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가정의 열 가지 특징


김진영 교수  

한국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변화의 소용돌이를 경험하고 있다. 장마 비로 불어난 개울이 탁류가 되어 소용돌이치며 흘러서 강으로 가는 느낌으로 간혹 무서운 생각이 들기도 한다. 경제적 여건은 나아졌으나 이혼율의 급상승, 세대간의 가치관의 간극이 극대화되어 가는 변화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상담가로서 필자가 가진 가정에 대한 고리타분한 신념을 하나 소개하자.

“어떤 난관도 가족 모두 건강한 단결을 이룬다면 거뜬히 극복할 수 있다.”

‘기러기들’은 가장으로서 온갖 고통도 무릅쓰고 외로움과 적적함을 견뎌내고 있다. 새삼스럽게 무슨 기러기 타령인가 하는 분이 있겠으나, 필자의 상황을 알고 있는 분들은 왜 이런 너스레를 떠는지 짐작하였으리라. 여름 방학과 더불어 태평양을 건넜고, 가족들과 함께 있기 때문이다. 가족관계의 형성은 함께 하는 데 있다. 그런 점에서 기러기들은 소중한 경험의 축적을 포기하고 살아가는 서글픈 무리들 일 수밖에 없지만, 오죽하면 그러랴!

「건강한 가정의 특징(Traits of a Healthy Family)」이란 책을 저술한 큐란(Dolores Curran)은 500여명의 전문가 집단 즉, 학교교장, 교도교사, 일반교사, 목사, 교육전도사, 소아과의사, 가정의, 정신과의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가족치료전문가, 자원봉사단체의 지도자 등이 참여한 설문연구를 통하여 다음과 같이 건강한 가정이 가진 특징을 서술하고 있다.

1. 공통된 종교적 신념

일상생활을 통하여 사랑과 존경, 타인에 대한 따뜻한 마음, 지혜, 초월자이신 하나님에 대한 경외심을 자녀들에게 심어준다. 바쁜 일상가운데 하나님 앞에 모여서 함께 기도하고 성경을 생활의 지침으로 삼는 일은 가정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지름길이다.

2. 많은 대화의 기회

가족 간에 대화, 자발적이고 진솔한 대화를 자주 나눈다. 만일 대화가 형식적이고 의례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다면, 건실한 관계를 맺고 있지 못한 증거이다. 하나의 대안이 있다면 텔레비전 시청 시간을 줄이고 그 시간에 서로의 입장과 의견을 교환한다. 대화를 통하여 우리의 가정을 염려와 스트레스와 긴장을 해소할 수 있는 안식처로 만들어 보자.

3. 서로 신뢰하고 인정하고 지지해 주는 가정

인간은 가정에서 자신의 존재 가치와 신뢰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인격발달의 중요한 시기는 출생부터 약 3세로 이 시기에 부모로부터 돌봄과 격려를 받으며 자라는 아이는 세상이 살만하다는 신뢰감을 가질 수 있다. 어떤 교육기관보다도 더 중요한 덕성을 가정에서 배양할 수 있다.

4. 유머 감각

웃음은 건강에 큰 영향을 미친다. 웃을 때에 가족들의 심장박동 수는 늘어나고, 경직되었던 근육이 이완되고, 피돌기가 잘 되고, 산소의 공급량을 증가시켜 가족들의 건강이 증진된다.

5. 윤리와 도덕이 있는 가정

부모들이 일관성이 있는 가치관을 가진 가정이 건강하다. 부모들의 세계관과 신앙을 내면화시켜 자녀들 역시 그러한 부모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위선과 가식적인 행위는 자녀들에게 적개심과 반발심을 가지게 한다. 건실한 가정은 도덕적인 삶을 살 때에 이루어진다.

6. 서로 다른 점을 존중하고 개성을 인정해 주는 가정

다른 사람의 의견과 가치를 존중하는 태도는 가정에서 배운다. 자신을 존중히 여기는 자세를 가정에서 배울 때에 다른 사람들 역시 존중하고 인정해 줄 수 있게 된다.

7. 동일한 전통과 풍습을 공유하고 긴밀한 유대감을 유지하는 가정

모이기에 힘쓰는 가정, 집안의 결혼, 생일, 장례 등의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함께 모여 경험을 공유하게 되어 소속감과 유대감이 강화된다. 이 유대감은 특히 어려운 일을 겪을 때에 더없이 필요한 구심점이 된다.

8. 이웃과 인류에 대한 봉사의 중요성을 가르치는 가정

가난해도, 다른 사람들을 위한 봉사를 계속 하는 아이들은 중요한 삶의 덕목을 훈련한다. 봉사하는 가정은 생활스타일이 화려하지 않고 단순하다. 체면과 지위를 드러내기 위한 지나친 행동을 하지 않아도 편안하고, 자신들에게 남는 시간과 에너지를 남들에게 바칠 수 있다.

9. 각각의 책임과 공동책임을 자각하고 감당하는 가정

책임을 완수했다는 느낌은 자부심을 갖게 하고, 자신감을 키워준다. 부모와 자녀 모두 자신감을 가지므로 자기의 효능성을 인정하고 유능하다는 자부심을 갖고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게 된다.

10. 자신들이 가진 문제나 결점을 인정할 줄 알고 필요하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개방적인 가정

세상에는 문제없는 가정도, 문제없는 사람도 없다. 건강한 가정에서는 자신의 문제를 시인하고 문제의 성격을 잘 파악하고 있는 데 비하여, 건강하지 못한 가정은 문제를 시인하지도 않고 때로는 파악조차 못한다. 부부싸움을 하지 않을 수 없으나 건강한 부부는 사후처리를 잘 한다. 당황하고, 부끄러운 나머지, 회피하고, 책임에 대한 문제의식을 슬그머니, 받아들이지 않고, 심리내면에서 방어 기제를 발동시키지만, 건강한 부모는 실수할 가능성을 언제나 인정하고, 문제를 위협으로 생각하기보다는 해결해야 할 과제로 생각하고 서로 도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건강하고 행복을 가정을 이루기 위하여 노력하자. 이것이 무섭게 흘러가는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오히려 흘러가는 강을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되는 비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