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에 대한 목회적 돌봄
박 노권
이혼은 각 배우자에게 이루 형용할 수 없는 아픔을 주고 그들뿐만 아니라 자녀들과 확대가족들 그리고 그들을 알고 있는 모든 이들의 마음에 깊은 상처를 남긴다. 이혼이 사회적으로 그런대로 인정되는 미국 사회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이혼을 불행이요 삶에 가장 큰 충격을 주는 요인으로 보는데, 하물며 한국 사회에서 그것도 기독교인으로서 이혼은 매우 힘들고 그 충격은 견디기 어려운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오늘날 이혼은 점점 늘어나는 추세에 있는 것이 피할 수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이러한 이혼 문제에 대해 목회자도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되었다.
따라서 본 장에서는 이혼에 대한 효과적인 목회적 돌봄을 위해, 먼저 이혼에 대한 분명한 가치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므로1) 성서적인 이혼에 대한 이해를 살펴보고, 구체적으로 이혼의 문제를 돕기 위해 이혼의 원인이 되는 요소들과 이혼이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 교회에서 돌볼 수 있는 여러 방안에 대해 논해 보고자 한다.
I. 이혼에 관한 성서적 이해
1. 이혼 문제에 대한 성서의 언급
1) 구약성서에 나타난 이혼 문제
사람이 아내를 취하여 데려온 후에 수치 되는 일이 그에게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기뻐하지 아니하거든 이혼 증서를 써서 그 손에 주고 그를 자기 집에서 내어 보낼 것이요 그 여자는 집에서 나가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려니와...
이혼에 관해 가장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는 이 신명기 24장 1-4절에 의하면 남편은 ‘수치스러운’ 일을 발견했을 때 아내와 이혼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럼 수치스러운 일은 무엇인가? 힐렐 학파는 음란한 일은 물론 ‘음식을 태우는 것’ ‘남편에게 나쁜 평판을 일으키는 것’ 등의 부끄러운 일까지 포함된다고 해석했다. 반면에 샴마이 학파는 이 수치 되는 일을 엄격하게 해석하여 이혼할 수 있는 유일한 사유로 ‘간음’만이 해당된다고 하였다. 유대교 회당의 공식적인 입장은 샴마이 학파의 해석에 따라 간음한 경우에만 아내를 내어 쫓을 수 있다고 하였으나, 실제로 힐렐 학파의 해석이 적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당시에 이혼이란 남녀 쌍방간의 일이 아니라 오직 남성만이 가진 전권과 같은 것이었기 때문에 이 수치스러운 일은 당연히 남성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규정은 본래 이혼이 매우 용이하게 이루어지던 당시의 상황에서, 특히 남성들이 일방적으로 이혼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남성들의 횡포를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인 보장 장치로 사용되었다고 할 수 있다.
2) 복음서에 나오는 이혼 문제
(1) 마태복음 5장 31절-32절/누가복음 16장 18절
이혼의 문제가 대단히 첨예한 사회 종교적 이슈들 가운데 하나였던 당시에 예수는 이혼에 대하여 세 가지를 말한다. ① 누구든지 음행한 연고 없이 아내를 버리지 말라 ② 아내를 버리면 아내로 하여금 간음하게 하는 것이다 ③ 이혼한 여자에게 장가드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 여기에다 누가복음 16장 18절이 첨가되면 ④ 아내를 버리고 다른데 장가드는 자도 간음하는 것이다.
‘누구든지’ 일단 결혼을 해서 부부가 된 사이라면 그 어떠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이혼은 불가하다는 말씀이다. 모든 부부가 완벽한 인간들이거나 아니면 늘 행복한 부부생활을 누리는 것이 아닌 한 이혼을 생각하게 하는 위기의 순간은 오게 마련이다. 그런데 그 어떠한 위기가 온다 할지라도 이혼만은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나 아내가 음행을 저지르는 경우에는 예외를 두고 있다. 즉 음행을 범한 경우에는 이혼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것은 간음을 포함한 성적 부도덕함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예수의 명령의 강조점은 ‘아내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아내를 사랑하는 것’에 있다. 당시의 이혼 풍속도를 보면 음행의 연고 없이 이혼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런 상황에서 ‘음행 연고 외에는’이란 말은 최소한 음행의 연고 외에는 이혼을 하지 말라는 뜻이기도 하며, 또 다른 한편으로 이혼하는 자는 다 간음에 해당되는 자로 하나님의 나라에 들어가지 못할 자들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특히 누가복듬 16장은 바리새인에게 주어진 말씀인데 여기에서 “아내를 버리고 다른데 장가드는 자”는 남자요, “버리운 자에게 장가드는 자”도 남자임을 볼 때, 이혼에 대한 바리새인들의 가르침과 그에 기초한 이혼 풍속은 간음하는 남자들을 양산해 내는 구조임을 비판하신 것이라 할 수 있다.
(2) 마태복음 19장 3-9절/마가복음 10장 2-12절
이 두 본문은 이혼에 대한 바리새인의 질문 “사람이 아무 연고를 물론하고 그 아내를 내어버리는 것이 옳으니이까?”에 대한 예수의 답변이다. 예수는 “하나님이 사람을 본래 남자와 여자로 창조하셨고, 결혼을 통해 두 사람이 한 몸이 될 것이고, 그렇게 하나님이 짝지어 주신 것을 사람이 나누지 못한다”고 창세기 1장 27절과 2장 24절을 가지고 답변하셨다. 즉 이혼은 불가하다는 것이다. 모세가 율법에서 이혼을 할 경우 이혼 증서를 주라 명한 것은 사람들의 마음이 완악했기 때문이고 본래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예수께서 하나님이 남자와 여자가 한 몸을 이루도록 만드신 본래의 창조 질서를 언급하신 이유는, 창조 질서가 깨어져 엉망이 되어 버린 현실의 타락된 질서와 대비시키기 위한 의도에서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창조 질서를 깨는 주범이 바로 바리새인들이라는 사실을 은연중에 지적하며, 하나님에 대해 가르치면서 하나님께서 제정하신 결혼의 의미를 모르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것은 결혼이 무엇인지 알게 되면 이혼이 무엇인지도 알게 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러므로 예수의 관심은 어떤 경우에는 이혼을 허락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는 허락이 되지 않느냐 하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어떻게 하면 하나님의 창조 질서를 복원할 수 있겠느냐에 있었다. 현실은 사람들이 이혼을 생각하고 고민하여 시도하고 있지만, 예수의 관심은 하나님의 본래 의도를 회복하는 데 있었다. 여기에서 한 가지 주목해야 할 것은 예수께서 이혼의 가능성을 부정한 의도는 무조건 참고 살아야하기 때문이 아니라, 정상적인 부부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성경적인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요구가 조건으로 깔려 있다는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바탕이 되어야 이혼의 불가함을 역설할 수 있는 현실적 근거가 주어질 뿐 아니라, 실제로 이혼을 하지 않는 결혼의 관계를 유지할 수 있게 된다.
(3) 고린도전서 7장 10-15절
대부분의 성경 언급이 남편이 아내를 버리는 문제를 다루고 있지만, 여기서는 여인이 남편을 떠나기로 선택할 수 있음을 언급하고 있다. 여하튼 당시의 기독교 공동체 안에 속한 부부들도 이혼을 고려하는 사람들이 꽤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예수의 가르침을 인용하는 바울의 권면도 역시 이혼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한다. 그러나 하나의 예외 조항을 두는데, 믿지 않는 자와 결혼해서 사는 경우, 그 믿지 않는 자가 살기를 좋아하면 함께 살고, 만일 살기를 싫어하면 헤어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믿는 자의 입장에서는 먼저 결혼의 관계를 파괴하는 행동을 하지 말라는 의미가 들어 있음을 알 수 있다.
2. 이혼에 관한 세 가지 입장
이혼에 관한 성서 말씀들을 근거로 교회는 전통적으로 세 가지 입장--절대 허용 안함, 간음의 경우 허용, 결혼을 유지하기 어려운 경우 허용--을 취해 왔다.
1) 이혼은 어떤 이유로도 불가하다는 입장
이런 입장은 로마 카톨릭 교회가 대표적인데, 로마 교회법 1141조는 “성립되고 완결된 혼인은 사망 이외에는 어떠한 인간권력으로나 어떠한 이유로도 해소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2) 간통죄나 중대한 학대가 발생할 경우에는 별거를 권장할 뿐, 이혼은 허락하지 않는다. 래니(Carl Laney)는 하나님께서 창조 시에 원래 의도하시고 원하셨던 뜻은 결혼이 죽을 때까지 항구적이 되는 것이었다고 주장한다.3) 래니와 그와 비슷한 입장의 학자들이 내세우는 근거 중4) 하나는 남편과 아내가 한 몸이 된다고 할 때 그것은 성적 결합의 의미를 넘어서 정신적, 영적 결합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관계는 결코 끊을 수 없는 것이며, 인간의 악함으로 인해 이혼을 허락하는 예외적인 경우가 있었으나, 예수의 본래 의도는 결혼이 평생 동안 지속되어야 하는 것이었다는 주장이다.
사실 이혼을 결정하는 순간에는 지옥 같은 상황의 탈출로 생각될 수도 있으나, 곧바로 감정적, 경제적, 법적 문제에 봉착하게 되며, 공동체의 상실, 자녀 문제, 심리적 번민으로 불행을 경험하게 되는데5) 이는 결혼의 일체화가 얼마나 강력하고 사실상 분리가 어려운지를 반증해 준다. 또한 인간이 경험하는 스트레스 중에서 가장 강력한 세 가지가 배우자의 사별, 이혼, 별거라는 사실도 부부의 결합이 얼마나 우리에게 절대적인가를 보여준다.
그러나 이러한 견해에 대한 반론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현실적으로 참기 힘든 상황도 많이 있으며 이혼함으로써 보다 평화로운 삶을 영위하고, 나아가 성공적인 재혼을 통하여 새로운 행복을 누리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 여전히 상처와 고통을 떨쳐 버리지 못하며, 혼인을 다시 하는 횟수가 증가할수록 실패율이 높아지는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사실은 소중하고 거룩한 결혼을 이룩하는데 있어 사랑과 자족과 인내가 필수적이며, 이를 배우지 못하면 영원히 성공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없다는 진리를 가르쳐 준다고 말할 수 있다.
2) 간음한 경우에 허락된다는 입장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24장 5조는 “간음의 경우에 있어서 순결한 편에서 이혼소송을 제기하고, 이혼 후에는 죄를 범한 쪽이 죽은 것처럼 간주하여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합법적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은 마5장32절 말씀을 근거로 한 것이다. 이 예외 조항은 이혼을 강력히 금지한 예수의 분명한 말씀이기 때문에, 개신교회는 전반적으로 간음을 유일한 이혼 조건으로 허용한다. 사실 육체적 간음은 중대한 죄악이 아닐 수 없고, 성적 정절을 기초로 하는 결혼에 있어서 결혼의 유지를 위협하는 최대의 장애가 아닐 수 없다. 이 경우 피해자가 이혼을 요구할 경우 거절하기 힘들며 따라서 모세나 예수도 절대적으로 금지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이 이혼을 금지하는 것과 동일한 명령의 성격을 가지지 않고 단순한 ‘묵인’이라는 점이다. 더욱이 19장 8절에서는 이런 예외 조항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모세가 너희 마음의 완악함을 인하여 아내 내어버림을 허락하였거니와 본래는 그렇지 아니하니라.” 즉 간음으로 인한 경우라 할지라도 이혼은 신의 본래적 창조의지에 반하는 범죄에 해당되며, 모세 시대에 이혼을 정당화하려는 요구가 너무 거세고 폭증함에 따라 이혼증서를 써주는 조건으로 일부 허용하였을 뿐이라는 말이다. 윌리암 럭은 이러한 조치가 남성의 일방적인 유기로부터 여성을 보호하려는 동기에서 발생하였다고 주장하였다.6)
예수는 마5장28-31절에서 “여자를 보고 음욕을 품는 자마다 마음에 이미 간음하였느니라”는 말씀 뒤에 “누구든지 간음한 연고 없이 아내를 버리면”이라는 말씀을 한 것을 보면 간음조항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한 것을 본다. 요8장의 간음한 여인 사건은 그 정의가 얼마나 현장에서 적용력을 가지는지 보여준다. 자기들은 간음하지 않았음으로 간음한 여인을 돌로 쳐 심판하겠다는 사람들에게 예수는 “너희 중에 죄없는 자가 돌로 치라”고 말씀하였다. 여기서 이것은 어떤 죄를 의미할까? “그들이 양심의 가책을 받아”라는 구절과 전체적인 맥락을 보면, 일반적인 죄라기보다는 여기서 문제가 되는 간음죄라고 보는 것이 더 타당성이 있다. 실로, 이 간음한 여인을 정죄하고 심판할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 뿐인데, 예수님은 그녀를 용서해 주셨다.
당연히 이혼해야 된다고 상대방을 비난하며 분노하고 있는 사람에게 예수는 아마도 동일한 질문을 할 것이며, 그들은 자신들의 문제점도 적지 않음을 깨닫고 양심의 가책을 받게 될 것이다. 이혼하려는 부부들이 서로 자기의 ‘들보’는 인식하지 못하고 상대방의 티만을 침소봉대하는 것은 아닐까?
3) 간음 이외의 사유로도 허용된다는 입장
실제로 현대의 많은 교회들이 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이 경우, 교회는 그 판단을 개인 및 국가의 법정에 맡기며, 사실상 아무런 성경적 가르침도 제시하지 못하고 이혼에 대한 교회의 독자적 판단을 포기한다. 신명기 24장 1절에 나오는 “수치되는 일”을 힐렐은 포괄적으로 해석하여 남편을 기쁘게 하지 못하는 모든 것을 포함시켰는데, 많은 유대인들도 이를 받아들여 모든 이혼을 정당화했던 것이다. 바울도 고전 7장에서 믿지 않는 자들이 원할 때는 이혼할 수 있다는 예외적인 조항을 언급하기도 했다.
폴 쥬엣은 이혼의 획일적인 반대가 율법주의이며, 고통당하고 있는 형제자매를 외면하고 불행의 연장을 강요하는 ‘이해와 사랑의 결여’라고 비난한다.7) 그는 기독교인에게 두 가지 악이 있는 경우 적은 악을 선택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이혼도 악이지만, 이혼보다 더 큰 악이 단순히 결혼을 유지하기 위해 자행된다면 당연히 이혼을 통하여 더 큰 악을 막아야 된다는 이론이다. 오늘날 이혼에 대한 국가법들은 신적 요소를 배제하며 당사자 합의에 의한 이혼을 모두 수용한다. 우리나라의 민법 834조는 ‘부부는 협의에 의하여 이혼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협의상의 이혼을 인정하며, 840조가 규정하는 재판상 이혼의 사유로는 부정한 행위, 유기, 본인이나 가족의 부당한 대우, 생사불명, 기타 중대한 사유를 허용하고 있다. 이렇듯 이혼의 다양한 사유를 인정하고 있는 것이 대체적인 흐름이다.
4) 이혼에 대한 바람직한 이해
오늘날 우리 기독교인들은 이혼이 만연된 사회에서 살고 있다. 2002년 연간 이혼 건수는 145,300건(쌍)으로 2000년에 비해 무려 25,300건(쌍)이 늘어났다. 2002년도 이혼율을 1일 평균으로 계산할 경우, 하루에 398쌍이 이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인구 1천명당 이혼 건수를 나타내는 조이혼율을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이혼율이 지난 30년 사이에 얼마나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지를 쉽게 알 수 있다. 통계에서 보듯이, 1970년에는 0.4건에 불과하던 조이혼율이 1980년에는 0.6건, 1990년에는 1.1건에 이르렀으며, 2002년에는 3.0건에 달했다.
(단위: 인구 천명당 건)
|
1970 |
1980 |
1990 |
1995 |
1998 |
1999 |
2000 |
2001 |
2002 |
이혼건수(천건) 조이혼율 |
11.6 |
23.7 |
45.7 |
68.3 |
116.7 |
118.0 |
120.0 |
135.0 |
145.3 |
0.4 |
0.6 |
1.1 |
1.5 |
2.5 |
2.5 |
2.5 |
2.8 |
3.0 |
과연 이런 현대 사회에서 성경적 원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스러운 상황이며, 교회들은 적용을 강요하다가 권위가 상실되고 교인들의 반발을 받을까 두려워하여 이혼에 대한 입장을 명백히 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이혼은 권장되거나 정당화될 수 없다. 성경은 일관되게 결혼의 영속성과 신성함을 가르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불가피한 경우의 이혼을 성령 훼방 죄처럼 결코 용서받지 못할 것으로 정죄해서도 안 될 것이다. 하나님께서 인간의 완악함 때문에 잠정적이지만 모세를 통하여 이혼제도를 묵인하셨음을 예수께서도 인정하셨고, 바울 역시 선교현장에서 직면한 이혼 문제를 특정한 경우에는 인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성경 시대가 그러했듯이 지금 우리들이 살고 있는 이 시대의 상황들도 불가피하게 결혼과 이혼의 양면성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인간의 감정이나 의지에 지나치게 의존하기보다는 하나님이 주신 원칙을 따르려는 노력이 우리에게 있어야 할 것이다.
II. 이혼의 원인과 이혼이 미치는 영향
이혼한 남녀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바에 의하면, 성격 차이가 가장 높은 이혼 사유가 되었고, 이어 가족간 불화, 경제문제, 배우자 부정 등이 뒤를 이었다. 동아일보(2003년 3월 28일)에서 통계청 자료를 근거로 제시한 연도별 이혼사유는 다음과 같다.
연도별 이혼사유 변화
사유항목 |
2000년 (12만건) |
2001년 (13만5천건) |
2002년 (14만 5천3백건) |
배우자 부정 |
8.1 % |
8.7 % |
8.6 % |
정신, 육체적 학대 |
4.3 % |
4.7 % |
4.8 % |
가족간 불화 |
21.9 % |
17.6 % |
14.4 % |
경제문제 |
10.7 % |
11.6 % |
13.6 % |
성격차이 |
40.1 % |
43.0 % |
44.7 % |
건강문제 |
0.9 % |
0.7 % |
0.6 % |
기타 |
14.0 % |
13.7 % |
13.3 % |
계 |
100.0 % |
100.0 % |
100.0 % |
이와 같은 설문조사한 연구들을 보면 이혼의 원인이 대화부재와 이해부족으로 인한 성격차이, 경제문제, 정신, 육체적 학대, 배우자 부정, 그리고 이런 것들과 관련된 신뢰감 상실, 술 문제, 외도, 역할 분담에 대한 갈등, 성장배경의 차이, 가족에 대한 무감각, 성적불만족, 고부간의 갈등 등 개인적인 원인들을 다양하게 밝혀낼 수가 있다.8)
그러나 또 한편 이혼의 문제는 개인적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보다 폭넓게 사회학적 관점에서도 취급되어야 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현대의 결혼생활 및 이혼이란 당사자 개인뿐만 아니라 결혼제도와 이를 둘러싼 다양한 사회적 구조가 맞물려 일어나는 사회적 구성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간략하게 사회적 원인을 살펴보고, 이혼을 합리화하는데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오늘날 상대적 가치관에 대해 좀 더 논해보고자 한다.
1. 이혼 증가의 사회적 영향
이혼이 현대 사회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현상은 아니지만 산업화와 도시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한 이후 제도적으로 이혼을 허용하게 된 사실, 법적인 이혼율이 증가하는 현실, 그리고 이혼에 대한 태도가 허용적인 방향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점 등이 과거와는 다른 차이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변화를 가져오는데 있어서 영향을 준 요인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여성의 사회적 지위 향상
이혼율 증가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의 변화와 이에 수반된 여성 자신의 가치관의 변화가 중요한 작용을 했다. 여성의 교육 수준이 향상되고, 또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증가하면서 부부 간의 경제적 의존도가 약화되게 되었다. 따라서 경제적 압력 때문에 불행한 결혼도 참고 견딜 수밖에 없던 전통사회에서의 이혼의 억제력이 더 이상 걸림돌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2) 가족 가치관의 변화
개인주의적인 가치관의 영향으로 부부관계도 가부장적 권위주의 관계에서 부부중심의 평등한 관계로 변화되었다. 과거의 가족은 남편 가문에 여자가 시집와서 애정이 없어도 일생을 함께 하는 ‘제도적 성격’이 강했으나, 오늘날의 가족은 남녀가 애정을 바탕으로 서로 만나 결혼해서 살지만 성격이 맞지 않거나 애정에 금이 갔을 때 미련 없이 헤어지는 ‘우애적 성격’으로 바뀐 것이다.9) 이혼도 자신의 삶을 위한 하나의 선택으로 보며, 의무보다는 사랑이 중요한 조건이기 때문에 사랑이 없다면 얼마든지 이혼할 수 있다는 생각이 확산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의무보다는 개인주의적인 자기성취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가치관의 변화가 이혼율 증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3) 법제도의 변화
과거의 가족에 관련된 법은 가족 유지와 이혼을 금지하는 의도가 컸고 특히 여성에게 부리한 것이었다. 여성에게 있어서 이혼이란 재산과 자식을 다 빼앗긴다는 경험이었다.10) 그러나 1990년 가족법이 개정되면서 이혼 시에 재산분할청구권으로 여성의 가사노동가치 인정, 면접교섭권 신설, 자녀양육권의 선택 및 조정을 가능케 하는 등 그동안 문제가 되었던 이혼관련 불평등 법조항들이 개정됨으로 인해 여성들은 이혼에 좀 더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11)
4) 종교의 역할 약화
결혼과 가정에 대한 종교적 영향 내지는 규제가 과거보다 약화됨으로써 이혼은 늘어가고 있다.12) 이러한 현상은 비교적 이혼에 대해 좀 더 규제가 강한 카톨릭이 개신교보다 이혼율은 낮은 반면 별거 부부의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입증된다. 그리고 종교성, 교회참가 빈도수와 활동수도 이혼과 관련되어 있는데, 덜 종교적인 사람들이 이혼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13)
5) 남녀의 성역할의 변화
전통적인 남녀의 성역할에 대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따르지 못할 때 여기에서 나오는 갈등은 이혼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다.14) 또한 남자와 동등한 교육을 받는 여성은 가정 안에서 자녀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것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사회생활을 통한 자아실현을 추구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사회구조상 직장생활에 몰두하여야만 생존할 수 있는 남편들이 가정에서 자녀양육 및 가사에 부인과 함께 참여할 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러한 오늘날의 과도기적 상황이 부부 간에 불화를 만들어내는 요인이 된다.
2. 상대적 가치관의 영향: 인본주의 심리학을 중심으로
오늘날 크게 다원주의의 등장과 심리학의 영향으로 말미암아 윤리적 규범이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다원주의 사회에서는 모든 권위의 중심이 그 영향력을 잃는 경향이 있고,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하나의 윤리적 규범을 요구하는 것이 허락되지 않는다. 이것은 서로의 상황이 다름을 인정해야하기 때문이다. 또 한편 가치관이나 윤리의 결핍은 오늘날 사람들에게 큰 영향을 주고 있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영향에서부터 온다.15) 도덕주의를 피하고자 하는 것은 오늘날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인본주의 심리학자인 로저스의 “비지시적 상담” 방법 안에서도 잘 나타난다. 이 이론에 따르면, 외부에서 주어지는 가치는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으며 중요한 것은 그 결정이 무엇이 되던 내담자가 자유롭게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상담자는 내담자에 의해 어떤 결과가 선택되더라도 완전히 허락해야 하며, 그것이 내담자의 온전한 성장 가능성을 가져올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17) 로저스는 인간본성에 대한 근본적인 낙관주의와 인간이 악의 있게 행동하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신념으로부터 그리고 그의 이론의 근거인 “개인은 그 자신을 인도하고 규제하고 조절할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18)는 가정으로부터, 이런 가치중립의 입장을 가졌다.
이렇듯 윤리 규범을 제시하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보는 심리학의 영향은 일반인에게 뿐만 아니라 목회상담에서도 나타났다. 씨워드 힐트너는 그의 대표적인 저서의 하나인 Pastoral Counseling (목회상담)에서, 도덕주의는 목회적 돌봄과 상담에서 가장 위험한 것 중의 하나라고 말하며, 돌봄과 상담의 상황에서 개인적인 도덕적 확신은 접어두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내담자들이 그들의 윤리에서 좀더 자율적이 되도록 돕는 것이 적절한 목표라고 믿으며, 상담은 추론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19) 실제로 그의 상담을 보면, 그는 목사 자신의 도덕적 가치를 접어두고, 교인의 가치 구조 안에 전적으로 머물기를 시도하는데, 이 점에서 확실히 그는 중립성, 다른 말로 도덕 상대주의 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할 수 있다.20) 힐트너의 이러한 방법, 즉 상담에서 목사의 도덕적 가치가 분리되는 방법은 목회심리학 운동의 초기 지도자들과 많은 목사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는데, 이는 당시 폭넓게 읽혀지던 로저스의 영향력이라고 볼 수 있다.21)
오늘날 우리 사회의 이러한 도덕적 혼란과 가치의 왜곡은 온갖 사회 문제를 야기할 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정신적․영적인 문제를 만들어내는 주요한 원인이 되고 있다. 사람들은 건강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가치와 의미를 필요로 하는데, 낡은 권위주의와 그 동안 사회를 떠받치던 가치관의 붕괴는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가치관 혼돈을 겪게 하며, 마치 바다 한가운데 키나 나침반이나 지도도 없이 폭풍을 만난 작은 배를 타고 표류하는 것 같은 느낌을 갖게 한다.
이런 상황에서 사람들은 이제까지 그들이 배워온 원리들을 더 이상 지키지 않으므로 무엇을 해야할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는데, 특히 이혼, 낙태, 동성애 등은 규범이 빠르게 변해 가는 오늘의 상황 속에서 사람들이 혼돈을 느끼는 문제들이다. 이제 다원주의 환경에서 전통과 세속가치의 경계선 상에서 살고 있는 그들을 전통은 더 이상 만족시킬 수가 없으므로, 사람들은 옳은 일을 하기를 원하면서도, 도덕성에 대해서 혼란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오늘날 서구 사회의 도덕적 혼란과 무질서는 바로 이처럼 절대적인 도덕 기준이 상실되면서 인간의 자율과 이성적 판단을 우선적으로 신뢰하는 데서 출발한다. 즉, 동서양을 막론하고 사회를 오랫동안 지탱해오던 전통적인 권위와 도덕적 가치관들이 무너지고, 이에 대신할만한 새로운 가치체계를 찾지 못한 채로 개인의 자유만을 강조하게 됨으로써 무질서와 혼란이 성행하는 것이다.
그 동안 개인의 권리와 자유를 강조하는 인본주의 심리학의 영향으로, 각 사람의 억눌려 있던 감정을 표현하고 창의적인 사고를 격려하여 우리 사회가 평등 개념과 다양성을 수용하는 데 있어 획기적인 발전을 하는 등 사회 구석구석에 많은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음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지나친 자율과 자유만을 강조함에 따라 예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전통적인 가르침이나 권위를 무시하는 풍조가 생겨 그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하는 현실이 초래되었다. 문화의 축척과 역사의 교훈 및 인생의 경험으로 생긴 지혜를 겸손히 받아들이고 올바른 권위에 순복하는 것은 사회가 정상적인 질서 가운데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기틀이 되는 것인데, 인본주의 심리학과 인간의 자기중심적인 속성 또는 타락한 본성이 맞물려 개인에 대한 지나친 관심으로, 사회의 정당한 권위를 인정하는 인식이 사라지게 된 것이다. 이혼의 증가도 바로 이러한 이 시대의 흐름에 영향을 받아, 전통적 지혜의 가르침보다 나 자신의 자아실현이 우선으로 놓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3. 이혼이 미치는 영향
이혼은 이혼 당사자로서는 결혼생활을 지속함으로 인해 감내해야 했던 고통으로부터 일시적 해방감을 얻을 수 있다. 그리고 장기적인 안목에서 도저히 결혼생활을 지속하는 것이 불가능한 부부로서는 이혼을 통해 개인의 성장의 기회를 만들어 갈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클라인벨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든 결혼생활이 회복될 수 있고 회복되어져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한 사람이 변화하기를 거부한다면 또는 계속되는 효과적인 상담 후에도 아직 부부 각자의 개성이 억눌려 있다면, 별거나 이혼이 필요해 진다. 상처 입은 결혼생활을 깨고 자유로워지는 것은 개인 성장의 신호가 될 수 있다. 이혼 후에 고통을 극복하고 대인관계를 새롭게 이루는 것이 성장의 기회일 수 있다.22)
그러나 이혼에 이르는 과정은 인생의 여정에 있어 가장 고통스런 사건 중의 하나이다. 그리고 이혼문제를 어떤 관점에서 보든지 분명한 것은 이혼이 당사자와 그 가족, 특히 자녀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사실이다.
1) 이혼 당사자에게 미치는 영향
먼저, 이혼은 남녀 모두에게 경제적으로 문제를 가져온다. 남성이 겪는 경제적인 문제는 사업상의 어려움, 이혼시 재산 분할로 인한 재산의 감소, 생활의 불규칙으로 인해 수반되는 지출의 과다가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남성들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이란 절대적인 빈곤이라기보다는 과거에 비해 경제적인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상대적 빈곤이라 할 수 있다.23) 반면에 여성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은 남성의 그것에 비해 훨씬 심각하다. 여성이 겪어야 하는 경제적 어려움은 주거 및 생계의 어려움이라는 삶의 기본적인 조건에 대한 절대적 빈곤의 문제이다. 김혜련은 여성의 경제적 어려움을 이렇게 표현한다.
이혼 이후 가장 먼저 부딪치는 구체적인 문제는 경제적인 어려움이다. 결혼하고 집에서 수년간 살림만 하던 여자들에게 이 사회에서 내어주는 그럴듯한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그들이 결혼 전의 직업 경력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을뿐더러, 그들에게 허용되는 직업은 저임의 단순 육체 노동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구나 이러한 단순 노동조차 여러 가지 이유로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상황은 이혼의 실제적인 어려움을 증명한다.24)
그러나 경제적 문제 이상으로 이혼이 가져오는 심각한 것은 정서적인 문제이다. 이혼자들은 자신이 이 세상에서 쓸모없는 존재라고 생각하게 되고, 사랑받고 싶은 사람에게도 버림을 받았다는 감정은 그의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리고 이혼은 상대방에 대한 원망과 적대감을 가져다주고, 실패감에 사로잡혀 좌절하기도 한다. 그는 불안, 수치심, 두려움, 의기소침해지며, 이혼자라는 선입관을 떼어버릴 수 없으며 모든 것이 끝났다는 생각과 동시에 다시 시작이라는 상반된 생각에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심경에 놓이게 된다. 그는 이혼으로 인한 자유함을 누리기도 하지만 죄의식을 느끼게 되는데, 기독교인일 경우는 하나님의 말씀을 어겼다는 죄책감 때문에 방황하기도 한다. 이혼한 부부는 사랑의 상실과 관계의 상실로 인한 상실감에 고통스러워하게 되며, 장래에 대한 불안감과 성적인 부적응의 문제를 겪게 된다. 마틴(John Martin)은 이혼경험에 따르는 이러한 특별한 감정적 반응을 죄책감, 절망감, 적대감, 정체의 위기, 육체적인 징후로 요약한다.25)
이혼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은 남성에게도 나타나지만 여성에게는 더욱 크게 나타난다. 여성들은 현실적으로 남편과 자녀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삶을 사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인생의 전부는 결혼과 가족이라고 느끼고 있으며, 이혼은 결혼의 실패요 따라서 인생의 실패로 여기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실패의식은 자아상실감으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다. 김혜련은 이혼 여성의 심리적 고통을 이렇게 말한다.
사실 이들을 비난하는 주위와 세상의 소리는 대부분의 이혼자 내분에 가장 강하게 존재하는지도 모른다. 이들의 내부에는 이미 자신에게 일어나고 있는 일들을 오래도록 거부해 온 자신, 세상의 편견을 그대로 내면화해 온 기나긴 세월이 있기 때문이다. 그는 세상이 비난하는 소리를 자기 내부에서 가장 혹독하게 듣고 있는 자이기도 하다. 때문에 세상이 뭐라고 하지 않아도 스스로 세상이 자신을 비난할 것이라는 편견과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기도 하고 남들의 사소한 눈빛 하나에 온몸으로 상처를 입기도 한다.26)
이혼은 정서뿐만 아니라 행동에도 영향을 주게 된다. 대부분의 경우는 경제적인 문제와 가사와 자녀양육의 문제를 겸해야 하므로 역할에 대한 부담과 신체적인 한계를 깨닫는다. 신체적인 부담은 결국 그의 정서생활과 가정생활에 영향을 주어 삶의 즐거움을 상실하게 할 수도 있고, 비관적인 삶의 태도를 형성시키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인관계를 회피하기 쉽고, 특히 친척이나 친구와 같은 사회관계망이 약화될 가능성이 많아진다. 그리고 이러한 그의 삶의 태도는 곧바로 자녀의 정서생활과 성격형성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2)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
가족은 아동의 성장과 발달에 거의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혼을 시도하는 사람들은 부부간의 감정적인 요인 때문에 자녀의 장래문제를 부차적인 문제로 생각하는데, 이혼이 자녀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매우 크다. 이혼부부의 자녀는 자신 때문에 부모들이 헤어지게 되지 않았는가 하는 죄책감에 사로잡히게 되기도 하고,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았다는 공포심과 불안감에 싸일 뿐만 아니라 배신감과 적개심을 갖게 된다. 또한 이혼의 과정에서 자녀가 겪게 되는 심리적 불안정과 자신들의 새로운 출발을 고려하여 자녀들을 포기하거나 서로에게 떠맡기려는 현대의 이혼하는 부모들의 이기적인 태도는 자녀들에게 더욱 큰 불신감과 열등감을 야기한다. 이들은 열등감 때문에 대인관계에 위기를 가져올 수도 있다.
그래서 이혼부부의 자녀들에게서는 공격적이고, 비난적이며, 자기통제력이 부족하고 반항아적인 경향이 나타난다. 나아가 대체로 정서적으로 우울하고, 공포와 불안감, 고독감에 젖어 일상생활에서의 무력증 및 갈등 정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소년들은 아주 여성적이면서 공격성이 강한 양 측면을 갖게 되고, 소녀의 경우 정상적인 가정의 소녀들보다 성에 대해 더 허용적이어서 혼전성관계, 동거, 사춘기 때의 빠른 이성교제 등의 모습을 보인다.27)
아동의 자아개념은 전 생애의 성격을 형성하는 중요한 일인데, 이것은 특히 의미 있는 타자(significant others)로서 부모에 의해 가장 크게 영향을 받는다. 그런데 부모가 이혼할 경우 자녀들은 자아를 통합하는데 장애를 느끼게 된다. 또한 본받아야 할 역할모델의 부재로 남녀의 역할과 부모의 역할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배우지 못하게 되며 가족 내의 사회화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연구발표에 의하면 대부분의 아동들이 부모의 이혼에 적응하는 데는 적어도 1년 이상의 기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이 기간 동안에 나타나는 징후들은 거짓말, 분노와 반발, 형제간의 싸움, 가출, 악몽이나 퇴행의 현상들을 가져온다고 한다.28) 그리고 이혼한 가정의 자녀들이 정상적인 가정 출신의 자녀들보다 어 많이 이혼하는 경향이 있다는29)것은 부모의 이혼이 성장한 자녀에게 이혼을 통해 결혼생활의 갈등을 해결하도록 하는 그릇된 가치관을 형성시켜 준 것이라고 보여진다.
이와 같이 이혼은 이혼 당사자의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을 초래해서 그들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문제로 끝나지 않고 그들의 가족, 특히 자녀에게도 치명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문제이다. 이혼은 나아가서 사회 구성원의 사회일탈을 조장하고 사회적 불안저을 강화시키는 사회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또한 문제인 것이다.
III. 이혼문제에 대한 교회의 목회적 돌봄 방안
오늘날 이혼율의 증가는 심각한 가족문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왜냐하면 이혼은 대체로 이혼 당사자나 그 자녀들에게 있어서 경제적, 심리적, 사회적 역기능을 수행할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서도 이미 서구 선진국들이 경험하고 있듯이 앞으로도 이혼율은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산업화, 도시화, 전문화, 세속화라고 하는 현대 사회의 돌이킬 수 없는 변화에 따른 불가피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회는 두 가지 과제를 갖게 된다. 하나는 이혼율의 증가를 최대한 억제하려는 노력이다. 이것은 오늘 사회를 위한 교회의 중요한 역할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이혼이 신앙적으로 볼 때 바람직한 일이 아니라는 가르침을 통해 가족 공동체를 유지할 수 있는 신앙적, 사회적 동기를 부여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은 예방차원의 조치가 될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혼율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결과로 생겨나는 폐해를 최소화시키려는 노력이다. 이것은 가족해체로 인해 상처받은 영혼들(이혼 당사자나 그 자녀들)을 위로하고 새로운 희망과 용기를 가질 수 있도록 교회가 힘이 되어주는 일이다. 이혼 때문에 고통받고 상처받은 이들을 향해 정죄와 비난을 할 것이 아니라, 사랑으로 감싸줄 수 있는 넉넉한 마음을 교회와 교인들은 가져야 할 것이다. 따라서 먼저 교회가 할 수 있는 예방 프로그램을 소개해 보고, 이혼 후의 적응을 돕기 위한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이혼 예방 프로그램
결혼에 대해 올바른 성서적 견해를 갖도록 평소에 투자한 시간과 에너지가 이혼 후에 도움을 주기 위해 투자해야할 시간과 에너지보다 훨씬 적으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 결혼이란 내 마음에 맞는 완벽한 파트너와 만나서 하나가 되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맞는 파트너가 되어가는 과정이다. 행복한 결혼이란 끊임없이 상대방을 수용하기 위한 노력과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하나가 되어가는 과정이며, 결혼한 이후에 이러한 노력이 없을 때, 쉽게 이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교회에서는 예방 차원의 프로그램을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
1) 결혼 예비교육
결혼을 약속한 젊은이들과 결혼 적령기의 남녀를 위하여 1년에 4주 정도의 정기적인 프로그램을 갖는 것이다. 내용은 바람직한 이성교제, 성서적인 행복한 결혼생활, 참된 남편과 아내의 상(남성성과 여성성), 부부 간의 대화방법, 부부의 성, 가정 경제원칙 등을 다루며, 다양한 기자재를 활용하고 강의뿐 아니라 상호토론을 통한 학습방법이 바람직하다.
2) 부부세미나
부부세미나는 자기를 보다 잘 이해하고 또한 배우자에 대한 새로운 발견을 하기 위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유교적 환경에서 이러한 시도들은 다소 어려울 수도 있으나, 가정에서 부부생활의 중요성을 느끼고 있다면 교회는 그들을 위한 영적인 면뿐만 아니라 실제적인 삶의 부분까지 적극 도와줄 수 있어야 한다. 교육의 내용으로는 부부 간의 성관계, 부부 간의 열린 대화, 가정에서의 남편과 아내의 역할, 불신 배우자와의 갈등 등을 주제로 다룰 수 있을 것이다. 부부세미나는 교회에서 특강으로 할 수도 있고, 부부단위의 수양회를 통해서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프로그램에 부부가 같이 참석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2. 이혼 후의 적응을 위한 목회상담
목회자는 상담이라는 과정을 통하여 이혼자들이 이혼 후에 다가오는 문제들을 극복하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여기에서는 이혼자의 적응을 돕기 위한 상담을 어떻게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를 마틴이 제시한 다섯 가지30)를 중심으로 소개해 본다.
1) 먼저 이혼자가 불필요한 개인적인 정신적 고통을 제거하도록 돕는 것이 바람직하다. 목회자는 좌절, 슬픔, 분노, 죄책감과 적개심의 고통에 빠진 이혼자들에 대해서 연민과 사랑으로 공감적 경청을 하고, 비판하고 정죄하는 태도를 조심해야 한다. 특별히 죄의식에 시달리는 이혼자에게 하나님의 용서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어야 한다. 성령을 훼방하는 죄, 즉 예수의 사역을 증거하시는 성령을 의도적으로 가리고 계속적으로 거절하는 죄 이외에는 용서받지 못할 죄가 없으므로, 이혼이 잘못된 것이지만 용서받지 못할 죄는 아님을 확신시켜 주어야 한다.
2) 결혼생활의 실패에 대한 책임 중 각자의 몫을 받아들이도록 양쪽 배우자를 설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상대방의 잘못과 허물로 인해 야기된 문제라고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가 아니라 자신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부분이 있음을 또한 인정하도록 해야 한다. 이혼의 개인적 책임을 분담하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원한을 제거하고 자녀들이 경험할 상처를 가볍게 하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3) 자녀들에게 미치는 정서적 충격은 이혼 그 자체라기보다는 그것으로 파생되는 환경의 변화임을 아는 것이다. 이혼하고 난 다음 양육부모의 태도, 가족관계의 어려움, 사회적인 시각, 경제적인 어려움과 가정에서의 새로운 역할 등으로 인해 이혼자는 더 큰 상처를 받게 된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먼저 이혼자들이 이혼의 현실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부정적인 시각을 버리고 생활의 안정을 회복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한다. 특히 이혼자의 경제적인 어려움이 있을 경우에는 직업 알선을 위해서 전 교회적으로 노력을 하도록 할 뿐만 아니라, 경제적 능력이 없는 이혼모의 자녀들에게 특별 장학금을 지급하는 일이나 이들이 자립할 때까지 최소한의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경제적 도움을 주는 등의 치유사역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4) 정서적 위기의 기간 중에 상담으로 도와주는 것이다. 부부간에 이혼을 최종 결심하게 되면 법정소송을 제기하는데, 법정 소송 중에 있는 자는 우울 증세와 자책감, 좌절감, 후회감에 시달릴 수 있다. 그리고 이혼이 법정에서 최종적으로 확정되고 나면 일시적인 무감각 상태를 거치면서 차차 참회와 비통으로 헤어나기 어려운 고독의 늪과 수치감을 갖는 경우가 많이 있다. 이렇게 이혼의 과정 속에서 수많은 심리적, 정서적 고통을 경험하는 이혼자의 말을 경청하여 이해할 뿐만이 아니라 그 가운데서도 소망을 줄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정확한 자료들을 수집하여 그의 비성서적인 정서들을 올바로 교정해 주고 치유해 주어야 한다.
5) 이혼자들이 새로운 관계들을 계발하도록 돕는 것이다. 이혼은 이혼 당사자들의 관계뿐만 아니라 친척, 친구, 이웃들까지 빼앗아간다. 이혼자들이 겪는 큰 위기 가운데 하나는 관계의 상실에서 오는 고독감과 외로움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먼저 이혼자 자신이 가진 대인관계의 기피증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하고, 교회 안에서 소속감을 느낄 수 있는 소그룹 모임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대부분의 이혼은 영적인 위기로서 다가올 수 있는데, 이에 대한 치료는 그리스도의 이름 안에서 따뜻하게 돌봐주는 공동체를 통하여 이루어질 수 있다.
3. 이혼 자녀들을 위한 상담적 지침
상담적인 차원에서는 우선 부모 당사자가 자녀와 대화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따라서 우선은 부모들로 하여금 자녀들이 겪는 심정을 이해하도록 교육시킴이 필요하다. 그러나 보통의 경우, 부모는 상담자의 역할을 감당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목회적인 차원에서 이혼을 겪는 자녀에게 사랑과 관심을 쏟아야하며, 자녀가 믿고 의지할 만한 선생님이나 목회자가 그 자녀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대화하고 들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이때 필요한 몇 가지 지침을 소개해 본다.31)
1) 이혼에 대해 설명해 주도록 한다. 그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그들의 수준에 맞는 설명을 나름대로, 그러나 진실하게 해주어야 한다. 무엇보다 부모가 헤어지는 것이 결코 아이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시켜 줌으로 잘못된 자기 죄책감을 제거해 주어야 한다. 그리고 마음을 털어놓고 자신의 생각을 말할 수 있도록 경청해 주어야 한다.
2) 안정감을 주어라. 자녀가 자신의 미래와 인생에 대해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학교생활이나 사는 것에 어떠한 변화가 있을 것인지 설명해 주며 안심시켜 주어야 한다. 그리고 혼자 남게 된 부모가 “나는 절대로 네 곁을 떠나지 않는다. 너를 보호하고 책임지겠다”라는 것을 불안해하고 있는 자녀에게 확인시키도록 도와야 한다.
3) 과중한 부담을 주지 말게 하라. 때로 아직 어린 자녀에게 엄마, 또는 아빠의 역할이 부과되는 경우도 생긴다. 동생들을 잘 돌보라든지, 엄마 말을 잘 들어야 한다든지, 이제는 네가 집안을 책임져야 한다는 과중부담을 자녀에게 주게 해서는 안된다. 또는“속썩이지 말아라”, ‘너마저 내 속을 썩이느냐“라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 이러한 말들은 그들에게 과중한 부담과 동시에 죄책감을 갖게 하는 것이다.
4) 부부는 비록 헤어졌지만 자녀는 필요시 언제든지 부모를 만나거나 통화할 수 있도록 통로를 열어주라. 배우자의 역할은 포기했지만 부모의 역할은 여전히 감당하도록 상담해야 한다. 이혼은 불행한 일이지만 이혼으로 인해 반드시 자녀가 잘못될 필요는 없다. 부모가 자신들의 한계와 잘못을 인정하면서 여전히 자녀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 “네가 원할 때는 언제든지 엄마나 아빠를 만날 수 있단다‘라고 말해 줄 수 있어야 한다. 자녀는 여전히 양쪽 부모에 의해 사랑받고 있으며 소중한 존재임을 이해하고 알도록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4. 이혼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
이혼은 결코 장려되거나 당연한 것으로 용인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성서의 가르침이다. 그러나 인간의 “완악함”으로 이혼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교회는 이혼자를 위한 돌봄을 해야 할 필요성이 늘어나고 있다. 다음의 두 기도문은 이혼을 진행하고 있는 이들을 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미연합감리교회의 이혼 예식문의 기도문과 미루터교회의 이혼 예식문에 나오는 기도문이다. 결혼식하듯이 이혼예식을 한다는 것이 한국적 상황에서는 아직 익숙하지 않지만, 이혼이 많아지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하나님의 자비와 용서를 빌면서 새로운 삶을 살 수 있도록 인도하심을 비는 이 기도문은 이혼자에 대한 목회적 돌봄의 대안으로 생각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32)
1) 이혼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 I33)
미연합감리교회의 이혼 예식에 나타난 기도문은 이혼 당사자들의 아픔과 슬픔을 치유해 주시고, 그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시고, 새로운 삶을 살아갈 기회를 다시 한 번 주실 것을 비는 기도가 주요 내용을 이루고 있다. 이혼을 하는 부부가 함께 목사 앞에 올 수도 있고, 개별적으로 올 수도 있다. 여기 소개된 기도는 이혼 당사자뿐만 아니라, 자녀가 있을 경우에는 자녀들을 위해, 양가의 부모와 가족이 있을 경우에는 그들을 위해 하나님의 자비와 용서와 위로와 격려를 빌고 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슬픔과 아픔을 이완시키고 자신들의 잘못을 고백하고 새롭게 주어지는 삶을 성실하게 시작할 것을 다짐하게 한다. 그리고 이들과 가족들을 위로할 수 있는 성경 본문을 읽는다.
기도의 예
무궁한 사랑과 끝없는 이해로 우리를 돌보시는 하나님. 우리를 치료하는 주님의 성령을 000씨에게 부어 주십시오. 이 형제/자매가 자신의 결혼생활의 실패를 반성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하고자 합니다. 이 형제/자매가 입은 상처와 당하고 있는 슬픔을 치료해 주십시오. 쓰라린 과거를 다 등 뒤로 던져 버릴 수 있는 능력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 형제/자매가 절망 가운데서 방황하면서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인간이 되어 버렸다고 하는 자괴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새 희망과 새 확신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주님의 은혜로 내일이 어제보다 더 낫게 하여 주십시오. 이 형제/자매가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결혼생활을 파멸로 이끈 자신의 결점과 다른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자신의 결점을, 하나하나 발견하고 있습니다. 지난날의 잘못을 용서하여 주십시오. 새로운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능력을 주십시오.
[이 형제/자매에게 주신 자녀를 보살펴 주십시오. 우리가 그 자녀들의 상처를 치유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이 형제/자매의 부모들과 친구들이 입었을 상처를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들의 상처를 어루만져 주시고 낫게 하여 주십시오. 새로운 현실을 받아들일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이 모든 말씀을 우리를 과거의 속박에서 해방시켜 주시고 만물을 새롭게 하시는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위로와 용서의 말씀
빌립보서 3장 12-16절, “목표를 향한 다름질”
누가복음 7장 36-50절, “예수께서 한 여자를 용서하심”
누가복음 18장 35-423절, “예수께서 맹인 걸인을 고쳐 주심”
2) 이혼하는 자들을 위한 기도 II34)
루터교회의 이혼 예식문에 나타난 기도는 위에서 인용된 미연합감리교회의 것보다 더 세분화되어 있다. 자녀가 없는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그 당사자들이 용서를 받고 새로운 삶을 개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하여, 자녀가 있는 부부가 이혼하는 경우 남은 자녀에 대한 부모로서의 책임은 그대로 있다는 점을 이해시키기 위해, 이혼 부부가 남긴 자녀들이 성장하는 동안 자신들의 삶에 대한 깊은 통찰과 부모를 이해하는 마음과 자신들의 슬픔을 달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들의 행복과 그들의 장래를 위해, 이혼 부부가 양가 가족들도 이 아픈 경험을 통해 용서와 화해와 격려를 다시 배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도한다.
자녀가 없는 이혼 부부를 위한 기도
자비와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변함없는 사랑으로 000씨를 동행하여 주십시오. 주님께서는 늘 주님의 소멸해 가는 백성을 회복시켜 주시고 새롭게 창조해 주셨습니다. 주님께서 주시는 기쁨으로 우리의 슬픔을 극복하게 하셨으며, 주님께서 베푸시는 사랑으로 우리의 미움을 극복하게 하셨습니다. 주님께서 공급해 주시는 생명으로 사망의 위협을 받는 우리의 파괴된 삶을 회복시켜 주셨습니다. 주님의 죽으심과 부활을 통하여 우리가 새 희망을 가지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자녀를 가진 이혼 부부를 위한 기도
사랑이 풍성하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 지금 이혼하려고 하는 이 두 사람을 도와주시어서 부모로서의 도리에 대한 이해를 늘 지닐 수 있도록 하여 주십시오. 비록 이 두 사람이 부부의 관계를 서로 풀어서 남남이 되기는 하지만 이미 이 두 사람을 통하여 생명을 얻은 자녀에게는 여전히 부모로서의 책임이 있음을 잊지 않게 하여 주십시오. 풍성하신 주님의 자비로 이 두 사람을 인도하시어서 이 두 사람의 자녀가 부모들과의 개별적인 만남을 통하여 가족의 소중함과 함께 나누는 기쁨을 여전히 체험할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혼 부부가 남긴 자녀를 위한 기도
은혜가 풍성하신 하나님, 000 (아이들 이름)에게 자비를 베풀어 주십시오. 이 아이들이 자라는 동안에 그들 자신들에 대해, 그들의 가족에 대해, 그리고 자신들이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대해, 지식과 지혜가 함께 자라서 부모들의 이혼으로 인한 어떠한 분노도, 어떠한 번민도, 어떠한 원망도, 어떠한 무서움도 다 이길 수 있게 하여 주시고, 이 아이들을 주님께서 원하시는 사람으로 키워 주십시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이혼 부부가 속한 양가 가족을 위한 기도
선하신 주님, 우리가 헤어지는 이 부부의 양가 가족을 위하여 빌 때에 우리의 기도를 들어 주십시오. 양가의 가족이 주님의 은혜를 힘입어 매사에 풍부한 이해심과 건전한 판단력을 가지고 이 두 사람을 격려할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에게 남아 있는 분노와 슬픔의 찌꺼기를 말갛게 씻어 주십시오. 이런 어려운 일을 통하여 우리가 용서와 화해를 더 많이 체험하게 하여 주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하는 말 속에서 진리를 깨달을 수 있도록 우리의 귀를 열어 주십시오. 다른 사람들이 살아가는 삶을 통하여 우리가 당면하는 현실을 똑바로 볼 수 있도록 우리의 눈을 열어 주십시오. 가족들이 서로 이해하고 격려하여 새 삶을 살아갈 때에 슬픔 많은 이 세상에서라도 하나님 나라의 기쁨을 미리 체험할 수 있게 하여 주십시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합니다. 아멘.
2) 이정석, “교회의 세 가지 이혼관과 성경적 입장,” 「목회와 신학」131 (2000.5): 57-58.
3) Carl Laney, "No Divorce and No Remarriage," Divorce and Remarriage (Illinois: IVP, 1990) 15-54.
4) 웨인 하우스, “이혼과 재혼에 대한 기독교적인 견해,” 「빛과 소금」102 (1993.9): 78.
5) Henry Holstege, The Christian Family (Calvin College, 1988) 32-35.
6) 이정석, “교회의 세 가지 이혼관,” 60.
7) Paul Jewett, The Reformed Journal, 21. 이정석, “교회의 세 가지 이혼관,” 62에서 인용.
8) 김정옥, “이혼원인의 실증적 연구,” 한국가족연구회편, 「이혼과 가족문제」. 서울: 도서출판 하우, 1993) 45-51.
9) 변화순, “가족해체와 재구성,” 여성한국사회연구회편, 「한국 가족 문화의 오늘과 내일」 (사회문화연구소, 1995) 294.
10) 김혜련,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서울: 또 하나의 문화, 1995) 33.
11) 옥선화, 정민자, 「결혼과 가족」(서울: 도서출판 하우, 1993) 252.
12) 위의 책, 252.
13) 김정옥, “이혼의 사회적 배경과 이혼원인의 이론적 고찰,” 한국가족연구회편, 「이혼과 가족문제」(서울: 도서출판 하우, 1993) 29.
14) 잭 볼스윅, 「기로에 선 남성」, 송경숙, 권영석역 (서울: IVP, 1997)을 참고.
15) 프로이트나 융, 하르트만 같은 심층심리학자들도 도덕 철학으로부터 독립하려고 했다. 특히, 프로이트는 그의 심리학이 도덕적이거나 형이상학적 생각을 갖지 않는 가치중립적이라고 생각했다. 초자아를 도덕성의 중심으로 본 프로이트는 만일 초자아가 너무 억압한다면 사람은 신경증적 고통을 받을 수밖에 없는데 예를 들면, 너무 성적인 것을 억압하는 문명의 도덕성은 사람으로 하여금 신경증적 히스테리를 갖게 만든다는 것이다.16) S. Freud, Civilization and Its Discontents, 86-88, 100-101. 그러므로 그는 어떠한 가치관이나 윤리 규범을 제시하는 것을 회피하였다.
17) Carl Rogers, Client-Centered Therapy, 48.
18) Rogers, "A Theory of Therapy," 221.
19) Seward Hiltner, Pastoral Counseling, 97.
20) 이러한 힐트너의 입장에 대해서 돈 브라우닝은 신중하게 비판한다. 즉, 힐트너의 목회신학(“기능 중심”)과 도덕신학 또는 신학적 윤리(“논리 중심”)와의 구분에 대하여, 브라우닝은 도덕 신학과 신학적 윤리가 단지 “논리 중심의 훈련”인지는 분명치 않다고 주장한다. 신학적 윤리도 또한 실천의 규범을 취급한다고 주장하며, 그것은 일종의 목회 실천으로서의 상담과 목회적 돌봄의 중심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한다. Browning, Religious Ethics and Pastoral Care, 37.
21) E. Brooks Holifield, A History of Pastoral Care in America, 339-344.
22) H. Clinebell, 「부부성장과정」, 이종헌역 (서울: 대한기독교서회, 1990) 107.
23) 변화순, 「이혼가족을 위한 대책연구」(서울: 한국여성개발원, 1996) 78-79.
24) 김혜련,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 95.
25) John Martin, 「이혼과 재혼」, 최대운역 (서울: 아가페출판사, 1978) 63-66.
26) 김혜련, 「남자의 결혼 여자의 이혼」, 117.
27) 옥선화, 김민자, 「결혼과 가족」, 262-63.
28) 「기독교교육학대사전」2권(서울: 한국복지서원, 1987) 360.
29) 정기선, “한국과 미국의 이혼연구를 통해서 본 이혼의 실태와 원인 및 결과,” 「산업화과정에서의 한국가족의 실태와 전망」(집문당, 1997).
30) Martin, 「이혼과 재혼」, 119-123.
31) 이기복, “이혼가정 자녀들, 어떻게 돌볼 것인가,” 「목회와 신학」131 (2000.5); 121-22.
32) 여기 기도문은 민영진, “이혼하는 이들을 위한 배려,” 「기독교사상」521 (2002.5):68-71에서 번역한 것을 인용.
33) "Ministry With Persons Going Through Divorce," The United Methodist Book of Worship (Nashville: The United Methodist publishing House, 1992).
34) Prayers during the time of separation or divorce," in OCCASIONAL SERVICES: A Companion to LUTHERAN BOOK OF WORSHIP (Minneapolis: Augsburg Publishing House, 19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