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랑의 고통 |
눅 15:11-32
우리는 오늘 예수님께서 들려주신 비유 하나를 보고 있습니다. 일명 '탕자의 비유'입니다. 이 얘기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가정의 불화입니다. 가장 깨어지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가족 관계가 여지없이 깨어졌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갈라졌습니다. 형과 동생이 갈라졌습니다. 이 가족관계의 파괴는 인생들이 흔히 겪는 큰 아픔입니다. 목자가 양 한 마리를 잃은 아픔은 여기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한 여인이 은전 하나를 잃어버린 안타까움도 정말 별 것이 아닙니다. 사업이 망해도 우리는 버텨낼 수 있습니다. 친구가 나를 배신해도 견딜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가정이 파괴되면 버티기 힘듭니다. 그 중에서도 자녀들의 탈선은 부모의 심장에 못이 박힙니다.
오늘 이 비유에서 클로즈업 되고 있는 것은 자녀들 때문에 심장에 못이 박힌 한 아버지입니다. 이 비유의 주인공은 둘째 아들도 아니고 첫째 아들도 아닙니다. 무너져내리는 마음 때문에 도저히 집 안에 있을 수 없어서 문밖에 나가 서성이고 있는 고통하고 있는 한 아버지의 모습이 이 비유의 핵심입니다. 그러므로 이 비유의 제목은 탕자의 비유가 아니라 '고통하는 한 아버지의 비유'라고 해야 합니다.
이 아버지에게 두 아들이 있었습니다. 어느 날 둘째 아들이 아버지에게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버지, 나에게 돌아올 유산을 미리 주소서." 그 때 이 얘기를 경청하고 있던 유대인들은 깜짝 놀랐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둘째 아들의 이런 요청은 유대 사회 안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케네스 베일리 (Kenneth Bailey)라는 성경 학자가 15년 넘도록 중동지방에 살면서 여기 이 둘째 아들의 요청에 대해 그 곳 주민들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를 수집해 보았습니다. 중동 지방의 주민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동일했습니다.
베일리 교수는 물었습니다. "여러분의 마을에서 이런 요구를 하는 아들들을 본 일이 있습니까?" "아니오. 지금까지 한 번도 본 적이 없습니다."
다시 교수는 묻습니다. "그렇다면 그러한 요청을 할 수는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정신 나간 일이지요. 그럴 수 없습니다."
"만일 누가 그랬다고 합시다. 그러면 어떤 일이 벌어지겠습니까?" 주민들이 답합니다. "아마도 아버지가 그 아들을 쳤을 것입니다. 그렇고 말고요!"
마지막으로 교수가 묻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러한 요구는 아버지가 지금 죽었으면 좋겠다는 뜻이니깐요."
베일리 교수가 조사했을 때보다도 예수님이 이 비유를 말씀하셨을 때가 훨씬 더 엄격한 가부장적 사회였으므로 예수님의 이 비유는 청중들에게 큰 충격을 주었음에 틀림이 없습니다. 더구나 이 비유를 듣는 사람들 중에 율법에 정통한 바리새인과 서기관들도 꽤 있었으므로 이들은 이 비유가 어떻게 진행될 지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가졌을 것입니다. 그당시 유대인들이 율법에 따라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회초리를 피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이 아들의 반항이 그치지 않으면 아버지가 손수 아들을 동네 중앙으로 끌고가서 마을 사람들을 불러놓고 자기 아들의 악행을 폭로하고 창피를 줍니다. 심지어 마을 사람들로 하여금 그 자식을 돌로 쳐서 죽게 해도 그것은 사람의 마땅한 도리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의 얘기는 그당시 율법과 관례에 따른 청중들의 상상과 상식을 여지없이 깨트리는 쪽으로 진행되었습니다. 아버지는 작은 아들의 악한 청을 순순히 들어주었습니다. 아예 큰 아들까지 재산을 나누어주었습니다 (12절). 연약한 아버지입니다. 자식들에게 져버린 아버지입니다. 순하디 순한 아버지입니다.
이 순한 아버지에게 어떻게 이처럼 패역한 아들이 나올 수 있습니까? 아버지가 너무 순해서 아들이 버릇 없이 컸기 때문입니까? 오늘 본문을 보면 그렇게 말할 수 없습니다. 이 아버지는 정말 인자한 아버지, 좋은 아버지입니다. 더구나 인생을 아는 깊은 지혜를 가진 아버지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왜 이렇게 좋은 아버지 밑에서 저렇게 못돼 먹은 자녀가 나올 수 있을까?'하는 것입니다. 작은 아들만 그랬으면 이해가 되는데 큰 아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큰 아들 역시 자기만 챙기는 못된 아들이었습니다. 어떻게 두 아들 모두 이럴 수가 있습니까? 그러나 성경은 그럴 수 있다고 선언합니다. 이것이 우리의 뼈아픈 현실입니다. 성경은 우리의 현실을 미화시키지 않습니다. 인생의 처절한 모습을 폭로하는 것이 성경입니다.
왜 예수 잘 믿는 부모들 아래서 패륜아가 나옵니까? 목사와 장로들의 자녀들 중에 문제아가 심상찮게 생깁니까? 그럴 때 여러분들은 쉽게 판단할 것입니다. "예수 잘 믿어도 별 것 없네! 겉으로 잘 믿는 척해도 실은 문제가 많았던 거야! 보라구. 자식 농사도 제대로 못하면서 교회 일 열심히 하면 무슨 소용이 있어!" 또 반대로 여러분들은 이렇게 생각할 것입니다. "야, 저 분 보라고! 자녀들 잘 되는 것 보니까 믿음 좋은 부모들이 틀림없어! 하나님께서 저 분들에게 보상해주신 것이야!"
그런데, 여러분, 그게 그렇게 공식처럼 간단하게 답이 나옵니까? 물론 부모와 자녀는 상관관계가 있습니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와의 관계가 꼭 원인과 결과는 아닙니다. 꼭 좋은 부모 밑에서 좋은 자녀가 나오고 나쁜 부모 밑에서 나쁜 자녀가 나오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알 수 없는 신비가 숨어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가정사가 그리 간단하지 않습니다. 이 가정 안에 하나님의 신비로운 손길이 닿아 있습니다. 그러므로 함부로 속단하지 마십시오. 여러분이나 저나 가정이 화목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우리의 소원과는 달리 불화가 생기고 그래서 고통이 있습니다. 이 때 우리는 이 문제를 신앙 안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그래야 인내할 수 있고 지혜를 얻습니다. 이 비유를 통해 우리는 그것을 배워야 합니다.
오늘 이 비유에 등장하는 둘째 아들은 아버지에게 맞아도 마땅합니다. 해도 너무 했습니다. 빈털터리로 쫒겨난다 해도 당연합니다. 율법을 따라 엄중한 심판을 받아야 합니다. 망해야 마땅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기다렸습니다. 돌아올 기회를 주었습니다. 돌아올 때 아들로 다시 회복시켰습니다. 율법으로 정죄한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환영했습니다. 이것이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며 배려입니다.
이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이 모든 육신의 부모들에게 심겨져 있다는 것이 참 축복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육신의 부모들이 자녀들의 반항과 패역을 보면서 고통을 느끼는 것은 하나님의 은총입니다. 그 고통을 통해 하나님의 고통과 사랑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오늘 이 비유의 핵심은 여기 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 고통하고 있는 한 아버지를 통해서 오늘도 우리를 향해 고통하고 계시는 하늘의 아버지를 생각하라는 것입니다.
여러분, 가족 관계에서 고통이 있습니까? 부정적으로만 보지 마십시오! 사랑이 있는 곳에는 고통도 함께 있습니다. 고통의 크기 만큼 우리의 사랑도 커가는 법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도 모든 인생을 향해 고통하십니다. 사랑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반항하는 우리에게 매를 때리시기보다는 훨씬 더 많이 자신이 매를 맞는 쪽을 택하십니다. 이것이 가장 강렬하게 나타난 것이 당신 아들의 십자가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 아버지의 말할 수 없는 고통의 표현이었습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달려 계실 그 때가 대낮인데도 하늘이 세 시간동안이나 캄캄해졌다는 것은 하나님 아버지의 고통이 얼마나 컸던가를 표현합니다. 여러분, 한번 상상해보십시오. 아무 잘 못도 없는 아들을 십자가 지도록 내버리셔야 했던 하나님 아버지의 심정을 생각해보십시오. 십자가 사건은 하나님의 심장에 못이 박힌 사건입니다. 하나님은 자기 가슴에 못이 박혀도 우리를 사랑하신다는 뜻입니다. 율법대로 한다면 인생들은 자기 죄 때문에 십자가를 져야 합니다. 그러나 하나님 자신과 독생자이신 예수께서 대신 그 고통을 담당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십자가를 지심은 범죄한 인생들을 다시 회복시키시겠다는 선언입니다. 이것이 새 언약입니다. 십자가로 인하여 새 언약의 시대, 은혜의 시대가 열린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지금은 심판의 때가 아니라 회복의 때, 구원의 때입니다. 하나님께서 고통하시며 참으시는 때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께서 인생들을 향하여 심판을 보류하시고 대신에 구원하시기로 작정하신 이 때에 모든 사람의 숙제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그 고통을 깨닫는 데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참 사람으로 거듭나는 길입니다. 다시 강조합니다.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과 고통이 완벽하게 계시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예수님의 십자가입니다. 십자가가 복음의 핵심입니다. 이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에서 드러난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고통을 깨닫고 그것을 은혜로 받아들일 때 그 때 인생은 제2의 새 출발을 하게 됩니다. 이것을 가리켜 중생(거듭났다)이라고 합니다. 여러분은 중생하셨습니까? 다시 말하면, 여러분은 하나님의 사랑과 고통을 이해하십니까? 중생한 자는 달라집니다. 하늘 아버지의 고통과 사랑이 그 마음에 박힙니다. 인생을 보는 눈이 달라집니다. 삶이 달라집니다.
오늘 예수님이 주인공으로 내세우고 있는 한 아버지는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과 고통을 깨닫고 있는 성숙한 아버지입니다. 그는 하늘 아버지의 깊은 사랑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 비유를 들려주신 예수님의 의도는 '육신의 아버지 가운데 이러한 성숙한 아버지가 있다면 하물며 하늘의 아버지는 어떠하겠느냐?'는 것입니다.
우선 이 비유에서 등장하고 있는 한 평범한 아버지에게서 자녀를 향한 성숙한 사랑과 지혜를 찾아보도록 합시다. 다시 반복하지만, 이 아버지는 숙맥같은 아버지는 아닙니다. 아들의 장래를 꿰뚫어 보고 있는 통찰력이 있는 아버지입니다. 자식이 떠나는 것을 허락한 것은 그 길만이 자식을 얻는 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참으로 냉철한 아버지요 지혜로운 아버지입니다. 감정대로 하자면 화를 내든지 매를 때리든지 아니면 울면서 호소하여 어떻게 해서라도 붙잡아두고 싶었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는 것이 능사가 아닌 것을 깨달았습니다.
만약에 작은 아들이 약삭바르고 세상의 악함과 풍조를 잘 아는 자였다면 이 아버지는 이 아들을 어떻게 해서라도 집에 붙잡아 두었을 것입니다. 그런 아들을 내보냈다가는 겸손을 배우기는 커녕 기고만장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아버지에게서 독립하여 스스로 성공한 이 자녀는 더더욱 자기를 신뢰할 것입니다. 하나님도 모르고 부모도 모르고 인생이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인생의 참 의미도 모른 채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갈 것입니다. 그러면 이 아버지는 영원히 아들을 잃고 말 것이며, 혹 아들을 찾지 못한 아픔 속에서 눈을 감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들은 물론 아버지에게 있어서 정말로 큰 비극입니다.
그러나 이 작은 아들은 털털맞은 아들이었습니다. 감정에 쉬 동하는 충동적인 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는 이 아들이 세상에서 곧 실패하고 말 것을 알았습니다. 실패한 다음에는 자기의 우매함을 깨달을 것이며, 부끄럽고 창피스럽지만 다시 집으로 돌아올 것을 예측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근거는 이 아버지가 귀향할 아들을 맞기 위해 먼 곳까지 나와 있었다는 것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20절). 멀리서도 이 아들을 알아보았다는 것은 이미 자기 아들의 실패의 모습을 마음에 그려보았기 때문이 아니겠습니까? 이 아버지가 실패한 아들의 몰골에 충격받지 않았던 것은 이미 그 모습을 예상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아들이 집을 나가 결국에는 실패할 수밖에 없음을 알면서도 왜 아버지는 이 아들의 가출을 말리지 않았습니까? 빤히 보이는 아들의 실패를 안타까와 하며 아버지는 차근 차근 아들을 설득해보았을 것이라고 저는 상상해봅니다. 왜 그리 안했겠습니까? 그러나 마음이 이미 떠나 있는 아들을 붙잡아 둔다고 해서 아들이 새로워질 것은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억지로 붙잡아 둔다 해도 아버지가 살아 있을 동안만일 것입니다. 아버지가 죽은 후 이 아들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불을 본 듯 뻔합니다. 기다렸다는 듯이 집을 뛰쳐나갈 것입니다. 그리고 역시 실패할 것입니다. 그랬다면 이 실패한 아들은 돌아올 집이 영원히 없는 것입니다. 누가 이 아들을 사랑하며 새롭게 하겠습니까? 물론 하나님이나 다른 믿음의 사람들이 이 아들을 고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확실하고 좋은 것은 그래도 아버지가 살아 있을 동안에 아들이 돌아와 회복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여러분, 그렇지 않습니까? 아들이 실패할 것이 뻔하다면 아버지가 살아 있을 때 실패하는 것이 그래도 나을 것입니다. 이것이 작은 아들을 떠나보낸 아버지의 깊은 의도였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분, 자녀들의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세상적인 성공은 영원한 인생 실패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반대로 세상에서의 실패가 인생의 새 출발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자녀들이 실패하지 않도록 부모가 잘 지도하고 또 자녀들이 아버지의 지도를 그대로 따라 준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자녀들은 실패의 경험을 통해 깨닫습니다. 그러므로 자녀들의 실패는 성장의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아버지의 사랑과 고통을 이해하게 될 좋은 기회요, 거기서 인생의 의미, 겸손의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도 하늘 아버지에 대한 신앙이 더 깊어지게 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가 실패했을 때 여러분의 반응입니다. 하나님 아버지께서 우리의 실패를 보시고 측은히 여기시고 품에 안으시는 그 사랑으로 자녀를 대하셔야 합니다. 여기 이 비유에서 등장하는 아버지처럼 말입니다. 동구 밖까지 나가 '오늘은 돌아올까' 아들을 기다리는 아버지, 실패한 아들을 먼저 알아보고 달려가시는 아버지, 그리고 큰 가슴으로 끌어안고 감격하는 아버지, 과거의 잘못을 한 마디도 묻지 않는 아버지, 잔치를 벌이며 아들의 지위를 온 동네 사람들 앞에서 다시 회복시켜 주는 아버지, 다시 새로운 인생의 기회를 아들에게 열어주는 아버지입니다. 실패한 우리의 자녀들에게도 이와 같은 아버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아들을 얻습니다.
이 아버지는 재산보다 아들이 중했습니다. 자신과 가문의 명예보다 아들을 택했습니다. 재산은 잃어도 괞찮았습니다. 자기 얼굴이 창피스러워도 아들만 얻는다면 그 모든 수치를 감수했습니다.
여러분, 자녀들은 부모를 떠나게 되어 있습니다. 그것은 부모의 품에서 영원한 안식을 얻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자녀들은 실패하게 되어 있습니다. 아직 세상 물정을 다 모르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자녀가 부모를 떠날 때, 그리고 실패할 때, 그 자녀를 향한 부모의 태도입니다. 자녀들이 실패했을 바로 그 때만큼 좋은 기회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유감없이 여러분의 사랑과 인생과 신앙의 큰 의미들을 자녀들의 심령에 깊이 심어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재산보다, 명예보다, 가문보다 아들이 더 중요합니다. 상식이지만 당해보면 쉽지 않습니다. 여러분이 만약에 재산을 더 귀중히 여기고 자기 명예나 자리 때문에 실패한 자녀를 외면한다면 자녀를 영원히 잃어버릴 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실패하여 면목이 없는 자녀를 끌어안고 다시 용기를 주는 그런 부모를 볼 때 그 자녀는 사랑이 무엇이며 인생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지를 깨닫게 되는 것입니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실패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용납하는 여러분들의 모습을 통해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이 그 자녀들의 눈에 비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지혜로운 부모가 되는 것이 빗나가고 실패하는 자녀들을 향한 부모들의 거룩한 책임입니다.
이제 저는 이 비유에서 더 중요한 교훈 한 가지를 나누고자 합니다. 여기 이 아버지가 작은 아들을 떠나보낸 더 중요한 이유가 숨겨져 있습니다. 그것은 큰 아들 때문이었습니다. 부모들의 큰 아픔은 자녀들 간의 불화일 것입니다. 이 비유의 분위기로 봐서 작은 아들과 큰 아들은 유일한 형제지간이면서도 남이나 다름 없었습니다. 다들 제각기입니다. 자기 실속만 차리는 이기적인 형제들이었습니다. 서로에게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각자 자기 인생은 자기 자신이 꾸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 두 형제 중에서 동생보다는 형이 더 큰 문제가 있다고 이 비유는 지적합니다. 작은 아들이 일치감치 독립해야겠다고 마음 먹은 것도 형이 보기 싫었기 때문임을 오늘 본문은 암시하고 있습니다. 엄격하게 따져보면 이 아버지에게 더 큰 고통을 안겨준 것은 큰 아들이었습니다. 이 아들은 겉으로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아들입니다. 아버지의 가문과 명예를 지켜가는 장손입니다. 성실하게 자기 일을 감당합니다. 이제 아버지의 대를 이어 가세를 더 확장하고자 하는 대견한 꿈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생만 보면 불쾌한 것입니다. 성실하지 못하고 가문에 욕만 끼치고 정에 약하고 매사에 푸석푸석하여 도무지 사랑할 수 없는 동생이었습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런 돼먹지 못한 동생에게 순순히 재산을 나눠준 것입니다. 그는 이런 아버지의 처사를 못마땅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어쨌든 이 일로 인해 자기도 장자의 몫을 챙겼기 때문입니다.
이 큰 아들이 동생의 가출을 가슴 아프게 생각하며 동생을 붙잡은 흔적은 없습니다. 아버지의 고통을 헤아려 보거나 아버지를 위로한 적도 없는 것 같습니다. 동구밖에 나가 아들 돌아오기만을 고대하며 기다리고 있는 아버지를 매몰차게 외면했습니다. 동생을 한 번 찾아 나서기라도 했다면 얼마나 아버지가 위로를 받았겠습니까? 너무나도 냉정한 아들이었습니다.
아버지는 오래 전부터 이 큰 아들의 내면을 다 읽고 있었습니다. 작은 아들보다도 더 큰 문제를 안고 있는 자가 바로 이 큰 아들임을 알았습니다. 작은 아들은 쉽게 고칠 수 있지만 큰 아들은 쉽게 고칠 수 없는 중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교만하고 남을 정죄하고 비판하기를 좋아하는 큰 아들, 그러나 겉으로는 자기 일에 성실하고 자기 속 내면을 열어보이지 않는 지극히 영악한 아들이었습니다. 아들이라 해도 참 무서운 아들이었습니다. 세상적으로 보면 분명히 성공할 아들이지만 하나님이 요구하시는 인생과는 너무나도 거리가 먼 아들이었습니다. 작은 아들이 집나간 탕자였다면 큰 아들은 결코 아버지 곁을 떠난 적이 없지만 그는 아버지의 가슴에 큰 못을 박고 있는 더 큰 탕자, 즉 집안의 탕자입니다. 이 아들이 아버지께로 돌아오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같이 한 집에 살고 있지만 아버지와 이 장남과의 간격은 엄청납니다. 그래서 언제 돌아올 지 모릅니다. 이것이 아버지의 최대의 고통이자 숙제였습니다.
이 큰 아들 곁에 작은 아들을 붙여 놓으면 더 불화의 골은 깊어갈 것이기 때문에 작은 아들이 떠나고자 했을 때 아버지는 붙잡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아버지의 속 마음은 작은 아들의 변화를 통해 큰 아들도 변화될 것을 기대한 것입니다. 이 비유의 마지막에 큰 아들과 대화하는 아버지의 모습 속에서 큰 아들의 변화에 대한 희망이 서려 있음을 봅니다.
재산을 다 허비하고 돌아온 동생을 용서하고 큰 잔치를 벌여 환영하고 있는 아버지에게 큰 아들은 화를 내고 있습니다. 동생을 향한 아버지의 큰 사랑 앞에서 장남은 지금까지 잘도 숨겨 왔던 자기의 내면이 거침없이 폭로되고 있습니다. 질투와 원망과 교만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모든 더러운 것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비로소 이 큰 아들의 수준이 드러난 것입니다.
그래도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화 내고 있는 큰 아들에게로 아버지가 나가서 사정을 합니다. "얘야, 그래도 너는 장손이 아니냐? 내가 네 동생을 이처럼 사랑하여 영접했다면 하물며 네게는 어떠하겠느냐? 실은 내 마음, 내 사랑이 항상 네게 있었느니라! 지금 내가 네 동생의 잔치자리에 가 있지 않고 이렇게 대문 밖으로 나와 너와 마주하고 있는 이 아비의 심정, 이 사랑, 이 고통, 어찌 그렇게도 모르느냐? 내 아들아, 같이 들어가서 못난 동생이지만 회개하고 돌아온 네 동생을 끌어 안아다오! 이것이 아버지의 마지막 소원이다!"
이렇게 이 얘기는 끝나고 있습니다. 아니 이 얘기는 끝난 게 아니라 결말이 없는 미완성 드라마입니다. 이 후의 드라마는 저와 여러분이 써야 합니다. 글로써가 아니라 우리의 삶으로 만들어 내어야 합니다.
아직 형제와 불화하고 있는 분이 계십니까? 육신의 아버지는 물론 하늘의 아버지께 큰 고통을 안겨주는 것입니다. 화해하십시오. 부모를 둔 자녀들에게 부탁합니다. 무슨 일이 있어도 형제들끼리 화목하세요. 이것이 부모를 공경하는 길입니다. 자녀들로 인한 부모의 고통이 언제 그치겠습니까? 모든 자녀들이 부모의 사랑을 깨닫고 그 품에 돌아올 때 끝날 것입니다. 그리고 자녀들이 서로 화해하고 정말 형제의 우애를 즐길 때 부모의 고통은 끝날 것입니다. 육신의 형제뿐 아니라 영적인 형제들 사이에도 화해해야 합니다. 한 아버지를 모시고 있는 교회 공동체는 서로 화목해야 합니다. 지체와 지체들 사이에, 지회와 지회들 사이에, 젊은이들과 어른들 사이에 성령이 주시는 평화로 가득해야 합니다. 이것이 우리 주님의 마지막 소원입니다.
아직 여러분들 중에 이 비유에서 나오는 큰 아들 같은 분이 계십니까? 예수님은 이 얘기에서 바라새인과 서기관 같은 율법주의자들을 이 큰 아들로 비유하셨습니다. 사도 바울의 이해에 따르면 먼저 택함받은 유대인들을 비유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적용한다면 오래 전부터 예수를 믿어 자기만큼 의로운 자가 없다고 착각하고 있는 굳어져버린 신자들을 일컫습니다. 자신의 행위를 자랑하고 그 행위로 구원받고자 하는 자들입니다. 겉으로 보면 나무랄 데가 없습니다. 그러나 그들 마음에 사랑이 없습니다. 용서가 없습니다. 문을 열지 않습니다. 세상 잣대로 인생을 평가하고 가난하고 힘없고 무식한 자들을 차별합니다. 항상 율법의 잣대를 가지고 비판하기 좋아합니다. 하나님의 기쁨에 참예하지 못합니다. 겉만 번지르레 합니다. 그러나 삶의 내면은 헝클어져 있습니다. 내면 세계에 질서가 없습니다. 그 마음의 정원에는 온갖 잡초로 가득하여 황폐합니다. 이기적인 사람입니다. 늘 자기 중심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합니다. 하나님의 고통을 전혀 이해하지 못합니다. 영적으로 죽은 자들입니다. 육에 속한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되는 근본 이유는 하나님의 넓은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그 은혜를 누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자의 가장 큰 특징은 하나님이 용서하시고 받아주신 사람들을 여전히 멸시하고 받아들이지 않는 데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하나님의 마음을 가장 아프게 하는 죄악입니다.
반대로 여러분들 중에 작은 아들과 같으신 분이 계십니까? 그렇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 작은 아들과 같은 자라고 생각하는 것이 마땅합니다. 우리는 하나님 없이 살던 탕자들이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큰 사랑으로 인하여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자로 살아야 합니까? 여기 동생처럼 그냥 하나님께서 베풀어주신 구원의 잔치자리에서 즐기고만 있어야 합니까? 아니면 대문을 열고 달려나가 형님의 마음을 돌이키도록 애를 써야 겠습니까? 형님이 집안으로 들어와 함께 즐길 때 비로소 아버지의 고통은 끝나지 않겠습니까? 그러므로 형을 돌이키게 하는 데는 동생이 결정적인 키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생이 정말 회개하고 이제 정신을 차렸다면 그는 형에게로 달려나가 이렇게 애원을 해야 할 것입니다. "형님, 들어오셔서 저의 절을 받으소서! 이제 깨달았습니다. 제가 아버지는 물론 형님께도 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가문에 먹칠을 했습니다. 형님, 용서해주세요. 이제 형님을 잘 모시겠습니다. 형님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형님 없이 저는 아무 것도 아닙니다. 들어오셔서 형님이 이 잔치의 주인이 되어주십시오! 그래야 제가 살겠습니다."
이런 모습이 은혜 받은 우리에게서 나타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을 형님으로 모십시오! 나이와 신분에 관계없이 그가 지금 예수 믿든지 안 믿든지 상관 없이 우리의 형님으로 생각하십시다. 우리는 이미 돌아왔으므로 우리 하나님의 마음은 우리에게보다도 아직 문밖에 있는 우리의 형제들, 다시 찾아야만 할 형제들에게로 가 있습니다. 아니 그들을 집 안으로 데려 오려고 벌써 집 밖으로 나가셔서 그들을 만나 대화하고 계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그 하나님을 따라서 그 형제들을 돌아오게 하는 일에 뛰어들 때 우리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은 시원해질 것입니다.
육신의 아버지 어머니들이여! 하늘 아버지의 마음으로 자녀들을 사랑하십시오! 그것이 자녀들을 얻는 유일한 길입니다. 그리고 육신의 자녀들뿐 아니라 교회의 모든 자녀들도 자기 자녀처럼 사랑하십시오! 이것이 젊은이들에게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보여주는 가장 확실한 길입니다. 우리 모두 하나님 아버지의 사랑을 받은 자 답게 그 사랑 안에서 살고 그 사랑을 나누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거기에는 말할 수 없는 고통이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그러나 그 고통은 너무나도 값진 고통입니다. 이 사랑의 고통이야말로 사람을 살리는 유일한 힘입니다.
말씀을 맺겠습니다. 하나님은 우리를 사랑하시는 만큼 고통하시는 분이십니다. 그 하나님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 될 때 비로소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고통을 이해하지 않고는 우리가 하나님의 참 자녀가 되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님의 집으로 돌어와 화목하게 잔치할 때까지 우리 주님은 고통하십니다. 집밖에 계십니다. 사랑의 고통을 가득 안고 오늘도 세상의 이곳 저곳을 찾아나서는 하나님이십니다. 교회는 이 하나님의 고통을 이해하고 하나님과 함께 그 고통의 길을 함께 가야합니다.
이웃의 아픔이 나의 아픔으로 느껴져야 합니다. 그들의 실패가 나의 실패여야 합니다. 그들의 문제가 내 문제여야 합니다. 그들의 한숨과 눈물이 나의 양식이 되어야 합니다. 그들이 하나님께로 돌아오지 않고 세상으로 달려가고 있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와 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들을 향한 우리의 무력함과 사랑없음에 울어야 합니다. 더욱이 우리 교회 공동체 안에서 서로 하나가 되지 못하고 그래서 건강하게 자라지 못하는 우리의 못난 모습 때문에 마음 아파해야 합니다. 한 하나님을 아버지로 모신 아름다운 공동체를 세우기 위해 우리 모두는 사랑의 고통을 분담해야 합니다.
보십시오. 잃었던 양 한 마리를 다시 찾은 목자가 벗과 이웃을 집으로 불러 잔치하며 즐겼습니다. 잃어 버렸던 은전 하나를 찾은 한 여인도 이웃과 함께 기뻐했습니다. 그런데 오늘 우리가 보았던 이 아버지는 여전히 고통 가운데 있습니다. 돌아온 둘째 아들을 위해 잔치를 배설했지만 그 즐거움의 자리에 있을 수 없었습니다. 이 아버지는 아직 기뻐할 수 없었습니다. 작은 아들이 돌아온 것 너무나 기뻤지만 그 기쁨을 유보해야만 했습니다. 집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있는 큰 아들 때문이었습니다. 큰 아들이 집으로 들어와 함께 잔치를 즐길 때까지 쓰라린 가슴을 안고 그 아들을 만나고 있습니다. 고통이 있는 집밖에서 말입니다. 우리의 하나님 아버지는 더 큰 기쁨을 위해 작은 기쁨을 유보하고 계십니다. 주님은 더 온전한 기쁨을 위해 오늘도 불화의 현장으로 고통을 안고 달려가고 계십니다. 이 하나님과 함께 사랑의 고통을 품고 동행할 자 누구입니까?
|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