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3월이면 ‘평신도를 깨운다(CAL) 제자훈련 지도자 세미나’를 시작한지 꼭 20년이 된다. 제자훈련이 사랑의교회에만 국한된 프로그램이 아님은 시간이 지나면서 제자훈련을 통해 건강하게 재활성화된 지역교회들이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증명이 되고 있다. 그리고 지금도 CAL 세미나의 문을 두드리는 목회자가 많은 것도 결국은 사람을 키워야 목회가 제대로 된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유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제자훈련에 대한 필요성에 대해서 새삼 말할 필요가 있을까 싶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목회자로서 다시한번 점검해봐야 할 근본적인 질문이 있다. 오늘 이 시대를 책임지고 있는 목회자와 평신도 지도자로서 우리가 감당해야 할 사역의 원리는 무엇인가? 시대가 변해도 바뀌지 않을, 주님이 우리에게 부탁하시는 우리의 사역의 핵심은 과연 무엇일까? 마태복음 28:19-20의 지상명령(Great Commission)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명확한 대답을 준다.

"너희는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이 지상명령에는 '가라', '제자 삼으라'. '세례를 주라', '가르치라'는 4가지 동사로 표현된다. 원문을 보면 주동사는 '제자 삼으라'는 명령뿐이고, 다른 세 단어는 분사형으로 주 명령 동사를 수식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명령의 핵심은 제자 삼으라는 것이고 제자 삼는 사역은 복음을 들고 가는 것부터 시작해서 세례를 베풀고 가르치는 사역으로 이어져야 한다.

그러므로 ‘모든 족속으로 제자삼으라’고 하신 주님의 명령은 절대적이다.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목회의 핵심이고 우리의 존재이유다. 문제는 우리의 삶의 현장 속에서 그 사명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것이다.

제자훈련의 또 다른 성경적 근거는 바울이 디모데에게 준 교훈에서 찾을 수 있다.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저희가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딤후 2:2). 사도바울은 자신이 다양한 환경 속에서 디모데에게 가르쳤던 사역이 계승되기를 바랬다.

예수님에게서 자신에게로, 자신에게서 디모데로, 디모데에게서 충성된 자들에게로, 충성된 사람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로 제자훈련 사역이 계승되어야 한다고 보았다. 이렇게 다음세대를 세우는 사역이야말로 진정한 '사도성의 계승'이라고 존 스토트는 말한다.

달라스 윌라드(Dallas Willard)는 “하나님의 모략”에서 제자란 '예수님과 함께 있어서 그분으로부터 하나님 나라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사람'이라고 정의한다. 예수님의 삶이 제자의 삶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제자는 예수님으로부터 자신의 삶을 사는 것을 배우되 예수님이 만약 나라면 내 자리에서 살아가실 그 삶을 배우는 것이다. 이러한 개념의 제자는 그저 단순히 교회생활 잘 하는 신자로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예수님으로부터 실제 삶의 모든 영역에서 풀 타임 사역자로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것을 의미한다.

부엌에서 요리를 맡아 섬겼던 로렌스 형제의 말은 제자의 삶이 무엇인지를 잘 드러내 보여준다. “우리의 성화는 우리의 일을 바꾸는 데 달린 것이 아니라 흔히 자신을 위해 하는 그 일을 하나님을 위해 하는 데 있다.” 제자훈련의 목적은 우리의 가정과 직장, 사회에서의 모든 삶으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거룩한 산 제사를 드리도록 하는 것이다.

제자훈련은 성경공부나 교회성장을 위한 어떤 프로그램이 아니다. 어떤 사람은 제자훈련을 12사도나 12지파의 이름이나 외우고 시험을 보는 것쯤으로 생각하면서 비난을 한다. 그런 것이 제자훈련이라면 비난받아도 싸다. 제자훈련이란 하나님께서 “내가 거룩하니 너희도 거룩하라”는 말씀을 받아 하나님께서 세워놓은 거룩의 수준까지 나아가는 과정이다. 예수처럼 되고 예수처럼 살아가도록 돕는 영적 순례의 길이다. 그러므로 제자훈련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단어는 “변화(transformation)”이다.

변화는 목회가 성공적인지 아닌지를 가름하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성도들이 신앙생활을 한다고 하면서도 10년 전의 모습이나 지금이 별반 다를 게 없다면 교회는 매우 중요한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다. 무디(Moody)는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성경을 주신 이유는 정보(information)를 제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변화(transformation)를 일으키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다시 한번 질문을 던져보자. 당신은 주님의 명령에 순종하고 있는가? 제자삼고 있는가?

 

국제제자훈련원 대표 김명호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