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됨, 그리스도인의 특권

롬 8:14-17

   우리가 예수 믿으면 우리에게 놀라운 일들이 일어납니다. 지금이야 신학이 발달했고 또 교리가 잘 정립돼서 우리는 그 일들이 무슨 일이고, 또 왜 일어났는지를 잘 압니다. 그러나 초대교회 당시에는 잘 알지 못해서 혼란스러웠고, 또 그 틈을 타서 이단들이 들끓었습니다.

   바울은 이런 문제를 심각하게 여겼습니다. 그래서 예수 믿는 것 그리고 예수 믿은 후에 일어나는 일들을 이해하고 설명하는 일에 심혈을 기울였습니다. 다시 말해서 신학화(神學化)하는 일에 힘썼습니다. 특히 이방인으로 예수 믿은 사람들을 위한 신학 작업에 힘을 썼습니다.

   바울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게 다양한 비유적인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예를 들어 ‘칭의’, ‘중생’, ‘화목’, ‘구속’과 같은 것들입니다. 오늘 본문에도 매우 중요한 비유적 표현이 나옵니다. 바로 ‘양자’(養子)라는 말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예수 믿고 나면 하나님의 양자가 된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아들로 입양하셔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됐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양자라는 이 비유를 사용하게 된 것은 로마시대였던 당시에 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당시 사람들에게 이 비유로 예수 믿고 난 뒤에 일어난 일을 설명했고, 사람들은 잘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로마시대의 입양은 상류층에서 시작됐습니다. 특히 상원의원들이 주로 입양을 많이 했습니다. 상원의원들 중에 아들이 없는 경우 상속과 후계가 문제가 됐습니다. 그래서 입양을 법적으로 허용했습니다. 실제로 상원의원과 귀족집안에 아들이 없을 경우 입양이 보편적으로 이루어졌고, 나중에 일반인들에게로 확산됐습니다. 놀랍게도 황실에서도 입양이 이루어졌습니다. 입양한 양자가 황제가 된 일도 있었습니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바로 로마의 초대황제 ‘아우구스투스’입니다.

   이 입양은 친아들은 아니지만 양자가 되어 법적으로 아들의 모든 권한을 물려받는 것을 말합니다. 바울은 우리가 예수를 믿게 되면 하나님께 입양되어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 믿은 뒤에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고, 그리고 자녀로서 특권을 누리게 되었다고 설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독일의 저명한 신학자 아돌프 하르낙 (Adolf von Harnack)은 기독교 신앙을 갖는다는 것에 대해 설명해 달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을 했습니다.

“기독교교리를 종합적으로 연구해 보면 다음 세 마디로 간단히 요약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로, 자기를 하나님의 자녀로, 그리고 이웃을 형제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이분이 볼 때 기독교의 신앙핵심은 하나님과의 관계에 있습니다. 하나님의 자녀로 아버지이신 하나님을 잘 섬기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예수 믿고 나면 우리에게 참 많은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 중에 가장 중요한 변화 가운데 하나가 하나님과의 관계입니다. 하나님의 피조물이었던 우리가, 하나님 앞에 죄인이었던 우리가 이제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양자 즉 하나님의 자녀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한 마디로 말하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서 남다른 특권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이제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어 누리게 되는 특권을 살펴보겠습니다. 특히 본문을 중심으로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인도함을 받을 수 있는 특권

   본문 14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영으로 인도함을 받는 사람은 하나님의 아들이라.” 하나님의 아들은 하나님의 인도함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어떻게 인도하시는지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건이 있습니다. 바로 광야에서 40년 동안 이스라엘백성을 인도하신 이야기입니다.

   광야는 사람이 살 수 없는 곳입니다. 마실 물도 없고, 먹을 것도 없고, 길도 없고, 낮의 더위와 밤의 추위를 피할 곳도 없습니다. 당연히 사람 사는 마을도 없습니다. 그런 곳에서 40년을 살았습니다.

   무엇보다 당시 이스라엘백성은 언제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습니다. 하나님께서 구름기둥과 불기둥으로 인도하셨습니다. 언제 가야하고 또 언제 머물러야 할지를 알려주셨습니다. 또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40년 광야생활을 마치고 가나안 땅에 들어갈 수가 있었습니다.

   오늘 우리가 광야 같은 인생길을 걷고 있습니다. 저 천국에 들어갈 때까지 고달프고 힘겨운 인생길을 걸어야 합니다. 어떻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인으로 올바르게 사는 것인지? 무엇이 하나님의 뜻인지 분별하기가 힘들어 방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자녀 된 우리를 그냥 내버려두지 않으십니다. 이스라엘백성과 함께 하셔서 그들을 인도하신 것처럼 오늘도 우리를 인도하십니다.

   모세는 신 1:31에서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백성을 어떻게 인도하셨는지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광야에서도 너희가 당하였거니와 사람이 자기의 아들을 안는 것 같이 너희의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가 걸어온 길에서 너희를 안으사 이곳까지 이르게 하셨느니라.” 하나님께서 아버지의 사랑으로 이스라엘백성을 인도하셨다는 말씀입니다.

   저는 이 말씀을 묵상하다가 오래 전에 보고서 큰 감동을 받았던 사진 하나가 떠올랐습니다.

  영국의 육상선수 데릭 레드몬드선수 부자입니다. 이 선수는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의 400미터 경주에 참여했습니다. 원래 갖가지 부상으로 고통을 받아왔습니다. 다행히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정상 컨디션을 유지해서 1차 예선을 자신의 최고기록으로 통과했습니다. 2차 예선도 좋은 성적으로 통과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 준결승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입게 됐습니다. 절뚝거리며 결승선을 향해 달리는데, 이 선수의 아버지가 경기장으로 뛰어 들어갔습니다. 아들을 꼭 껴안아주며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아들과 함께 결승선을 향해 달렸습니다. 비록 메달은 따지 못했지만 관중들과 TV를 시청하던 전 세계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었습니다.

   하나님께서 광야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안음 같이 이스라엘백성을 인도하셨다고 말씀했습니다. 바로 이 사진 속의 아버지처럼 인도하신 것입니다. 아버지의 사랑으로 넘어지고 쓰러지더라도 안으시고 격려하시며 인도하셨습니다. 제대로 걷지 못하면 어깨동무하며 함께 뛰시며 인도하셨습니다.

   오늘도 하나님께서는 우리를 이렇게 인도하십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이기 때문에 아버지의 사랑으로 인도하십니다. 넘어지고 쓰러지면 다가와 안아주십니다. 길을 몰라 헤맬 때면 손을 잡고 이끌어주십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됐기 때문에 우리가 누리는 특권입니다.

둘째, 아버지라 부를 수 있는 특권

   본문 15절에서 바울은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양자의 영을 받았으므로 아빠 아버지라고 부르짖느니라.” 우리가 예수를 믿으면 우리 안에 성령이 임하시는데, 그 영을 양자의 영이라고 했습니다. 그 영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그것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게 됐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됐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것은 아주 특별한 특권입니다. 구약성경을 자세히 살펴보면, 그렇게 위대한 신앙의 위인들 그 누구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습니다. 믿음의 조상이요 하나님의 친구라 불렸던 아브라함도, 하나님을 대면해 보았던 모세도, 살아서 하늘로 승천했던 엘리야도, 하나님의 마음에 합한 사람이었던 다윗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에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특권을 주신 것입니다.

   여기서 “아빠 아버지”라는 단어를 주목해 보겠습니다. 이 단어는 로마서 전체를 쓴 헬라어가 아니라 예수님께서 사용하셨던 아람어입니다. 특히 막 14:36에 나오는 대로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부르실 때 사용하셨던 단어 그대로입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예수님께서 하나님을 부르실 때 그 느낌으로, 그 친밀한 마음으로 부를 수 있게 됐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 6:9-13을 보면, 예수님께서 기도를 가르쳐주신 내용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우리가 소위 ‘주기도문’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여기에 “하나님”이라는 말이 없습니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여!”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나라와 권세와 영광이 아버지께 영원히 있사옵나이다. 아멘.”으로 끝납니다.

   예수님께서 기도하라고 가르쳐주시며 가장 먼저 말씀하신 것이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라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이 특권을 사용하라고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마치 아들이 아버지에게 “아빠!”하고 부르며 필요한 것을 말씀드리는 것처럼 기도하라고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제가 교회 다닌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생각이 납니다. 아직 성경도 제대로 모르고 기도도 제대로 할 줄 몰랐을 때입니다. 한 번은 주일 예배 때 한 장로님께서 기도하시는데 하나님을 독특하게 부르셨습니다. 이분이 이북출신이여서 기도할 때 북한식 사투리로 이렇게 부르셨습니다. “아바지...”, 또 몇 마디 하시고는 “아바지!...” 5분 정도 하시는 기도 중에 아바지를 십여 차례 부르시는 것입니다. 당시 웃기기도 하고 또 촌스럽게 생각됐습니다. 그래서 장난삼아 이 장로님을 따라하곤 했습니다.

  당시 다른 장로님들은 “천지의 주재시고, 거룩하신 하나님!”, “우주 만물을 창조하신 전능하신 만유의 주 하나님!” 이렇게 기도를 시작하셨습니다. 멋있어보였고, 또 수준이 있어보였습니다.

  그러나 제가 예수를 제대로 믿게 된 후, 하나님과 인격적인 만남을 가지게 된 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복인가를 알게 됐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나를 사랑하시는 그 사랑이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사랑하시는 사랑과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된 후,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르는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가를 실감하게 됐습니다.

  그러면서 모교회의 그 장로님이 “아바지!...”라고 부르시던 그 호칭을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저도 하나님 앞에 설 때마다 “아버지”라고 부르게 됐습니다.

   우리가 이렇게 하나님을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언제든지 하나님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하나님과 우리 사이에 핫라인(hotline)이 놓여진 것과 같다는 말입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아들이 아버지에게 무엇이든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터놓고 말할 수 있는 것처럼 우리가 어떤 기도제목이든지 하나님께 기도할 수 있다는 것을 말합니다. 이것이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됐기 때문에 누리는 또 하나의 특권입니다.

셋째, 상속을 받을 있는 특권

   본문 17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자녀이면 또한 상속자 곧 하나님의 상속자요 그리스도와 함께 한 상속자니”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가 되면 하나님의 상속자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그리스도와 함께한 상속자라고 했습니다.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친자시고 우리는 양자입니다. 그래도 우리는 그리스도와 공동 상속자가 된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하나님의 상속자라면 하나님께 무엇을 유산으로 물려받게 될까요?

   마 25:34를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때에 임금이 그 오른편에 있는 자들에게 이르시되 내 아버지께 복 받을 자들이여, 나아와 창세로부터 너희를 위하여 예비된 나라를 상속받으라.”

   약 2:5를 보면 또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또 자기를 사랑하는 자들에게 약속하신 나라를 상속으로 받게 하지 아니하셨느냐”

   이 두 말씀 외에도 성경 여러 곳에서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가 하나님나라 즉 천국을 상속으로 받는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 하나님나라는 세상나라에 사는 동안 필요한 물질적인 유산이 아닙니다. 또한 세상나라에서 잘 살기 위해 필요한 정신적인 유산도 아닙니다. 바로 장차 우리가 들어가게 될 저 하나님나라와 오늘 이 세상에 살며 경험하게 되는 영적인 유산인 것입니다.

  한 번은 개그맨출신 방송인 이휘재씨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습니다. 어려서부터 가까운 친구가 집으로 전화를 했답니다. “휘재네 집이죠?”

아버지가 전화를 받았습니다. “아닌데요!” 아버지 목소리를 알아들은 친구가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버님이시잖아요. 휘재네 집 맞잖아요!” 아버지가 농담 삼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휘재네 집은 아니고, 휘재 아버지네 집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상속받는 하나님나라는 하나님의 소유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하나님의 자녀로 하나님과 함께하면 하나님나라는 우리 것이기도 합니다. 우리가 누릴 수도 있고, 그것을 전할 수도 있습니다. 이미 이 세상에서 살아가면서 소유하고 누릴 수 있다는 말씀입니다. 물론 장차 이 세상 떠나서 들어가 영원토록 거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가 이 세상을 살면서 이미 상속받은 하나님나라를 미리 누리며 산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요?

  남아프리카 대통령을 지낸 넬슨 만델라는 흑인 인권운동하다 오랜 세월 옥고를 치른 일이 있습니다. 44세에 감옥에 들어가 71세가 되도록 무려 27년을 수감생활을 했습니다. 처음에 투옥됐을 때 찾아오는 면회객들이 지낼만 하냐고 물으면, “여기는 지옥이야 지옥”이라며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그러다 감옥에서 예수를 믿게 됐습니다. 그리고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감옥에 있지만 건강하니 감사하고, 매끼 먹을 수 있고 아침저녁으로 운동할 수 있어서 감사하고, 저녁이면 창으로 하늘을 볼 수 있고 노동하러 가면서 푸른 벌판을 볼 수 있어서 감사했습니다.

  달라진 그의 얼굴을 보고 면회객들에게 묻습니다. “요즘 어때요?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어요?” 만델라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여기가 천국이야 나는 매일 천국을 누리며 살고 있네.”

   그렇습니다. 우리가 예수 믿고 하나님의 자녀가 된 뒤 늘 감사하며 살게 된 것, 천국이 우리 마음 안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평안을 누리고 기쁨을 맛보며 살게 된 것, 천국이 우리 마음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또 이웃을 사랑하며 살게 된 것, 천국이 우리 마음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것 역시 하나님의 자녀 된 우리가 누리게 된 또 하나의 특권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예수 믿은 뒤에 하나님의 자녀가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양자로 입양하셔서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그래서 하나님의 자녀인 우리는 하나님의 자녀의 특권을 받았습니다. 자녀로서 아버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을 수 있는 특권, 자녀로서 하나님을 아빠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는 특권, 그리고 자녀로서 상속을 받을 수 있는 특권 등입니다. 이 놀라운 특권을 풍성하게 누리며 살아가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