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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를 질 수 있나?

(마가복음 10: 35∼45)

   중국의 왕양명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가장 견디기 어려운 일이 네가지 있다고 지적하였다. 이것은 아주 평범한 진리이지만 우리가 거듭 생각해 보아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첫 번째로 견디기 어려운 것은 고통스러운 것이라고 한다. 이것은 육체적 고통을 의미한다. 배고프고 추운 것도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몸이 아프면 얼마나 힘드는 지 모른다. 이런 육체적 고통이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두 번째로 견디기 어려운 것은 냉대 받는 것이라고 했다. 사람으로부터 소외당하는 것, 사람들로부터 멸시받는 것은 참으로 견디기 어렵다. 그리고 세 번째는 고민스러운 것입니다. 이것은 내적인 고통을 말한다. 여러 가지 일로 인해서 자기 마음속에 생긴 깊은 고민과 고뇌가 견디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제 네 번째가 중요합니다. 이것은 한가(閑暇)한 것이다. 할 일이 없다는 것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요, 쓸모가 없다는 것은 살아야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살아야 할 이유 없이 살아가는 것처럼 고통스러운 것은 없다. 남이 볼 때에도, 내가 생각하기에도 살아가야 할 이유가 없다. 내가 하고 있는 일조차 나 아닌 다른 사람이 하면 잘 될 것을, 내가 가로막고 있기 때문에 일이 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정말 살아야 할 존재인가?" 이렇게 고민하고 의심하는 것이다. 이렇게 할 일이 없다고 하는 것, 이것이 가장 괴롭고 견디기 어려운 고통이라고 했다. 그렇게 볼 때 바쁜 사람이야말로 행복하다. 여러분, 바쁘다고 하는 것을 너무 원망하지 말라. '바쁜 사람이 행복하다', '바쁜 것은 무조건 행복한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라. 여러분이 나중에 한가해 보면 그제서야 바쁘다는 것이 얼마나 큰복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때는 벌써 늦었다. 왜냐하면 할 일이 없기 때문이다.
   오늘 본문에 보면, 예수님께서 갈릴리 사역을 마치시고 예루살렘으로 올라가시는데, 세베대의 두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예수님께 나아와 한 가지 청을 드렸는데,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예수님께서 예루살렘에 가셔서 왕이 되면 '우리에게 높은 자리 하나씩 주십시오' 하는 것이었다. "주의 영광 중에서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하여 주옵소서"(막 10:37)라고 청탁을 했다. 이 때, 예수님께서는 그 말을 들으시고는 "너희 구하는 것을 너희가 알지 못하는도다. 너희가 나의 마시는 잔을 마시며 나의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고 물으셨다. 그 때, 그들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는 '나의 마시는 잔'과 '나의 받는 세례'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모르고 무조건 "예, 할 수 있습니다"라고 너무나 쉽게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나의 마시는 잔'은 십자가의 고난의 잔을 의미하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십자가를 지시기 전 날 밤 겟세마네 동산에서의 마지막 기도를 통해 "내 아버지여, 만일 할만 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 26:39)라고 간절하게 기도하셨다. 그 잔은 죄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의 잔이요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의 언덕으로 올라가 거기서 자신을 온전히 바쳐야 하는 희생의 잔을 가리키는 말이다. '나의 받는 세례'도 자신이 물 속에 온전히 잠기듯이 자기 희생과 죽음을 의미하는 말이다. 이런 희생과 고난과 죽음은 생각하지 않고 예수님을 따라가면 높은 자리가 주어지고 명예와 영광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와 착각 속에 야고보와 요한은 "예, 주님이 마시는 잔을 우리도 마실 수 있고, 주님의 그 세례도 받을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했던 것이다.
  그후, 야고보와 요한은 자신들이 한 말 때문에, 정말 주님께서 마시는 잔을 받았고 주님이 받으신 세레를 받았음을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사도행전 12장에 보면, 당시 예루살렘교회의 지도자였던 야고보는 헤롯 아그립바 1세의 박해 때, 순교를 당했다. 복음이 전파되고 교회가 급속도로 확장되어가자 일벌백계로 당시 교회의 지도자였던 야고보를 칼로 쳐죽였던 것이다. 그러니 야고보는 자기도 모르고 한 말 "주님께서 마시는 잔을 우리도 마실 수 있고, 주님의 그 세례를 나도 받을 수 있습니다" 라는 그 말대로 순교를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요한은 예수님의 제자들 중에 유일하게 순교를 당하지는 않았지만, 그는 훗날 로마의 도미티안 황제 때 밧모라고 하는 외로운 섬에 유배되어 거기서 주님의 계시를 받아 요한계시록을 기록했던 것이다.
   이렇게 볼 때 야고보와 요한은 처음에 알지도 못하고서 주님께서 하시는 말씀 "너희가 나의 마시는 잔을 마시며 나의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는 물음에 "예, 할 수 있습니다"라고 대답한 그대로 순교를 당하기도 하고, 박해를 받아 외로운 섬에 유배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말을 조심해야 한다. 구약 잠언 18장 21절에 보면 "죽고 사는 것이 혀의 권세에 달렸나니 혀를 쓰기 좋아하는 자는 그 열매를 먹으리라"고 말씀하셨다. 주님의 이 말씀 "너희가 나의 마시는 잔을 마시며 나의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는 말씀의 뜻은 한 마디로 말해서 "너희가 십자가를 질 수 있느냐"는 말씀이다. 오늘 우리가 응답의 찬송으로 부르게 될 찬송가 519장의 가사에도 보면『십자가를 질 수 있나, 주가 물어보실 때 죽기까지 따르오리 저들 대답하였다』라고 노래하고 있다. 찬송가 해설집에 보니까 이 찬송가를 지은 얼 보맨 말랏(Earl Bowman Marlatt)이라는 사람은 미국의 유명한 보스톤 대학교 신학부 교수였는데, 그는 이 찬송시를 대학 재학시절에 지었다고 했다. 말랏이 보스톤 대학교에 다닐 때, 교수 한 분이 야고보와 요한의 이 이야기를 언급했는데, 이 때 말랏의 가슴에 나도 야고보와 요한처럼 주님의 물음에 "예 할 수 있나이다"라고 대답할 수 있을까 하는 도전을 받고 이 찬송시를 지었다고 기록한 것을 보았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주님의 이 물음 앞에 어떻게 대답하시겠는가? "예, 나도 주님께서 마시는 잔을 마실 수 있고, 주님의 그 세례를 받을 수 있습니다" 라고 담대하게 대답할 수 있겠는가? 『아무개야, 십자가를 질 수 있나?』라고 물으신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시겠는가?
  지난주일에 우리는 공동의회를 열고 교회의 직원을 증선하기 위한 투표를 했다. 오늘 발표를 통해서 아시는 대로 세 분이 집사로 피택되고, 아홉 분이 권사로 피택되었다. 저는 지난주간 이 열두 분들에게 투표결과를 통보하면서 "하나님의 부르심에 순종하며 감사하게 받아들이십시오" 라고 말씀드렸다. 저의 통보를 받는 분들이 하나같이 "목사님, 참 부끄럽습니다. 제가 이 직분을 감당할 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자격이 모자란다고 생각하는데요" 라며, 겸양의 미덕을 보이셨다. 그러나 저는 강조하기를 이것은 누가 잘나고 못나고의 문제가 아니고, 자격이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보다 하나님이 부르신 것이요, 우리는 그 부르심에 순종하여 응답할 것뿐이라는 말씀을 드렸다.
   여러분! 우리는 이 투표결과를 놓고 누가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를 논하거나 더욱이 '내가 아무개보다 더 낫다고 생각되는데, 나는 안되고 저 사람이 선출되었느냐?'는 따진다고 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의 직원선거는 언제나 하나님의 부르심, 이 Calling이라고 하는 것 ━ 소명(召命)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 교회에 장로로 부르셨다' 는 의식, '나를 신암교회의 집사로 섬기도록 부르시는구나', 또 '권사로 봉사하도록 불러주셨구나!' 하는 소명의식이 우선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교회의 직원은 자기가 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요, 또 하기 싫다고 해서 자기 마음대로 안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부르시면 거역할 수 없는 것이 교회의 일꾼이요 직원선택이다. 기준이 언제나 하나님이십니다. 여기에서 저는 여러분에게 분명하게 말하겠다. 교회에 직원을 세우는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표도 아니요, 이 임직예식도 아니다. 당회의 결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당회에서 시취하는 고시나 노회의 고시가 아니라 참으로 중요한 것은 '소명이 있느냐? 없느냐?'이다. 하나님께서 나를 이 교회의 장로와 집사로 부르시고, 권사로 부르셔서 내가 이 교회의 일꾼이 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우리가 실시    하는 직원선택은 사람들에게 난 것도 아니요 사람으로 말미암은 것도 아니다. 오직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와 및 죽은 자 가운데서 그리스도를 살리신 하나님 아버지로 말미암아 여러분이 장로와 집사로 피택이 되고 권사로 부르     심을 받았다고 믿으셔야 한다.
   교회에서 직원선택을 하고 투표를 하는 것은 그 소명을 객관화하기 위해서입니다. 자기는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고 확신하는데, 교회 공동체가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면 그 소명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내가 정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느냐?', '저 사람이 정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사람인지 아닌지?' 를 객관적으로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공동의회를 열고 기도하면서 투표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이 투표를 놓고 이러쿵저러쿵 비난해서도 안되고 불평해서도 안된다. 왜냐하면 우리는 모두 누가 이 교회를 섬기도록 하나님의 택하심을 받고 부르심을 받을는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에서 투표할 때마다 인용하고 참고하는 사도행전 1장 24절 이하에 있는 말씀처럼 "누가 주의 택하신 바 되어 봉사와 이 직무를 감당할 수 있을는지 가르쳐주옵소서" 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저는 지난주일 집사로 택함을 받고 권사로 부르심을 받은 여러분과 오늘 다시 택함을 받게 될 여러분에게『십자가를 질 수 있습니까?』라고 묻고 싶다. 여러분은 정말 주님께서 마시는 잔을 마시며 주님께서 받으신 그 세례를 받을 수 있는가? 주님께서는 "아무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좇을 것이니라" 고 마태복음 16장 24절에서 말씀하셨다.
   신약 갈라디아서 2장 20절에 보면 바울 사도는 "내가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박혔나니 그런즉 이제는 내가 산 것이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고 고백하였으며, 역시 갈라디아서 6장 14절에서는 "그러나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이 나를 대하여 십자가에 못박히고 내가 또한 세상을 대하여 그러하니라"고 선언했다. 여기서 세상이라고 한 것은 우리의 육신의 정욕을 말합니다. 세상적인 욕심들을 말한다. 이런 세상적이고 정욕적인 것들을 다 십자가에 못박아버리고 주님의 뒤를 따를 때 참다운 주님의 제자가 되는 것이다.
  십자가는 잃어야 얻는 진리요, 자기 희생이요 자기와의 싸움을 가리킨다. 자기와의 싸움, 자기 신뢰, 자기 교만, 혹은 편하게 되고 싶어하는 안일주의, 편리주의, 그리고 자기 향락과 자기 정욕에 관한 것과의 싸움이 자기 십자가이다. 이런 것들을 죽이는 것, 바로 그것이 십자가이다. 그런데, 이런 각오와 결심도 없이 그냥 주님을 따라가면 높은 명예를 얻고 영광을 누리게 될 것이라는 착각으로 혹시 교회의 장로가 되고 싶고, 집사, 권사가 되기를 원한다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야고보와 요한처럼 주님의 뜻은 전혀 모르고 무조건 "예, 할 수 있습니다"라고 말하는 철없는 제자가 되고야 말 것이다.
   혹시 여러분, 곰곰이 생각해 보기 바란다. 여러분은 정말 주님께서 이 교회의 장로로 불러주신다면 정말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르겠는가? 집사가 되고 권사가 되고 싶은 열망만큼이나 주님을 사랑하며 주님의 교회를 사랑하는가? 주님을 사랑한다면서, 십자가를 지고 주님의 뒤를 따르겠다고 말하면서도 주님을 위해 희생하고 고난 당하고 손해보기는 싫어한다면 그것은 십자가의 의미를 제대로 모르거나 아니면 거짓말하는 것이 아니고 무엇인가? 정말 교회의 장로가 되고 집사가 된다면 내 직장보다, 사업보다, 아니 내 건강이나 취미생활이나 가정보다 교회와 복음을 위해서 희생할 각오가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장로는 하고 싶은데, 교회에 헌금하는 것은 평신도 수준도 못되고, 집사는 하고 싶은데 기도하고 전도하자면 꽁무니를 빼고, 권사 욕심은 있는데, 심방하자면 시간 없다고 핑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주님의 제자가 무엇인지, 십자가를 진다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십자가는 잃어야 얻는 진리요, 자기 희생이요 자기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정말 자기 신뢰, 자기 교만, 혹은 편하게 되고 싶어하는 안일주의와 편리주의를 버리고, 그것들을 다 십자가에 못박고, 이제는 주님 위해 살겠다는 어엿한 결의와 각오가 있을 때 주님의 교회에서 직분을 받아 섬길 수 있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 자기 희생 없이, 자기 고집이나 혈기나 정욕은 그대로 있고 인간적인 욕심으로 교회의 직분을 받으려고 한다면, 이런 사람은 얼마나 십자가의 의미를 모르며, 주님의 마음을 섭섭하게 해 드리는 사람이겠는가?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여러분은 주님의 이 말씀 "너희가 나의 마시는 잔을 마시며 나의 받는 세례를 받을 수 있느냐"는 말씀에 진정 아멘이라고 응답할 수 있겠는가? 아니 주님께서 지금 이 자리에 오셔서 여러분과 저를 향해서『아무개야, 너는 십자가를 질 수 있느냐?』라고 물으신다면 여러분은 무엇이라고 대답하시겠는가? 정말, 십자가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주님이 받으신 잔이 어떤 잔인지, 그리고 주님께서 받으신 세례가 무엇을 뜻하는지를 아는 사람이라면 한참 동안 생각해 보고 대답해야 할 줄 안다. 『십자가를 질 수 있나?』라는 519장 찬송을 지은 얼 보맨 말랏(Earl Bowman Marlatt)도 대학 시절 이런 도전을 받고 즉시 대답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고민하며 기도하다가 드디어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한 후에야 이 찬송가를 작사하고 신학을 공부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신 성도 여러분, 그리고 이미 본 교회의 직원으로 피택되신 여러분, 앞으로 또 피택받게 될 성도 여러분! 『십자가를 질 수 있나?』라는 주님의 이 질문 앞에 겸허히 그리고 진실하게 응답할 수 있기를 바란다. 신중한 판단과 순종하는 마음으로 "예, 내가 주를 따르겠나이다. 주님의 십자가를 나도 지고 주님의 뒤를 따라가겠습니다"라고 대답하시며 주님의 교회를 위해 헌신하시고 충성하시기를 축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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