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우리의 말 속에는 우리의 감정이 담겨져 있고, 일상 대화 속에서 이런 말들이 흔히 쓰인다. 이것은 우리가 일평생 염려나 두려움의 감정을 어디서나 쉽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고, 누구든지 이런 감정을 소유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생활 속에서 갖게 되는 두려움이 쉽게 극복될 수 있는 일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그 두려움이 의지와 감정과 생각을 지배해서 아무 일도 자유롭게 하지 못하게 한다면 큰 문제이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이 두려움이 어디에서 오는지 정확하게 알지 못한다는 데 있다. 사람들은 흔히 이 정체 모를 두려움에 대해서 단지 어떤 위협이나 위기 앞에서 나타나는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럴 경우에는 원인이 해소될 때 사라지지만 정체 모를 두려움의 감정은 사라지지 않고 평생 동안 거머리처럼 우리를 따라다닌다. 

    며칠 전에 대기업 중견간부가 자살했다는 신문보도가 있었다. 그는 세상 사람들이 그렇게 원하는 것을 누리고 사는 여유 있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렇다면 그를 자살로 몰아간 것이 무엇일까? 두려움과 고독이라고 볼 수 있다. 그가 죽음을 심각하게 생각했을 때에는 가족들과도 나눌 수 없는 자기만의 염려와 두려움, 그리고 절망의 감정이 있었을 것이다. 두려움은 낙심을 낳고, 낙심은 절망이라는 좀더 깊은 단계로 진행이 된다. 이 절망의 단계에 이르면 죽음을 생각하든지 죽은 자처럼 살아가게 된다.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지 우리 모두에게는 이런 종류의 염려와 걱정을 갖고 있다.

그리고 더 깊어져서 생활에 위축을 느끼고 있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성경도 이 두려움의 문제를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1,500개 이상의 구절이 이 두려움에 대하여 말하고 있고, 성경 속에 등장하는 위대한 인물들도 이 두려움 때문에 갈등하면서 아픔을 겪는 모습이 숱하게 등장한다. 시인 워즈워드는 두려움은 수백 개의 눈을 가지고 있어서 우리 마음을 괴롭힌다고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용맹성과 '피에 굶주린 늙은이'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던 패튼 장군은 언젠가 전투 직전에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그는 중요한 전투를 앞두고 두려움을 느낀 적이 자주 있으며, 어떤 때는 전투 중에도 두려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절대 두려움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링컨 역시 같은 말을 했다. "더는 갈 곳이 없다는 엄청난 거짓 확신이 수없이 밀려왔다.

그때마다 내 지혜는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의 영예를 누리기까지 무수한 실패를 거듭했다. 이렇게 실패할 때마다 그에게는 절망의 유혹이 다가왔다. 두려움이 엄습하였다.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마침내 그는 실패와 두려움을 극복하고 1860년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되었다. 부정적인 실패의 감정을 받아들이거나 ,거부하거나, 이에 굴하여 염려를 하거나, 걱정의 유혹을 뿌리치고 전진을 하거나, 어떤 것을 선택 하느냐는 우리의 자유다.

    그러면 두려움은 어디서 오는가? 여러 가지의 원인이 있겠지만 먼저 고독을 들 수 있다. 함께 마음을 나눌 상대가 없다고 생각될 때 이 두려움이 찾아온다. 이러한 두려움은 우리를 무력감으로 빠져들게 하고 용기를 잃어버리게 만든다. 그러기에 두려움이 있는 자들은 혼자 있는 것이 금물이다.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 많은 문제들이 혼자 있을 때 나타난다. 인간은 강한 것 같아도 아주 사소한 것에 약해 질 수 있다. 나누고, 공유하여야 한다.

그러면 훨씬 가벼운 것을 느낀다. 또 감당할 수 없는 일들, 해결할 수 없는 일들, 해를 당할 수밖에 없는 일들 앞에서 두려움을 갖게 된다. 우리는 먹을 양식이 풍부하다할지라도 많이 쌓아두려고 한다. 사실 죽을 때까지 가져가지 못할 것도 알고, 매일 일용할 이상의 것이 필요하지 않다는 것도 알면서 그토록 집착하는 것은 미래에 대한 두려운 마음 때문이다. 내 통장에 돈이 없거나 내가 마음 놓고 쉴 집이 없으면 우리는 무척 불안해한다. 돈이 있어야 맘이 든든하다. 급할 때면 돈이 우리를 지켜주고 보호해 줄 것 같기 때문이다. 또 돈이 있으면 사람대접을 받고 갖고 싶은 것도 채울 수 있다. 돈이 있으면 언제나 사람들이 몰려온다.

다른 것이 부족해도 돈이 있으면 삶의 친절과 관심을 살 수 있을 뿐 아니라 뭔가 우월감도 느낀다. 교회에서 조차 그렇다. 돈은 안 될 것도 되게 하는 힘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재물이 없을 때 이러한 마음이 너무도 쉽게 드러남을 볼 수 있다. 재물이 없어지면 우리는 얼마나 불안해하고 두려워하는가? 그리고 얼마나 열등감을 느끼는가? 뭔가 보이는 사람 앞에 얼마나 비굴함을 느끼며 사는가? 우리는 바로 이러한 아픈 마음을 감추어보려고 그토록 재물에 열을 올리며 사는 것이다. 썩어질 재물인 줄 알면서도 당장 나를 채워주고 감추어주니 우리는 그토록 집착한다.

그러나 사람의 예지 능력은 행복을 위해서 인간에게 주어진 것이다. 그런데 타락한 인간에게서는 이것이 두려운 마음으로 바꾸어지게 되니 문제인 것이다. 윌리암 발렛이 쓴 불합리한 인간이라는 책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인간이 비록 낙심에 빠지더라도 세 가지 눈만 떠 있으면 그는 곧 낙심의 늪에서 회복될 수 있다. 그것은 곧 하나님을 바라보는 수직적인 눈, 역사와 세계를 바라보며 멀리 내다보는 수평적인 눈, 그리고 자기를 냉철하게 바라보는 내향적인 눈이다.

대수롭게 여기지 말고 자신과 사랑하는 사람들의 마음속에서 자라고 있는 두려움의 뿌리들을 진지하게 다루어 보자. 자물쇠가 있다는 것은 열쇠가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같이 나누다보면 아주 쉽게 해결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더 행복해 지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사실이다. 이제부터라도 우리 안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고 있는 결코 유쾌하지 않는 이 친구들을 극복해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