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요한 - 죽임당하지 않은 순교자

[마가복음 9장 38-40절]

38. 요한이 예수께 여짜오되 선생님 우리를 따르지 않는 어떤 자가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는 것을 우리가 보고 우리를 따르지 아니하므로 금하였나이다

39. 예수께서 이르시되 금하지 말라 내 이름을 의탁하여 능한 일을 행하고 즉시로 나를 비방할 자가 없느니라

40.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

노진준 목사가 쓴 [다니엘서]에 나오는 글입니다.

“세상을 변화시키는 영향력은 우리가 끼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이 알아차리는 것이다.” 라는 마이클 호튼 교수의 말이 요즘은 마음에 와 닿습니다. 저의 좌절에 대한 답이기 때문입니다. 그럴 겁니다. 우리는 힘겹지만, 그냥 주님의 제자로 사는 겁니다. 때로는 괴로워하고, 때로는 애통하고, 때로는 아파하면서 약속을 붙들고 살아 내면 되는 겁니다.

제자들의 이야기가 마지막을 달려가고 있습니다.

제자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배우는 것은 ‘예수님’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을 변화시켰던 예수님의 모습 속에서, 우리가 변해 가야 할 모습을 배우고 있죠.

주님의 제자로 사는 것이 결코 녹록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님의 제자로 살아가면 세상이 주님을 알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세상이 우리가 살아가는 삶을 통해 영향을 받게 된다는 것입니다.

오늘 말씀의 주인공인 예수님의 제자 중 ‘요한’은 몇 가지 ‘유일한’이라는 말을 붙일 수 있습니다. 하나는 ‘유일하게’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 있었던 제자, 다른 하나는, ‘유일하게’ 순교하지 않고 자연사한 제자입니다.

저는 오늘 요한의 이야기를 다루며 제목을 ‘죽임당하지 않은 순교자’라고 잡아 보았습니다. 그는 유일하게 예수님의 곁에서 십자가의 죽음을 경험하며, 십자가 체험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미 순교한 사람이었다는 의미이고, 또 하나는 다른 제자들이 죽음으로 순교했다면, 그는 전 삶을 통해 살아내며 순교한 사람이라는 의미입니다.

요한을 이야기하는 많은 표현이 있지만, 그중의 하나는 ‘사랑받는’ 제자라고 스스로 요한복음에서 기록하고 있습니다. 사실 요한은 베드로와 야고보와 더불어 세 명의 특별한 제자 반열에 속해 있었던 사람입니다. 다른 제자들이 경험하지 못한 일들을 이 셋은 주님과 함께 경험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요한은 안드레처럼 본래 세례 요한의 제자였다가 예수님을 따랐던 사람입니다(요 1:35-40). 또한, 야고보와 함께 ‘우레의 아들’이라는 별명을 가진 것으로 보아 성깔이 대단했던 사람이었습니다. 한 예로 사마리아인들이 자신들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예수님께 ‘불을 내려’ 달라고 부탁할 정도의 사람이었습니다. 또한,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려고 예루살렘으로 가실 때, 예수님의 옆에 앉게 해달라고 자리를 부탁하던 욕심 많은 사람이 요한이었습니다.

그의 욕심을 보여주는 사건이 하나 있었습니다. 오늘 본문인데요, 마가복음 9장 38~40절의 말씀입니다.

38. 요한이 예수께 여짜오되 선생님 우리를 따르지 않는 어떤 자가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내쫓는 것을 우리가 보고 우리를 따르지 아니하므로 금하였나이다

39. 예수께서 이르시되 금하지 말라 내 이름을 의탁하여 능한 일을 행하고 즉시로 나를 비방할 자가 없느니라

40.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

아주 흥미로운 구절입니다. 요한이 귀신을 쫓는 사람에게 그것을 하지 못하도록 금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것을 예수님께 자랑스럽게 이야기합니다. “우리를 따르지 아니하므로 금하였나이다.” 이렇게 말하고 요한은 예수님의 칭찬을 기대했는지 모릅니다.

가만히 보세요. 지금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지 않습니까? ‘집단 이기주의’입니다. 아무리 선한 일을 해도, 우리 편이 아니면 용납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어쩌면 기득권 보호의 차원에서 그 일을 허락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것처럼 내가 하면 로맨스인데 남이 하면 불륜입니다. 마치 우리 정치사를 보는 것 같기도 합니다. 국정원법 하나를 놓고 보아도 정권이 바뀔 때마다 태도가 바뀌는 것은 예사입니다. ‘국회 선진화법’이라는 것도 여당과 야당의 관점에서 단지 국회의원 숫자에 따라 태도가 달라집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나라를 생각하는 것 같지 않은 이유입니다. 그런데 이런 자기중심적 태도가 교회 안에도, 하나님의 일을 한다는 사람에게도 고스란히 드러난다는 것입니다.

지금 요한의 모습을 보면, 사람을 건강하게 치료하는 일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오로지 그 사람이 하는 일이 자신과 자신의 집단에 이익이 되느냐를 생각할 뿐입니다. 우리가 먼저 생각해야 하는 일이, 하나님의 영광이 드러나는가, 공동체에 유익이 되는가를 보아야 하는데 지극히 이기적인 동기만 있습니다. 그런데 그가 ‘사랑의 사도’로 불리게 된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늘 본문은 단지 요한이 사랑의 사도로 불리기 전 어떤 사람이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그의 변화야말로 기적과 같은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아무리 많아도 부족한 시간!

요한은 예수님의 제자 중 가장 어린 나이인 10대 후반에 예수님을 따르기 시작해서, 가장 오랫동안 생존했던 사람입니다. 약 70년을 더 살면서 주님의 사역을 감당한 사도입니다. 하지만 그가 그렇게 오래 살았다고 충분히 사역을 감당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사실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이것이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진지하게 살아야 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우리가 주님의 나라를 위해 일할 때, 더불어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수님은 참 다른 제자들을 부르셔서 함께 동역하는 일을 가르쳐 주신 것 같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금하지 말라 내 이름을 의탁하여 능한 일을 행하고 즉시로 나를 비방할 자가 없느니라”(39절)

지난 시간에 시몬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시몬과 마태가 절대로 함께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요한의 성격으로 보아, 그의 시기심 때문에 절대로 다른 사람을 인정할 그런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주님은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함께’ 하라는 것입니다.

어떤 목사님의 페북의 글을 소개합니다.

어떤 사람이 잠자리에 들려는데 전화가 왔다. “이른 아침에 당신 계좌로 1,440만 원을 입금할 테니 온종일 그것을 다 써 보시오.” 별 이상한 전화가 왔다 싶어 장난 전화로 생각했다. 그런데 이튿날 저녁에도 전화가 왔다. “당신 계좌로 입금했는데 하나도 안 쓰셨더군요. 그래서 도로 빼냈습니다. 내일 아침 또 넣을 테니까 쓰십시오.” 그 다음날 아침 확인을 해보니까 진짜 돈이 입금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온종일 정신없이 썼다. 그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사흘째 되던 날 밤에 또다시 전화가 왔다. “제가 사흘 동안 당신이 쓰신 것을 보니까 매우 비생산적으로 쓰셨더군요. 그래서 사흘로 끝내겠습니다.” 얼마나 섭섭했겠는가? 터무니없는 얘기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매일 하루도 빠짐없이 1,440만원은 아니지만 1,440분이라는 시간이 주어지고 있다.

‘시간이 돈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을 돈처럼 생각하고 사용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요한 웨슬리는 하루를 5분 간격으로 나누어 활용했다고 합니다. 그는 하루를 5분 간격으로 계획을 세웠습니다. 그는 1분도 헛되이 보내지 않고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시간을 썼습니다. 지금 시간을 돈처럼 귀하게 쓰고 계십니까?

하나님의 나라를 위해 함께해도 부족한 시간입니다.

“우리를 반대하지 않는 자는 우리를 위하는 자니라”(40절)

이 시대에 참 많은 비극이 주님을 따라다니지만, 주님을 닮지 않은 요한의 모습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한은 주님을 따라다니면서도 ‘자기편’이 아니면 모두 적으로 간주하는 편협한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대적’이 아니면 함께할 수 있는 넓은 아량을 보여 주셨습니다.

아마도 이 부분은 ‘본질’과 ‘비본질’의 문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을 합니다. 본질에서 벗어난 일들에 대하여 우리가 함께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와 생각이 달라도 본질적인 신앙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함께하라는 말씀이 아닐까요?

가장 두려운 것은 우리가 주님을 믿고 따른다고 하면서도, 주님께서 허락하시고 함께하는 사람들과 같이하지 못한다면 것입니다. 오늘 본문에 등장하는 사람은 ‘예수의 이름으로’ 나쁜 짓을 한 것이 아니라, 능력을 행하고 선한 일을 행하는 데도 우리가 심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요한이 예수님을 따라다닌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요한이 예수님을 따라다니면서도 아직 변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런 생각을 합니다. 요한이 주님을 좋아해 따라다니기는 했지만, 주님을 진심으로 사랑하지는 않았다고 말입니다.

이런 글을 읽은 적이 있습니다.

"좋아하는 것(Like)"과 "사랑하는 것(Love)"의 차이는 무엇일까? "좋아하는 것(Like)"은 그 사람으로 인해 내가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Love)"은 그 사람이 나로 인해 행복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좋아하면" 욕심이 생기고, "사랑하면" 그 욕심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만약에 지구가 멸망해서 탈출하는 우주선이 있다면 "좋아하는 사람"은 내 옆자리에 태우고 싶고, "사랑하는 사람"은 내 자리를 주고 싶어지는 것이다. "좋아해"는 들으면 가슴이 설레는 것이고, "사랑해"는 들으면 눈물이 나는 것이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은 그 꽃을 꺾지만, 꽃을 "사랑하는 사람"은 그 꽃에 물을 준다.

"좋아하는 사람"은 내 곁에 두고 싶은데, "사랑하는 사람"은 내가 그 사람 곁에 있고 싶은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감정의 흔들림이지만, "사랑하는 것"은 영혼의 떨림이다. "좋아하는 것"은 앞서 걷고 있는 당신을 뒤따라가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내 걸음을 당신에게 맞춰가는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내가 그 사람을 포기했을 때고 "사랑하는 것"은 내가 잃어버릴 것은 당신 하나뿐인 것이다.

"좋아하는 것"은 이 글을 보고 누군가가 떠오르는 것이고, "사랑하는 것"은 이 글을 보고 누군가가 눈물이 날 만큼 보고 싶어지는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자신의 감정에 충실한 것이지만,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그 사람의 감정에 충실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요? 요한의 변화는 ‘좋아함’에서 ‘사랑함’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합니다. 아마도 요한이 예수님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되면서 ‘사랑의 사도’라는 별명을 듣게 된 것은 아닐까요?

예수님을 사랑한 제자!

다른 제자들도 그렇겠지만, 요한에게서 일어난 변화는 주님과의 깊은 교제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영향을 받고, 인격적인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은, 교제의 시간과 깊이와 연관된 것이 아닐까요?

그런 면에서 제자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도전을 줍니다. ‘신앙’이란, 얼마나 오랜 시간 교회를 다녔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깊이 주님과 사귐을 가졌느냐는 것이죠.

우리가 흔히 하는 말 중에 ‘사랑에 겨워’라는 말이 있습니다. 사랑 때문에 해야 하는 일, 사랑을 생각하면 절대로 포기할 수 없죠.

요한에게서 ‘사랑’이 아니면 결코 설명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요한을 향한 예수님의 사랑이 그렇고, 예수님에 대한 요한의 사랑이 그렇습니다.

요한복음에는 끊임없이 이름을 밝히지 않는 한 제자가 등장합니다. 최후의 만찬에서도 예수님의 품에 안겨 있었던 한 제자가 있었고, 예수님께서 끌려가실 때 대제사장의 뜰까지 예수님과 동행한 ‘다른 한 제자’도 있었습니다(요 18:15-16). 그리고 예수님의 십자가 곁에서 볼 수 있었던 유일한 제자가 있습니다(요 19:26-30).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요한복음을 기록한 예수님의 제자 요한이었다는 것을 압니다.

그렇게 잘난 척하고 이기적이었던 사람, 높은 자리에 오르기를 소원했던 사람이, 요한복음을 기록할 때는 자신을 드러내지 않는 겸손한 사람으로, 예수님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한 사람이 되었던 것이죠.

요한복음 19장 26~27절을 보면, “예수께서 자기의 어머니와 사랑하시는 제자가 곁에 서 있는 것을 보시고 자기 어머니께 말씀하시되 여자여 보소서 아들이니이다 하시고 또 그 제자에게 이르시되 보라 네 어머니라 하신대 그 때부터 그 제자가 자기 집에 모시니라.”라고 말씀합니다.

여기에서도 예수님의 사랑하는 제자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지만, 요한은 어머니 마리아가 돌아가실 때까지 자기 집에서 모시게 됩니다. 팔레스틴을 떠나 소아시아 에베소에서 교회를 섬기며 목회를 할 때도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함께 갑니다. 그래서 그곳에 가면 요한의 무덤도 있고 마리아 하우스도 있습니다.

요한이 어머니 마리아를 모시고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것 같았으나, 어느 순간에 그는 ‘사랑의 사도’가 되어 있었습니다. 요한이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끝까지 모신 이유는 예수님에 대한 사랑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주님을 사랑하는 것은, 주님이 사랑하시는 사람들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깨닫게 된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아니라 주님의 마음으로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던 것이죠.

요한이 유일하게 성경에서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정의한 사람이라는 것을 아십니까? 그는 요한복음과 요한계시록, 그리고 요한 1, 2, 3서를 기록한 사람입니다. 그의 글에는 수없이 ‘사랑’이라는 말이 등장합니다. 요한 1서 4장 10절에는,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셨다”라고 그리고 요한 1서 4장 19절에서는, “우리가 사랑함은 그가 먼저 우리를 사랑하셨음이라”라고 말입니다.

그가 이렇게 위대한 사랑의 사도가 된 이유는 다른 누구보다 주님의 사랑을 듬뿍 받았기 때문입니다. 사실 사랑을 받은 사람이 사랑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누군가 자신을 사랑해줘도 그 사랑을 깨닫지 못하거나 받아들이려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사랑’은 받아들이는 사람에게 비로소 ‘소유’가 됩니다.

그래서 요한이 끊임없이 하는 이야기가, 하나님께서 우리를 먼저 사랑한 것을 알라는 것입니다.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셨기 때문에 우리도 사랑하는 사람이 되었다는 것이죠.

그는 말년에 에베소에서 목회했습니다. 그러다가 밧모섬에 유배를 가게 되고, 거기에서 환상을 보고 요한 계시록을 쓰고 난 후에 다시 복귀합니다. 그때는 이미 스스로 거동조차 할 수 없었던 나이가 되었습니다. 에베소로 돌아왔을 때가 A.D. 98년이었고, 100년경에 거의 90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됩니다.

그가 거동조차 할 수 없던 때, 제자들이 요한을 들것에 태워 강단의 높은 의자에 앉혀 놓았답니다. 그러면 그곳에서 아주 작은 목소리로 “소자들아 서로 사랑하라”라는 말만 되풀이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말 한마디에 교회는 눈물바다가 되었다고 합니다.

교회사에는 또 이런 이야기가 전해집니다.

역시 말년에 그가 에베소에서 들것에 실려 교회에서 말씀을 전할 때, “사랑하는 형제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다시 말하노니 서로 사랑하자.”라고 하자, 한 번은 성도 중의 하나가 “요한 사도여, 다른 말씀은 없습니까?”라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요한은, “이것은 주의 명령인데 사랑 안에서 모든 것이 이루어지느니라”라고 했다고 전해집니다.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말씀이 없어서 기근이 아니라, 사실은 난무하는 말씀 가운데 사랑이 없음이 문제입니다.

우리는 주님을 믿으며 ‘무엇인가’를 자꾸 하려고 합니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사랑하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모든 제자가 순교하여 세상에 없던 때, 요한은 살아 있는 순교자였습니다. 그가 처했던 순교적 상황에서 믿음으로 죽는 것도 힘들었지만, 믿음으로 끝까지 삶을 살아 낸다는 것은 훨씬 더 어려웠을 것입니다.

제가 요즘 와서 느끼는 것은, 예수님을 위해 죽는 것도 귀한 일이지만, 예수님을 위해 끝까지 사는 것은 참으로 위대한 일이라는 것입니다. 요한의 형제 야고보는 최초의 순교자가 되었지만, 요한은 제자 중에 끝까지 남아서 복음을 전하였습니다. 그렇게 요한은 삶을 살아가며 후대의 크리스천들에게 가장 닮고 싶은 사람이 되었습니다. 서양 사람들의 이름을 보면 가장 많은 것인 ‘요한’입니다.

영어로는 John, 독일어로는 Johannes라는 이름이 많습니다. 괴테, 바흐 등이 다 요한입니다. 프랑스는 Jean입니다. 칼빈도 장 깔뱅(Jean Calvin)입니다. 스페인도 Juan이라는 이름이 많습니다. 러시아도 요한이라는 이름이 많습니다. 러시아는 Ivan이라는 이름이 요한입니다. 우리나라도 요즘 요한이라는 이름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미국에 ‘peter’라는 이름이 30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런데 ‘John’이라는 이름이 6백만 명 정도 된다고 하죠.

“감격!”

우리의 삶을 감격하게 하는 것, 우리의 삶을 바꾸어 놓는 것은 무엇일까요?

요한에게는 자신을 향한 주님의 사랑이었습니다. 그 사랑이 자신을 감격하게 했습니다. 요한복음 13장 1절에 참 멋진 표현이 나옵니다.

“세상에 있는 자기 사람들을 사랑하시되 끝까지 사랑하시니라”

요한복음에서 자신을 표현하는 ‘사랑받는 자’라는 호칭과 이 말씀을 연결해 보세요. 요한은 주님의 사람을 받되, 자신을 끝까지 사랑하신 그 사랑을 알고 있었습니다. 어쩌면, 하나님께서 이 세상 사람 중에 딱 한사람만을 사랑하신다면 그 사람은 자기 자신이 될 것이라는 그런 정도의 믿음과 확신이 아니었을까요?

혹시 옛날에 나왔던 이현세 씨의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을 기억하시나요?

엄지와 까치의 사랑이죠. 이 영화의 주제곡이 많이 알려졌습니다.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난 네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까치 오혜성은 초등학교 시절 엄지라는 여학생을 사랑해서 야구를 시작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 사랑 때문에 마지막까지 자신을 희생하는 이야기죠.

영화에서는 24억 원이 걸린 마지막 경기에서 게임에 져 달라는 엄지의 부탁을 받습니다. 까치는 일부러 엄지의 남편인 마동탁의 공에 눈을 맞아 실명하고, 그 충격으로 엄지는 정신 질환을 앓게 됩니다. 그리고 시각장애인이 된 오혜성이 엄지를 찾아가 다시 사랑을 시작합니다. 어쩌면 이 영화의 주제가와 너무나 잘 맞는 내용이지요.

“난 네게 좋아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

어떻게, 아니 왜 요한은 끝까지 그렇게 삶을 살 수 있었을까요? 주님의 사랑을 입고 나니, 사랑하는 주님을 위해 뭐든지 할 수 있었던 삶이 아니고서 요한의 삶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요한의 90평생의 삶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어쩌면 순교보다 더 힘든 삶을 살아가면서 그가 ‘살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 사랑을 붙들고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요?

요한이 깨달은 것이죠.

사랑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사랑하는 주님을 사모하며, 그 주님을 만날 약속을 의지했기 때문에 끝이 보이지 않는 인생길에서 자신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끝까지 견뎌냈던 삶 말입니다.

사랑의 감격을 알았던, 요한의 삶을 보며 우리가 감격하지 않을 수 없는 이유입니다.

지난주에도 가나나인 시몬을 변화시킨 것이 ‘자신의 열망’이 아닌 ‘주님의 열망’이라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요한을 변화시키고 감격하게 한 것은 바로 주님의 마음 하나님의 사랑이었습니다.

주님께서 하신 말씀 “내가 새 계명을 주노니 너희가 서로 사랑하라!”는 말이 참으로 감격스럽게 들렸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우리에게 주는 도전입니다.

무엇이 여러분을 감격스럽게 합니까?

다른 사람 누구보다도 ‘나’를 가장 사랑하시는 주님의 사랑을 고백할 수 있으신가요?

가끔 제가 설교를 하면서 묻는 것이 있습니다.

이 세상에서 하나님은 누구를 제일 사랑하실까요?

제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누구보다도 ‘나’를 제일 사랑하신다는 것이죠.

그런데 이렇게 자기중심적인 생각이 우리를 ‘이기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장 ‘이타적’으로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사랑을 아는 자만이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를 가장 많이 사랑하시는 주님 때문에 우리가 해야 하는 일이 눈에 보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은 기쁘고 즐겁기만 한 것이 아닙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참아야 하고 견뎌야 합니다.

사랑하기 때문에 오래 참습니다. 온유할 수 있습니다.

자신의 동료들이 다 순교하며 ‘영광’을 누릴 때,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를 돌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그 사랑 때문입니다.

요한을 변화시킨 주님이 오늘 우리에게 물으시는 것입니다.

“너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무엇을 견딜 수 있니?”

이것이 바로 간증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신앙의 이야기입니다.

신앙의 이야기는 위대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주님을 따르기로 한 모든 사람의 아주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나의 간증이요, 이것이 나의 찬송일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