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까(시116:12~14)

잘 아시는 대로 금년은 우리 신반포교회 창립 70주년입니다. 5월 4일 창립기념일을 앞두고 다채로운 기념행사가 하나하나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70주년을 기념하다 보니까 새삼 세월의 무게가 느껴집니다. 교회 역사의 흐름도 느껴지지만, 한편 우리 자신의 인생도 회고하게 됩니다. 분주하게 살다 보니까 제대로 느끼지 못했는데 잠시 멈추어서 회고해 보니 얼마나 세월이 빠른지 모릅니다. 지난 세월의 장면들이 하나씩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데 그 가운데 떠오르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은혜’입니다.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였구나! 지금 이렇게 예배의 자리에 나와 있는 것 자체가 큰 은혜입니다.

이 시간 특별히 시편 116편을 중심으로 하나님의 은혜에 관해 함께 살펴보고자 합니다. 아무쪼록 잊고 살았던 은혜를 기억하고 그 은혜에 감사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1]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 : 은혜의 각성

이 시는 작자 미상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하지만 그 내용이 다윗의 시들과 유사해서 장 칼뱅(Jean Calvin) 같은 신학자는 다윗이 기록했다고 추정합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동의합니다. 그 내용을 보면 극한 고난에서 구원받은 후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쓴 감사찬양시입니다. 다윗은 지나온 인생의 발자취를 회고하면서 그 가운데 베푸신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합니다. 그의 인생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의 결과입니다. 그는 어린 시절 시골 출신으로 일개 목동에 불과했습니다. 전쟁터에 나간 형들에게 면회 갔다가 마침 블레셋 장군 골리앗과 마주칩니다. 블레셋 쪽에서 골리앗이 나와 1대 1 결투를 신청했는데 이스라엘 편에서 나설 자가 없었습니다. 이에 분개한 다윗이 나서 기적같이 골리앗을 해치우고 이스라엘의 영웅으로 떠오릅니다. 하지만 사울에게 정적으로 몰려 쫓기는 신세가 됩니다. 천신만고 끝에 사울이 죽고 난 후 왕이 됩니다. 그럼에도 고난이 끝나지 않습니다. 왕이 된 후에도 숱한 어려운 고비를 맞이합니다. 그중에 최악은 아들 압살롬이 쿠데타를 일으킨 사건입니다. 엄청난 고통으로 괴롭고 두려웠을 겁니다. 이 시는 아마도 압살롬의 반역으로 고통을 당하다가 구원받은 후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썼을 것입니다. 하나님은 기가 막힌 상황에서 다윗을 지켜주시고 감싸주시고 구원해 주셨습니다. 그는 감격스러운 마음으로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하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여러분, 어떤 사람이 과연 행복한 인생일까요? 여러 가지 기준으로 대답할 수 있겠지만, 저는 은혜를 깨닫고 감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사야말로 행복의 열쇠입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다윗처럼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고 깨닫는 기회가 많아야 합니다. 매일 그렇게 할 수 있으면 더 좋을 겁니다.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라고 깨닫는 각성 그 자체가 축복이고, 그렇게 깨닫고 감사하며 살 수 있다면 그야말로 행복한 인생입니다.

우리도 각자 지난 세월 하나님이 내 생애 가운데 베풀어주신 은혜를 한번 회고해 보면 좋겠습니다. 태어나서부터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저도 지금까지 살아온 걸음걸음을 되돌아보니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여러분도 지나온 인생을 회고해 보시기 바랍니다. 혹자는 모세처럼 출생 때부터 고난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혹자는 어린 시절 궁핍한 가정에서 자랐을지 모릅니다. 혹자는 어린 시절 유복했는데 중간에 가정이 기울어져서 많은 시련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역사의 소용돌이 가운데 이산가족이 되어 단신으로 고생고생하며 살아왔을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죽을병에 걸려 사경을 헤매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났을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큰 사고가 있었지만, 간발의 차이로 죽음을 모면했을지도 모릅니다. 혹자는 갖가지 실패를 경험했을지도 모릅니다. 그 외에도 여러 가지 곡절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우리가 여기 이렇게 앉아 있는 것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지금까지 인생의 순간순간 복병 나타나 우리를 공격하던 숱한 고난을 다 헤쳐 나왔습니다. 그 하나하나를 생각해 보면 결코 사람이 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하나님이 보살펴주시고 은혜를 베푸신 겁니다. 때로는 내 모습이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그 자체도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때로는 내 모습이 제법 괜찮아 보여 으쓱거릴 때도 있지만, 하나님이 허락하지 않았으면 나는 아무것도 아닙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은혜 아닌 게 없습니다. 그런 뜻으로 바울은 이렇게 증거합니다. 고전4:7 “누가 너를 남달리 구별하였느냐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냐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아니한 것 같이 자랑하느냐”

그러니까 많은 적든, 크든 작든, 높든 낮든 내 모습 그대로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잘 생각해 보면 이 정도로 살아가고 있는 것도 엄청난 은혜를 입은 겁니다. 신문의 칼럼에서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얼마나 많은 축복을 받았는지 깨닫게 해 주는 통계 자료를 알려 줍니다. “당신이 오늘 아침 건강하게 일어났다면 이번 주간에 죽어가는 1백만 명보다 훨씬 축복을 많이 받은 셈입니다. 당신에게 배고픔이 없다면 이 세상 5억 명보다 축복받은 셈입니다. 비를 피하고 잘 수 있는 집이 있다면 이 세상 75%보다 더 축복받은 셈입니다. 은행이나 지갑에 약간의 돈이 남아 있고, 접시에 동전을 모아 둘 수 있다면 세상에서 8% 안에 드는 부자인 셈입니다. 이 글을 읽고 있다면 세상의 20억 문맹자보다 더 축복받은 셈입니다. 그리고 당신이 웃는 얼굴로 이 모든 축복을 깨달을 수 있다면 그러지 못하는 사람보다 더 많은 축복을 받은 것입니다.” 정말 이 말대로 우리는 하나님으로부터 많은 은혜를 이미 받았습니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내가 예수님의 십자가 대속의 은혜로 구원받았다는 사실입니다. 아무 공로 없이 오직 믿음으로 구원받았는데 그 믿음조차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엡2:8 “너희는 그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구원을 받았으니 이것은 너희에게서 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의 선물이라” 이것이야말로 가장 큰 은혜입니다. 이제는 더 이상 죄와 사망의 종노릇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언제 세상을 떠나도 천국 영생이 있음을 확신할 수 있습니다. 마음속에 샘물 같은 영생의 기쁨과 소망이 솟아오릅니다. 그러기에 혹시 인간 조건이나 환경이 부족해도 우리는 인내하고 감사할 수 있는 것입니다. 이를 체험한 하박국은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합3:17~18 “비록 무화과나무가 무성치 못하며 포도나무에 열매가 없으며 감람나무에 소출이 없으며 밭에 식물이 없으며 우리에 양이 없으며 외양간에 소가 없을지라도 나는 여호와를 인하여 즐거워하며 나의 구원의 하나님을 인하여 기뻐하리로다”

구원받은 성도는 죽음조차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왜냐하면 죽어도 천국이기 때문입니다. 잠14:32 보면 이렇게 증거합니다. “악인은 그의 환난에 엎드러져도 의인은 그의 죽음에도 소망이 있느니라” 계14:13에서는 직설적으로 이렇게 증거합니다. “ ... 지금 이후로 주 안에서 죽는 자들은 복이 있도다 ... ”

저는 목사로서 1년에 여러 차례 장례식을 인도합니다. 그때마다 구원받은 성도로 살다가 세상을 떠나는 게 얼마나 복된 일인지 확인하고 또 확인합니다. 노환으로 혹은 질병으로 죽음을 맞이해도 마지막 순간에는 평안히 가는 모습을 보게 됩니다. 예수님을 믿는 게 역시 최고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영국의 산부인과 의사 제임스 영 심프슨(Sir James Young Simpson, 1811~1870)의이야기입니다. 클로로폼 마취법을 최초로 발견한 인물입니다. 빅토리아 여왕이 왕자를 분만할 때 성공함으로써 이 마취법이 공인되었습니다. 이런 공로로 귀족(경, Sir) 칭호를 받기도 했습니다. 그 한 가지만으로도 명성을 얻었고 평생 어디에 가나 대우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랬던 그에게 임종이 가까워지자 제자들이 찾아와서 물었습니다. “선생님, 생애 최고로 위대한 발견을 한 것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제자들은 마취제 클로로폼을 발견한 것이라는 답변을 기대했는데 뜻밖의 대답이 나왔습니다. “내 생애에 있어서 최고의 발견은 예수 그리스도께서 불쌍한 죄인인 나를 위해 죽으시고 나를 구원해 주셨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입니다.”

다윗도 인생을 살면서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달았습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도 하나님의 은혜, 특히 숱은 고난에서 구원받은 것도 하나님의 은혜, 심지어 죽음조차 하나님의 은혜인 것을 깨달았습니다. 시116:15 “그의 경건한 자들의 죽음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귀중한 것이로다”

이처럼 은혜를 깨달은 그였기에 감사하며 스스로 이런 질문을 던졌습니다. 시116:12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 이 말씀은 그 크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 갚을 수 없다는 겁니다. 우리가 인간적으로 부모님의 은혜도 다 갚지 못하는데, 어떻게 감히 하나님의 그 엄청난 은혜를 다 갚을 수 있단 말입니까! 불가능합니다. 다만 그 마음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있기에 우리의 삶 속에 조금이나마 은혜에 보답하려는 모습이 생기게 되는 것입니다.

[2] 은혜에 보답하는 삶 : 감사, 예배 찬양, 헌신

하나님의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지만 이런 자세를 갖고 살면 행복한 인생이 됩니다. 더 나아가 고상한 인생이 됩니다.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갚을 수 있을까요?

① 감사 :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으면 무엇보다 먼저 감사를 표현해야 합니다. 12절에서 “주의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까?”라는 말로 감사를 표현하지만, 더 구체적인 감사로 이렇게 고백합니다. 시116:1 “여호와께서 내 음성과 내 간구를 들으시므로 내가 그를 사랑하는도다” 다윗은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았기에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고백합니다. 시18:1에서도 비슷한 고백을 합니다. “나의 힘이신 여호와여 내가 주를 사랑하나이다”

마치 이런 것과 같습니다. 어린아이가 조금씩 자라면서 엄마의 수고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그 은혜를 갚을 길이 없습니다. 그때 엄마 품에 안기면서 단지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 사랑해요!” 이 말 한마디만 하면 되는 겁니다. 엄마는 그 한마디로 은혜를 다 갚은 것 이상으로 기뻐합니다. 하나님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에게 진정한 사랑의 고백이 있으면 충분히 기뻐하십니다.

17절을 보면 더욱 적극적인 감사를 표현하기 위해 감사제를 드립니다. 시116:7 “내가 주께 감사제를 드리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리이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려면 무엇보다 생각을 잘해야 합니다. 감사라는 영어단어와 생각이란 영어단어가 동족어입니다. thank와 think는 같은 말에서 유래합니다. 신앙이 없는 사람은 원망과 불평을 잘합니다. 반면 신앙이 있는 사람은 진리를 압니다. 본래 아무것도 아닌 피조물로 죄로 영원히 죽을 인생이었는데 살아 있음 자체가 하나님의 은혜임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구원받은 게 너무 감사합니다. 그러므로 은혜에 감사하고 하나님을 사랑하게 됩니다.

미국의 작가 겸 사회사업가 헬렌 켈러(Helen Keller, 1880~1968)는 3중 장애인이었습니다. 시각장애, 청각장애, 그리고 언어 장애를 갖고 있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그에게 조심스럽게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혹시 원망스럽지 않아요?” 그러자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은혜를 헤아리기도 바쁜데, 어찌 원망할 시간이 있겠소? 감사하고 기뻐하기만 해도 시간이 모자랄 지경입니다.” 관점의 차이입니다. 아무것도 아닌 존재였음을 인식하면 모든 게 감사 제목입니다. 이를 가리켜 Zero Base 감사라고 합니다. 이렇게 감사하니까 그에게 하나님이 더 큰 은혜를 베풀어주셨습니다. 세계적 명성을 얻고 많은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인물이 됐습니다.

② 예배 찬양 :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으면 감사할 뿐 아니라 예배하며 찬양을 하게 됩니다. 시116:13 “내가 구원의 잔을 들고 여호와의 이름을 부르며”이 말씀은 하나님의 은혜가 너무 감사해서 잔을 높이 들고 찬양을 드리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가장 기본적이고 중요한 표현은 예배입니다. 우리가 열심히 경배하고 찬양하면 그게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무엇보다 ‘나 자신’을 원하십니다. 나 자신이 거룩한 산 제물로, 진정한 예배자로 드려지기를 원하십니다. 그러므로 더욱더 예배에 힘쓰시기 바랍니다. 공예배에 적극 참석하시고, 예배 때마다 모든 순서(기도, 찬송, 말씀, 헌금 등) 가운데 우리의 정성과 사랑을 담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찬양하며 경배하는 시간을 많이 가지시기 바랍니다. 그런 모습을 보시고 하나님께서 크게 기뻐하실 줄로 믿습니다. 예배하며 찬양하는 자에게는 더 큰 은혜가 주어집니다.

오스트리아 출신 작곡가 하이든(Franz Joseph Haydn, 1732~1809)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66세 되던 해 오라토리오 「천지창조」를 작곡했습니다. 지나온 생애를 회고하면서 얼마나 감사한지 그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이 곡을 만들었습니다. 창세기를 묵상하며 기도하면서 썼다고 합니다. 하나님이 큰 은혜 부어주신 결과 그 곡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천지창조」를 완성한 후 연주회를 개최했는데 청중이 “하이든! 하이든!”하고 연호합니다. 그때 하이든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여러분, 잠깐만 하늘을 보십시오! 고개를 들고 위대하신 하나님을 찬양합시다.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습니다.” 그가 하나님을 찬양하며 높이니까 하나님이 그를 더욱 더 높여주신 겁니다. 이게 바로 은혜 위에 은혜(Grace upon Grace)의 역사입니다.

③ 헌신 :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으면 감사할 뿐 아니라 하나님을 위해 헌신하게 됩니다. 시116:14 “여호와의 모든 백성 앞에서 나는 나의 서원을 여호와께 갚으리로다” 서원은 주로 어려운 고난 가운데 하나님 앞에 약속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서 질병 가운데 있을 때 “치유해 주시면 주님을 위해 헌신하겠습니다!”라고 약속합니다. 다윗도 고난을 겪을 때 하나님 앞에 그런 식으로 서원하지 않았을까 짐작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면, 하나님을 사랑하면 하나님께 무언가 자꾸 드리고 싶어집니다. 저절로 이끌려서 헌신하게 됩니다. 사도 바울이 그렇게 열심히 헌신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고후5:14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강권하시는도다 ...” 여기서 ‘강권한다’는 말은 ‘이끈다’는 뜻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정말 하나님을 사랑한다면 그 사랑에 감동되고 이끌려서 저절로 헌신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말하자면 ‘사랑의 포로’가 되는 겁니다. 고전15:10에도 보면 비슷한 고백이 나옵니다.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자신의 죄인 중에 괴수였는데 은혜 베풀어 구원하시고 사도의 직분까지 주시니(딤전1:12~15) 너무 감사해서 누구보다도 더 열심히 헌신할 수밖에 없다는 고백입니다. 놀라운 것은 그 헌신이 가능하게 된 것도 역시 하나님의 은혜라는 고백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은혜를 알고 감사하면 할수록 더욱 더 수고하고 충성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도 복음을 위해 자기 목숨까지 바칠 수 있었고, 마지막에는 순교의 제물이 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여러분, ‘아프리카의 성자’라고 불리는 슈바이처(Albert Schweitzer, 1875~ 1965)를 아시죠.

그는 30세 이전에 이미 신학박사와 음악박사로 대학교수로 평안한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다가 큰 깨달음을 얻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아침의 밝은 햇살에 눈을 떴다. 내게 부어주신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가? 이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큰 죄악이다.” 그가 남긴 짧은 명언이 있습니다. “나만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 그래서 그는 의학을 더 공부하고 아프리카 적도의 나라(현재 ‘가봉’)에 가서 병원을 세우고 평생 헌신합니다. 하나님은 헌신하는 그에게 더 큰 은혜를 베푸심으로 노벨평화상을 받게 하셨고 그의 이름을 역사에 길이 빛나게 해 주셨습니다.

우리나라에도 비슷한 분이 계십니다. ‘한국의 슈바이처’라 불리는 장기려 박사(張起呂, 1911~1995)입니다. 그는 춘원 이광수의 소설 「사랑」의 주인공 ‘안빈’의 실제 모델입니다. 6.25 당시 김일성대학 의대교수였는데 전쟁 통에 아내와 자녀들과 헤어진 채 월남합니다. 부산에 정착한 그는 행려병자 등 가난한 자들을 위해 평생 헌신합니다. 한번은 그가 극빈 환자가 치료비를 낼 형편이 안 되는 것을 알고 뒷문을 열어 도망치게 했다는 일화는 아주 유명합니다. 그는 항상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가진 것이 너무 많다.” 그보다 더 많이 가진 자들도 많았어도 하나님의 은혜를 늘 마음 깊이 새기며 헌신하는 분이었기에 그렇게 고백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 그에게 하나님은 더 큰 은혜를 부으셨습니다. 막사이사이 상을 수상하게 하셨고, 중학교 교과서에 실리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헌신하는 인생은 이처럼 은혜 위에 은혜의 역사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런 인물들만 언급하니까 자칫 헌신을 대단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습니다. 시카고에서 목회하는 J 목사님의 간증입니다. 가끔 기도원에 가는데 거기서 만난 권사님의 이야기를 들려 준 적이 있습니다. 10년 전 이야기라 숫자는 차이날 수 있습니다. 그 권사님은 재미교포 독거노인입니다. 어떤 사연으로 미국까지 기서 혼자가 되셨는지 모르지만, 얼마나 외롭고 고단할까 생각해 봅니다. 그럼에도 신앙생활을 하며 늘 씩씩하게 살아갑니다. 웰페어(정부에서 주는 생활보조금) 670달러 중에 450달러는 헌금, 구제비, 선교비 등으로 사용하고, 170 달러는 노인 아파트비로, 50달러는 생활비로 사용합니다. 식료품은 푸드 스탬프(식료품 쿠폰)로 구입합니다. 그 돈으로 이렇게 먹먹하게 산다는 게 믿어지지 않을 정도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교회를 위해, 목회자와 이웃을 위해 기도하며 살아간다는 사실입니다. 항상 밝은 얼굴로 감사하니까 자신의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 헌신할 수 있고 얼마든지 행복한 것입니다.

오늘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하나님의 은혜에 감동되어 감격한다면 우리는 주님을 사랑하게 되고, 주님을 사랑하기에 아까운 것 없이 주님을 위해 드리게 됩니다. 시간도, 물질도, 재능도, 몸도, ... 모든 것을 드리게 됩니다.

이렇게 해서 섬기는 삶이 가능해지는 겁니다. 인간은 본능 상 움켜쥐게 되어 있습니다. 자기 욕심만 채우려고 합니다. 자기 영광만 구합니다. 그러나 하나님의 은혜를 깨닫고 그 은혜에 보답하고자 하는 사람은 자신의 것을 하나님의 것으로 고백합니다.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는 심정으로 헌신하게 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의 가진 것이나 성취한 모든 것이 하나님으로부터 온 것입니다. 하나님의 전적인 은혜입니다. 따라서 교만할 수 없습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일에 사용되어야 합니다. 복음 전하는 일에, 그리고 섬기는 일에 드려야 합니다.

여러분, 가장 행복한 사람은 감사하는 사람입니다. 감사하려면 하나님의 은혜를 깨달아야 합니다. 그 은혜를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은혜를 망각하면 신앙도 흔들리고 인생도 왜곡됩니다. 그러기에 은혜를 잊지 않도록 유의해야 합니다. 이런 분을 뵌 적이 있습니다. 자신이 지금까지 직장 생활하면서 사용하던 명함을 빠짐없이 보관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것을 들여다보면 하나님이 얼마나 큰 은혜를 베풀었는지 생각하게 된다는 겁니다. 그리고 어떤 분은 하나님을 만났던 장소를 이따금 찾아간다고 합니다. 그럴 때 주님과의 첫사랑으로 마음이 뜨거워지고 구원의 은혜가 느껴져 감격 감사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게 바로 다윗이 자기 자신에게 던진 질문의 취지입니다.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 보답할까?” 아무쪼록 이런 자세로 남은 생애 계속 감사하며 예배 찬양하며 헌신함으로 승리의 인생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