 사건 이후로 제자들은 예수를 의심의 눈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이에 예수님은 일일이 변명하지 않았습니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깊은 뜻을 알려고도 하지 않은 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잣대로 예수를 평가했으며 그래서 결국은 스승을 팔아먹는 자리까지 갔습니다. 그들은 머리로만 예수를 평가했습니다. 한번 휩싸인 미친 광증으로, 집단적인 따돌림의 대상으로 예수를 평가했던 것입니다.
이 때 제자들은 무기력 했습니다. 자신들이 가난한 사람을 내세우는 명분만큼 하나님 나라를 위해 나서는 행동이 없었습니다. 오순절 이전까지 그들은 단지 뜻 모르고 예수를 따라 다니는 사람이었고 예루살렘 고난의 현장에 가까와지면서부터 그들은 단지 서로가 서로에게 냉혹한 비난자일 뿐이었습니다. 자신들은 나서지 않으면서 공연히 앞에 나서 일하는 사람을 비판하고 입에 오르락 내리락 하고, 그를 매도 하는데 재빨랐습니다.
그러나 예수는 그것이 사람의 보편적 심성임을 잘 이해 하셨습니다. 그래서 나무라지 않으셨습니다. 심지어 유다까지도... 고작 자신의 불편을 표현하는 방법이 "오늘 나와 함께 같은 대접에 빵을 적시고 있는 사람이다."라고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신 것 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어차피 기록된 대로 가지만 그 개인에게는 화가있다. 그 사람은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유다가 아니더라도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셨겠지만 그에게는 화가있다면서 "차라리 태어나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것이다."라고 오히려 연민의 마음을 가지셨습니다.
후에 유다의 입맞춤, 그가 "선생님"하고 부르며 예수님에게 다정하게 입을 맞추었지만 그것은 사랑의 입맞춤이 아니었습니다. 이 사람을 잡아가시오라는 싸인의 가증한 입맞춤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입맞춤까지도 호응해 주셨습니다. 자신의 입을 편하게 그에게 맞추어 주셨습니다. 그리고 유다와 함께 온 대제사장의 귀가 잘려 나가자 오히려 그의 귀를 다시 붙여주시며 "칼을 쓰는 자는 칼로망한다"고 하셨습니다. "마음에 칼을 품는 자는 그 칼로 망합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그 칼을 품는자까지도 사랑으로 품어주셨고 유다의 배반에까지도 자기 몸을 내 맡겨 주셨습니다. 제가 기도하고 마치겠습니다.

사랑의 주님,
만약 우리가 십자가 아래 군중이었다면
아마 우리는 당신을 십자가에 못박으라고 소리치는 그 무리 중에 하나였을 것입니다.

주님,
만약 우리가 로마의 원형경기장에 한 관중이었다면
우리는 그들을 죽이라고 소리치는 무리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주님, 유다가 있던 그 자리에
한 때 당신을 따르던 제자들의
마음 어긋난 그 자리에 오늘 우리들이 서있습니다

주님, 저희들의 마음이 모지러져
아무도 동지로 여기지 않고 아무도 참 형제와 자매로 여기지 않는
교만으로부터 저희를 구하여 주옵소서.

홀로 고독한 비판자인 양
고개 치켜들고 주변에 불편함과 독설을 퍼붓지 않게 하여 주옵소서.
곰곰 생각하면 꼭 그래야 할 원인이 없는데도
우리는 흥분하여 돌을 집어들고 무심코 같이 던져대는 자리에 서기 쉽습니다.

그런 후에 우리는 묻겠지요.
"나는 아니지요?"라고
그 물음으로 우리는 또 한번 당신을 배반합니다.

200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유다는 여기 서있고
여전히 제자들의 불편한 심기는 가시지 않았습니다.
오늘도 우리는 당신을 찌르고 때리고 핍박하는 자리에 서있습니다.

주님, 우리들의 오순절은 왜 이리도 긴지요?

오, 주님
언제쯤 우리의 마음이 맑아져
모든 풍진 가라앉히고 흔쾌히 당신만을 따라나서게 될까요?

오, 주님
언제쯤 우리의 영혼이 깨끗해져
뒤돌아보지 않고 하나님의 구원 사역에 발벗고 뛰어 들게 될까요?

주님, 우리에게 평안을 주옵소서.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파송) 편안히 가십시오. 자유인으로 사십시오.
"주님, 나는 아니지요?"하고 묻지 마시고 "주님, 제가 바로 그입니다"하고 나서십시오.
"주님, 나는 아니지요?"라고 변명하는 자리에 서지 마시고 "주님, 저들은 확실히 아닙니다"라고 변호하는 자리에 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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