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서 함께 가자

아 2:10-14

   이번 성지순례 중에 영국을 여행하게 됐습니다. 영국여행을 하며 몰랐던 사실들을 배우고 알게 됐습니다.

   일반적으로 영어권에서 일반대중을 부를 때 “ladies & gentlemen”(신사숙녀 여러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원래는 신사숙녀는 아무나 부르는 호칭이 아니었다고 합니다. 왕족이나 귀족을 호칭할 때만 사용했다고 합니다.

   그러면 신분이 높지 않은 일반대중을 부를 때는 뭐라고 했을까요? “people”(사람들)이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일반인들은 부를 때는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고 그냥 people이라고 불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과거 영국에 사람들의 신분 차이가 있었던 것입니다. 크게 두 종류로 구별되어 있었습니다. 하나는 ladies & gentlemen이고, 다른 하나는 people입니다.

   그러고 보니까 성경에도 영적인 신분 차이가 있습니다. 하나는 영적인 ladies & gentlemen 즉 하나님의 자녀들이고, 다른 하나는 영적인 people 즉 세상 사람들입니다. 우리가 영적으로 구별된 존귀한 하나님의 자녀들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이 보다 더 감사하고 놀라운 이야기가 나옵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우리를 당신의 신부로 부르시고 계신다는 것입니다. 마치 신랑이 온 마음을 다해 자신의 신부를 사랑하는 것처럼 우리를 그렇게 사랑하신다는 것입니다.

   본문 아가서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사랑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에는 하나님이란 말과 하나님께서 역사하신 이야기가 나오지 않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남녀 간의 농도 짙은 사랑 이야기입니다. 어떤 부분에서는 19금처럼 보이는 에로틱한 표현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어떻게 이런 이야기가 성경에 나올 수 있을까 의아할 정도입니다.

   그러나 여기에 나오는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지극한 사랑 이야기는 하나의 ‘은유’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자녀들을 어떻게 사랑하시는지를 보여주는 은유라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이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를 읽으며 우리를 사랑하시는 하나님의 마음을 느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이런 하나님 사랑에 응답해야 할 것인가를 생각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이제 그 이야기를 보다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솔로몬과 술람미 여인의 사랑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솔로몬 왕입니다. 솔로몬은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성공한 왕입니다. 여호와의 성전을 지었고, 이스라엘 국토를 가장 넓게 확장했고,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부강하고 힘 있는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도 최고의 부와 영화를 누렸고, 최상의 지혜를 가졌던 왕입니다.

   또 다른 주인공은 술람미 여인입니다. 술람미라는 갈릴리의 작은 마을 출신이라는 것 외에는 알려진 것이 없는 여인입니다. 출신 지역도 시원치 않고, 가문도 보잘 것 없고, 가진 것도 별로 없는 여인이었습니다. 그런데 왕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신데렐라와 같은 여인이었습니다.

   사실 이 술람미 여인은 솔로몬 왕의 사랑을 받을 아무런 자격 조건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왜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을 택했고, 그리고 그렇게 사랑했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오직 솔로몬만 알뿐입니다.

  저는 목회를 하면서 많은 부부를 보아왔습니다. 그런데 솔직히 말씀드리면 제 생각에 이 두 사람이 잘 어울린다고 생각이 드는 부부 보다는 잘 어울리지 않아 보인다고 생각이 드는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심지어 이 두 사람이 왜 만나서 같이 사는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들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제가 어떻게 생각하든지 관계없이 잘 살고 있습니다. 제가 어떻게 평가하든 관계없이 서로 사랑하면서 잘 살고 있습니다. 제 판단 제 생각과 관계없이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사랑은 합리적 사건이 아닙니다. 사랑해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닙니다. 남들이 동의하고 남들이 인정을 해야 사랑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고들 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우리는 왜 사랑하게 됐는지 그 이유를 모른 채 사랑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신비 그 자체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사랑하신 것은 더 신비롭습니다. 하나님께서 왜 하필이면 나 같은 사람을 사랑하시는지 아무도 모릅니다. 하나님께서 왜 우리를 사랑하시는지 그 이유를 말씀하지 않으시기 때문입니다.

   이사야 41:14에 보면 하나님께서 이스라엘을 “버러지 같은 너 야곱아”라고 부르셨습니다. 그리고 너는 열방 중에 가장 작은 족속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실제로 이스라엘은 보잘 것 없는 민족입니다. 수도 많지 않고, 힘도 없습니다. 그렇다고 고분고분 하나님의 말씀을 잘 들은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그렇게 사랑하셨건만 번번이 하나님을 배반했습니다. 번번이 하나님 마음의 마음을 아프게 했습니다.

   저는 성경을 읽으면서 때때로 몹시 화가 나곤 했습니다. 이스라엘백성들 자기들이 뭔데 그토록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릴까? 하나님께서 왜 그토록 이스라엘백성들에게 집착하실까? 뭐 대단한 민족도 아닌데 그토록 미련을 가지고 일방적으로 버림받으시면서 짝사랑을 하실까? 이해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남의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내 이야기이고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하나님께서 지금 이스라엘백성을 사랑하셨던 그 사랑으로 우리를 사랑하고 계십니다. 아무런 자격도 없고, 번번이 하나님을 실망시켜드리고, 번번이 하나님의 마음을 아프게 해드린 우리지만 포기하지 않으시고 사랑하십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술람미 여인이 황송한 마음으로 대왕의 사랑을 받았던 것처럼 우리도 황송한 마음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야 하겠습니다.

솔로몬의 청혼

  본문 말씀은 솔로몬 왕이 술람미 여인에게 청혼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 청혼은 술람미 여인의 삶을 바꿔놓았습니다.

우선 지금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본문 14절을 보면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을 “나의 비둘기야” 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비둘기는 당시 이스라엘백성들이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하던 동물 중에 하나였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 몇 가지입니다.

  첫째, 순박하기 때문입니다. 호 7:11을 보면 “에브라임은 어리석은 비둘기 같이 지혜가 없어서”라고 했습니다. 비둘기는 잔꾀를 부릴 줄 모릅니다. 어리석어 보일 정도로 순박합니다.

 둘째, 약하기 때문입니다. 호 11:11을 보면 “앗수르에서부터 비둘기 같이 떨며 오리니”라고 했습니다. 비둘기는 독수리나 매와 같은 맹금류에게 대항할 힘이 없습니다. 그래서 독수리나 매가 나는 것만 봐도 무서워 떱니다.

  셋째, 싸울 줄 모르기 때문입니다. 비둘기는 서로 다투거나 싸울 줄 모릅니다. 남을 공격할 줄도 모릅니다. 그래서 평화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집니다.

 넷째, 애정이 있기 때문입니다. 비둘기는 한 배우자하고만 짝을 이루고 삽니다. 그리고 그 배우자가 죽으면 구구구 슬피웁니다.

   그런데 본문에 보면 이런 비둘기 한 마리가 바위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숨어있었습니다. 지금 어떤 적에 쫓겨 두려워 떨며 바위틈에 숨어있는 것입니다.

   솔로몬의 눈에 사랑스런 술람미 여인이 이런 비둘기 같이 보였습니다. 연약하고 평화로운 비둘기 같은 술람미 여인이 지금 어떤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고, 불안해하고 두려워 떨고 있습니다. 솔로몬이 이런 술람미 여인을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청혼을 했습니다.

   사실 술람미 여인에게는 솔로몬이 찾아 온 것은 큰 힘이 아 닐 수 없습니다. 한 나라의 왕, 그것도 솔로몬과 같은 대왕이 자기에게 결혼하자고 찾아온 것입니다. 큰 보호자를 찾은 것입니다. 지금 자기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길 수 있는 길을 찾게 된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가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해도, 어떤 문제로 고통을 겪고 있다고 해도 우리 주님이 찾아오셔서 우리와 함께 하신다면 그 문제가 무엇이든지 이겨낼 수 있습니다. 나 혼자는 두려워 바위 틈 낭떠러지 은밀한 곳에 숨어야만 합니다. 나 혼자라는 생각에 외롭고 불안한 시간을 보내야 합니다.

   그러나 주님이 우리를 찾으시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더 이상 숨을 필요가 없습니다. 능력의 주님께서 내 편이라는 생각에 두려움을 이길 수 있습니다. 마치 골리앗 앞에 선 다윗과 같이 용기를 되찾게 됩니다. 마치 사랑하는 사람과 데이트하는 연인들처럼 외로움을 이길 수 있습니다.

다음으로 꿈을 꿀 수 있게 됐습니다.

  본문은 한 폭의 수채화 그림과 같습니다. 겨울도 지났고 비도 그쳤습니다. 이스라엘에 따뜻한 봄이 된 것입니다. 지면에는 꽃도 피고 새가 노래합니다. 무화과나무에는 푸른 열매가 익었고 포도나무는 꽃이 피어 향기를 뿜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꿈꾸는 좋은 시절이 온 것입니다.

   이 말씀은 솔로몬이 술람미 여인에게 청혼하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은 청혼하면서 술람미 여인에게 행복한 미래에 대해서 약속하고 있습니다. 함께 아름다운 미래의 꿈을 꾸자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는 택하신 사람들을 찾아오셔서 약속하십니다. 아브라함이 모리아 산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모세가 호렙산에서 하나님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베드로는 갈릴리 바닷가에서 주님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바울은 다메섹 도상에서 주님의 약속을 받았습니다.

   하나님의 사람들은 이 하나님의 약속을 믿고 모두가 미래에 대한 꿈을 꾸었습니다. 비록 오늘의 형편과 처지가 미약하고, 보잘 것 없고, 참담할 지라도 창대한 미래에 대한 꿈을 꿨습니다. 아브라함은 지금은 미약하지만 창대해 지리라는 약속을 믿고 꿈을 꿨습니다. 지금 겨우 아들 이삭 하나 밖에는 없지만 하늘의 별같이 바닷가의 모래알 같이 자기 후손이 창대해져서 큰 민족이 될 꿈을 꾸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모두 꿈을 꾸는 사람들입니다. 오늘의 상황이, 오늘의 처지가 미약하고 보잘 것이 없어도, 사방을 둘러보면 온통 절망뿐이어도 꿈을 꿉니다. 하나님께서 약속하셨기 때문에 그 약속을 믿고 꿈을 꾸는 것입니다.

  이번 성지순례의 하이라이트는 스코틀랜드 에딘버러를 방문한 여정이었습니다. 이곳은 우리 장로교의 교리와 체계가 형성된 곳이고, 장로교교회가 시작된 곳입니다. 우리 일행은 먼저 장로교의 산파 역할을 한 존 녹스의 발자취를 찾았습니다. 존 녹스 하우스, 존 녹스가 연구하고 가르치던 뉴 컬리지, 존 녹스가 사역하던 장로교의 어머니 교회인 세인트 자일스 교회, 그리고 존 녹스의 묘지까지

   특별히 저와 우리 일행들이 큰 도전과 감동을 받은 곳이 있었습니다. 바로 그레이프라이 교회입니다. 이곳은 영국 성공회가 스코틀랜드 장로교를 소멸시키고 성공회에 편입시키려고 박해할 때 고문을 당하고 수감됐던 곳입니다.

   원래 이곳은 묘지와 정원이었습니다. 박해를 당하던 장로교교인들이 이 정원에 모여 하나님 앞에서 언약을 맺었습니다. 성공회에 굴복하지 않고 장로교의 정체성과 믿음을 지키기로 언약을 맺은 것입니다. 그러자 당국자들이 이곳에 감옥을 만들고, 이 언약도들을 고문하고 가두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감옥에 지붕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비가 오면 그 비를 다 맞아야 했고, 눈이 오면 그 눈을 맞으며 추위에 떨어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 담을 넘어 도망칠 사람들은 도망치라는 것입니다.

   그러나 언약도들은 그 추위를 견뎠습니다. 도망치면 언약을 깨뜨리는 것이라 생각하며 그 감옥에서 버텼고, 고문을 견뎠고, 그리고 처형을 당하며 죽어갔습니다.

   도대체 이들은 왜 그랬을까요? 하나님의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이 땅에서의 삶을 고달프고 고통스럽지만 앞날에 대한 약속을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저 천국을 꿈꾸었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의 약속을 믿는 사람들은 오늘 눈앞에 닥친 고난과 타협하지 않습니다. 어떤 어려움도 끝까지 견뎌냅니다. 그러면서 앞날을 꿈꿉니다. 저 천국을 바라봅니다.

또 하나 함께 갈 수 있게 됐습니다.

  본문에 보면 “나의 사랑, 내 어여쁜 자야 일어나서 함께 가자”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솔로몬은 이제 술람미 여인을 결혼식으로 데리고 가기 위해서 그녀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일어나서 함께 가자”고 권하고 있습니다. 그냥 결혼식 장소로 오라고 연락한 것이 아닙니다. 그곳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닙니다. 술람미 여인이 일어서도록 그리고 차비하고 나설 때가지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함께 가고자 한 것입니다.

   솔로몬은 지금 어려움에 처한 술람미 여인, 아직 준비가 되지 않은 술람미 여인을 도와서 일으켜 주고, 기다려 주고, 함께 해 주었던 것입니다.

  이태리 국민들에게 사랑 받는 연예인 가운데 아니리자 미네티라는 가수가 있습니다. 산레모 가요제에서 영예의 대상을 받을 정도로 가창력이 뛰어난 가수입니다.

  미네티가 이태리 국민들에게 특별히 사랑을 받게 된 계기가 있었습니다. 미스 이태리 선발대회 때문입니다. 이 미네티는 앞을 보지 못하는 시각장애자였지만 이 대회에 참가했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당시 아무도 이 사람이 시각장애자라는 것을 몰랐습니다. 본선 최종 심사에서 당당하게 3위에 해당하는 미스 롬바디상을 받은 뒤 인터뷰를 하면서 시각장애자라는 것이 알려졌고, 이태리 국민들이 큰 감동을 받았고, 이후 미네티를 좋아하게 됐습니다.

  기자들이 어떻게 그렇게 앞을 보지 못하면서도 자연스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느냐고 물었습니다. 이 때 미네티는 머리 뒤쪽에 숨겨놓은 무선 수신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무대 밑에서 사랑하는 애인 파울로가 일일이 따라 다니면서 “왼쪽으로, 오른쪽으로”하며 무선으로 알려 줬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오늘의 자기가 있게 된 것은 늘 파울로가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이라면서 수상의 기쁨을 파울로와 함께 했습니다.

   본문에서 솔로몬은 청혼하면서 앞으로 이렇게 술람미 여인과 함께 하겠다고 약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파울로가 앞을 보지 못하는 미네티를 늘 곁에서 지켜주고 보살펴 주겠다고 약속한 것처럼 약속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솔로몬의 약속은 사실 주님께서 우리에게 하시는 약속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이 약속을 지키십니다. 우리가 그 약속을 믿고 주님과 함께 앞을 향해 나가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도 주님은 우리를 부르십니다. 자격 없고 연약한 우리를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야”라고 하시며 찾아오십니다. 주님의 눈에 우리는 어여쁜 자입니다. 사랑스런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일어나서 함께 가자고 말씀하십니다. 우리에게 손 내미시면서 일어나 함께 가지고 제안하신 것입니다. 이제 우리를 사랑하시는 주님을 바라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주님의 손을 잡고 일어나 함께 가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