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그 중 과도한 번영주의 신앙이 한 원인이라고 한다.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하고 모든 가치가 경제논리로 결정되는 상황에서 교회마저도 과도한 번영주의 신앙을 내세워 종교로서의 권위와 신성성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사회와 구별되지 않은 교회의 모습에 회의를 느껴

최근 미국의 교회문제연구소 바나그룹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10대 때 열심히 교회 활동에 참여하던 미국 청소년들이 20대로 접어들면서 신앙을 더 키워나가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교회를 다녔던 청소년 중 61%가 20대가 되면서 교회 활동을 그만 둬 자신들의 신앙을 더욱 성숙시켜 나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난 18일 ‘제 3회 태영 해외석학 초청 강연’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밴더빌트대학의 존 맥클루어 교수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도한 번영주의 신앙이 한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대형 교회에서 강조되는 번영주의 신앙은 오히려 미국 젊은이들이 신앙에 회의를 느끼고 기존 교회에 반발하게 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며 “젊은이들 가운데는 오히려 복음주의적 성경공부와 목사와의 깊은 교제를 희망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확한 통계자료는 없지만 한국 교회 청년인구는 자연감소보다 빠르게 급감하는 상황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적 견해다.

또한 맥클루어 교수의 의견에도 동의하고 있다. 물질주의에 매몰된 과도한 번영신앙이 한국교회에 팽배한 상황에서 깊이 없는 영성이 추구되고, 이에 염증을 느낀 일부 젊은이들이 교회를 떠나기도 한다는 것이다.

CCC 학원사역연구소 전용덕 소장은 “교회의 대형화와 물량주의는 기독교를 종교로서의 신성과 권위를 상실시키는 원인”이라며 “사회와 구별되지 않은 교회의 모습에 젊은이들은 회의를 느끼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IVF 전략연수소 이시종 소장도 “‘좋은 대학가는 것이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교회의 잘못된 가르침 속에 많은 학생들이 성경공부에서 제외되는 것이 문제”라며 “이런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한 뒤 캠퍼스 분위기에 휩쓸려 신앙을 잃기도 쉽다”고 말했다.

한국의 번영주의 신앙, 미국과는 달라

 

한국의 번영주의 신앙은 미국보다 심각한 상황이라고 한다. 한국 사회는 전통적으로 샤머니즘적 영향이 강한 사회이며 과도한 경쟁사회이기 때문이다.

평택대학교 유정우 부총장은 “한국 대형교회를 중심으로 미국으로부터 무분별하게 수입되는 번영신앙은 한국사회의 샤머니즘적 문화와 결합돼 문제가 심각하다”며 “많은 기독인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보다는 물질적 번영을 구하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미국과 달리 한국은 주류 교단이 번영신앙을 추구하고 확산시키는 것이 문제라는 설명이다.

한일장신대학교 신학부 이종록 교수는 “미국은 비주류교단에서 번영신앙이 강조되고 주류교단에서는 반사적으로 균형을 잡으려는 움직임이 있다”며 “하지만 한국은 주류교단이 번영신앙을 신봉하고 그것이 전체적 분위기인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세상과 구별돼야 할 교회가 오히려 세상 가치관을 따르고 동화되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자본주의가 극도로 발달하면서 한국 사회의 전통적 가치관이 물질적 가치로 전도될 위기에 놓여 있다”며 “그런데 올바른 가치관을 제시해야 할 교회마저도 과도한 번영주의 신앙을 내세워 스스로 종교로서의 권위와 신성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세상에 동화된 교회와 이를 거스르는 교회로 양분될 것

이러한 번영신앙은 자본주의적 가치관과 병행되기에 너무나 자연스럽고 편하기 때문에 계속 유지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교회개척실천연대 박득훈 목사는 “이미 물질적 가치관에 전도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번영신앙에 매력을 느낄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우리 사회는 신자유주의가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번영신앙은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종록 교수도 “사회 변화를 주도했던 청년들이 모두 먹고 사는 문제에 매달려 있고, 기득권층을 중심으로 기독교 우파가 형성됐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번영신앙은 계속 위세를 떨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번영신앙이 위세를 떨칠수록 세상의 물질적 가치에 동화되기를 거스르고 초대 교회로 돌아가려는 교회도 늘어나, 향후 교회는 ‘세상에 동화된 교회’와 ‘이를 거스르는 교회’로 양분화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유정우 부총장은 “물질적 축복은 십자가의 도를 따르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것”이라며 “주객이 전도된 번영신앙은 영원한 세계를 바라는 영혼의 갈급함을 채워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가정교회 운동과 같이 초대교회로 돌아가려는 움직임이 일어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