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작은 야고보 - 무명한 자들을 대표하는 사람

마가복음 15장 37-41절

37. 예수께서 큰 소리를 지르시고 숨지시니라

38. 이에 성소 휘장이 위로부터 아래까지 찢어져 둘이 되니라

39. 예수를 향하여 섰던 백부장이 그렇게 숨지심을 보고 이르되 이 사람은 진실로 하나님의 아들이었도다 하더라

40. 멀리서 바라보는 여자들도 있었는데 그 중에 막달라 마리아와 또 작은 야고보와 요세의 어머니 마리아와 또 살로메가 있었으니

41. 이들은 예수께서 갈릴리에 계실 때에 따르며 섬기던 자들이요 또 이 외에 예수와 함께 예루살렘에 올라온 여자들도 많이 있었더라.

무명한 사람

미국의 워싱턴에는 알링턴 국립묘지가 있습니다. 그곳에는 ‘무명용사들의 무덤’이 있는데 이렇게 적혀 있습니다.

“여기 오직 하나님께만 알려진 명예로운 미국의 전사들이 잠들다.”

오늘 말씀의 주인공은 야고보인데, 잘 알려진 야고보가 아닌 무명의 야고보입니다.

성경에 야고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몇 사람이 있습니다.

첫 번째는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입니다. 그는 요한의 형제 야고보로서 우레의 아들이란 별명을 가진 급한 성격의 사람인데 헤롯왕에 의하여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에 제일 먼저 순교한 사람입니다(행12:1). 그는 늘 베드로와 요한과 더불어 등장하는 으뜸이 되는 세 명의 제자 중 하나입니다.

두 번째는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입니다. 예수님의 형제 야고보는 처음에는 육신의 형인 예수님을 하나님의 아들로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부활의 주님을 체험하고 난 후 예수님을 믿고 초기 예루살렘교회의 중요한 지도자가 되었고(행15:13). 신약성경의 야고보서를 기록합니다.

그리고 세 번째 사람은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작은 야고보, 예수님의 열두 제자 가운데 늘 아홉 번째 등장하는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입니다. 다른 둘과 혼동하지 않도록 성경은 오늘의 주인공인 세 번째 야고보를 ‘작은 야고보’라 부르죠. 그에 대해 알려진 기록은 성경에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마가복음 3장 13~19절에서는 단지 열두 제자에 속한 사람의 하나로서 이름이 언급되었으며 단지 주님 주신 사명을 훌륭히 성취하였다는 기록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어떤 신학자들은 그를 잊힌 사람으로 과소평가하기도 합니다. 아주 작은 분량이기는 하지만 오늘 본문에 나타난 작은 야고보는 끝까지 충실하게 자리를 지켰던 사람, 어쩌면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겸허하게 감당했던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자신을 떠벌리지 않거나 커다란 사건과 연관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잘 기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나라는 이름이 알려지지 않은 수없이 많은 신실한 사람을 통해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사실 작은 야고보를 설교하면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설교하기에는 너무나 자료가 부족했기 때문에, ‘다른 제자와 끼워서 잠깐 언급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래서 12명의 제자를 가지고 11편의 설교를 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의문이 생기더군요. ‘사람들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하나님에게도 무의미한 존재일까?’

아마 인간들의 큰 오류중의 하나가 있다면, 사람들의 관점에서 누군가를 판단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죠. 하나님 나라에서 어떤 사람이냐 보다, 무엇을 했느냐는 업적으로 사람을 판단하려는 우리의 생각 말입니다.

적어도 작은 야고보는 예수님과 끝까지 3년을 동행했고, 십자가를 지시던 자리를 지켰으며, 마지막까지 복음을 전하다 순교한 사람인데 말입니다.

요한복음 20장 30절에 보면 “예수께서 제자들 앞에서 이 책에 기록되지 아니한 다른 표적도 많이 행하셨으나”라고 했던 것처럼 이 책에 기록되지 않는 많은 일이 있었을 것입니다.

작은 야고보가 성경에 많이 등장하지 않는 이유를 여러 가지로 추측할 수 있습니다.

그는 자신을 내세우거나 자랑하는 성격이 아니었다는 것, 그는 정치적인 야욕으로 자리를 탐내거나 명예를 추구하는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 앞에 나서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도와주는 성정이었다는 것이죠.

세상은 드러나는 사람,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 사람들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일은 드러나지 않는 수없이 많은 사람의 헌신으로 만들어집니다.

종은 이름이 없어야…

성경을 통해 야고보는 이름 말고는 내세울 것이 없는 ‘그저’ 충실한 종이었다는 점에서 참된 종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종의 존재는 철저하게 주인이 드러날 때 의미가 있습니다. 그리고 주인의 영광이 자신의 영광이 되어야 합니다. 어느 순간 자신의 이름을 드러내기 위해 주인의 이름이 가려지는 순간 ‘무익한’ 종으로 전락합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빛나는 조연’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빛이 나도 조연은 조연이어야 합니다. 조연이 가치가 있는 것은 전체의 작품을 빛나게 할 때입니다.

혹시 오달수라는 배우를 아시나요? 그에게 붙은 수식어는 ‘1억2천만 관객이 넘는 영화를 찍은 사람’입니다. 그는 천만이 넘는 영화 7개를 찍었습니다. 어떤 영화배우도 그런 기록을 가지지 못했습니다. 이제는 오달수가 나오는 영화는 무조건 본다는 관객들도 있습니다.

국제시장, 도둑들, 암살, 베테랑, 변호인, 7번방의 선물, 괴물 등이 그가 출연한 작품입니다. 그의 가치는 영화를 살려준다는 것이죠.

우리의 삶에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우리 인생 드라마의 주연이 내가 아니고 나를 지으신 주님이라는 사실 말입니다. 우리 인생에서 주님이 빛나기 시작할 때, 가장 가치 있는 작품이 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저는 목회자이기에, 매주 강단에 서는 사람이기에, 그리고 만나 교회가 한국교회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주님을 드러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을 건강을 회복하는 기간으로 생각하고 외부일정을 하지 않는 짧은 기간에도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 같은 생각에 힘들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목회를 하면서도 끊임없이 ‘나’와 내가 하는 ‘목회’가 드러나기를 원했던 마음이 있었던 것을 보게 됩니다.

우리가 아무리 열심히 하고 희생을 한다 해도 주목의 대상이 되지 않고, 겸손하게 자신의 역할에 충실한 사람이 된다는 것은 참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내가 드러나지 않아도, 있어야 할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하죠.

작은 야고보는 그런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열두 제자가 언급되는 자리에 늘 있었고, 결정적으로 예수님의 십자가를 지켰던 사람이었다는 것, 그리고 주님이 부활 승천하신 이후에도 마가의 다락방에 함께 모여 약속하신 성령을 기다리던 사람이었죠.

사도행전 1장 13절을 보세요.

“들어가 그들이 유하는 다락방으로 올라가니 베드로, 요한, 야고보, 안드레와 빌립, 도마와 바돌로매, 마태와 및 알패오의 아들 야고보, 셀롯인 시몬, 야고보의 아들 유다가 다 거기 있어”

이 말씀은 주님의 명령을 따라 마가 요한의 다락에 모여 기도하는 사람들의 명단입니다. 여기에서 그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모릅니다.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중요한 것은 그가 있어야 할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죠.

역사가 유세비우스는 작은 야고보에 대해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 가운데서 제일 예수님을 닮았던 제자가 작은 야고보였다.”

유세비우스의 기록에 의하면 작은 야고보는 나중에 시리아에 가서 전도하게 됩니다. 작은 야고보에 의해 시리아에 교회가 세워집니다. 그리고 나중에 예루살렘으로 돌아와 전도하다가 유대인들에게 돌에 맞아 순교합니다.

그런데 유대인들이 돌을 들어 쳤는데도 야고보의 목숨이 쉽게 끊어지지 않자 그들은 톱을 가지고 작은 야고보의 목을 켜서 죽이는 만행을 저지릅니다. 그래서 후일의 그리스도인들이 작은 야고보를 묘사할 때 톱 그림을 그려 톱에 켜서 죽임을 당했던 사람이라고 묘사를 합니다.

오늘 말씀을 준비하다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신실하게 있어야 할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끝까지 사명을 다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신실함’이라는 것은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우직함’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목회하면서 종종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열심히 일하는 것 같아도, 최선을 다해 헌신해도 분주함으로 있어야 할 자리에 있지 않은 사람은 참 힘들다는 것을 말입니다.

주인에게 가장 합당한 사람은, 일을 시킬 때마다 설명하고 설득해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주인과 함께 있어 주인의 마음을 알고 같이 참아내고 견뎌주는 사람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의 이름이 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름이 아니라, 그의 선함 때문이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이 비유를 말씀하실 때, 그 사람이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이스라엘에서 ‘이름’에는 신분과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들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이름이 없었다는 것은 주님의 초점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우리가 잘 아는 ‘오병이어’의 기적이 있습니다. 광야의 빈들에서 한 어린아이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주님께 가져오므로 일어난 기적입니다. 그러나 그 아이의 이름이 성경에 기록되지 않습니다.

단지 한 어린아이의 신실한 마음과 자신의 것을 포기한 헌신이 기록되어 있을 뿐입니다. 그 아이의 신분이나 이름 때문에 일어난 기적이 아니라, 그 아이의 행동이 기적을 만들었다는 것이죠.

그래서 얻게 되는 중요한 교훈이 있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거룩한 일은 이름난 몇 사람이 아니라 이름 없이 자리를 지키는 사람들 때문에 이루어진다는 것을 말입니다.

김은호 목사가 쓴 [성령으로 기뻐하라]에서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우리의 구원을 위해 고난을 받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따르기 위해 고난을 받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교회를 보면, 아니 세속화된 교회를 보면 왜 하나님과 멀어졌다고 생각하나요?

세속적인 어른들처럼 교회가 물량주의와 세속주의에 물들어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무서운 것이 ‘숫자 놀음’과 ‘유명세’인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많이 모이고, 얼마나 이름이 났느냐가 마치 제자의 능력을 보여주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진정한 제자는 있어야 할 자리에 있는 것이죠.

있어야 할 자리를 다른 말로 ‘사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주님이 주신 사명자로 살다가 소위 ‘스타 증후군’에 걸리면, 사명을 잃어버리게 됩니다.

오래전 제가 번역했던 책에 나오는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어느 한적한 해변에 오두막을 짓고 몇몇 무명의 자원봉사자들이 구조대원으로 사람을 구하는 일을 했습니다. 인근에 난파되어 조난한 사람들을 구하다 보니 이들의 선행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신문에서도 대서특필하게 되었죠.

신문의 위력이 대단해서 이들의 일을 칭찬할 뿐 아니라, 자원봉사자로 지원하는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더 좋은 장비를 사라고 거액의 성금이 오기도 했습니다.

결국, 장비도 최신, 많은 사람이 거할 수 있는 안락한 숙소, 일이 없을 때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위락 시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운영하기 위한 조직과 사람들, 사무실이 필요했습니다.

어느 순간엔가, 구조하는 일은 고용된 몇몇 구조대원들이 하게 되었고, 나머지 사람들은 밤마다 해변에서 삶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바다에는 구조를 기다리다 죽어가는 사람들이 생기게 되었죠.

그러자 다른 조그마한 오두막에서 무명의 자원 구조대원들이 일하기 시작하고, 그들이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위의 이야기가 어쩌면 많은 교회가 밟고 있는 순서가 아닌가요?

사명을 감당하다 주신 영광의 자리에서 사명을 잃어버린 교회와 사람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그래서 끝까지 자리를 지키는 것만큼 위대한 것이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아니, 영광의 자리에 올라가지 않아도 되는 진정한 사명의 사람들이 필요한 것은 아닐까요?

음악으로 비유해 볼까요?

오케스트라를 연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제2 바이올린이라고 합니다. ‘제2’라는 말은 실력이 모자란다는 의미가 절대 아닙니다. 곡에 따라서는 제1 바이올린 주자보다 더 어려운 부분이나 기교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제2 바이올린이 없이 훌륭한 심포니를 연주할 수 없습니다.

지휘자들에게 가장 힘든 일은 ‘열정적인’ 제2 바이올린 주자를 구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가능하면 제1 바이올린 주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죠.

하나님의 작품에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요? 제1 주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은 많지만 정작 제2 주자가 되기를 감수하는 사람들이 없다면, 하나님의 작품을 어떻게 훌륭하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늘 하는 말입니다.

하나님은 우리가 얼마나 유명해졌느냐로 평가하시는 분이 아니라, 얼마나 사명에 충실했느냐로 평가하시리라는 것. 사실 이 땅 위에는 알려진 일들보다는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일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작은 자들이 움직이는 나라

그래서 작은 야고보를 생각하는 이 시간에 하늘나라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나’의 이름이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이름이 드러나는 곳입니다.

세상에서는 무명한 것 같으나, 하늘나라에 기록된 사람이 되는 것.

우리가 흔히 하는 말이 있습니다. 세상에서는 ‘무명한 자’ 같으나 하나님 앞에서는 ‘유명한 자’라는 것 말이죠.

결국, 우리의 이름이 알려지기를 원하는 마음은 하나님께 알려지기를 원하는 마음이 아니라 세상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하는 것이죠. 그래서 자신을 드러내려는 거만함과 교만이 나오고, 조바심으로 안달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렇게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사회생활’은 사람들 앞에서 하는 생활이지만, ‘신앙생활’은 하나님 앞에서 하는 것이라고 말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찬양 가운에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이 세상 사람 날 몰라 줘도, 이 세상 사람 날 몰라 줘도,

이 세상 사람 날 몰라 줘도 뒤돌아서지 않겠네.

세상 등지고 십자가 보네, 세상 등지고 십자가 보네,

세상 등지고 십자가 보네. 뒤 돌아서지 않겠네.

연예인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것이 사람들에게 잊히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잊히지 않으려고 애를 씁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유행이 지나면 잊힙니다. 그때 찾아오는 것이 우울증, 불면증, 공황장애 같은 병들입니다.

신앙인이 행복할 수 있는 것은 더는 사람들에게 인정받지 않겠다고 결정할 때입니다. 하나님만을 바라보겠다는 다짐이 있을 때입니다.

제가 지난해부터 쉬는 시간을 보냅니다. 그런데 제일 힘든 게 사람들 앞에 서던 사람이 더는 서지 않게 되었을 때입니다. 목회자들이 특히 은퇴하고 힘들어 하는 것이 설교하지 않을 때라고 하죠. 그래서 어떤 목사님은 ‘사명’이라는 이름으로 끝까지 강단에 서려고 합니다.

제가 아는 어떤 목사님도 은퇴할 때가 되었는데, 암에 걸려 큰 수술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때부터 이 목사님은 목숨을 걸고 설교하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교인들은 너무 힘들어 하는 것이죠.

제가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 나중에 저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올지 모른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도 저 자신을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죠.

그런데 분명한 것은 지금부터 분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지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죠. 정말 그것이 사명인지, 아니면 사람들 앞에서 잊히지 않으려는 안쓰러운 몸부림인지 말입니다.

어쩌면 우리가 작은 야고보를 하찮게 생각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은 참으로 인간적인 관점이 아닐까요?

저는 목회하면서 같은 목회자들뿐만 아니라, 교인 사이에서도 참 인간적인 모습을 많이 봅니다. 사실은 하나님이 알아주는 것보다, 동료들과 목회자가 알아주기를 원하는 마음 때문이죠. 그래서 교회에는 참 ‘서운한 일’이 많이 생깁니다.

결국, 이 서운함이 하나님 때문이 아니라, 사람들의 인정에 굶주림 때문임을 부인할 수 없겠죠.

저도 목회하면서 제일 힘든 것이 교인들이 인정해주지 않을 때니까요?

하나님께 인정받고 위로를 받으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게 잘 안 되니 말입니다.

우리가 어떤 성자나 위대한 인격의 완성체가 되어 정말 하나님의 관심만을 가지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이런 ‘인정의 유혹’이 찾아올 때 경계해야 하지 않을까요?

로마서 16장에 보면 사도 바울이 소개하는 무명의 신앙인 28명이 등장합니다.

그런데 이들을 소개하며 사도 바울은 이런 표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주 안에서 수고한 누구누구,

우리의 동역자 누구누구,

내 목숨을 위하여 자기의 목을 내어놓은 사람 누구누구,

주 안에서 내 사랑하는 누구누구,

신앙생활 하는 사람 중에 성경을 통째로 외우는 사람이 아니고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동시대에도 후대에도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들이지만, 알려지지 않은 사람들이지만, 사도 바울은 하나님 앞에서 그들을 칭찬하며 감사하고 소개하고 있습니다.

적어도 그들이 자신을 드러내려 했던 것이 아니라, 그들의 삶과 신앙을 보았던 사도 바울이 이렇게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인물들이 되었다는 말입니다.

한 구절을 예로 들어볼까요?

로마서 16장 12절입니다.

“주 안에서 수고한 드루배나와 드루보사에게 문안하라 주 안에서 많이 수고하고 사랑하는 버시에게 문안하라” 여기에 보면, ‘주 안에서 많이 수고하고 사랑하는 버시’라고 말합니다.

사도 바울이 그 여인을 인정하는 이유는 한 가지입니다.

“열심히 살았다!”는 것이 아니라 “주 안에서 수고했다!”는 것입니다.

이들이 없었다면 사도 바울이 존재하고, 복음이 전해질 수 있었을까요?

우리가 믿는 것은 사람들은 사도 바울만을 기억할지 모르지만, 하나님께서는 이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기억하고 계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마지막으로 한 영상을 보려고 합니다.

무명한 삶을 최선을 다해 살았던 사람, 그 자리를 지키고 매일 매일을 살았던 사람을 통해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를 말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 영상을 보면서 무명의 삶에 헌신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하나님이 함께하시는 그 자리를 지키는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그 자리는 어떤 자리일까요?

그 자리에 있는 모습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얼굴에 미소가 있지 않을까요?

(동영상보기 - 만나교회 홈페이지/예배와 찬양/주일예배/동영상보기 클릭하시면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