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같은 것들이 걸어가나이다

막 8:22-26

예수님께서 벳세다에 이르자 사람들이 소경을 데려왔습니다. 예수님의 손을 잡고
마을에서 나와서 두 번이나 안수를 해서 그를 고쳐주었습니다. 이 소경의 치료과정이
어느 환자의 치료와 비슷합니까?
7장의 귀먹고 어눌한 자의 치료와 닮은 점이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곳으로 데려가
서 복잡한 과정을 거쳐서 치료하시는 점이 그렇습니다. 벳새다에서 소경을 고친 이
이야기는 다른 복음서에 없는 마가만이 전해주는 특별한 이야기입니다. 7장을 설명하
면서 능력이 있는 예수님께서 왜 단번에 고치시지 않았다고 말씀드렸죠?
그것은 예수님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고 치유받는 사람의 상태에 달렸다고 했습
니다. 자신의 간절함과 믿음으로 예수를 찾아온 사람들은 특별한 절차없이 순식간에
고쳐주셨습니다. 반면에 다른 사람의 손에 이끌려 온 사람들은 특별한 절차를 밟아서
고쳐주셨습니다. 예수님께서 고쳐주신 것을 확실하게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1. 이 소경은 바로 제자들의 모습입니다.
오늘 이 본문의 치료 기사에는 다른 어떤 기사에도 나타나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것은 치료가 단계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입니다.
예수님의 능력이 많이 떨어진 모양입니다. 말씀 한 마디로 즉시 고칠 수 있는 능력
이 있었는데 오늘은 잘 안되는 모양입니다. 무엇이 보이느냐? 고 물었는데 '사람들이
보이나이다. 나무같은 것들의 걸어가는 것이 보이나이다' 라는 이 소경의 대답을 보면
절반 정도만 고쳐진 모양입니다. 정말 능력이 떨어진 것입니까? 여전히 예수님은 한
마디의 말씀으로 이런 질병을 고칠 수 있는 분이십니다. 어제나 오늘이나 영원토록
동일하신 분입니다. 그런 분이 이런 복잡한 과정을 거칠 때는 특별한 목적이 있기 때
문입니다.
병고치는 기적도 하나의 비유일 수가 있습니다. 평소와는 다른 뜻밖의 기적을 통해
서 제자들에게 깨우침을 주시려고 하시는 것입니다. 제자들의 모습은 막 8:18에 '너희
가 눈이 있어도 보지 못하며 귀가 있어도 듣지 못하느냐 또 기억지 못하느냐' 는 예
수님의 책망이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모습이 바로 이 소경이나 다를 바가
없는 것입니다. 이 사건 직후에 제자들은 예수님을 그리스도라고 하는 놀라운 고백을
합니다. 위대한 고백에 바로 뒤이어 '사단아 내 뒤로 물러가라'는 꾸지람을 듣게됩니
다. 위대한 고백을 했다가 곧 이어 엄청난 꾸중을 듣는 이 모습이, 바로 보이긴 보이
는데 제대로 보이지 않는다고 말하는 이 소경의 상태입니다.
이 소경에게 만물을 밝게 보게되듯이 그런 일이 바로 제자들에게 일어나리라는 것
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동시에 예수를 믿는다고 하면서 어떻게 보면 도저히 믿는다고
할 수 없는 짓을 다반사로 저지르는 우리의 모습이기도 합니다.

2. 그리스도인에게는 참된 기쁨이 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침을 뱉고 안수를 한 후에 무엇이 보이느냐고 물었을 때 이 소경이 '사
람들이 보이나이다. 나무같은 것들의 걸어가는 것이 보이나이다' 라고 대답을 했습니
다. 그러면 이 사람은 지금 눈먼 사람입니까? 눈 뜬 사람입니까?
똑같은 현상이 여러분에게 있지 않습니까? 여러분은 그리스도인입니까? 예라고 대
답하고는 돌아서서 혼자 생각해보면 아니라고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습니까? 바로 이
소경의 지금 상태가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고 스스로 생각하면서도 그리스도인
들이 느끼는 그 기쁨을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예수 믿는 사람들의 기쁨이 어떤 것입니까? 지난 주일 저녁 예배때 TV 드라마보다
성경공부가 더 재미있다고 그랬는데 정말입니까? 예배드리는 것보다 식구들과 함께
야외로 나가는 것이 더 재미있지 않을까요? 시간이 있고 돈이 있으면 얼마나 재미있
는 세상인지 모릅니다. 그런 재미 다 접어놓고 고리타분하게 교회서만 뱅뱅 도는 것
이 정말 즐겁습니까?
예수 믿는 재미가 무엇인지 잘 모르는 분들에게는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하기 어려
운 것이니 한 사람의 예만 들어보겠습니다. 바울 사도는 처자식도 없이 평생을 떠돌
아 다녔습니다. 일류대학을 나온 앞날이 창창한 젊은이였습니다. 그럼에도 모든 것을
포기하고 죽도록 고생만 했습니다(고후 11장). 그러다가 로마로 죄수로 잡혀가기 전에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그를 심문하는 고위관리들에게 '말이 적으나 많으나 당신뿐 아
니라 오늘 내 말을 듣는 모든 사람도 다 이렇게 결박한 것 외에는 나와 같이 되기를
하나님께 원하노이다' (행 26:29)
예수 믿는 것이 즐거워 자신의 모든 즐거움을 팽개친 사람이 어디 바울 뿐입니까?
우리 주위를 둘러보아도 많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안 믿는 사람이 보기에는 미친
것 같아도 그 속에 남이 알지 못하는 더 큰 기쁨이 있기 때문입니다. 돈이나, 세상의
권력이 주는 기쁨도 참 큽니다. 그러나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누리는 기쁨은 족
히 비교할 수 없는 큰 기쁨입니다.
그런데 예수를 믿기는 믿는데 그런 기쁨이 없다구요? 그런 분들에게 예수님께서 하
실 말씀이 있어서 이 소경을 상대로 이상한 치료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분명히 보이
긴 보이는 데 잘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이런 상태에 있다면 이런 곳
은 여러분이 오래 머물러 있을 곳이 못됩니다.

3.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이유
왜 예수를 믿는데도 이런 기쁨이 없는지 이 소경의 경우를 생각해 봅시다. 이 소경
이 '나무 같은 것들의 걸어가는 것이 보이는' 상태에서 치료되었다고 성급하게 뛰어나
가서는 안됩니다. 그것만으로도 이 소경은 이제 볼 수 있다고 고함을 치고 싶었을 것
입니다. 그러나 아직은 아닙니다. 스스로 다 고쳐졌다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믿는다는 사람들 중에는 완전하게 고쳐지지 않았음에도 다 고쳐진 줄로 알고 뛰어 다
니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리가 무엇으로 구원을 받습니까? 믿음으로 구원을 받지요?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
다고 하니까 구원을 받은 모양이구나 싶은 데 믿는 자답게 사는가를 살펴보니까 아닌
것 같습니다. 보세요 똑 같지 않습니까? 무엇이 보이느냐? 사람이 보입니다 해놓고,
잘 안보이는데요 하는 식이죠. 이것은 완전하게 시력이 회복되지 않은 증거입니다.
믿음으로 구원받는다지만 우리는 무엇을 해야합니까? 전도도 해야하고 새벽기도에
도 나가야하고 헌금도 해야하고......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래도 믿음으로 구원
을 받습니까? 우리가 해야하는 많은 일과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것을 명확하게
가려야합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는 구원을 얻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믿음으로
구원을 받았기 때문에 감사해서 하는 것입니다. 이 순서가 뒤바뀌어 있으니 힘이 드
는 것입니다.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는 말은 하나님과 나 자신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는 것을 가
리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가 하나님을 어린아이가 아버지를 부르듯이 친근하게 부
르라고 하는 데 우리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종처럼 하나님을 대하지 않습니까? 하나
님과 자신의 관계를 명확하게 하기 전에 나의 의지로 어떻게든 선하게 살아야겠다고
노력하는 것이 결국은 우리를 기쁨이 없는 그리스도인으로 만들어버립니다.
나의 행위가 만족스럽지 않으면 '믿는다는 사람이 이래서 되겠나?' 하는 절망감에 또
빠집니다. 우리의 능력으로 무엇인가를 이루어야된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우리의 마음
에는 평강이 사라집니다.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하는 성경의 가르침과 권위에 완
전히 승복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믿음으로 구원을 받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나의
무슨 노력이 더해져야하는 것으로 생각합니다. 성경은 그렇게 말하지만 시대가 변하
고 환경이 바뀌었다고 토를 답니다. 이런 상태가 바로 소경이 말하는대로 '보이긴 보
이는데 사람이 나무처럼 보이는' 상태입니다.
또 다른 경우는 반대로, 이 소경이 예수님께서 그렇게 노력했지만 그럼에도 보이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하는 것도 잘못된 태도입니다. 아무리 성경을 읽어도 모르겠습니
다. 열심히 기도해 보았지만 아무런 응답이 없습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산다고 사는
데 도무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만 두겠습니다. 보세요, 예수님
도 고친다고 해도 이것 밖에 안되잖아요? 몇 번 해보다가 별 반찬 없네하고 예수님을
떠나버리는 사람도 참으로 불행한 사람입니다.
해결책은 주님 앞에 정직하게 대답하는 것입니다. 주님이 물으셨습니다. 이 소경이
무엇이라고 대답했습니까? 안보이는데요? 이러면 안됩니다. 보이는 것은 보이지만 나
무같은 것들의 걸어가는 것이 보이나이다.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우리를 내어놓아야
합니다. 없는 믿음을 굳이 있는 채 할 필요도 없습니다. 믿어지지 않는 것을 굳이 믿
는 채 할 필요도 없습니다.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하나님 앞에 솔직하게 내어놓고 하
나님께 매어 달리십시오.
이 소경이 솔직하게 대답을 한 다음에 한 일은 여전히 예수님의 말씀에 복종하는 것
입니다. 하나님과 관계를 바르게 세우고 하나님께서 여러분에게 말씀하시는 대로 하
나님께 나아가십시오. 어떤 희생을 치르더라도 하나님께서 치료해 주시기를 구하십시
오. 이 소경이 완전한 시력을 회복한 것처럼 여러분에게 완전한 믿음의 시력을 주실
것입니다. 온전한 구원을 얻게 될 것입니다. 온전한 기쁨을 누리게 될 것입니다.
다시, 제자들을 봅시다. 이 제자들은 예수를 따르고 있지만 정말 예수를 믿는 사람
들입니까? 어떻게 보면 그렇습니다. 어떻게 보면 아닙니다. 정확한 대답을 이 소경이
해주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보이나이다. 나무같은 것들의 걸어가는 것이 보이나이다'
제자들은 분명히 예수님을 믿고 따랐습니다. 그러나 희미하게 믿었습니다. 결국 예수
님은 소경을 고치듯이 이런 제자들을 완벽한 모습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우리의 모습은 이 소경의 어떤 모습을 닮았습니까?
1)혼자서 거지 노릇을 하고 있습니까? 아니면,
2)그래도 동네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예수님께 나아오고 있습니까?
3)예수님 앞에서 보는 건지 못보는 건지 아리송한 상태로 있습니까?
4)아니면 만물을 밝히 보고 있습니까? 우리의 현재 모습이 어떤 형편이든지 간에 예
수님께서 우리의 손을 꼭 잡고 우리에게 무엇이 보이느냐?고 묻고 있으면 소망이 있
습니다. 안 보이던 눈이, 나무같은 것들의 걸어가는 것이 겨우 보이던 눈이 예수님의
능력으로 결국은 밝히 보게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