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이야기

요 6:16-21

   ‘바실리스크 도마뱀’이란 도마뱀이 있습니다. 이 도마뱀은 물 위를 걷는 도마뱀으로 유명합니다. 오늘 본문의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사건을 빗대서 사람들이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바로 ‘예수 그리스도 도마뱀’입니다.

   도대체 이 도마뱀은 어떻게 물 위를 걸을 수 있을까요? 과학자들이 연구를 해보았습니다. 우선 이 도마뱀의 발가락이 길게 생겼습니다. 긴 발가락으로 물을 찰 때 물 속에 기포가 생깁니다. 그리고 기포가 표면장력을 만들어 내서 물에 빠지지 않게 합니다. 더 중요한 것은 그 기포가 사라지기 전에 다른 발로 물을 찹니다. 무려 1초에 20회나 발을 바꾸며 앞으로 달려 나간다고 합니다.

   사실 이 과정에 너무도 많은 에너지가 들기 때문에 이 도마뱀도 평상시에는 물 위를 이렇게 달리지 않습니다. 포식자의 공격을 피해서 달아날 때만 이렇게 달립니다. 그리고 너무 힘이 들기 때문에 물 위를 10미터 정도 밖에 가지 못합니다.

   과학자들이 사람이 이 도마뱀처럼 물 위를 달릴 수 있는지를 연구했습니다. 우선 사람의 발로는 안 되고 특수 제작한 신발을 신어야 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물 위를 시속 112킬로미터로 달려야 한다고 합니다. 가장 빠른 우사인 볼트의 최고 기록이 시속 37킬로미터니까 이 사람보다 무려 세 배나 빠르게 달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결론은 분명합니다. 인간은 절대로 물 위를 걷거나 달릴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보면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셨습니다. 이 도마뱀처럼 달리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고작 몇 미터를 걸으신 것이 아니고, 아예 바다를 건너 오셨습니다. 인간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놀라운 이적을 보여주신 것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몇 가지 의문을 갖게 됩니다. 하나는 왜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셨는가 하는 점입니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실 수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이 두 가지 의문이 본문 말씀의 핵심적인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는 열쇄이기도 합니다. 이 두 가지 의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이 말씀이 오늘 우리에게 주는 핵심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이 두 가지 의문을 중심으로 본문을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왜 물 위를 걸으셨나?

  우선 예수님께서 앞에서 말씀드린 도마뱀처럼 도망치기 위해 물 위를 걸으신 것이 아닙니다. 그리고 마술사들처럼 남들에게 보이려고 물 위를 걸으신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 예수님께서 왜 물 위를 걸으신 것일까요?

   이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서 이 사건이 어떻게 일어나게 됐는지 그 배경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마 14:22 이하를 보면 이 사건의 배경을 보다 자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오병이어의 표적이 있었습니다.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로 오천 명이 배부르게 먹고 열두 바구니가 남는 놀라운 기적이었습니다. 모여 들었던 무리들이 이 놀라운 사건을 경험하고는 예수님을 왕으로 모시려 했습니다. 자칫 큰 정치적 소요가 발생할 가능성이 생긴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직감하셨습니다. 이 땅에 하나님의 나라의 역사를 위해 오셨는데, 잘못하다가는 이 세상의 정치적 사건에 휘말릴 상황이 발생한 것입니다. 자칫 이 세상에 오신 목적 자체가 무산될 상황임을 아신 것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는 모여들었던 무리를 돌려보내시려 하셨습니다. 그리고 기도하시기 위해 홀로 산 속으로 가셨습니다. 그러시면서 제자들도 이 무리들에 휩쓸리지 않도록 하시기 위해서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 건너편으로 가게 하신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제자들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에 바다 한 가운데서 풍랑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시간은 한 밤중이 되었고, 제자들은 어떻게 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게 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갑자기 맞게 된 이런 위기를 아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을 그대로 두실 수가 없으셨습니다. 다급하게 제자들을 구하시기로 하셨습니다. 그래서 위기를 겪고 있는 제자들 곁으로 가시기 위해 물 위를 걸으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으신 이유는 분명합니다. 제자들을 구하시기 위해서입니다. 자신을 위해 걸으신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물 위를 걸으신 것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닙니다. 제자들을 구하시는 과정에서 물 위를 걷는 놀라운 능력을 나타내게 되신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예수님께서 어떤 분이신지를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특히 예수님께서 우리와의 관계에서 어떤 분이신지를 깊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선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형편을 잘 아십니다.

  본문의 상황을 다시 살펴보겠습니다. 오병이어의 이적 이후 예수님께서는 산 위로 가셔서 기도하고 계셨습니다. 그리고 제자들은 배를 타고 갈릴리 바다를 건너가게 하셨습니다.

   그런데 제자들이 배를 타고 바다를 건너다가 큰 풍랑을 맞아 다급한 위기를 겪게 되었습니다. 자기들 힘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습니다. 한 밤 중인데다 바다 한 복판이어서 육지에 있는 사람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상황입니다. 게다가 요즘처럼 핸드폰이라도 있어서 급히 연락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닙니다.

   중요한 것은 예수님께서 제자들이 겪고 있는 이런 위기 상황에 대해 아셨다는 것입니다. 그대로 두면 제자들이 다 죽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것을 아셨습니다. 위기를 겪고 있는 제자들이 알린 것이 아닙니다. 누군가가 예수님께 말씀드린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이 상황을 알고 계신 것입니다.

   시 139:1을 보면 다윗이 이렇게 고백하고 있습니다. “여호와여 주께서 나를 살펴보셨으므로 나를 아시나이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자신을 누구보다 잘 아시는 분이시라고 고백하고 있는 것입니다.

   다윗이 사울에 쫓겨 10년여 짧지 않은 세월 도망자 생활을 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여러 차례 죽을 고비를 넘겼습니다. 그 때마다 하나님께서 피할 길을 여시고 자신을 보호해 주셨습니다.

   다윗이 어떤 생각을 했을까요? ‘하나님께서 어떻게 내가 당하고 있는 이런 위기 상황을 아셨을까? 어떻게 내가 피할 수 있는 길을 아시고 인도하셨을까?’ 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그렇습니다. 다윗은 하나님께서 자신의 형편과 처지를 잘 아시는 분이라는 점을 생생하게 체험하며 깨달았습니다. 오늘 본문의 제자들은 어땠을까요? 어떻게 예수님께서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위기를 아셨을까? 라고 놀라지 않았을까요?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님은 우리의 형편과 처지를 잘 아십니다. 우리가 말씀드리지 않아도 잘 아십니다. 우리가 기도하며 상황을 설명한다고 해도 주님께서는 그 이상을 소상히 잘 아십니다.

   때로는 사람들이 우리를 몰라준다고 속상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때로는 우리가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데 그 누구도 모른다고 불평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렇지 않습니다. 사람들은 몰라도 주님은 아십니다.

  다음으로 예수님께서 우리를 찾으십니다.

  마가는 이 사건을 보다 자세하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막 6:47- 48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저물매 배는 바다 가운데 있고, 예수께서는 홀로 뭍에 계시다가 바람이 거스르므로 제자들이 힘겹게 노 젓는 것을 보시고, 밤 사경쯤에 바다 위로 걸어서 그들에게 오사”

   시점을 보면 밤 사경쯤이라고 했습니다. 우리 시간으로는 새벽 3-6시 사이를 말합니다. 해뜨기 전 가장 어두운 시간입니다. 그리고 바람이 거슬렀다고 했습니다. 풍랑이 일어서 배가 앞으로 나갈 수 없고 자칫 배가 전복될 수도 있는 상황입니다. 제자들이 최선을 다해서 노를 젓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입니다.

   그리고 본문 21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이에 기뻐서 배로 영접하니, 배는 곧 그들이 가려던 땅에 이르렀더라.” 제자들이 처음에는 한 밤 중에 바다 위를 걸어서 오신 예수님을 알아보지 못하고 유령인 줄 알고 무서워했습니다. 그러나 이내 예수님인 줄 알고 배로 모시자 풍랑이 그치고 평안하게 목적지에 도착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미국의 예배학자 돈 샐리어스(Don Saliers)교수의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할머니 손을 잡고 한 미술관에 갔었습니다. 거기에서 예수님께서 잃은 양 한 마리를 찾아 어깨에 메고 돌아오는 장면을 그린 그림을 보았습니다. 그 때 자리를 뜨지 못하고 한 동안 그 그림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할머니에게 물었습니다. "할머니, 저 양은 도대체 얼마나 귀하길래 예수님이 저렇게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을까요? 분명 이름도 지어주셨겠죠?" 할머니가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그럼 저 양의 이름은 바로 돈 너란다.”

  이분은 이 때 주님의 큰 사랑을 느꼈고, 또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깨닫게 됐다고 합니다. 그리고 인생을 살면서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만날 때마다 이 깨달음으로 믿음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은 우리를 위기 가운데 버려두지 않으십니다. 길을 잃고 있을 때 아흔아홉 마리 양을 두고서라도 끝까지 찾아오십니다. 바다 한 복판에서 풍랑 가운데 위기를 겪고 있을 때 물 위를 걸어서라도 찾아오십니다.

   주님께서 요 14:8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 너희에게로 오리라.” 이 말씀대로 주님은 오늘도 우리를 찾아오시는 분이십니다.

어떻게 물 위를 걸으셨나?

  이 사건을 묵상하면서 우리가 가지게 되는 또 하나의 의문은 이것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예수님께서는 물 위를 걸으셨는가 하는 점입니다.

   사실 과학적으로 보면 이 사건은 설명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도마뱀 이야기를 하며 말씀드렸지만 인간이 물 위를 걷는다는 것은 과학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사건을 어떻게 보아야 할까요?

   일반적으로 과학과 관련해서 세 가지 용어를 사용합니다. 과학, 반과학, 그리고 비과학입니다.

   우선 ‘과학’(science)이란 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과학역사가인 토마스 쿤은 저명한 [과학혁명의 구조]라는 책에서 과학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과학이란 검증이 가능한 지식의 총체이고, 제 3자가 재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검증해야 한다.” 그러니까 과학은 검증을 통해 형성된 지식이라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반과학’(anti-science)이란 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이 말은 과학과 과학적 방법을 거부하는 것을 말합니다. 다시 말해서 검증을 거부하거나 검증할 수 없는 주장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우주가 지구를 중심으로 돈다는 주장이나 지구는 평평하다고 주장하는 것을 말합니다.

   그리고 ‘비과학’(non-science)이란 말을 생각해 보겠습니다. 비과학이란 과학 이외의 분야를 말합니다. 과학이 다룰 수 없는 분야를 말합니다.

   과학에서 우주의 기원으로 ‘빅뱅’을 말합니다. 그러나 빅뱅 이전은 설명하지 못합니다. 어떻게 빅뱅이 일어나게 됐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아무 것도 없는 상태에서 빅뱅이 일어났는데 그 후 어떻게 이렇게 엄청난 물질들이 생겼는지 설명하지 못합니다. 여기가 과학의 한계입니다. 그리고 죽음 이후의 세계에 대해서도 아무런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이 또한 과학의 한계입니다. 이런 과학의 한계 넘어에 대한 논의를 비과학이라고 말합니다.

   그렇습니다. 과학이 우리가 생각하는 모든 것을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특히 인간의 인식의 지평을 넘어서는 부분은 대부분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성경은 이런 부분도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과학이 설명할 수 없는 그러나 분명하게 존재하는 현상을 명확하게 설명합니다.

   대표적으로 성경은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셨다고 선포합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살아계시고 오늘도 역사하신다고 선포합니다. 과학자들은 하나님이 계시지 않는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못합니다. 그리고 하나님이 천지를 창조하지 않으셨다고 과학적으로 검증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그저 비과학이라고 외면할 뿐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성경의 이런 선포를 과학이나 비과학이라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과학을 뛰어넘는 ‘초과학’(super-science)이라고 부릅니다.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하나님께서 또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을 행하시는 것이 역사 속에 개입하셔서 행하시는 일들이 초과학인 것입니다.

   실제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에도 초과학적 현상이 얼마든지 일어나고 있습니다.

  미국의 콜롬비아대학교의 산부인과 로자리아 로보과장과 차광렬 교수는 기도가 미치는 영향력을 조사한 일이 있습니다. 불임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기도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그룹과 없는 그룹을 비교해서 그 결과를 조사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는 그룹이 없는 그룹에 비해서 임신률이 2배나 높게 나온 것입니다.

  과학적 조사 결과이기 때문에 믿기 어려웠지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리고 학계에 보고해서 인정을 받았고, 생식의학 전문지인 [리프로덕티브 헬스](reproductive health)에 실렸습니다. 그리고 타임지는 이 연구 결과를 심장질환 환자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는 다른 연구 결과와 함께 소개했습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은 전능하신 분이십니다. 그 능력은 인간의 과학으로 다 설명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때로는 초과학적 현상으로 역사하십니다. 그렇다고 번번이 초과학적으로 역사하시는 것은 아닙니다. 많은 경우 과학적으로 설명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 능력을 나타내십니다. 그러나 상황이 아주 위급하거나 인간의 능력의 범위 밖의 일일 경우 초과학적으로 역사하십니다.

   본문 21절 하반절에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배는 곧 그들이 가려던 땅에 이르렀더라.” 그리고 막 6:51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배에 올라 그들에게 가시니 바람이 그치는지라.”

   예수님께서 물 위를 걸어 제자들이 탄 배에 오르신 뒤에 일어난 일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큰 풍랑을 일으켰던 거센 바람이 그쳤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바로 배가 목적지까지 도착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거센 풍랑 때문에 큰 위기를 맞고 있던 제자들을 찾으셨습니다. 물 위를 걸어서 찾아오셨습니다. 그리고 배에 오르시자 바람이 그치고 풍랑이 잔잔해 졌습니다. 게다가 배도 빠르고 안전하게 항해해서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이 또한 과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초과학의 역사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이 말씀이 우리에게 새삼스럽게 깨닫게 해 주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우리가 믿는 예수, 그분은 전능하신 하나님이시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분이 우리 인생에 개입하시면 놀라운 역사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예수님은 물 위를 걸어서라도 우리를 찾으시는 분이십니다.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도 예수님은 우리를 버려두지 않으시고 찾아오십니다. 도저히 바랄 수 없는 일이라도 예수님은 우리를 위해 역사하십니다. 이 예수님이 저와 여러분의 주님이십니다. 더욱 이 예수님을 굳게 믿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