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마다 새롭게 시작하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

최근에 저는 로널드 롤하이저가 쓴 《하느님의 불꽃, 인간의 불꽃》을 읽는 중에 이전에 한번도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달았습니다. 저는 예수님은 인격자이시기 때문에 우리가 문을 열어 주어야 우리에게 들어오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 근거는 요한계시록 3장 20절의 말씀입니다. “볼지어다 내가 문 밖에 서서 두드리노니 누구든지 내 음성을 듣고 문을 열면 내가 그에게로 들어가 그와 더불어 먹고 그는 나와 더불어 먹으리라”(계 3:20). 그런데 로널드 롤하이저는 때로는 예수님이 우리가 문을 열어주지 않아도 우리에게 들어오신다는 사실을 이야기해 줍니다.

 

  요한복음 20장에 보면 예수님을 버리고 도망갔던 제자들은 유대인들이 두려워서 모인 곳의 문들을 닫았습니다. 또한 그들은 수치심으로 괴로워했습니다. 그들은 그토록 자신들을 사랑해 주신 예수님을 배신했다는 사실 때문에 마음 아파했습니다. 그들은 의욕을 상실했습니다. 그들은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이 잠겨 있는 문을 통해 그들이 모여 있던 방에 들어오셨습니다. 그들이 문을 열어 준 것이 아닙니다. 예수님은 두려워하는 그들에게 거듭 평강을 빌어주셨습니다(요 20:19, 26). 그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힘을 불어 넣어주셨습니다(요 20:22). 로널드 롤하이저의 글을 천천히 읽어 보십시오.

 

“잠겨 있는 문을 통해 들어가셨다는 그리스도의 이미지는 아마도 신앙 전체에서 가장 위로가 되는 말씀일 것이다. ... 이 말씀은 우리 스스로 자신을 돕지 못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도 하나님은 우리를 도울 수 있는 분이시라는 뜻이다. 하느님은 우리가 정말로 나약하고 절망하고 가장 보잘것없는 처지에 있더라도 문을 열고 우리 안으로 들어오실 수 있는 분이심을 의미한다.” (로널드 롤하이저, 『하느님의 불꽃, 인간의 불꽃』, 성바오로, 177쪽)

 

  예수님은 낙심 중에 있는 그들을 용서하셨습니다. 그들에게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은혜를 베풀어 주셨습니다. 그들의 실수는 영원한 것이 아니며, 하나님의 은혜로 모든 죄가 용서 받을 수 있음을 말씀해 주셨습니다. 하나의 길이 끝나면 새로운 길이 열린다는 진리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박노해 시인의 〖길이 끝나면〗이라는 시를 묵상해 보십시오.

 

길이 끝나면 거기

새로운 길이 열린다

 

한쪽 문 닫히면 거기

다른 쪽 문이 열린다

 

겨울이 깊으면 거기

새 봄이 걸어나온다

 

내가 무너지면 거기

더 큰 내가 일어선다

 

최선의 끝이 참된 시작이다

정직한 절망이 희망의 시작이다

 

  하나님은 우리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존재임을 아십니다. 만약 우리에게 실패가 없다면 십자가는 필요 없을 것입니다. 십자가는 우리 죄를 용서하는 곳입니다. 쓰러진 우리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는 곳입니다. 거듭 새 출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곳입니다. 그런 까닭에 우리는 거듭 십자가 앞으로 나아갑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는 계속해서 찾아옵니다. 실패했다고, 실수했다고 거기서 인생이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하나님의 은혜와 기회는 거듭 주어집니다. 하나님의 사랑은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은혜를 베푸시는 사랑입니다. 그러므로 날마다 새롭게 시작하는 삶을 사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