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서는 구약성경에서 정경성의 위치를 획득하는 데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남녀의 성(性, sexuality)과 그 정신적, 정서적, 육감적 사랑을 중심으로 하는 그 내용의 파격성과 현란함에 일반 신자들도 당황하거나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적나라한 성에 대한 묘사와 인간 육체의 아름다움에 대한 고양된 찬양, 감미로운 구애(求愛)의 목소리 등과 같은 내용들은 설교자들에게 적지 않은 두통거리를 제공했으며, 만일 아가서를 반드시 설교해야만 하는 의무가 주어졌을 경우, 그들은 꺼림칙한 이 책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지 안절부절 한다. 물론 풍유적(諷諭的) 해석을 통해 그러한 꺼림칙한 마음을 어느 정도 해소하기는 하겠지만 그래도 본문 자체에 대한 어색함은 앙금처럼 그대로 남는다. 영혼에 그윽한 안위와 평화를 주어야 할 바로 ‘그 말씀’이 이제는 그들의 마음과 영혼을 혼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연애편지를 쓰면서 이전 세대의 젊은이들은 아가서로부터 과감하게 표절 행위를 즐기기도 했다. 그러나 교회 내의 청교도적 어른들은 아가서에 대한 그들의 숨겨진 불편함을 타고난 피부색으로 받아들이며 마음속에 치부(置溥)하며 지내왔던 것도 사실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이미 정경이 확립된 1세기경에도 많은 랍비들은 아가서의 정경성에 대해 커다란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위대한 랍비였던 아키바(Akiba)는 단호한 목소리로, “아가서는 신성하다. 아가서가 이스라엘에게 주어지던 날은 온 세상이 감당치 못하였을 것이다”(Mishnah Jadajim 3:5)라고 말하면서, 아가서를 카페에서나 불려지는 에로틱한 샹송 정도로 사용하는 자는 저주를 받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이것만 보아도 아가서가 후대에 얼마나 해석상의 논쟁과 토론의 주제가 되었을 것인가를 예기케 한다. 좌우간 유대인 전통(마소라 전통)과 기독교 전통 모두 아가서를 그들 경전의 일부분으로 받아들였다. 또한 위대한 영혼들과 신학자들은 이 책에 깊이 매료되어 그들의 최상의 노력과 연구를 아낌없이 쏟아 바쳐왔다. 이처럼 아가서는 언제나 이러한 이중적 반응을 얻어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다.

히브리어 본문에 따른 책제목은 ‘솔로몬의 노래들의 노래’로서 그 뜻은 ‘솔로몬에 의한’, ‘솔로몬을 위한’, 혹은 ‘솔로몬에 대한’ 노래들 중의 노래라는 것이다. ‘노래들의 노래’라는 표현은 노래들 중 ‘최상의 노래’라는 뜻이다(참조. 신 10:17, ‘너희의 하나님 야웨는 신의 신이시며 주의 주시요’; 딤전 6:15, ‘만왕의 왕이시며’). 한글개역성경은 아가(雅歌)라는 명칭을 주었는데, ‘아름다운 노래’란 뜻이다.

정경 안의 위치아가서는 히브리 성경(타낙, TaNaKh)의 세 번째 부분에 해당하는 성문서(聖文書, Ketubim) 안에 위치한다. [잠언] → [룻기] → [아가] → [전도서] → [애가] → [에스더]로 이어지는 순서에 속해 있다. 이러한 배열은 의도적인 듯 보인다. 잠언은 야웨를 경외하며 가족을 위해 수고하는 현숙한 여인상에 대한 묘사로 대미(大尾)를 장식한다(31:10~31). 한편 룻기는 잠언 끝 부분에 제시된 현숙한 여인상의 실제를 야웨 신앙으로 결속된 두 현숙한 여인 나오미와 룻의 이야기를 통해 소개한다. 특이한 것은 룻기는 잠언 31장의 ‘현숙한 여인’(lyIj'Atv,ae)의 모형이라 할 수 있는 룻과 한 쌍으로 어울림직한 ‘유력한 남자’(2:1, lyIj' rwOBGi vyai) 보아스를 소개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보아스와 룻 사이의 진솔한 헌신적 사랑(헤세드)은 결국 다윗 왕조의 탄생을 가능하게 하는 결정적인 원인이 된다. 적어도 이것이 룻기의 최종형태가 독자들에게 알리는 신학적 메시지이다(룻 4:18~22). 이러한 정경적 순서에 따르면 아가서는 보아스와 룻과 같은 이상적인 남녀간의 자유롭고 열정적인 사랑의 실체를 그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