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기능 가정(1)

    오늘날 가정의 문제는 그 어느 때 보다 더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이혼율이 세계에서 상위권에 진입하고 있고 우리 주변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은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그 원인은 어디에 있을까? 여러 가지로 볼 수 있다. 가정에서의 대화부족, 가장들의 조기 퇴직, 그리고 맞벌이 부부에서 파생되는 현상이 가정을 소홀히 하게 만들고 있다. 가정 밖에서 이루어지는 활동들이 가정에게 주어져야 할 시간들을 우리에게서부터 빼앗아가고 있다.

최근 한국적 상황에서는 자녀 교육 때문에 가정이 지역적으로 분리되는 형상이 나타나 ‘기러기 아빠’라는 이름까지 새로 등장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현상으로 인하여 가정에서 자라나는 자녀들은 부모로부터 충분한 사랑과 가족 간의 서로의 관계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가족공동체 과정을 경험하기 어렵다. 이러하듯 부모가 가정에서 부모의 역할을 어떻게 잘 감당하는가에 따라서 자녀는 한 인간으로서의 온전한 성숙을 경험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할 수도 있다. 이와 같이 가정은 부모의 가르침과 본(本)을 통하여 배우고 알게 되는 통로가 되고 인간의 삶에 대한 가치들과 태도, 역할, 올바른 가치 기준들을 익힐 수 있는 장이 된다.

그렇지만 가정의 중요한 역할이 등한시 될 때 가정은 있지만 그 역할이 마비된 실속 없는 가정이 존재하며 그것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게 된다. 가정이 이토록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가정들은 가정의 존립을 위협하는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영향에 의해 커다란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가정 부재, 가정해체, 가정의 고립화, 가정 파괴라는 위기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특히, 지금의 가정은 독신율과 이혼율의 증가, 청소년 비행문제의 심각화, 노년층의 소외 등으로 위기에 서 있다는 소리가 높아 가고 있다.

세상의 어떤 기관도 가정을 대신할 수 없다. 안정되고 화목한 가정이 없는 척박한 땅에서 훌륭한 인간과 교육, 종교와 도덕, 건강한 사회는 만들어 질 수 없다. 역기능의 가정은 역기능적 사회와 역기능적 교회를 만들게 된다. 일반적으로 가족은 부모와 자녀로 구성되어 있으며 자녀는 부모의 거울이요 자화상이라고 한다. 그런데 사회적 현상의 변화에 따른 부수적인 많은 요인들로 말미암아 파괴된 가정과 불안정한 가정은 과거보다 더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그 결과 다수의 역기능 가정의 성인아이가 빚어지고 있고 역기능 가정의 성인아이는 또 다른 역기능 가정을 산출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세습되어 오는 역기능 가정의 역기능적 패턴은 공동체를 파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우리는 가정의 역기능적 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역기능 가정이란 가정이 정상적인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거나 정상적인 기능을 저해하는 요소들로 인하여 파괴적인 방향으로 그 기능이 잘못 운영되는 체계를 말한다.

그런 역기능 가정의 문제점을 요약하면 우울함과 무기력한 감정, 지나친 책임감이나 우유부단한 무책임, 갈등 상황을 직시하기 어려운 두려움, 자신과 타인에 대해 비판적인 면, 분노와 슬픔의 내재,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자신의 부족한 면에 대해서 열등감, 대인관계에서 마찰이 생길 때 혹은 자신이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과대반응, 충동적인 면, 다른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는 기술이 부족함, 친밀감에 대한 두려움, 죄의식과 수줍음, 부끄러움, 권위주의적 권위에 대한 거부감, 타인에게 인정받는 것과 칭찬 받는 것을 추구하는 것이 있다.

    그래서 건강한 가정이 되려면 먼저 가정의 안정과 부모의 올바른 역할이 자녀의 건전한 인격 성장을 도모하는 기능적 가정을 위한 필수적 요소가 되어야 한다. 가정이 그 기능을 올바로 발휘할 때 그 가정 안에서 자란 자녀는 건전한 정체감과 정직성이 내적으로 발달하게 된다. 건강한 가정은 정확한 의사소통을 통해 대화하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며 그들은 자신과 다른 가족의 감정을 인정하고 지지하며 존중하는 태도를 갖게 된다.

이러한 성숙한 대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You message 보다 I message를 사용하여야 한다. 다시말해 배우자나 자녀에게 “당신은... 아들은... 딸은...”이라는 대화 첫마디보다 “내 생각에는...”하는 대화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될 때 애정과 고통, 분노와 같은 감정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으며 다른 사람이 표현하는 감정을 유의해서 듣고 모순되는 말을 자유롭게 비평할 수도 있다. 이러할 때 건강한 가정의 구성원들은 서로 간에 사랑과 고마움을 표현할 줄 알고 서로에게 관심을 가지며 인내하고 신뢰한다. 그들은 서로 무조건적으로 수용하고 지지하며 격려하는 가운데 사랑을 주고받을 줄 안다.

 Donald Joy는 그것을 위한 네 가지 필요한 요소들을 제시하고 있다. 첫째로, 역할에 대한 정체감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부모의 건전한 역할 모델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부모의 부부관계가 안정된 사랑의 관계 안에서의 역할 모델이 되어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잘못된 점을 배우지 않으려고 해도 어느 순간에 그들의 삶속에서 젖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닮아가는 것을 본다. 그러기에 부모가 어떤 생각과 사상과 신앙을 가지고 있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그것은 장차 좋은 과외 선생님을 모시고 고액을 주는 것보다 훨씬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둘째로는, 자신감이다. 이것을 위해서는 자녀들을 일에 참여시키고 잘한 것에 대한 긍정적인 확인을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칭찬은 자신감을 키워주고 자신감은 창조적인 능력을 성취해 나가는 원동력이 된다. 셋째로,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러한 소속감은 가족과 공동체 가운데서 사람과 사람의 접촉을 통해 건전한 영향력을 받고 느낌으로서 이루어진다.

마지막으로, 자기 연마이다. 스스로를 절제하며 훈련함으로 주어진 일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이렇게 가정이 정상적인 역할을 할 때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그들의 정체감과 정직성이 발달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주는 중요한 대리인 역할을 하게 된다. 그러나 역할에 대한 정체감과 정직성이 내적으로 발달한 자녀들도 다른 모든 자녀들과 같이 위험에 노출될 수 있고 그런 것에 일시적으로 빠질 수도 있지만 그들은 부모가 올바로 양육함으로 의해 다시 정신을 차리고 돌아올 수 있는 가능성이 매우 높다. 우리가 기억해야할 분명한 것은 어떠한 역기능 가정도 우리의 노력여하에 따라 순기능가정으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은 가족 간의 신뢰와 끊임없는 사랑으로 열매를 맺을 수 있고 그 열매는 또 다른 열매를 맺을 수 있는 근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역기능 가정(2)

며칠 전에 어느 중학생이 컴퓨터 하는 것을 나무라는 어머니를 목 졸라 살해 하고 자기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주말에는 새벽까지 컴퓨터에 몰두하여 자주 어머니와 말다툼을 했다고 한다.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이것뿐이겠는가? 지금도 가정에 이러한 유사한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메스컴에 드러나지 않는 수많은 이러한 문제들이 우리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사람으로서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해결방법이 있을까? 하는 생각에서 필자는 순기능 가정에서의 뿌리를 생각해보기로 한다.

먼저 역기능 가정이란 어떤 가정을 말하는가? 역기능 가정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가정이다. 즉 인간이 가지고 있는 가장 기본적인 신체적, 정서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정상적인 양육을 받지 못하는 가정을 말한다. 역기능 가정에서는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오히려 인간의 감정이 억압되어 자아가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한다. Collins는 역기능 가정을 가족 구성원들이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방치되었던 가정, 신체적 혹은 성적으로 학대가 행해졌던 가정, 약물 남용을 하는 가족이 있었던 가정, 그리고 언어적 학대가 행해졌던 가정이라고 말하였다.

이런 중독자의 가정은 부인(addiction)이라는 가면 뒤에 절망(despair)이라는 열매를 키우는 밭이 되고 있다. 따라서 역기능 가정은 지금 일어나고 있는 사건들처럼 많은 문제를 공유하고 있다. 역기능 가정에서 성장한 청소년성인아이의 대표적인 정서적 역기능은 낮은 자존감이다. 그것은 부모가 다음과 같은 행위를 할 경우 자녀들은 자아 존중 감을 형성하는데 큰 지장을 받는다. 나다니엘 브렌든(Nathaniel Branden)은 자아 존중 감을 형성하는데 지장을 주는 경우를 아래와 같이 소개하고 있다 ○자녀가 뭔가 좀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전해지는 경우.

○납득할 수 없는 감정 표현시 야단을 치는 경우. ○자녀를 놀리거나 비웃는 경우. ○자녀들의 생각이나 감정은 별로 중요하지 않고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태도가 전해지는 경우. ○ 창피나 벌로써 자녀를 통제하려고 하는 경우. ○자만심을 키워서 정상적 학습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경우. ○일정한 규범이 없는 규칙으로 기르는 경우. ○자녀의 성품을 부정하고 자신의 마음과 인격에 의심을 품도록 기르는 경우. ○분명한 사실들을 허구로 취급하여 아이의 합리성을 혼란시키는 경우. ○예를 들면,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가 저녁 식탁에서 넘어져도 어머니는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말하고 행동하는 경우. ○물리적인 폭력이나 위협, 위험으로 심한 공포감을 주입시키는 경우.

○천성적으로 죄가 있는 존재이며 별로 중요하지도 않다고 가르치는 경우이다. 성인아이들은 대부분 격려나 인정을 받지 못했고 감정의 욕구가 충족 받지 못한 가운데서 성장했다. 특별히 일그러진 자화상과 낮은 자존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런 낮은 자존감은 자신을 무가치하고 무능하며 쓸모없는 사람으로 생각하도록 내몰아간다. 결국 이것은 자신의 잠재력이나 능력, 가치들을 사장시킬 뿐 아니라 삶에 대한 비전마저도 가질 수 없게 만들며 어떤 일을 해나갈 수 있는 힘을 마비시킨다. 이런 사람은 열등감과 두려움에 사로잡히게 된다.

또 역기능 가정에서는 한 사람의 지배가 이루어지고 있다. 누군가 대장의 말은 곧 헌법이고 권위이고 그 집안을 이끌어 가는 중요한 방향이 된다. 권위주의적이고 억압적이기 때문에 서로의 대화를 깊이 나누지 못하고 상처를 들어내어 놓지 못한다. 문제가 없는 것처럼 행동하고 집에서는 모두가 모범생이다. 눈치를 보면서 잘 대응하면 가정에서 살아남을 수가 있다. 경직되어 있고 폐쇄적이다. 더 나아가서는 비인격적인 욕설, 구타, 무시, 언어폭력이 이루어진다. 역기능 가정은 명백한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공개적인 대화를 하지 않고, 공개적으로 처리하려고 하지도 않는다.

역기능 가정에서는 부부가 심각하게 싸우고도 그 다음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행동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을 때리고도 왜 때렸는지 말을 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다음날 아무 일이 없었던 것처럼 살아간다. 그래서 아이들은 혼돈을 가진다. 이것은 역기능적 가정이 문제의 핵심을 회피하고 부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기능 가정에서는 관계보다는 일이 더 중요하다. 또 역기능 가정에서는 서로를 인격적으로 대하지 않고 소유물로 생각해서 조정한다. 행동 하나 하나를 지배하려고 하고 제한시킨다. 그리고 가정에서는 개인의 성장과 발전을 적절하게 돕지 못한다.

오히려 정서적으로 불안한 부모를 돕게 된다. 그러므로 너무 일찍 어른이 되어 버린다. 아이들은 자신의 필요를 채우기보다는 정서적 환자인 부모들을 돕는다. 그러한 아이들은 자신이 부모를 돕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다가 다른 가정에서 부모가 자녀들을 돕는 것을 보면 놀라게 된다. 역기능 가정은 자녀들에게 파괴적인 역할을 하게 만든다. 그 가정의 자녀들은 정서적으로 불안한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한 특별한 역할을 개발한다. 그 역할은 누가 강요하였기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살아남기 위하여 저절로 부여된 역할이다.

그러므로 역기능 가정에서는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부모가 갖고 있는 수치심을 전이시킴으로서, 또한 자녀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이 그렇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가르침으로, 또한 건강하지 못한 생존 역할을 취하게 함으로, 그리고 자신들의 역기능을 적절하게 치유하고 회복하는 기술을 계발하는데 실패함으로 자존감을 떨어뜨린다.

이제 역기능 가정의 문제는 탁상공론에만 그칠 수 있는 감상적인 얘기가 아니다. 가정과 환경적 요인들에 의해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은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의 감정을 얽어매고 있는 불필요한 짐들을 지고 다닐 수 있다. 이 짐들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이 될 때야만 모든 관계가 아름답게 변화될 수 있다. 이것이 순기능의 가정으로 변화를 말한다. 여기서 연약함을 극복하고 새롭게 치유를 경험할 때 하나님께서는 매우 기뻐하실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므로 어떤 문제를 닥쳤을 때 성급하게 결정하고 표현하는 것보다 한 번 상대방을 생각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접근을 한다면 많은 위험한 일들이 줄어드는 것은 너무나 당연할 것이다. 지금 가정들이 흔들린다. 많은 문제들이 있다. 그렇다면 거기에는 답도 있을 것이다. 문제에 봉착해 있지 말고 지혜롭게 대화로서 답을 맞추어가는 가족애가 필요하다.

휫필드(Charled L. Whitfield)는 순기능 가정의 특징을 15가지를 소개하고 있다. ① 생존, 안전성, 그리고 안정감이 있다. ② 피부접촉이 있다. ③ 돌봄이 있다. ④ 반영과 흉내 냄 ⑤ 지도 ⑥ 경청, 참여, 용납이 있다. ⑦ 상실된 것을 애통해 하며 성장할 기회를 준다. ⑧ 지지가 있다. ⑨ 성실과 신뢰가 있다. ⑩ 성취감이 있다. ⑪ 기분전환, 즐거움과 재미가 있다. ⑫ 성적 만족감이 있다. ⑬ 자유 함이 있다. ⑭ 양육이 있다. ⑮ 무조건적인 사랑이 있다.

이 사랑은 기독교에서 말하는 아가페적인 사랑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어두움의 베일에 쌓여있던 과거의 기억과 상처들이 빛 가운데 드러날 때 어두움의 세력은 더 이상 역기능 가정이 발붙일 곳이 없게 된다.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시며, 포로 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전파하신” 예수 그리스도가 모든 역기능가정들에게 소망의 빛으로 다가오시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