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원을 지키라

민 30:1-16

   그리스도인들은 모두가 다 하나님의 은혜를 받은 사람들입니다. 그런데 받은바 은혜에 대해 보이는 반응은 저마다 다릅니다. 그 다양한 반응을 크게 세 가지 부사를 사용해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는 “마땅히”입니다. 받은바 은혜를 깨닫고 은혜 받은 사람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잘하는 교인들이 있습니다. 예배도 잘 드리고, 헌금도 잘 하고, 봉사도 잘합니다.

   둘은 “억지로”입니다. 받은바 은혜를 알면서도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억지로 하는 교인들이 있습니다. 예배도 억지로 드리고, 헌금도 억지로 하고, 봉사도 억지로 합니다.

   셋은 “자발적으로”입니다. 받은바 은혜에 감격하여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할 뿐 아니라 자발적으로 더 하나님을 섬기는 교인들이 있습니다. 예배도 자발적으로 더 드리고, 헌금도 자발적으로 더 드리고, 봉사도 자발적으로 더 합니다.

   여러분들은 어떤 교인입니까? ‘마땅히’는 되시기 바랍니다. 할 수 있으면 ‘자발적으로’이면 더 좋겠습니다.

   구약시대에 이렇게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던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그 중에 대표적으로 서원을 드린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여기서 서원이란 하나님 앞에 나와 자발적으로 약속을 하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 본문이 바로 이 서원에 관한 말씀입니다. 이 말씀을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서원을 하라

  본문 2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결심하고 서약하였으면” 누군가가 여호와께 서원하였으면 이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이미 하나님의 백성들 가운데 자발적으로 하나님께 서원한 사람이 있어왔다는 것을 전제한 말씀입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자발적으로 하나님께 서원할 사람이 있을 것이라는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자발적으로’ 하나님을 섬기는 사람이 있어왔고, 또 있을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성경을 살펴보면 하나님의 백성들이 드리는 서원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습니다.

하나, 조건형의 서원

   창 28:20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야곱이 서원하여 이르되, 하나님이 나와 함께 계셔서 내가 가는 이 길에서 나를 지키시고 먹을 떡과 입을 옷을 주시어 내가 평안히 아버지 집으로 돌아가게 하시오면, 여호와께서 나의 하나님이 되실 것이요, 내가 기둥으로 세운 이 돌이 하나님의 집이 될 것이요, 하나님께서 내게 주신 모든 것에서 십분의 일을 내가 반드시 하나님께 드리겠나이다 하였더라.”

   야곱이 하나님께 서원을 드렸다는 것입니다. 그 내용이 세 가지입니다. 하나는 여호와를 자신의 하나님으로 섬기겠다는 것입니다. 둘은 하나님의 전을 세우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셋은 십일조를 드리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서원에는 조건이 붙었습니다. 바로 하나님께서 자기와 함께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것은 머나먼 하란에 있는 외삼촌 라반의 집에 무사히 도착하게 해주시고, 또 평안히 집으로 돌아오게 해주시는 것을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 주시면 이 서원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야곱의 서원은 조건형 서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늘도 참 많은 분들이 야곱처럼 조건형 서원을 합니다. 위기 상황 속에서 조건을 붙이고, 그 조건을 들어주시면 서원을 지키겠다는 것입니다.

  제가 아는 목사님들 가운데 어머니의 서원기도로 태어나 목사가 된 분이 있습니다. 이 목사님의 어머니가 오랫동안 자식을 낳지 못하자 서원기도를 드렸습니다. 아들을 주시면 목회자로 바치겠다는 것입니다. 기도의 응답으로 아들을 낳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기도하며 이 아들을 믿음으로 키워서 훌륭한 목사가 되게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조건형 서원은 단순히 소원을 비는 차원 이상입니다. 기도 응답의 결과가 자신을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한 것입니다. 그래서 마음에 거리낌이 없이 간절하게 기도할 수 있습니다.

다른 하나, 헌신형의 서원

   행 18:18을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바울은 더 여러 날 머물다가 형제들과 작별하고 배 타고 수리아로 떠나갈 새 브리스길라와 아굴라도 함께 하더라. 바울이 일찍이 서원이 있었으므로 겐그레아에서 머리를 깎았더라.”

   바울이 2차 전도여행을 끝내고 출발지인 수리아의 안디옥으로 떠나려고 할 때 겐그레아 항구에서 삭발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이유는 서원 때문이었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자세하게 밝히고 있지 않아서 정확하게 무슨 서원이었고, 왜 여기에서 삭발을 했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렵지 않게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아마도 바울은 아덴에서 실패를 맞보고 고린도에서 새로운 마음으로 사역을 시작하면서 서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유대인들이 전통적으로 해왔던 나실인의 서원이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고린도에서의 사역을 마치게 됐고, 서원 기간도 끝이 났습니다. 그래서 서원 종료의 절차를 따라 삭발을 한 것입니다.

   그러면 나실인의 서원이란 무엇일까요? 하나님의 백성들이 특정한 기간 동안 또는 평생 하나님만을 위해서만 살기로 다짐하면서 서원하는 것을 말합니다. 대표적으로 서원의 내용이 술을 마시지 않는 것과 머리를 자르지 않는 것 그리고 시체를 만지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나실인의 서원은 헌신형의 서원입니다. 그저 주를 위해 온전히 헌신하기 위해 다짐하고, 하나님께 서원의 약속을 드리는 것을 말합니다.

   오늘도 많은 분들이 이렇게 헌신형의 서원을 합니다. 더욱더 주를 위해 살기 위해 어떤 특정 기간 또는 평생 어떻게 할 것을 하나님께 약속을 드리는 것입니다.

  오래 전 어떤 분과 식사하며 대화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당시 이분은 대기업 임원이셨습니다. 최근 기도하며 하나님께 약속을 드린 것이 있다는 것입니다. 두 가지인데 하나는 술을 입에도 대지 않겠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골프를 치지 않겠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았지만 접대 자리에서 조금씩 분위기 때문에 마시곤 했답니다. 그런데 기도할 때마다 자꾸 그것이 마음에 걸려서 기도를 깊이 할 수 없더랍니다. 그리고 골프는 자꾸 주일에 스케줄이 잡히더랍니다. 주일예배를 드리지 않을 수 없어서 핑계를 대야했고, 가끔은 1부 예배드리고 골프장으로 달려가곤 했답니다. 이 또한 주님께서 기뻐하시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랍니다. 그래서 아예 하나님 앞에 이것들을 다 끊겠다고 다짐하고 서원을 드렸답니다.

  임원으로 회사생활이 괜찮겠냐고 물었습니다.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이해를 구할 생각이랍니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자기에게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랍니다.

   그렇습니다. 이런 헌신형 서원은 더욱 주를 위해 살겠다는 약속입니다. 이런 서원은 우리를 더욱 굳게 주님께 매이게 하고 믿음을 굳세게 해 줍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정말 기뻐하십니다.

서원에 신중하라

  본문에 주목할 내용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우선 3-5절 말씀입니다. 결혼 이전의 여성이 하나님께 서원했을 때 아버지가 찬성해야 그 서원이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만일 아버지가 반대하면 그 서원을 지킬 수 없고,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문제 삼지 않으시겠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6-8절 말씀입니다. 하나님께 서원한 여성이 결혼하게 됐을 때 남편에게 말해야 하고, 그 때 남편이 찬성해야 그 서원이 결혼 후에도 성립된다는 것입니다. 만일 남편이 반대하면 그 서원을 지킬 수 없고, 지키지 않는다고 해도 역시 문제 삼지 않으시겠다는 것입니다.

   왜 여성이 서원할 경우에만 이렇게 아버지나 남편의 의견을 고려해야 한다고 하실까요? 요즘 말로 사회적으로 주요 이슈가 되는 ‘차별’이 아닐까요? 이 말씀의 배경이 지금부터 약 3500년 전입니다. 당시 여성은 인구조사에 들지 못했습니다. 상속에서도 배제됐습니다. 그리고 경제활동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니까 당시 여성은 서원을 한다고 해도 자기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아버지 허락을 받아야 하고 또 남편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자기 혼자서 독단적으로 서원할 상황이 아니었다는 뜻입니다.

   이 말씀에서 주목할 단어가 있습니다. 우선 3절에 나오는 “어려서”란 단어입니다. 이 말은 보호자가 있는 상황이라는 뜻입니다. 다시 말하면 아직 혼자 종합적으로 판단할 수준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다음으로 6절에 나오는 “경솔하게”라는 단어입니다. 이 말은 신중하지 못하다는 뜻입니다. 자신이 왜 이렇게 서원하게 됐는지 그리고 이 서원의 의미가 무엇인지 설득하고 협력을 구하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서원은 경솔하게 해서는 안 됩니다. 순간적으로 떠오르는 생각이나 감정에 이끌려서 해서는 안 됩니다. 분위기에 휩쓸리거나 어떤 말을 듣고 충동적으로 해서도 안 됩니다. 그리고 자기 혼자만의 상황과 입장만 고려해서 해서도 안 됩니다. 시간을 가지고 깊이 생각하고 기도한 뒤 해야 합니다. 주변 상황과 함께 하는 사람들의 입장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서 해야 합니다. 한 마디로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오래 전 대학부를 지도할 때 만났던 자매가 있었습니다. 집회에 참석해서 큰 은혜를 받고는 서원을 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서원 내용이 사모가 되겠다는 것입니다.

  문제는 사모가 되려고 해도 목회자가 되려는 사람과 잘 맺어지지가 않는다는 것입니다. 시간이 흘러서 나이가 들었고 다행히 믿음이 좋은 형제를 만나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결혼한 뒤에 자기의 서원을 남편에게 이야기했다는 것입니다. 남편은 자기는 단 한 번도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일도 없고 아무리 봐도 자기는 목회자의 은사를 받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아내는 계속 자기 서원을 붙들고 기도하자 남편이 점점 멀어지더랍니다. 그래서 이혼까지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서원은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때로는 상황이 달라지면 서원을 그대로 지키기가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길게 보고 서원을 해야 합니다. 때로는 혼자서 서원을 지킬 수 없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사람들을 설득하고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를 보고 서원을 해야 합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서원을 하되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만일 신중하지 못하게 서원하게 되면 서원을 안 하니만 못하게 됩니다.

서원을 지키라

  다시 본문 2절을 보겠습니다. “사람이 여호와께 서원하였거나 결심하고 서약하였으면 깨뜨리지 말고 그가 입으로 말한 대로 다 이행할 것이니라.”

   이 말씀은 모세가 하나님께 직접 받은 말씀을 전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하나님께서 하나님의 백성들이 드린 서원을 받으셨고, 그 서원을 지키는 것을 지켜보고 계시다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직접 꼭 지켜야 한다는 것을 말씀하신 것입니다.

  팀 켈러 목사님이 쓴 [오늘의 잠언]이라는 책에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한 농부가 목사님을 찾아와서 이렇게 이야기를 했습니다. 자기 집의 소가 쌍둥이를 낳았는데 너무 감사해서 나중에 팔아서 한 마리 값을 주님께 바치겠다는 것입니다.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 자발적으로 찾아와서 약속을 한 것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울상을 하고는 목사님을 찾아왔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말했답니다. “죄송하지만 주님의 송아지가 죽었습니다.” 알고 보니 쌍둥이 송아지 가운데 한 마리가 죽었습니다. 그런데 이 농부는 어떻게 해야 하나를 고민하다가 꾀를 낸 것입니다. 그래서 주님께 바치기로 약속한 그 송아지가 죽었다고 말한 것입니다. 그러니까 송아지가 죽자 마음이 달라진 것입니다.

  원래 한 마리의 송아지를 기대했다가 두 마리가 생기자 하나는 주님께 드리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한 마리가 죽자 주님께 드리기로 한 약속을 철회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그 죽은 송아지가 주님의 송아지라고 말한 것입니다. 정말 주님의 송아지가 죽은 것일까요?

   그렇습니다. 서원을 지키기가 어렵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그 마음이 변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상황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서원을 해 놓고 세상말로 부도를 내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서원을 강요하지는 않으십니다. 서원이라는 것이 자발적으로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일단 서원을 했으면 그것을 지키라고 말씀하십니다.

  [엄홍길의 약속]이란 책이 있습니다. 2004년 산악인 박무택, 백준호, 장민 세 사람이 히말라야 초모랑마에 올랐다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 시신이 8700미터 그 높은 산 눈 속 어디엔가 묻혀있습니다. 유명한 산악인 엄홍길이 이들의 시신을 수습하려고 휴먼원정대를 조직했습니다.

  모두가 말렸습니다. 그 높은 산에 혼자 몸으로 오르는 것도 힘든데 장비를 갖추어 세 사람의 시신을 수습해서 내려온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자칫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될 수도 있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산악 역사상 이런 일은 단 한 번도 시도된 일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왜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하느냐는 질문에 엄홍길 대장의 답은 간단했습니다. “약속을 지키려고 갑니다.” 산에 오르기 전 어느 날 고박무택씨가 찾아와 고민을 털어놓더랍니다. “이렇게 위험한 길을 가야할지 고민입니다.” 그 때 엄대장이 이렇게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너는 할 수 있어. 내가 돌봐줄게.”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사나이들의 진한 우정에 큰 감동을 받았습니다. 그러면서 사람과의 약속, 그것도 죽은 사람과의 약속을 이렇게까지 지키려고 힘쓰는 모습에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사람과의 약속도 이렇게 지키려 힘쓰는데, 하물며 하나님과의 약속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나는 과연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떻게 지키고 있는지 돌아보며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그렇습니다. 서원은 하나님과 한 약속입니다. 사람과 한 약속도 신실하게 지켜야 하는데 하나님과 한 약속은 어떻겠습니까? 꼭 지키려 힘써야 합니다. 하나님께서 그 약속을 기억하시고 기다리고 계시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받은바 은혜를 생각할 때 주님께 잘해야 합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자발적으로 주님을 섬겨야 합니다. 이 때 할 수 있는 것이 서원입니다. 나름대로 자발적으로 어떻게 하겠다고 약속하고 지켜나가는 것을 말합니다. 그렇지만 서원은 신중하게 해야 합니다. 그리고 한 번 서원했으면 끝까지 지켜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