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혜 사람(고전15:9~10, 딤전1:12~15)

고대 신학자 어거스틴(St. Augustine, 라틴어명 Aurelius Augustinus, 354~430)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기독교 역사상 가장 위대한 신학자로 손꼽히는 사람입니다. 당대에도 많은 사람들의 칭송을 받았는데 한번은 어떤 사람이 그에게 물었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이렇게 훌륭할 수 있습니까?” 그러자 담담하게 대답했습니다. “웬걸요, 만약 하나님께서 다른 사람들에게 나에게 베푸신 은혜만큼 주셨다면 아마 그들은 나보다 훨씬 더 훌륭하게 됐을 겁니다.” 이런 고백은 그의 신학 사상에 그대로 반영되었고 종교개혁자들에게 고스란히 계승됐습니다. 라틴어로 이런 말이 있죠. Sola Gratia(오직 은혜)! 어거스틴은 젊은 시절 방탕한 사람이었습니다. 학문에 대한 열정이 있었지만 이방 종교 마니교에 빠졌고 결혼하지 않은 채 동거하다 자식을 낳기도 했습니다. 어머니 모니카가 속을 끓이며 눈물로 기도했던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눈물의 기도 덕분에 어거스틴은 자신의 죄를 깨닫고 극적으로 회심합니다.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였습니다. 그는 평생 그 은혜에 감사하며 살았습니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서 ‘은혜로 뭉쳐진 사람’입니다. 눈으로 뭉쳐진 사람을 눈사람(snowman)이라고 하죠. 그렇다면 은혜로 뭉쳐진 사람은 은혜 사람(grace man)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어거스틴은 ‘은혜 사람’이었던 겁니다.

오늘 본문을 보니까 바울도 은혜 사람이었습니다. 고전15:10(상)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 ” 그런데 바울이나 어거스틴만 은혜 사람인 게 아닙니다. 모든 인간이, 특별히 모든 성도가 은혜 사람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오늘은 맥추감사주일로 지키는 날인데 한번 점검해 보시기 바랍니다. 구약 이스라엘은 농경시대에 이모작을 했는데 상반기 추수를 하고 감사절을 지켰고 하반기에 또 한 번 추수를 하고 감사절을 지켰습니다. 상반기 추수감사절이 맥추절(麥秋節, Feast of Harvest)이고 하반기 추수감사절이 수장절(收藏節, Feast of Ingathering)이었습니다(출23:16). 오늘날 도시생활을 하는 우리는 농사를 짓지 않지만 다양한 방식으로 하나님이 주시는 은혜와 축복을 받아 누립니다. 그것을 기억하며 구약성경의 전통을 이어 전반기에 맥추감사주일, 그리고 후반기에 추수감사주일을 지킵니다.

오늘 말씀을 통해 우리 각자 은혜 사람임을 확인하고 그 은혜에 감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은혜를 알고 감사할 때 신앙생활을 제대로 하는 것이고 비로소 행복한 삶을 살게 됩니다. 마치 눈덩이가 더 크게 뭉쳐지듯이 갈수록 더 풍성한 은혜를 받아 누리며 승리의 삶을 살아가게 됩니다. 아무쪼록 은혜 사람으로 감사하며 복된 인생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1] 은혜를 아는 자 vs 은혜를 모르는 자 : 신자 vs 불신자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은혜로 살아갑니다. 비근한 예로 공기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있습니까? 하나도 없습니다. 그런데 그 사실을 알고 살아가는 자가 있고 모르는 가운데 살아가는 자가 있습니다. 그것은 신앙이 있고 없고의 차이입니다. 다행히 저와 여러분은 신앙이 있어서 하나님의 은혜를 압니다.

은혜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은혜(common grace)와 특별은혜(special grace)입니다. 일반은혜는 신자이든 불신자이든 모든 이에게 공통으로 주시는 은혜입니다. 특별은혜는 오직 예수 십자가 복음을 믿는 신자에게만 특별히 주시는 은혜입니다.

이렇게 이해하시면 됩니다. 인터넷을 사용할 때 와이파이가 있어야 접속을 하고 사이트 안에 있는 콘텐츠를 활용할 수 있죠. 그런데 와이파이에 연결할 때 두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하나는 아무런 제한이 없이 연결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는 암호(password)를 써넣어야 연결할 수 있습니다. 일반은혜는 와이파이에 아무나 그냥 연결하는 것에 해당합니다. 반면에 특별은혜는 암호를 써넣고 연결하는 것처럼 오직 신자에게만 주어지는 은혜입니다.

예수님이 일반은혜를 이렇게 설명해 주셨습니다. 원수를 저주하지 말고 축복하라고 하시면서 주신 말씀입니다. 마5:45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cf. 행17:24~28) 하나님은 햇빛과 비를 신자든 불신자든 가리지 않고 주시는데 이런 게 일반은혜입니다. 하나님이 창조주로서 모든 피조물의 생존을 위해 베푸시는 은혜입니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우리가 소유하고 누리는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우리는 빈손 들고 이 세상에 왔습니다. 그런데 많든 적든 무언가를 갖고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하나님의 은혜인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이 이렇게 따져 묻습니다. 고전4:7 “누가 너를 남달리 구별하였느냐 네게 있는 것 중에 받지 아니한 것이 무엇이냐 네가 받았은즉 어찌하여 받지 아니한 것 같이 자랑하느냐”

그리고 우리가 무슨 일을 할 때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나님이 도와주시는 것도 일반은혜입니다. 솔로몬이 이를 증거합니다. 시127:1~2 “1 여호와께서 집을 세우지 아니하시면 세우는 자의 수고가 헛되며 여호와께서 성을 지키지 아니하시면 파수꾼의 깨어 있음이 헛되도다 2 너희가 일찍이 일어나고 늦게 누우며 수고의 떡을 먹음이 헛되도다 ... ” 인생만사와 세상만사가 인간의 재능이나 노력으로만 되는 게 아니라는 겁니다. 보이지 않는 가운데 하나님이 도우시는 은혜가 없으면 모든 게 허사가 됩니다.

특별은혜는 주로 구원에 관련된 신령한 은혜입니다. 모든 인간은 죄인입니다. 스스로 죄와 사망에서 헤어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대속을 통해 믿는 자들의 죄를 사하시고 영원한 사망에서 구원해 주시는 것입니다. 롬6:23 “죄의 삯은 사망이요 하나님의 은사는 그리스도 예수 우리 주 안에 있는 영생이니라” 영생은 예수님 안에 들어온 사람 즉 믿는 신자들에게 제한해서 주시는 특별은혜입니다.

이와 같은 일반은혜와 특별은혜가 있기에 우리가 이 세상에서 영생을 누리며 승리한 후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고 장영희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수필가로 그가 남긴 책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 있습니다. 2009년에 출간됐는데 최근까지도 100쇄를 넘기며 발간되어 많은 이들이 애독하고 있는 스테디셀러입니다. 그는 소아마비 장애인으로 어렵사리 유학을 마치고 귀국해서 모교인 서강대 교수가 됐고 문인으로 활동했습니다. 그러던 중 암에 걸려 투병 생활을 이어가다 소천했습니다. 투병 중에도 계속 수필을 썼는데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하면서 그 모든 게 기적과 같다고 고백합니다. 그래서 수필집 제목을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이라 붙인 것입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우리가 험한 세상에 태어나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 모두 다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앞으로 살아갈 것도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불가능합니다. 불신자는 이런 사실도 모르고 엄벙덤벙 살아갑니다. 그러니까 감사할 줄 모르고 불평을 늘어놓기 일쑤입니다. 그러니까 불행한 겁니다. 무엇이 꼭 부족해서가 아니라 은혜를 모르면 불평하게 됩니다. 그리고 불평하면 불행해집니다. 신자는 은혜를 알기에 감사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감사하니까 행복해집니다.

서양 속담 가운데 이런 말이 있습니다. “행복은 언제나 감사의 문으로 들어왔다가 불평의 문으로 나간다.” 그러니까 불평하지 않도록 하나님의 은혜를 기억해야 합니다.

[2] 신앙의 성숙도 : 은혜를 깊이 알고 감사할수록 성숙한 신자

신앙이 성숙할수록 감사를 많이 하게 됩니다. 신앙이 미성숙하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겼다가도 금세 잊어버리고 불평하기 쉽습니다. 여러분, 과연 신앙이 좋다는 게 무엇입니까? 여러 가지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중에 한 가지는 바로 하나님의 은혜를 잘 아는 것입니다. 신앙이 성숙해질수록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알게 됩니다.

사도 바울의 경우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신앙이 점점 성숙해질수록 하나님의 은혜를 더 깊이 알아가고 더욱더 겸손해집니다. 그는 과거에 특권의식과 엘리트의식으로 충만했습니다. 그런데 예수님을 만난 후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존재를 인식하게 됩니다. 자신을 가리켜 뭐라고 하죠? 고전15:8~9 “8 맨 나중에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 같은 내게도 보이셨느니라 9 나는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 나는 하나님의 교회를 박해하였으므로 사도라 칭함 받기를 감당하지 못할 자니라” 자신은 스스로 만삭되지 못해 태어난 못난이이고 ‘사도 중에 가장 작은 자’라고 밝힙니다.

흥미롭게도 세월이 가고 신앙이 성숙해질수록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인식했고 갈수록 겸손해졌습니다. 바울서신들을 연대별로 놓고 비교해 보면 그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고린도전서는 A.D. 55년경에 기록했는데 에베소서는 그보다 5년 후에 기록했습니다. 거기서 자신을 뭐라고 소개하죠? 엡3:8 ““모든 성도 중에 지극히 작은 자보다 더 작은 나에게 이 은혜를 주신 것은 ... ” 이번에는 성도들 중에 작은 자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디모데전서는 에베소서보다도 5년 후에 기록했는데 자신을 뭐라고 소개하죠? 딤전1:15 “미쁘다 모든 사람이 받을 만한 이 말이여 그리스도 예수께서 죄인을 구원하시려고 세상에 임하셨다 하였도다 죄인 중에 내가 괴수니라”

객관적으로는 신앙의 연조가 길어졌고 더 성숙해졌는데 오히려 자신을 낮추고 더 겸손해집니다. 그의 이름에서도 알 수 있습니다. 본래 이름 ‘사울’은 ‘큰 자’라는 뜻인데 ‘바울’은 ‘작은 자’라는 뜻입니다. 예수님을 만나기 전에는 자기가 최고로 잘난 줄 알고 기고만장했는데 예수님을 만나 회심한 후에는 주제 파악이 된 겁니다. 세월이 갈수록 신앙이 성숙해지고 하나님 앞에 더 가까이 나아갈수록 자신이 얼마나 추한 죄인인지,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크고 놀라운지 깨닫게 됐습니다.

마치 이런 겁니다. 자식이 부모님의 은혜를 언제 알게 되죠? 철이 들어야 압니다. 철이 들기 전에는 계속 달라고만 하고 불만 불평하기 바쁩니다. 그러다가 철이 들면 부모님의 은혜를 알고 효도하려고 합니다. 신앙도 마찬가지입니다.

저와 여러분은 어떻습니까? 세월이 갈수록 하나님의 은혜가 더 크게 느껴집니까? 그게 바로 신앙이 성숙해지는 증표입니다. 그러므로 갈수록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깨닫고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늘 행복하고 더 풍성한 은혜 가운데 승리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3] 은혜에 감사하는 방법 : 고백과 헌신

하나님의 은혜를 알게 되면 저절로 감사가 나옵니다. 감사는 크게 두 가지로 표현됩니다.

하나는 고백이고 또 하나는 헌신입니다.

① 고백 :

바울은 기회가 될 때마다 감사를 고백합니다. 본문에서도 그랬죠. 고전15:10(상)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 ” ‘그러나’라는 말이 중요합니다. 만삭되지 못하여 난 자이고 사도 중의 가장 작은 자임에도 불구하고, 부족하고 허물이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은혜를 베풀어주신 것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감사하다는 고백입니다. 우리가 마음속에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져도 고백하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갑니다. 그러므로 고백하는 게 중요합니다. 입술로 고백하고, 기도로 감사하고, 찬양하고, 더 나아가 다른 사람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고백하며 간증해야 됩니다.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하며 고백하다 보면 더 풍성한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약4:6 “그러나 더욱 큰 은혜를 주시나니 그러므로 일렀으되 하나님이 교만한 자를 물리치시고 겸손한 자에게 은혜를 주신다 하였느니라” 겸손한 사람이 감사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은 감사하는 사람을 기뻐하시고 그런 사람에게 더 큰 은혜를 내려주십니다. 은혜는 마치 물과 같아서 낮은 데로 흐릅니다. 겸손하고 감사하는 사람에게 은혜하 흘러넘치는 법입니다. 이른바 ‘은혜의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반대로 은혜를 모르면 교만해지는데 그런 사람은 하나님에게서 멀어지고 은혜가 메말라갑니다.

어느 교회 목사 사모의 간증입니다. 위암에 걸려 신촌세브란스에 입원해서 수술을 받게 됐습니다. 그런데 개복해 보니까 암세포가 너무 많이 퍼져서 그대로 닫고 봉합하고 말았습니다.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담당의사가 신실한 크리스천이었는데 이렇게 권유했습니다. “사모님, 의료적으로 더 이상 할 게 없습니다. 인생을 정리하면서 노트에 감사했던 것들을 기록해 보세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겁니다.” 처음에는 낙심이 되어 쓸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어차피 떠날 인생이라면 그것도 의미 있겠다 싶어 하나하나 생각하며 쓰기 시작합니다. 1) 예수님 믿게 된 것, 2) 본래 못된 성격인데 목사 사모가 되어 교인들 사랑할 줄 알게 된 것, 3) 아이들이 신앙 안에서 건강하게 잘 자란 것 ... 이런 식으로 쓰다 보니까 며칠 만에 1백 수십 가지를 기록하게 됐습니다. 담당의사가 오더니 그렇게 많이 썼느냐며 깜짝 놀랍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만 써도 된다며 퇴원시킵니다. 집에 갔는데 감사 노트를 쓰는 게 좋아서 계속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기쁨이 샘솟았고, 기력이 생기는 것 같아 기도하시 시작했고 심방이나 전도에도 참여했습니다. 교인들은 은근히 걱정합니다. 그런데 갈수록 얼굴색도 좋아지고 광채가 날 정도가 됐습니다. 식사 양도 늘어 정상을 했습니다. 혹시 무리를 해서 악화되는 게 아닌가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몇 달 후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담당의사가 이렇게 외치는 것이었습니다. “사모님, 기적이에요. 다 나았어요!”

여러분, 감사의 고백이 이렇게 좋은 것입니다. 마음속에서 찔끔 감사의 마음을 품다가 다 흘려버리면 아무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분주한 삶 가운데 걱정과 근심에 끌려다니며 불평 가운데 살아가기 쉽습니다. 그러므로 경건의 시간을 갖고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함으로 감사를 찾고 구체적으로 고백하시기 바랍니다. 기도와 찬양으로, 감사 노트로 고백하시고 다른 사람들 앞에 담대하게 간증하며 고백하시기 바랍니다. 그럴 때 ‘은혜의 선순환’이 일어날 줄로 믿습니다. 은혜 위에 은혜, 감사 위에 감사, 행복 위에 행복, 승리 위에 승리! 아무쪼록 감사를 고백함으로 더 풍성한 은혜를 맛보며 승리의 삶을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② 헌신 :

은혜를 알고 감사할 때 고백과 더불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게 있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영광을 빛내고 복음의 증인으로 살아가는 헌신입니다.

바울은 은혜에 감사하며 그 은혜에 보답하고 싶은 마음으로 충만해집니다. 시편기자의 증거하는 말씀과 일치합니다. 시116:12 “내게 주신 모든 은혜를 내가 여호와께 무엇으로 보답할까” 바울은 이와 같은 런 감사의 동기로 열심을 다했습니다. 고전15:10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그는 사도의 직분에 충실하며 복음을 전파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것은 하나님의 은혜에 보답하려는 마음의 발로였습니다. 다른 모든 사도보다도 더 열심히 헌신했습니다. 그런데 뭐라고 고백했나요? 수고하고 헌신했지만 그것조차 하나님의 은혜가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고백합니다.

흔히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있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헌신하면 만사형통할 것이다!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합니다. 험한 세상에 살다 보니까 수시로 예기치 않은 고난이 닥쳐옵니다. 고난은 신자에게도 불신자에게도, 성숙한 신자에게도 미성숙한 신자에게도 닥쳐옵니다. 심지어 감사하며 헌신하는 사람에게도 닥쳐올 수 있습니다.

그런 경우조차 감사할 수 있는 게 정말로 성숙한 신앙입니다. 형통할 때도 감사하고 고난을 당할 때도 감사하는 게 진짜 감사입니다. 형통해도 헌신하고 고난을 당할 때도 헌신하는 게 진짜 헌신입니다.

지난 월요일에 엄청난 일이 벌어져 깜짝 놀랐습니다. 프랑스에서 사역하는 허은선 협력선교사 가정에 큰 고난이 닥쳤습니다. 월세로 거주하던 5층 아파트가 거의 전소하는 화재가 발생한 것입니다. 본인에게 직접 듣지 못하고 다른 루트를 통해 전해 듣고 다음 날 전화를 했더니 침착한 어조로 전화를 받는 겁니다. 심지어 웃음기 있는 음성을 말해서 큰일은 아닌가 보다 싶어 안심하면서 어떻게 된 거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자초지종을 이야기해 주는데 하나하나 들으면서 기가 막혔습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입이 딱 벌어졌습니다. 집에서 온라인 신학 강의를 듣고 있었는데 방학이라 두 딸도 함께 있었습니다. 대학생 딸이 연기가 나는 것 같다고 말하는데 잠시 후 폭발음이 연속해서 들렸고 삽시간에 불길이 건물 곳곳으로 번지고 연기가 자욱해졌습니다. 대학생 딸은 수건에 물을 적셔 입을 막은 채 뛰어다니며 주민들에게 알리며 대피시켰습니다. 신혼부부 집에서 발화됐는데 갓난아기를 다른 주민에게 넘겨주고 그들은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했습니다. 주민들이 다 빠져나간 후 선교사 가족만 남았습니다. 소방차가 출동하고 난리가 났습니다. 다행히 맨 마지막에 구조됐습니다. 하루아침에 모든 주민이 알거지가 됐습니다. 불길이 너무 세게 번져 가재 도구나 생활 용품을 하나도 챙겨 나오지 못했습니다. 당장 거처할 데도 마땅치 않고 조사와 보상 절차가 느리게 진행되어 3개월 내지 6개월이 걸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니 당장 거처할 데가 없어 친척이나 지인 집으로 분산됐습니다. 허 선교사 가족들도 뿔뿔이 흩어졌습니다. 대학생 딸은 병원에 입원했다 퇴원했지만 당분간 트라우마 치료를 받아야 되는 형편입니다. 그래도 연신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있고 가족의 손을 만질 수 있는 것만도 감사하다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지만 살아 있다는 것 자체로 감사했습니다. 그 와중에 대학생 딸은 자기가 갓난아기를 입양하면 안 되느냐고 말해서 미성년자라 자격도 없고 주민들이 너도나도 입양하겠다고 나서서 차례가 돌아오지 않는다고 말해 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그날 아침 딸들과 나눈 큐티 말씀이 가족을 붙잡아 주셨다고 간증했습니다. 그 말씀은 시62:5~6입니다. “5 나의 영혼아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라 대저 나의 소망이 저로 좇아 나는도다 6 오직 저만 나의 반석이시요 나의 구원이시요 나의 산성이시니 내가 요동치 아니하리로다” 하나님이 미리 꼭 맞는 말씀을 예비해 주셔서 마음이 흔들리지 않도록 붙잡아주셨다는 것입니다. 찬송가 가사처럼 바닷물이 잉크라면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 제목을 다 쓰고 싶다고도 했습니다. 듣는 제가 멘붕이 될 정도인데 그렇게 감사를 표현하고 있으니 다행스럽기도 하고 기가 막히기도 했습니다. 당장 아무것도 없어서 어떻게 살아가나 걱정이 돼서 급히 장로님들과 의논해서 긴급 지원금을 보냈습니다. 그랬더니 또 감격하며 눈물로 감사를 고백했습니다. 하나님이 교회를 통해 그 큰 은혜를 베풀어주시니 너무 감사하고 앞으로 더욱더 헌신해야겠다며 다짐했습니다. 어떻게 생각해 보면 정말 황당합니다. 허 선교사는 후원 교회도 많지 않아 아르바이트하면서 노숙자 사역과 대학생 사역 비를 충당하면서 열심히 살아가는데 하나님도 무심하시지! 원망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신앙은 위대합니다. 그 어떤 상황에서도 그 어떤 고난이 닥쳐도 그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를 발견하고 감사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허 선교사 가족이 잘 회복하고 더 행복하게 더 귀하게 헌신하며 살아갈 것을 확신합니다. 이처럼 감사할 수 있으면 고난이 닥쳐도 넉넉히 극복하고 승리할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하나님이 예비하신 더 큰 은혜 가운데 들어갈 수 있습니다.

여러분, 오늘 맥추감사주일을 보내면서 잘 생각해 보십시오. 혹시라도 분주한 삶 가운데 감사의 제목을 잃었다면 잠잠히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며 감사를 고백하고 표현해 보시기 바랍니다. 바울처럼 은혜 사람임을 명심하고 날마다 하나님의 은혜를 묵상하시기 바랍니다. 감사를 고백하고 감사로 헌신하며 살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은혜 위에 은혜의 선순환 가운데 행복하고 아름다운 삶으로 승리하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