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빌리 그레이엄'으로 불리며 전 세계 기독교계의 지도자로 주목받는 미국 새들백교회의 릭 워렌 목사가 한국에 왔다. '목적이 이끄는 교회' 컨퍼런스와 세미나의 주강사로 초청받았기 때문이다. 13일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리는 세미나에는 국내 목회자의 6분의 1인 2만 명 정도의 목사들이, 오후 상암동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컨퍼런스에는 일반 성도들이 10만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무엇이 이렇게 교계 역사상 유례없는 참석을 불러왔을까?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의 생각으론 그 가장 큰 원인은 둘도 없이 교회 성장 정체와 목회의 한계를 겪고 있는 목회자 및 '목적이 이끄는 삶'을 통해 그의 건강한 교회와 목적이 있는 삶에 영향을 받은 평교인들 때문이라고 본다.



이 현상을 통해 필자는 오늘 한국 기독교와 교회, 목회, 목회자, 평교인들의 위기의 실체를 본다. 그 근본은 소위 한국 기독교 위기의식의 근원인 교회론 부재, 구원의 목적 상실에서 비롯된 그리스도인 삶의 부재 때문이다. 다시 말해 한국 기독교의 위기는 단순히 숫자 감소와 성장 정체로만 보면 안 된다. 이것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이다. 유치한 의사는 질병의 현상만을 보지만, 유능한 의사는 질병의 근원을 보며 원인을 치료한다. 우리시대 한국 기독교와 교회, 모든 그리스도인들의 결정적인 문제는 성경적인 복음과 교회의 변질, 그리스도인의 삶의 목적 상실이라는 보다 근원적이며 본질적인 문제에서 비롯된 위기이다.

릭 워렌 목사의 삶, 목회철학, 기독교 세계관은 전통적인 복음주의자들, 특히 미국제 복음이라고 일컬어지는 '양적 성장 목회'와 다르다. '목적이 이끄는 삶'이 2300만부나 팔렸음에도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수준 유지, 더 큰 집이나 새 차를 구입하지 않음, 교회로부터 사례비를 받지 않음, 지난 25년 동안 교회가 자신에게 지불한 사례비를 돌려줌." 등의 탁월한 도덕성을 보여주었다. 아울러 작고 약한 교회와 목회자들을 위한 프로그램, 지역교회의 네트워크를 통한 복음전파와 사회변혁을 실현하는 균형 잡힌 사역도 실천하고 있다. 게다가 기독교 세계관에 기초하여 인류의 심각한 문제인 '영적 공허, 이기적인 지도력, 가난, 질병(특히 에이즈), 문맹 등'의 해결을 위한 성경적인 대안과 그 실천 방안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는 이 모든 문제의 해결 방안은 섬기는 리더를 세움, 구제와 교육과 돌봄을 통한 전인선교, 전 세계 지역교회를 하나로 묶는 네트워크의 구성에 달려 있으며, 무엇보다도 이 모든 사역의 뿌리는 건강한 지역교회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물론 그의 방식이나 해결책이 한국 상황에 완전하게 동일한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미국제 수입복음 또는 영적 사대주의로 보는 폐쇄적 국수주의의 안목으로만 판단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의 주장과 철학, 관점에서 한국 기독교의 위기 상황에 대한 훌륭한 통찰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만일 그의 세미나와 집회에서 교회 성장을 위한 또 다른 신통한 마술지팡이를 원했다면 지극히 큰 실망을 맛보고, 아무 것도 얻지 못했을 것이다.

그럼 우리가 현 상황에서 가져야 할 통찰력의 핵심은 무엇일까? 복음과 교회의 본질 및 목적을 회복하며, 이를 기초로 한 균형 잡히고 통합적인 그리스도인 삶의 실천과 건강한 교회의 회복이다. 이 결과 당연히 모든 그리스도인과 교회는 지역사회, 이웃 및 세상을 향해 건강한 영향력을 끼치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아울러 건강한 성도, 교회는 성경적인 세계관에 기초해서 세상의 문제에 대한 구체적이며 실질적인 대안을 제시하여 하나님 나라를 확장해야 한다. 그 방식은 그리스도인과 교회 및 기독교 기관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로 강력하게 연대하는 것이다.

본질 회복을 통한 한국 기독교의 심각한 위기 상황의 극복은 목회자들이 야망을 위한 교회 팽창과 목회 성공 신화를 과감하고 철저하게 포기하는 데서부터 시작된다. 평교인들도 세상의 부요함과 안락한 삶을 위해 타협된 거짓 복음과 가치, 비기독교 세계관을 버려야 한다. 교회와 교회는 모든 차이점을 뛰어 넘어 오직 복음 안에서 일치와 연합, 섬김으로 연대해야 한다. 한국 교회의 엄청난 잠재력과 자원은 개교회와 교단에만 더 이상 묶여 있을 수 없다. 지구촌을 향해 기독교 세계관을 기초로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일에 쓰여야 한다. 그것은 일찍이 아브라함을 복의 근원과 통로로 삼으신 하나님의 뜻이며, 에베소서에 나타난 바울사도의 신약교회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이기도 하다. 온 우주에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와 경륜이 펼쳐지며, 복음을 통해 하나님의 영광이 충만하게 됨이 교회의 근본이며 최종 목적이다. 모든 교회는 교회의 본질을, 모든 목회자는 하나님나라에 대한 시각을 회복해야 한다. 더 이상 대형교회의 성장 우월주의나 작은 교회 열등감으로 분열하고 비교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도미노 이론처럼 한국 기독교의 공멸을 가져올 것이다. 이미 그 전초 증상이 우리 눈앞에 뚜렷하게 펼쳐지고 있다.

분명 한국 기독교의 위기 상황은 복음과 교회, 그리스도인 삶의 목적 상실이라는 보다 본질적인 위기에서 비롯되었다. 일시적인 처방이나 즉흥적인 방식, 또 하나의 목회 유행으로는 절대 이 상황을 타파할 수 없다. 복음의 본질로써 성경적이며 건강한 성도와 교회를 세워야 한다. 현 위기에 대한 바른 통찰력 및 지혜로운 대안과 구체적인 전략도 분명하게 제시되어야 한다. 지금 바로 이 사명을 감당할 수 있는 기독교 단체나 연구소가 너무 절실히 요청된다. 이 땅에 또 다시 복음과 교회의 부흥, 하나님 나라의 영광이 충만하게 되길 간절히 소원한다. 그렇게 될 때 분명 한국 교회는 이 세상과 전 인류에 영향을 끼치며, 세계교회를 책임지고 이끄는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 것임을 확신한다. '목적이 이끄는 삶'과 후속 과정인 '공동체를 세우는 40일'의 모든 성과는 결국 우리 자신에게 그리고 한국 교회에게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