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가나안 여자의 딸을 고치신 이야기

마 15:21-28

   저는 등산을 좋아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가끔 산을 찾곤 했습니다. 특히 설악산을 좋아해서 청년시절부터 여러 차례 찾았습니다. 정상인 대청봉만도 대여섯 차례 올랐습니다.

   설악산은 계곡이 참 아름답습니다. 갖가지 이름 모를 들풀이나 멋진 나무들, 맑은 물과 크고 작은 웅덩이들, 그리고 기암괴석들... 산을 오르면서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게 됩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천지를 창조하신 뒤에 보시기에 좋았다고 하신 말씀처럼, “참 좋다!”라는 탄성이 나옵니다.

   그런데 정상에 오르면 경관이 달라집니다. 저 멀리 동해바다가 보입니다. 그리고 북쪽으로 저 멀리 금강산 남쪽 끝 봉우리가 희미하게 보이고, 남쪽으로 오대산이 아스라이 보입니다. 백두대간의 산맥줄기가 한 눈에 들어옵니다. 마치 하나님께서 천지창조를 다 마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하신 말씀처럼 “야 정말 좋다”라고 탄복을 하게 됩니다.

   저는 등산할 때 이렇게 두 가지 아름다움을 보곤 합니다. 계곡을 오를 때 아기자기한 경치를 보고, 그리고 정상에 올라서는 장대한 경관을 봅니다. 이런 아름다움을 보려고 등산을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성경을 읽을 때 이렇게 등산하는 것처럼 읽곤 합니다. 우선 본문을 읽을 때 본문 자체를 깊이 있게 탐구하면서, 본문을 통해 주시는 미시적인 메시지를 찾습니다. 마치 등산하며 계곡의 아름다운 경치를 음미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나서 본문이 포함된 그 성경 각권의 전체적인 문맥 안에서 본문을 폭넓게 탐구하면서, 본문을 통해 주시는 거시적인 메시지를 찾습니다. 마치 등산하며 정상에서 바라보는 산맥줄기의 장대한 아름다움을 느껴보는 것과 같습니다.

   오늘 이 본문은 특히 이런 두 가지 차원의 메시지가 가장 잘 드러나는 대표적인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문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본문 자체의 메시지

  본문은 이런 이야기입니다. 한 가나안 여자가 예수님을 찾아와서 딸을 고쳐달라고 청했습니다. 딸이 귀신들렸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서 외면하셨습니다. 그러나 이 여자는 물러서지 않았습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이 여자의 믿음을 칭찬하셨습니다. 그리고 딸을 고쳐주셨습니다.

믿음 

   우선 이 이야기는 우리에게 믿음에 대해서 가르쳐줍니다. 특히 믿음은 어떻게 시작되는가에 대해서 가르쳐줍니다.

   본문 22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가나안 여자 하나가 그 지경에서 나와서 소리 질러 이르되, 주 다윗의 자손이여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사실 이 말씀은 생각해 볼수록 놀랍습니다. 무엇보다 이 여인이 가나안 여자라는 것입니다. 이방지역에 살고 있는 이방여인입니다. 아마도 직접 예수님을 뵈옵는 것은 이번이 처음일 것입니다. 그동안 직접 예수님의 말씀을 들어본 일이 없었을 것이고, 직접 예수님께서 행하시는 놀라운 이적도 본 일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예수님께 나와서 딸을 고쳐달라고 청하고 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이 여자가 예수님을 부른 호칭입니다. 먼저 “주님”이라고 불렀습니다. 여기서 주님이란 호칭은 단순히 존경의 표현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예수님을 신적 능력을 가지신 분이시라는 고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자신의 딸의 운명을 예수님께 맡기겠다는 고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다윗의 자손”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말은 예수님께서 구약성경에 예언된 메시아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메시아로서 자신과 자신의 딸을 구원해 주실 수 있는 분이라는 믿음의 고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방여인이 예수님을, 유대인들만이 알 수 있는 다윗의 자손, 메시아라고 고백할 수 있었을까요? 직접 예수님을 만나서 말씀을 듣거나 이적을 본 일도 없는 사람이, 다만 전해들은 이야기만으로 어떻게 이런 믿음의 고백을 할 수 있을까요?   한 마디로 사람의 말로는 설명할 수 없는 신비 즉 미스터리입니다.

   우리는 예수님께서 하신 말씀을 통해서 어렴풋이나마 이 신비를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 16:17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바요나 시몬아 네가 복이 있도다. 이를 네게 알게 하신 이는 혈육이 아니요,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시라.” 베드로가 주는 그리스도시오 살아계신 하나님의 아들이시라고 고백하자 하신 말씀입니다. 베드로가 한 이 고백은 하나님께서 알게 해 주셔서 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여자가 이런 믿음의 고백을 할 수 있었던 것 역시 하나님께서 알게 해 주셔서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방법으로 깨닫게 해주시고, 믿게 해주시고, 그리고 주님께 고백하게 해주신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에게 신비롭게 보입니다.

   그렇습니다. 믿음은 신비로운 사건입니다. 우리가 믿음을 가지게 된 것, 믿음의 고백을 하게 된 것, 그리고 믿음으로 사는 것 모두가 신비 그 자체입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이 살아 계시다고 믿는 것, 기도하면 하나님께서 들으시고 응답하신다고 믿는 것, 장차 저 천국에 들어가 영생복락을 누리게 될 것을 믿는 것 이 모두가 신비입니다.

   이 시간 하나님께서 여러분을 깨닫게 해주시고, 믿게 해주시고, 고백하게 하시기 바랍니다. 믿음의 신비로운 역사가 여러분의 심령 가운데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큰 믿음

   우리가 본문에서 주목할 것이 하나가 있습니다. 28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에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여자여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하시니” 예수님께서 이 여인의 믿음이 크다고 칭찬하신 것입니다.

   사실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믿음이 크다고 칭찬하신 사람이 이 여자가 처음입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는 무엇 때문에 이 여자가 믿음이 크다고 칭찬하신 것일까요?

   거꾸로 예수님께서 믿음이 작다고 책망하신 이유부터 찾아보겠습니다. 마태복음에만 예수님께서 네 차례 믿음이 작다고 책망하신 이야기가 나옵니다.

   첫 번째로 마 6:30에 보면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입을까 염려하다가 믿음이 작다고 책망을 받았습니다. 두 번째로 마 8:26을 보면 풍랑을 보고 염려하다가 믿음이 작다고 책망을 받았습니다. 세 번째로 물 위를 걷다가 갑자기 불어온 바람을 보고 의심하다가 믿음이 작다고 책망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네 번째 떡 때문에 염려하다가 믿음이 작다고 책망을 받았습니다.

   이 네 가지 사건의 공통점이 있습니다. 나름대로 믿음으로 살아오다가 시험을 겪습니다. 그 시험 앞에서 불안해합니다. 염려합니다. 그리고 믿음이 크게 흔들립니다. 이럴 때 예수님께서 믿음이 작다고 책망하셨습니다.

   그러면 이제 이 여자가 왜 믿음이 크다고 칭찬을 받았는지 살펴보겠습니다. 본문을 보면 예수님께서 가혹하리만큼 이 여자를 시험하셨습니다.

   우선 이 여자의 청을 거들떠보지도 않으셨습니다. 그래도 이 여자가 간청을 하자, 이번에는 당신은 이방인은 상대하지 않으신다며 외면하셨습니다. 그러자 이 여자가 절까지 하며 도움을 청했습니다. 이번에는 예수님께서는 이 여자를 사람이 아닌 개 취급하시며 내치셨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여자는 개도 주인의 상에서 떨어지는 부스러기를 먹지 않느냐며 계속 예수님을 붙들고 늘어졌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런 이 여자의 모습을 보시고 이렇게 칭찬하셨습니다. “네 믿음이 크도다. 네 소원대로 되리라” 이 여인이 시험을 통과했고, 이렇게 시험을 통과한 이 여인의 믿음이 크다고 칭찬하신 것입니다.

  육상 경기 중에 ‘허들경기’라는 장애물을 넘기 경주가 있습니다. 남자 단거리의 경우 1.067m 높이의 허들 10개가 높여진 110m를 달리는 경기입니다. 이 경기는 100m 달리기와는 완전히 다른 경기입니다. ‘허들링’이라는 허들을 넘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경기입니다.

  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정신 집중입니다. 그리고 허들을 효율적으로 넘어야 하고, 앞 다리와 뒷 다리가 조화롭게 움직여야 하고, 그리고 허들 사이에서 일관된 리듬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래서 빠르게 허들을 잘 넘어야 합니다.

   저는 믿음의 경주가 바로 이 허들경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믿음만 가지고 평평한 길을 달리는 것이 아닙니다. 생각지 못한 장애물이 나타납니다. 그것이 시험이기도 하고, 환란이기도 하고, 또 고난이기도 합니다. 이 때 이런 허들을 잘 넘어야 합니다. 염려하여 그 허들 앞에서 머뭇거리면 안 됩니다. 잘못하여 그 허들을 넘다가 넘어지면 안 됩니다.

   오늘 본문의 이 가나안 여자는 여러 차례 앞에 나타난 허들을 잘 넘었습니다. 이에 비해 제자들은 이런 허들 앞에서 염려하면서 주저했습니다. 그리고 넘어지기도 했습니다. 큰 믿음이란 이런 믿음의 길 앞에 놓인 장애물을 잘 넘는 믿음을 말합니다.

   여러분들도 큰 믿음으로 시험을 잘 이기시고, 주님께 “네 믿음이 크도다.”라고 칭찬 받으시기를 바랍니다.

문맥을 통한 본문의 메시지

  본문 21절에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거기서 나가사 두로와 시돈지방으로 들어가시니” 예수님께서 거기에서 나오셔서 두로와 시돈지방으로 가셨다는 말씀입니다. 다시 말해서 사역의 장소를 이동하셨다는 말씀입니다.

   여기서 “거기”는 어디를 말할까요? 지금까지 주로 사역하셨던 갈릴리지역을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사역의 본거지로 삼고 활동하셨던 갈릴리 호수주변의 유대인들 거주 지역을 말합니다.

   그러면 두로와 시돈은 어디를 말할까요? 이 도시들은 오늘도 같은 이름을 쓰고 있습니다. 바로 레바논의 남부 지중해 해변도시 ‘티르’(Tyre)와 ‘시돈’(Sydon)을 말합니다. 다시 말하면 당시 이 지역은 이스라엘 땅 밖의 이방인들이 살고 있는 우상숭배의 땅을 말합니다.

   이렇게 볼 때 이 말씀은 예수님의 사역의 한 전환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동안 예수님께서는 유대인이 살고 있는 이스라엘 땅 안에서 사역을 펼쳐오셨습니다. 먼저 택함을 받은 유대인들에게 복음을 전하신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이방지역을 향해 나아가셨습니다. 이방인들에게도 복음을 전하시기 위함입니다.

   우리는 여기서 예수님의 마음을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유대인들과 달리 마음의 경계를 가지고 계시지 않으셨습니다. 당시 유대인들은 마음에 너무도 뚜렷한 경계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바로 유대인과 이방인 사이의 경계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절대로 그 선을 넘지 않으려 했습니다.

   유대인들의 메시아에 대한 생각도 그렇습니다. 메시아는 다윗의 자손으로 오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스라엘의 왕이 되신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메시아는 오직 유대인들만 구원하시고, 유대인들만의 나라를 세우시기 위해서 오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한 번도 메시아를 유대인만을 위해 보내실 것이라고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요 3:16에서 보듯이 하나님이 세상을 사랑하셔서 독생자를 보내신 것입니다. 요 1:26에서 보듯이 메시아는 세상 죄를 지고 가는 어린 양으로 오신 것입니다. 하나님의 뜻 안에는 이런 경계는 없습니다.

   그렇습니다. 인간은 자꾸 경계를 만듭니다. 눈에 보이는 지리적인 경계를 만듭니다. 사상 속에 이념의 경계, 진영의 경계를 만듭니다. 경쟁 관계 속에서 내편과 네 편의 경계를 만듭니다. 개인적 감정 속에 사랑과 미움의 경계를 만듭니다.

   우리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주님에게는 이런 경계가 없습니다. 우리도 주님처럼 이런 경계를 넘어서야 하겠습니다. 경계를 만들지 말아야 할 것이고, 기존의 만들어진 경계를 넘어서야 하겠습니다.

   본문이 우리에게 말씀하고 있는 또 하나 거시적인 메시지가 있습니다. 바로 복음의 주도권이 장차 이방인에게로 넘어갈 것이라는 암시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예수님께서 이 가나안 여자를 칭찬하셨습니다. 지금까지 예수님께서 누군가를 이렇게 칭찬하신 일이 없으십니다.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주를 따랐던 제자들도 이렇게 칭찬 받은 일이 없습니다. 오히려 책망만 받았습니다.

   마 11:21-22를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화 있을 진저 고라신아, 화 있을 진저 벳새다야, 너희에게 행한 모든 권능을 두로와 시돈에서 행하였더라면 그들이 벌써 베옷을 입고 재에 앉아 회개하였으리라. 내가 너희에게 이르노니, 심판 날에 두로와 시돈이 너희보다 견디기 쉬우리라.”

   여기서 고라신이나 벳새다는 갈릴리의 주요 고을들입니다. 그동안 예수님께서 심혈을 기울여 말씀을 전하시고 이적을 행하시며 사역을 펼치셨던 곳입니다. 그러나 그들은 주님의 말씀을 듣고도 주님께서 행하신 이적을 보고도, 주를 영접하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이 고을들을 오늘 본문에 나오는 두로와 시돈과 비교하셨다는 것입니다. 두로와 시돈에서 고라신과 벳새다에서 하셨던 사역을 펼치셨다면 그들이 다 영접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러니까 예수님께서 이 때 이미 두로와 시돈에서의 사역을 계획하셨고, 여기에서 본문의 가나안 여자처럼 주를 영접하는 일들이 일어날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갈릴리지역 유대인들은 주님께서 절호의 기회를 주셨습니다. 2년여 머무시면서 가장 많은 말씀을 하셨고, 갖가지 능력의 역사를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그들은 그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주를 영접하지 않았습니다. 결국 지금 이 땅은 영적으로 황폐화되어있습니다.

   그러나 그 대신 복음의 주도권은 이방지역으로 넘어갔습니다. 당시 이방지역이었던 안디옥, 에베소, 고린도, 그리고 로마로 넘어갔습니다. 그리고 현대에 들어와서는 영국,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와 여러 나라로 넘어갔습니다.

  저는 몽골이라는 나라를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동방견문록을 쓴 마르크 폴로가 당시 몽골의 황제 쿠빌라이 칸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이 황제가 마르코 폴로를 총애하여 기독교를 포교할 기회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교황에게 100명의 전도자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교황은 몽골에 복음의 문이 열리는 기회가 찾아온 것을 몰랐습니다. 한 직에 있던 두 사람을 보냈는데 이들도 가는 도중 힘들다고 돌아왔습니다. 그래서 몽골에 복음이 전해질 기회를 놓치고 말았습니다. 대신 라마불교가 그 빈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복을 주실 때 그 복의 소중함을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더 큰 복을 얻을 수 있는 기회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합니다.

   저는 한국교회를 생각할 때 두려운 마음이 듭니다. 하나님께서 촛대를 옮기시지나 않을까 하는 두려움입니다. 그렇게 큰 복을 주셨고, 그렇게 놀라운 부흥을 주셨는데, 그 복을 잘 누리고 지키고 나누고 있는지... 우리 교회와 우리 가문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나님께서 주신 복을 잘 누리고 이것을 기회로 하나님 앞에 더 귀하게 쓰임을 받을 준비를 하고 있는지...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가나안 여자처럼 더욱 큰 믿음으로 주 앞에 서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께서 주신 복음의 기회를 잘 살려가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