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아들보다 귀한 며느리(룻4:13~17)

오늘은 어버이주일입니다. 문득 생각나는 시가 있습니다. 심순덕 시인(1960~ )의「엄마는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라는 시입니다. 시인이 어머니를 여의 후 후회와 그리움이 사무쳐 지은 시라고 합니다. “엄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하루 종일 밭에서 죽어라 힘들게 일해도 // 엄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찬밥 한 덩이로 대충 부뚜막에 앉아 점심을 때워도 // 엄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한겨울 냇물에서 맨손으로 빨래를 방망이질 해도 // 엄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배 부르다 생각 없다 식구들 다 먹이고 굶어도 // 엄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발뒤꿈치 다 헤져 이불이 소리를 내도 // 엄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손톱이 깎을 수조차 없이 닳고 문드러져도 // 엄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아버지가 화내고 자식들이 속 썩여도 전혀 끄떡없는 // 엄마는 / 그래도 되는 줄 알았습니다 / 외할머니 보고 싶다 / 외할머니 보고 싶다 그것이 그냥 넋두리 인줄만― // 한밤 중 자다 깨어 방구석에서 한없이 소리 죽여 울던 엄마를 본 후론 / 아! / 엄마는 그러면 안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속담이 있죠.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 그래서 그런지 부모는 자식을 무한 사랑하는데 자식은 그에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자식은 항상 부모님을 생각하면 민망하고 죄송합니다.

여러분,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사회에서는 매년 5월 8일을 어버이날로, 교회에서는 5월 둘째 주일을 어버이주일로 지키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그것은 역설적으로 평소에 우리가 효도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하루라도 정해 놓고 부모님의 은혜를 잊지 말자는 취지입니다. 그렇다고 하루만 잘 챙기면 곤란합니다. 마치 후닥닥 행사를 치르듯 지나가면 안 됩니다. 반성하고 회개하고 결단하고 새롭게 변화되어 실천하는 삶으로 이어져야 합니다.

인간이라면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게 마땅합니다. 그런데 이게 어려운 이유가 무엇일까요? 인간이 죄인이기 때문입니다. 죄의 본질은 이기심입니다. 다행히 부모에게는 하나님이 자식을 무조건 사랑하는 본능을 주셨습니다. 이런 본능이 없는 인간은 이기적인 본성으로 남을 제대로 사랑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효도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것입니다. 이런 이기적인 본성을 극복하고 효도하는 사람은 정말 훌륭한 분입니다. 적어도 하나님을 믿는 성도라면 당연히 이기적인 본성을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십자가 은혜로 죄 사함을 받고 하나님의 능력을 얻으면 충분히 그럴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효도야말로 성도의 신앙의 중요한 척도 중의 하나임을 알아야 합니다.

성경은 분명히 증거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은 경외하는 신앙의 사람이라면 당연히 부모님을, 더 나아가 모든 웃어른을 공경하는 게 마땅하다! 레19:32에 이런 말씀이 있습니다. “너는 센 머리 앞에서 일어서고 노인의 얼굴을 공경하며 네 하나님을 경외하라 나는 여호와이니라”

그러므로 저와 여러분은 반드시 효도하고 웃어른을 공경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만일 그렇지 않으면 불신자보다 못한 사람입니다. 부디 오늘 말씀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 각자의 모습을 돌아보고 이전보다 더욱 부모님에게 효도하는 삶을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효도 하면 생각나는 성경 인물이 있습니다. 마치 효도의 대명사 같은 인물이죠. 룻입니다. 그는 남편과 사별했지만 시어머니 나오미에게 효도했습니다. 본문에 보니까 그가 얼마나 대단한 효부인지 잘 나와 있습니다. 그가 보아스와 재혼한 후 아들을 낳았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동네 사람들이 나오미에게 축하하면서 건넨 말입니다. 룻4:15 “이는 네 생명의 회복자이며 네 노년의 봉양자라 곧 너를 사랑하며 일곱 아들보다 귀한 네 며느리가 낳은 자로다 하니라” 노년의 봉양자가 태어나서 좋겠다며 그 아이를 낳은 룻을 가리켜 뭐라고 칭하죠? 일곱 아들보다 귀한 며느리! 정말 대단한 표현입니다.

그렇습니다. 룻은 정말 놀라울 정도로 효도를 실천한 인물입니다. 룻기의 배경을 간단히 말씀드립니다. 그 때는 사사시대 중에 B.C. 12세기경이었습니다. 이스라엘의 베들레헴에 엘리멜렉과 나오미 부부가 살고 있었는데 그 지방에 흉년이 들었습니다. 그 가족은 잠시 흉년을 피할 요량으로 이방 나라 모압 지방으로 이주합니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다가 큰 시련을 당합니다. 엘리멜렉이 죽고, 두 아들 말론과 기룐도 모압 여인과 각각 결혼한 상태에서 연달아 죽게 됩니다. 말론의 아내가 바로 룻입니다.

[1] 룻의 프로필 : 낮고 천한 이방인 과부

그러면 룻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딱히 내세울만한 프로필이 없는 여인이었습니다. 성경에 나온 대로 보면 낮고 천한 이방인 과부에 불과했습니다. 룻1:3~5에 그의 처지가 기록되어 있습니다. “3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이 죽고 나오미와 그의 두 아들이 남았으며 4 그들은 모압 여자 중에서 그들의 아내를 맞이하였는데 하나의 이름은 오르바요 하나의 이름은 룻이더라 그들이 거기에 거주한 지 십 년쯤에 5 말론과 기룐 두 사람이 다 죽고 그 여인은 두 아들과 남편의 뒤에 남았더라” 그 가정의 남자들은 다 죽고 나오미와 두 며느리(룻, 오르바) 이렇게 세 명의 과부만 남은 겁니다.

그런데 그 중에 룻은 효도를 잘한 인물로 평가되어 성경에 기록되어 두고두고 많은 사람들의 입에 회자되고 있습니다.

[2] 룻의 효도 : 공경, 봉양, 순종

그러면 룻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효도했습니까? 홀시어머니를 공경하고, 봉양하고, 더 나아가 시어머니의 말씀에 순종했습니다. 아무리 옛날이라고 해도 홀시어머니에게 이렇게까지 효도한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더욱이 모압 나라에서 이스라엘로 이민을 갑니다. 요즘처럼 왕래할 수 있는 게 아닌데 대단합니다. 한번 가면 그것으로 끝입니다. 남편도 없는 상황에서 홀시어머니를 따라 낯선 땅에 간다는 것은 정말 막막한 일이었을 텐데 말입니다.

처음에는 두 며느리가 나오미를 따라나섭니다. 순박한 여인들이었습니다. 그런데 나오미는 같은 여자 입장에서 그들의 미래가 암담한데 무작정 데리고 갈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친정으로 돌아가라고 권유합니다. 몇 차례 권유해도 말을 듣지 않으니까 나중에는 이렇게 말합니다. 룻1:11 “나오미가 이르되 내 딸들아 돌아가라 너희가 어찌 나와 함께 가려느냐 내 태중에 너희의 남편 될 아들들이 아직 있느냐”

이게 무슨 말인가 하면, 그 당시 이스라엘의 풍습이었던 계대결혼(繼代結婚, levirate marriage)에 관한 이야기입니다(신25:5~6 참조). 어떤 남자가 자식이 없이 죽으면 그와 가장 가까운 형제가 미망인과 결혼하는 제도입니다. 요즘 시각에서 보면 망측한 일인데 그 시대에는 일종의 사회복지 차원에서 행해졌던 풍습이었습니다. 여자가 자식도 없이 홀로 남으면 도저히 생활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계대결혼을 통해 자식을 낳아주고 살 길을 열어준 겁니다.

그런데 나오미에게는 남아 있는 아들들이 없습니다. 임신 중이라고 가정해도 언제 태어나고 자라서 결혼할 수 있겠습니까! 두 며느리의 경우에는 계대결혼이 불가능합니다. 그러니까 모압의 친정으로 돌아가서 개가하라는 겁니다. 나오미가 계속 만류하자 결국 어떻게 됩니까? 룻1:14 “그들이 소리를 높여 다시 울더니 오르바는 그의 시어머니에게 입 맞추되 룻은 그를 붙좇았더라(but Ruth clung to her-NIV)” 오르바는 모압으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룻은 포기하지 않고 착 달라붙습니다.

잘 보면 룻이 나오미를 따라간 것은 육신적인 효도 차원을 넘어선 것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오르바도 사실 나름대로 효부였습니다. 하지만 육신적은 효도의 차원에 머물다 보니까 시어머니의 만류대로 친정으로 돌아가 버렸습니다. 하지만 룻은 신앙 때문에 계속 따라갑니다. 룻1:16 “룻이 이르되 내게 어머니를 떠나며 어머니를 따르지 말고 돌아가라 강권하지 마옵소서 어머니께서 가시는 곳에 나도 가고 어머니께서 머무시는 곳에서 나도 머물겠나이다 어머니의 백성이 나의 백성이 되고 어머니의 하나님이 나의 하나님이 되시리니” 룻은 모압 족속으로 본래 그모스 신을 섬겼습니다. 그런데 나오미의 집안에 시집 와서 여호와 하나님을 믿는 신앙을 배웠습니다. 만일 친정으로 돌아간다면 그모스 신에게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룻은 신앙 때문에 끝까지 시어머니를 따르려고 한 겁니다.

① 공경 :

이제 홀로 남은 시어머니, 사실 인간적으로 기대할 것도 없고 초라하기만 합니다. 남편도 이미 사별해서 옆에 없습니다. 인간적으로 무시하고 소홀히 여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룻은 항상 공경했습니다. 룻의 고백을 보면 하나님을 경외하는 신앙도 훌륭하지만 시어머니를 공경하는 마음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습니다. 룻1:17 “어머니께서 죽으시는 곳에서 나도 죽어 거기 묻힐 것이라 만일 내가 죽는 일 외에 어머니를 떠나면 여호와께서 내게 벌을 내리시고 더 내리시기를 원하나이다 하는지라”

자식들이 부모님을 귀히 여기는 게 당연하지만 실제로는 그러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어려서는 철이 없어서 다른 사람들에 비해 부모님이 내세울 만큼 훌륭하지 못하면 부끄러워하기도 합니다. 장성해서는 늙으신 부모님이 자기보다 못한 것 같이 보여서 무시하기도 합니다. 그것은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종교개혁자 마르틴 루터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부모는 하나님 다음으로 높여야 한다. 왜냐하면 부모는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대리자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없이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스스로 터득한 사람도 없습니다. 우리가 학교에서 대단한 것들을 배운 것 같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대부분 가정에서 부모님으로부터 배웠습니다. 걸음마부터 밥 먹는 것, 대소변 가리는 것, 언어, 기본 예의범절 등. 그리고 부모가 인간적으로 훌륭하든 그렇지 못하든 우리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풀어주는 존재입니다. 부모님의 사랑은 이 세상에서 하나님의 사랑과 가장 흡사한 사랑입니다. 하나님이 물과 공기 등 우리에게 필요한 것들을 대가 없이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무엇보다 우리를 죄와 영원한 사망에서 구원하시기 위해 독생자 예수님을 십자가 대속물로 주셨습니다. 이게 하나님의 사랑입니다. 부모님도 하나님처럼 자식들에게 무조건적인 사랑을 베푸십니다. 물론 하나님처럼 완전하지는 못하지만 인간의 수준에서 최고의 사랑을 베풀어주시는 분입니다. 이와 같은 부모님이 없다면 우리가 과연 생존할 수 있었을까? 한 마디로 불가능합니다. 그러므로 부모님을 공경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성장 과정에서 혹시 부모님을 공경하지 못하고 심한 경우 부끄럽게 여겼던 자식은 철이 들면서 후회하게 됩니다. 오래 전의 일입니다만 TV에「행복한 리어카」라는 제목으로 박카스 광고가 방영된 일이 있었습니다. 환경미화원 아버지와 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광고였는데 실제로 강동구청 소속 환경미화원과 대학생 아들이 나왔습니다. 수년 전 그 가정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가정이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데 불만을 품은 사춘기 아들이 공부를 안 하고 빗나갑니다. 아버지는 고민 끝에 특단의 조치를 내렸습니다. 아들을 앉혀 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사업을 하다 망한 후 환경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음을 밝힌 것입니다. 자식들을 키워야 되는데 딱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환경미화원으로 취직을 했는데 혹시라도 자식들이 부끄러워할까봐 숨겨왔다는 겁니다. 그러나 청소하는 게 무슨 잘못도 아니고 오히려 죄를 지으며 세상을 더럽히는 사람들보다 떳떳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버지들처럼 풍족하게 못 해줘서 미안하지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은 아들은 밤새 울었습니다. 그 날 이후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오히려 그 아들이 아버지를 존경하게 됐고 공부도 열심히 했습니다. 결국 대학에 진학했습니다. 광고회사에서 제안했을 때 아들은 자신이 나서서 아버지와 함께 광고 영상에 출연하겠다고 했습니다. 환경미화원 아버지가 쓰레기를 담은 리어카를 끄는데 대학생 아들이 뒤에서 밀어주는 장면을 담은 광고 영상은 그 당시 보는 이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부모는 그 존재 자체로 존경받아 마땅한 분입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대리자로 주신 분이기 때문입니다. 부디 저와 여러분도 부모님을 귀히 여기고 공경하시기 바랍니다.

② 봉양 :

모압에서 빈털터리로 베들레헴에 온 나오미가 룻은 살 길이 막막했을 겁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스라엘에는 긍휼의 율법이란 게 있었습니다. 요즘으로 말하면 사회복지 같은 겁니다. 백성들이 가난한 이웃에게 배려하는 지침입니다. 그 중 한 가지는 밭에서 추수할 때 이삭이 땅에 떨어지면 줍지 않고 내버려 두라는 겁니다. 그러면 가난한 이웃이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습니다. 그 율법 때문에 룻은 남의 밭에 가서 이삭을 주어다가 나오미를 봉양할 수 있었습니다. 룻2:2 “모압 여인 룻이 나오미에게 이르되 원하건대 내가 밭으로 가서 내가 누구에게 은혜를 입으면 그를 따라서 이삭을 줍겠나이다 하니 나오미가 그에게 이르되 내 딸아 갈지어다 하매” 룻은 무심코 어느 밭을 찾아갔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까 보아스의 밭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섭리 가운데 그는 보아스와 결혼하게 됩니다. 그 후로는 부요한 가운데 시어머니를 평생 봉양하게 됩니다.

우리가 어렸을 적에는 부모가 양육하지만 장성하면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은 자식의 도리입니다. 육신적으로 챙겨드려야 합니다. 물질생활이나 건강 상 궁핍하지 않도록 살펴드려야 합니다. 우리가 자식에게 하는 것을 생각하면 부모님에게 늘 죄송합니다.

제가 한번은 부모님이 나를 키워주는 데 돈이 얼마나 들었는지 대충 계산해 보았습니다. 부모님이 돈을 잘 못 버는 분들인 줄 알았는데 따져보니까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 형제들에게 들어간 돈까지 합산해 보니까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우리가 잊고 살아서 그렇지 부모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는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이상입니다. 부모님을 봉양하는 것은 그 은혜의 몇 분지 일도 안 되는 것입니다. 또 영적으로도 봉양해 드려야 합니다. 신앙의 부모님이라면 신앙생활을 하시는 데 편하게 해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가 신앙생활 잘 하는 모습을 보여 드려야 합니다. 불신 부모님이라면 기회를 놓치기 전에 복음을 전해서 구원을 받으시도록 해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연로하신 부모님에게 어떻게 해서든 복음을 전해서 구원받으시게 노력하는 성도들을 보면 정말 귀하고 감사히 생각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그런 경우 요청하면 우선순위로 달려갑니다. 아무쪼록 부모님을 영육 간에 잘 봉양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③ 순종 :

그 당시 이스라엘에는 흥미로운 제도가 있었습니다. ‘고엘 제도’입니다(레25:23~25, 신25:5~6 참조). ‘고엘’은 히브리어로 ‘기업을 무르는 자’(룻2:20)라고 하는데 다란 말로 하면 친족 구속자(kinsman-redeemer)입니다. 어떤 사람이 망하면 가장 가까운 친족이 재산을 사서 회복시켜 주는 제도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한 대로 자식이 없이 홀로 남은 미망인과 결혼해 주는 계대결혼 제도도 여기에 포함됩니다. 룻이 밭에 가서 이삭을 주워왔는데 나모미가 그 주인의 이름을 듣고 깜짝 놀랍니다. 룻2:1 “나오미의 남편 엘리멜렉의 친족으로 유력한 자가 있으니 그의 이름은 보아스더라” 그러니까 보아스가 나오미와 룻의 집안을 재산을 회복시켜 주고 룻과 결혼해 줄 수 있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요즘의 기준으로 보면 망측하지만 나오미는 룻에게 결혼 작전을 지시합니다. 보아스가 타작하는 날 밭에 와서 일을 마치고 밤에 잠자리에 들면 슬며시 그 발치에 가서 누우라고 말합니다. 그러자 룻이 어떻게 반응합니까? 룻3:5 “룻이 시어머니에게 이르되 어머니의 말씀대로 내가 다 행하리이다 하니라” 사실 싫을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보아스는 나이가 아주 많았습니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말씀이고 이스라엘의 율법 규정이기에 순종한 겁니다. 보아스도 그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룻3:10 “그가 이르되 내 딸아 여호와께서 네게 복 주시기를 원하노라 네가 가난하건 부하건 젊은 자를 따르지 아니하였으니 네가 베푼 인애가 처음보다 나중이 더하도다” 보아스가 “딸아!” 이렇게 부른 것을 보면 나이 차이가 많이 났으리라 추측할 수 있습니다. 젊은이들도 많은데 늙은 자신과 결혼하겠다는 뜻이 기특하다고 칭찬한 겁니다.

효도 중 가장 어려운 게 부모님의 뜻에 순종하는 것입니다. 때로는 생각이 다르고 지나친 것을 말씀하실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신앙에 어긋나는 게 아니면 순종해야 합니다. 그리고 정 따르기 어려우면 최소한 공손한 태도라도 보여야 합니다. 부디 부모님께 순종하는 자세를 가지시기 바랍니다.

[3] 룻이 받은 축복 : 구원, 풍요, 영예

이와 같이 효도를 실천한 룻은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이방 여인이었지만 구원받았고

풍요를 누렸고, 더 나아가 영예를 얻었습니다.

효도 계명은 아주 특이입니다. 십계명 중에 제5계명(출20:12, 신5:16)으로 입니다. 십계명은 제1~제4 계명과 제5~제10 계명 두 파트로 되어 있습니다. 첫째 파트는 하나님에 대해 지킬 계명 즉 대신계명(對神誡命)입니다. 둘째 파트는 이웃에게 대하여 지킬 대인계명(對人誡命)입니다. 대인계명 중 첫 계명이 바로 효도 계명인데 특이하게 이것에만 축복의 약속이 부록처럼 붙어 있습니다. 바울이 그 시실을 지적하면 이렇게 증거합니다. 엡6:2~3 “2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은 약속이 있는 첫 계명(the first commandment with a promise-NIV)이니 3 이로써 네가 잘되고 땅에서 장수하리라” 부귀와 장수의 축복을 약속한 겁니다. 정말 중요한 계명이라 당연한 지녀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지키는 자에게 특별보너스를 보장한 겁니다.

반대로 성경은 부모에게 효도하지 않는 자에게는 저주를 경고합니다. 신27:16 “그의 부모를 경홀히 여기는 자는 저주를 받을 것이라” 구약시대에는 심지어 부모를 거역하는 자를 죽이라고까지 했습니다. 출21:17 “자기의 아버지나 어머니를 저주하는 자는 반드시 죽일지니라”

룻은 효도함으로 큰 축복을 받았습니다. 보아스가 룻의 효성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일찍이 칭찬하며 축복했던 말이 룻2:11~12에 나오는데 나중에 보니까 그대로 됐습니다. “11 보아스가 그에게 대답하여 이르되 네 남편이 죽은 후로 네가 시어머니에게 행한 모든 것과 네 부모와 고국을 떠나 전에 알지 못하던 백성에게로 온 일이 내게 분명히 알려졌느니라 12 여호와께서 네가 행한 일에 보답하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그의 날개 아래에 보호를 받으러 온 네게 온전한 상 주시기를 원하노라 하는지라” 한 마디로 룻은 부잣집 사모님이 된 겁니다.

거기서 그치지 않았습니다. 이방 여인이지만 구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메시야의 조상이 됩니다. 룻4:13 “이에 보아스가 룻을 맞이하여 아내로 삼고 그에게 들어갔더니 여호와께서 그에게 임신하게 하시므로 그가 아들을 낳은지라” 룻이 낳은 아들이 오벳인데 족보를 따져보니까 어떻게 됩니까? 룻4:17 “그의 이웃 여인들이 그에게 이름을 지어 주되 나오미에게 아들이 태어났다 하여 그의 이름을 오벳이라 하였는데 그는 다윗의 아버지인 이새의 아버지였더라” 다윗 왕의 증조할머니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육신적 조상입니다(cf. 마1:5~6 참조). 개인의 영광이요 가문의 영광입니다. 더 나아가 천국에서도 영원히 지속될 영광입니다.

얼마 전 조찬기도회 모임에 갔다가 귀한 간증을 들었습니다. 간증자는 재미교포 정영순 목사님이었습니다. 세 딸을 하버드에 보낸 장한 어머니라는 광고를 듣고 참석자 모두 자녀교육에 대한 간증을 기대했는데 뜻밖의 간증을 했습니다. 자녀들의 이야기는 잠깐 하고 내내 시어머니와 남편의 이야기를 했습니다. 남편은 24세에 청상과부가 된 시어머니의 외아들이었습니다. 세 딸을 낳았는데 남편이 미국으로 이민 가자며 먼저 떠났습니다. 영주권을 받으면 초청할 심산이었습니다. 그런데 생각대로 되질 않았습니다. 그래서 무려 10년 동안 부부가 서로 떨어져 지내게 됐습니다. 홀시어머니를 모시고 세 딸을 양육하며 지냈습니다. 미국에서 돈을 보내준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 고생이 얼마나 컸겠습니까! 게다가 시어머니가 까다로우시고. 그래도 신앙으로 견뎠습니다. 금식하며 시어머니에게 복음을 전해서 세례 받게 하고, 돌아가시기 전 수년 동안에는 대소변을 받아내며 수발했습니다. 미국에 가서도 고생이 계속됐습니다. 남편은 경제적 능력이 전혀 없었습니다. 생활을 위해 고민하며 기도하는데 하나님이 신학을 하게 하셨고 한인교회 여전도사로 시무하게 됐습니다. 적은 사례비로 생활하려니 늘 궁핍했고 아침부터 저녁 늦게까지 심방하느라 나져들을 돌볼 시간도 없었습니다. 그나마 남편이 아이들을 데리고 기도하는 것만 감사했습니다. 그런데 세 딸이 연속해서 하버드대에 들어간 겁니다. 첫째는 연간 7천불만 내고 다녔고 둘째가 들어가니까 1천불만 더 내라고 해서 잘 다녔습니다. 셋째도 1천불만 내고 다녔습니다. 그런데 남편에게 당뇨병이 있었는데 발끝에서부터 썩어 들어가서 결국 다리를 전달하게 됐습니다. 남편의 대소변도 받아내야 했습니다. 인간인지라 불평이 나왔습니다. 그런데 성경을 읽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남편이 소자이고 그에게 하는 게 곧 주님께 하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셨습니다. 그 후로는 신기하게 냄새가 나질 않았다고 합니다. 자신은 자녀교육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고 했습니다. 왜냐하면 돈도 시간도 없어서 해 준 게 없기 때문입니다. 그대로 자녀들이 하버드대를 나오고 과학자, 교수, 그리고 작가로 활동하고 있고 얼마나 부모에게 효도를 하는지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말년에 효도 받고 지난 연초에 천국에 갔다고 합니다. 간증이 끝나자 제가 그 목사님에게 다가가 고개 숙여 인사했습니다. “목사님! 정말 존경합니다. 최고이십니다!” 그렇습니다. 신앙은 구체적인 삶의 실천입니다. 그분이 고생도 했지만 그렇게 놀라운 축복을 받으신 것은 바로 효도계명을 실천했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여러분, 룻은 효도의 대명사입니다. ‘일곱 아들보다 귀한 며느리’라는 칭송을 받았습니다. 우리가 그 정도는 못 돼도 효도가 신앙의 척도라는 사실만은 잊지 말아야 합니다. 부디 신앙 안에서 효도를 실천하고 자녀들에게 잘 가르쳐 자자손손 신앙 안에 축복을 누리고 하나님의 영광을 빛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