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말씀:
누가복음 5장 1-11절
어느 사회학자가 사람들이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를 알기 위해
조사에 나섰습니다. 그는 먼저 파리시내의 어느 건축현장을 찾아갔습니다. 첫번째 만난 건
축기사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그 사람은 이상한 사람 다 보겠다는 듯이 학자를 노려보며 말했습니다. "보면 모르오?
나는 지금 현장감독이
시키는 대로 이 원시적인 연장들을 가지고 여기있는 무지막지한 돌
들을 깨뜨려 나란히 이어 붙이기를 하고 있소. 이 뙤약볕에서 땀을 흘리며
허리가 휘어지
도록 일을 하느라 지겨워서 정말 죽을 지경이오."
학자는 얼른 그 자리를 떠나 다른 건축기사에게 갔습니다.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던졌습
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있습니까?"
그 사람이 대답했습니다. "이 돌들을 깨뜨려 쓸모있는
모양을 만들고 있소. 건축설계사가
설계한 대로 짜맞추기 위해서요. 당신이 구경하는 것보다 훨씬 힘들고 또 아주 반복적인
일이라오.
하지만 일주일에 5프랑을 벌어야 아내와 자식들을 먹여 살리려니 어쩔 수 없지
않소? 내 직업이 이것이고 이만한 일이라도 얻게 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지."
약간의 용기를 얻은 학자는 세번째 건축기사에게로 가서 물었습니다.
"실례지만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십니까?"
그 사람은 손으로 하늘 꼭대기를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보면 모르오? 난 지금 대성당을
짓고 있는
중이요."
우리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는 인생을 살아가는 세가지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고 봅니다.
첫번째 삶의 모습
은 편안함과 쾌락만을 쫓아가는 삶의 모습입니다. 이것없이는 모든 것이 불만족스러운 사
람입니다. 처음 만난
건축기사는 대성당을 지으면서도 뙤악볕에서 원시적인 연장으로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불평합니다.
두번째 삶의 모습은
생계를 위해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일 줄 압니다. 두번째 건축기사는
일주일에 5 프랑씩 벌어서 가족을 부양하니 그런대로 만족해하는
사람입니다. 세번째 삶의
모습은 자기가 하는 일에 참 가치를 추구하고 발견하는 삶의 모습입니다. 대성당을 짓고
있는 자신의 존재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알고 있었습니다.
사랑하는 교우여러분, 여러분은 지금 어떠한 삶을 살고 계십니까?
오늘은 벌써
2000년도 9월 첫째주일이 되었습니다. 방학으로 고향에 갔던 학생 교우님들
이 새학기를 맞아 돌아오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처음으로
보스톤에 있는 유수한 대학을
찾아 학문을 연마하러 찾아오시고 계십니다.
이제 정신없는 새학기가 시작됩니다. 여러분은 어떤 마음의
자세로 새학기에 임하시고
계십니까?
3,4개월 동안 견디어야 할 일들을 생각하면서 새학기를 맞이하십니까? 그래도 유학 올
수 있는 모든 여건으로 인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임하십니까? 아니면 하늘을 우러러 보면
서 벅찬 감격을 안고 임하십니까?
우리 모두 하늘을 우러러 보면서 벅찬 감격을 안고 우리의 삶에 임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러면 어떻게 이러한 삶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예수님께서 게네사렛 호숫가에 서서 무리들을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무리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데 베드로는 막
배에서 내려서 그물을 씻고 있었습니다. 그물을 씻는 베
드로의 마음은 복잡하기만 합니다. 방금 고기 한마리도 못잡고 빈 배, 빈 그물을
끌고 호
숫가에 도착한 것입니다. 예수라는 청년이 말씀을 전하는데 베드로의 귀에는 별로 들려오
지가 않습니다. 오늘 저녁 끼니 걱정에
머리가 가득차 있습니다.
그런데 청년 예수의 설교를 들으러 사람들이 계속 몰려옵니다. 베드로는 아마도 이 청년
은 보통 청년이
아니겠구나 생각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너무 몰려와 청년 예수가 설 자
리도 없어졌습니다. 청년 예수는 베드로에게 양해를 구하고는 베드로의
배에 올랐습니다.
조금 육지에서 떨어져 물 위에 띄기를 부탁하고는 청년 예수는 또다시 강론을 시작합니
다.
아마도
베드로는 반은 청년 예수의 말을 듣고 또 그의 생각의 반은 그물을 씻으며 어떻
게 고기를 잘 잡을 수 있을까 궁리하고 있었을 것입니다.
드디어 청년 예수의 긴 설교가 끝이 났습니다. 청년 예수를 육지에 내려드리려는데 청년
은 베드로에게 말씀합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베드로가 대답합니다.
"선생이여 우리들이 밤이 맞도록 수고를
하였으되 얻은 것이 없지마는 말씀에 의지하여
내가 그물을 내리리이다."
이에 베드로는 깊은 곳까지 나아갑니다. 그리고 그물을
던졌습니다. 그물을 던지자마자
고기가 잡히는데 그물이 찢어질 정도가 되었습니다. 베드로는 다른 배에 타고 있는 친구들
에게 도움을
청합니다. 두 배에 가득 채워서 돌아오게 됩니다.
이를 보고 베드로는 예수의 무릎 아래 엎드려 고백합니다. "나를 떠나소서 나는
죄인이
로소이다."
이에 예수께서 베드로에게 말씀하십니다.
"무서워말라 이제 후로는 네가 사람을
취하리라."
베드로는 아마 쾌락과 평안함에 매여 있었던 사람일지 모릅니다. 아니 분명한 것은 하루
하루의 생활고에 매여 있었던 것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베드로가 온 세상을 품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는 주님께서 자기에게 말씀하시는 것을 경청하였기 때문입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베드로는 얕게 살았던 사람입니다. 가족 부양을 위해, 쾌락과 편안함을 위해 얕게
살았
습니다. 그는 얕은 물가에 머물곤 하였습니다. 그러나 아무것도 얻은 것이 없었습니다.
얕게 살고 있는 베드로에게, 얕은
물가에서 머물고 있는 베드로에게 주님은 말씀하셨습
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베드로는 이때
깊은 곳을 처음 생각해 봅니다. 처음 발견합니다. 인생은 늘 얕은 곳에서
만 이루어지는 줄 알았던 베드로가 눈이 띄었습니다. 깊은 곳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그
래서 깊은 곳을 향하여 배를 옮겼습니다. 처음으로 배를 깊은 곳으로 옮겼습니다. 상상치
도 못한 일이 깊은
곳에서 벌어졌습니다. 깊은 곳에 놀라운 보물들이 가득 숨겨져 있었습
니다.
베드로는 이후로 늘 깊은 곳을 찾아 갔을 것입니다.
깊은 곳에서 쏟아져 나오는 하늘나
라의 보화를 마음껏 체험하였을 것입니다.
"깊은 데로 가서 그물을 내리라."
이 말씀은
곧 우리를 향한 주님의 말씀입니다. 얕은 곳에서 얕게 살고 있는 우리들, 편
안함과 쾌락만을 추구하며, 하루 하루의 생계를 위해 얕게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시는 말
씀입니다. 깊은 곳을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깊은 곳에 우리들의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이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수 몽크 키드(Sue Monk Kidd)라는 여술저술가가 있습니다. 원래 이 분은 열심있는 침
례교인이었는데 언젠가
성공회로 바꿉니다. 많은 침례교 친구들이 왜 성공회로 바꾸느냐고
말렸는데 키드 여사는 한 번쯤 새로운 영성으로 하나님을 섬기고 싶다며
기어코 침례교를
떠납니다.
키드 여사는 성공회에 가더니 성공회 안에 있는 깊은 영성에 폭빠집니다. 그녀는 깊은
영성
가운데서 여러 가지 책을 펼쳐내고 있습니다.
그녀의 책 중 한 책에 "중심에 있는 것(What's at the Center)"라는
chapter가 있는데
그 chapter에서 유명한 수도사인 토마스 켈리(Thomas Kelly)의 다음과 같은 글을
인용합
니다.
"우리들 모두의 깊은 곳에는 놀라운 성소가 있습니다. 우리들의 영혼의 성소입니다. 거룩
한 중심입니다. 이곳을
우리는 끝없이 찾아 갈 수 있습니다. 이곳은 역동적인 곳입니다. 이
곳은 새롭게 창조되는 삶이 창출되는 곳입니다. 우리가 질식시키지만
않는다면 늘 새롭게
돋아나는 생명의 씨가 숨어 있는 곳입니다. 이곳은 우리 안 깊은 곳에 있는 하나님의 임재
입니다."
가장
깊은 곳에는 우리의 죄도 닿지 않는 성소가 있다고 고백합니다. 그곳에 하나님이
임재하고 계시다고 고백합니다.
그런데 토마스
켈리가 이처럼 깊은 영성을 갖게 된 동기가 있었습니다. 토마스 켈리가
하버드 대학의 박사과정에 있었는데 이때 마지막 논문 통과
인터뷰(defense)를 하게 되었
습니다. 토마스 켈리에게는 어떤 신경증세가 있었나 봅니다. 그가 defense를 하는데
신경증
세로 인해 교수님들의 질문에 하나도 대답을 못하였습니다. 그래서 탈락되었습니다. 그뿐
아니라 교수들은 그가 앞으로 하버드
대학에 결코 돌아오지 못할 것을 못박았습니다. 이것
이 1937년도 가을에 있었던 일입니다. 토마스 켈리는 평생 하나님을 학문적으로
추구했지
만 최고의 학문의 전당인 하버드는 켈리를 버렸습니다.
그후 몇 개월후 1938년 1월에 켈리는 어느 학회에서 다음과 같은
강의를 합니다.
"무엇인가를 추구하고 있으신 분, 밤새껏 노력했으나 아무것도 얻지 못하신 분, 그러나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내리시는 분이 계십니까? 아주 간단 명료하게 말씀드립니다. 하
나님은 만나실 수 있는 분이십니다. 그는 여러분의 영혼을 위한 마지막
바위이십니다. 평
화와 기쁨과 능력과 안전함이 깃든 안식처입니다. 여러분의 삶을 위해 기다리는 성스러운
곳이십니다. 여러분이 함께
머물 수 있는 곳이며 여러분의 삶을 바라볼 수 있는 곳입니다.
그곳에서 여러분은 눈물과 슬품이 변하여 광채와 기쁨으로 엉그려지는 말할 수
없이 휘황
찬란한 삶을 체험할 것입니다."
토마스 켈리는 하버드에서 박사학위를 얻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그는 깊은 곳으로
찾아
가게 되었습니다. 깊은 곳에서 하나님을 만났습니다. 그곳에서 참 삶의 기쁨과 목적을 되
찾았습니다.
토마스 켈리는
하버드 대학 박사과정을 실패했을 때 비로소 주님의 음성을 들었습니다.
"깊은 곳에 그물을 내리라." 그는 깊은 곳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깊은 곳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세상 모든 것을 뒤로하고 깊은 곳을 찾아갔습니다. 깊은 곳에서 그는 그의 인
생이
뒤바뀌어지는 것을 체험합니다. 참 하나님을 만난 것입니다. 참 하나님과 더불어 세
상을 새롭게 바라보게 됩니다. 새롭게 살아가게 됩니다.
"깊은 곳에 그물을 내리라."
그러나 깊은 곳을 사랑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위험한 일입니다. 얕은 곳을 떠나
야
합니다. 모든 안락과 편안함을, 쾌락을 버려야 합니다. 말씀 만을 의지한 채 깊은 곳으
로 가야합니다. 깊은 곳까지 가려면 풍랑을 만나기도
합니다. 때로는 깜깜한 밤을 맞이하
기도 합니다. 그러나 깊은 곳을 사랑하는 자들은 풍랑도 아랑곳하지 않고, 어두움도 아랑
곳하지
않고 떠나갑니다. 깊은 곳에 숨겨진 보화를 알기 때문입니다.
한 궁술가(활을 쏘는 사람)가 두명의 제자를 가르치고 있었습니다.
들판 멀리 나무에 한
표적을 걸어 놓았습니다. 제자 한명이 활을 당깁니다. 표적을 겨냥했습니다. 선생이 제자에
게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었습니다. "하늘이 보이고 구름이 보이고 나무가 보이고 나뭇잎이
보이고 가지가 보이고 표적이 보입니다."
"활을 내려놔. 아직
준비가 안됐어."
두 번째 제자가 자리에 섰습니다. 그리고 활을 당깁니다. 선생이 또 묻습니다. "무엇이
보이니, 보이는 것을
모두 말해봐."
"표적 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그러며, 쏴."
화살은 곧 바로 날라가서 표적에 적중하였습니다.
"아주 좋아(very good)" "눈에 오직 표적만 보일 때 그때 겨냥이 바로 된 것이지 그때는
네가 원하는대로 화살이
날라가게 되어 있어."
깊은 곳을 사랑할 때 우리는 인생의 표적을 바로 보게 되어 있습니다. 주위의 모든 것은
사라지고 참 표적만
보게 됩니다. 그때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화살이 날라가게 되어 있습니
다.
깊은 곳을 사랑하지 않을 때는 늘 편안함과 쾌락이 우리를
괴롭힙니다. 하루하루의 생계
가 우리의 마음을 어둡게 합니다. 그러나 우리가 깊은 곳을 사랑하며 그곳에 가있게 되면
우리는 그곳에서
온 세상을 바로 볼 수 있게 됩니다. 무엇이 중요한 것이고 무엇이 필요없
는 것인지를 알게 됩니다. 진정 우리들에게 기쁨과 보람을 가져다
주는 것이 어떤 것인가
를 보게 됩니다. 또 그렇게 살게 됩니다.
사랑하는 교우여러분, 사랑하는 학생 교우여러분, 여러분 앞에
너무 많은 것이 보이지
않습니까? 무엇을 쫓아가야 할 지 갈팡질팡하지 않습니까? 하나님은 한가지를 우리가 보
기를 원하십니다.
교우여러분, 깊은 곳으로 내려갈수록 우리에게 뚜렷해지는 표적이 있습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이십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는 삶의 목표를 발견하게 됩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 안
에서 우리를 괴롭히던 쾌락과 편안함의 우상이 쫓겨나갑니다. 십자가의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의 전 삶은 새로워집니다. 이 때 우리는 주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게 됩니다.
얼마전 한국 기독교계의 큰
별이라고 불리워지는 한경직 목사님께서 소천하셨습니다. 전
한국민은 물론 전세계의 기독교인들이 그분의 삶을 그리워하며 큰 애도의 뜻을
표했습니
다.
한경직 목사님이 전세계 기독교인들에게 크게 존경받는 분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는
늘 깊은 곳을 사랑하며
깊은 곳을 찾아 가셨던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수년전 프린스톤 신학교에서 한경직목사님께서 템플턴(Templeton)상을 받으실 때 제가
저의 아버님을 모시고 신학교를 방문하였습니다. 신학교 어느 코너를 가르키면서 저의 아
버님이 저에게 "저기가 한목사님께서 학교
다니시던 시절 즐겨가서 명상하시던 곳이지..."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한목사님이 오늘의 한목사님이 되신 이유는 바쁜 학업
가운데서 늘 깊은 곳을 찾아 가
셨기 때문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교우여러분, 학생 교우여러분, 깊은 곳을 사랑하시기 바랍니다. 바쁜
가운데서
도 시간을 내어 깊은 곳을 찾아 가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 기다리시고 계십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십니다. "깊은 데로
가라."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