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야고보 - 충성스러운 사람

[마가복음 10장 35-45절]

35.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주께 나아와 여짜오되 선생님이여 무엇이든지 우리가 구하는 바를 우리에게 하여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36. 이르시되 너희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37. 여짜오되 주의 영광중에서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하여 주옵소서

38.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39. 그들이 말하되 할 수 있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시며 내가 받는 세례를 받으려니와

40. 내 좌우편에 앉는 것은 내가 줄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하여 준비되었든지 그들이 얻을 것이니라

41. 열 제자가 듣고 야고보와 요한에 대하여 화를 내거늘

42. 예수께서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43.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44.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45.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예수님과 동행한 제자들의 이야기를 묵상하면서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제자들을 부르시고 동행하시면서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가 가장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우리가 만나게 될 야고보를 통해서도 예수님의 사역과 본질을 잘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한기채 목사님이 쓴 [예수가 선택한 열두제자 이야기]에서 야고보를 첫 장에 이렇게 소개합니다.

(최초의 순교자 야고보: 성서에 기록된 제자의 죽음은 가룟 유다와 야고보의 것뿐입니다. 제자 가운데 제일 먼저 죽은 사람은 가룟 유다로 자살하여 죽었고 그의 빈자리는 맛디아가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제일 먼저 순교한 제자는 야고보인데 그가 죽은 뒤 그 자리는 채우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야고보는 순교함으로써 자기의 자리를 지켰기 때문입니다.)

팀 라헤이가 쓴 [성령과 기질]이라는 책은 이런 질문에서 시작합니다.

“예수를 믿으면 우리의 기질도 변화될 수 있는가?”

대답은 ‘NO’입니다.

우리가 흔히 분류하는 기질이 있습니다. 다혈질, 담즙질, 우울질, 점액질이죠. 그런데 이런 기질은 각각의 장단점이 있어서 유독 어떤 것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이야기할 수 없습니다.

예수를 믿고, 성령을 체험한다고 우리의 이러한 기질이 바뀌는 것은 아니지만, 장점은 더욱 발전시키고 단점을 보완하게 됩니다. 즉, 하나님께서 우리를 만드실 때 각각 다르게 창조하셨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성령님께서 우리에게 찾아오시면 우리의 기질을 다루어 가시기 시작합니다.

야고보는…

모든 제자가 그렇지만 야고보는 참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중의 하나입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을 주님께서 부르셨을까요?

누가복음 9장 51~56절의 말씀을 보겠습니다.

51. 예수께서 승천하실 기약이 차가매 예루살렘을 향하여 올라가기로 굳게 결심하시고

52. 사자들을 앞서 보내시매 그들이 가서 예수를 위하여 준비하려고 사마리아인의 한 마을에 들어갔더니

53. 예수께서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시기 때문에 그들이 받아들이지 아니 하는지라

54.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이를 보고 이르되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부터 내려 저들을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

55. 예수께서 돌아보시며 꾸짖으시고

56. 함께 다른 마을로 가시니라

아무리 보아도 야고보의 인격이 잘 다듬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예수님에 대한 사랑과 충성이 있었지만, 예수님의 마음은 잘 몰랐던 사람은 아니었을까요?

누가복음 9장에 나와 있는 대로, 죄인들을 위하여 십자가를 지시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가는 도중에 사마리아인이 마을에 들어가셨습니다. 유대인들의 전통에 의하면 사마리아인들은 구원받지 못할 자이기에, 어쩌면 야고보에게 예수님의 행보가 맘에 들지 않았을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예수님의 일행이 ‘예루살렘’을 향하여 가고 있다는 이유로 사마리아의 마을에서 예수님의 일행을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죠. 이것을 보고 야고보와 요한이 말합니다.

“제자 야고보와 요한이 이를 보고 이르되 주여 우리가 불을 명하여 하늘로부터 내려 저들을 멸하라 하기를 원하시나이까”(54절)

이 말이 무슨 의미일까요? 이미 누가복음 9장을 지나는 동안 예수님의 제자들은 예수님의 능력을 충분히 보았습니다.

예전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적이 있습니다. 보통사람이 누군가를 주먹으로 때리는 것과 무술 유단자가 주먹으로 때리는 것은 다르다고 말입니다. 흔히 하는 말로 ‘너 죽어!’라고 말할 때, 그럴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말로 끝나지만, 그럴 능력이 있는 사람이라면 다르다는 겁니다.

야고보의 생각에는 예수님을 따르지 않고 방해하는 사람들 마땅히 죽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하나님의 은혜가 아닌 자신의 열정으로 주님을 따르는 사람들의 전형적인 유형인 것 같습니다. 흔히 이런 사람들을 우리는 ‘극단적 보수주의’ 혹은 ‘근본주의’라고 부릅니다.

성경과 하나님의 뜻을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라, 그 말씀대로 살기 위해 하나님의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들입니다.

흔히 중세시대의 ‘마녀사냥’과 ‘십자군 전쟁’ 같은 일들이 하나님의 이름으로 행해진 것이죠. 종교라는 이름으로 자행된 신앙 이데올로기 전쟁입니다.

인류의 가장 무서운 범죄 중의 하나인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도 그의 종교적 신념 때문이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그는 유대인을 학살하면서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잔인함을 합리화했습니다.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은 유대인들은 죽어 마땅하고 말이죠.

마치 지금 야고보가 예수님을 받아들이지 않고 거부한 사마리아 사람들을 향해 불을 내려 없애버려야 한다는 생각처럼 말이죠. 예수님을 위해 분노하고 예수님을 위해 말하지만, 사실은 예수님의 마음이 없습니다.

예수님을 오해하면 얼마든지 이런 무서운 일들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이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예수님에 대한 헌신과 사랑 그리고 충성이라는 이름으로 잘못 표현되는 일들이 얼마나 많이 있는지 모릅니다.

예수님은 그런 야고보를 꾸짖고 계십니다. 왜냐하면, 야고보를 부르신 이유는 사람들을 멸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들을 구원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 야고보에게 주신 사명은 ‘심판자’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말씀을 전하는 ‘전도자’가 되는 것이죠.

이 말로 인해 야고보는 예수님께 꾸짖음을 받습니다.

저는 종종 그런 생각을 합니다. 누군가를 혼내고 꾸짖는다는 것은 애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말입니다. 성경에서 가장 많이 혼난 사람 중의 하나가 베드로와 야고보인 것 같습니다. 그만큼 주님께서는 꾸짖으며 사람을 만들어 가고 계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 본문은 야고보의 과도한 욕망에 대하여 또 하나의 꾸짖음이 등장합니다.

우리는 오늘 본문의 야고보 모습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 같아 가슴이 뜨끔하기도 합니다.

야고보가 주님의 부르심을 받을 때, 그물을 버려두고 따라갑니다. 예수님께 대한 마음이 없이 어떻게 그런 결단을 하겠습니까? 하지만 그의 마음을 움직인 것은 다분히 그의 삶에 품고 있었던 야망이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을 따라가면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있겠다는 확신 같은 것이죠.

게다가 오늘 본문에 나오는 구절은, 예수님을 3년 가까이 따라다니고 나니 더욱 확신에 차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예수님의 능력 정도면 충분히 ‘왕’이 되리라는 기대감 말입니다. 그래서 열정적으로 예수님을 따라다닌 자신에게 주어질 자리가 무엇인지 기대가 많지 않았을까요?

예수님과의 대화를 보세요. 그리고 지금 이 대화가 예수님이 마지막으로 예루살렘에 올라가 십자가를 지시려는 순간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야고보의 세속적인 물음에 화가 나지 않습니까?

35. 세베대의 아들 야고보와 요한이 주께 나아와 여짜오되 선생님이여 무엇이든지 우리가 구하는 바를 우리에게 하여 주시기를 원하옵니다.

36. 이르시되 너희에게 무엇을 하여 주기를 원하느냐

37. 여짜오되 주의 영광중에서 우리를 하나는 주의 우편에, 하나는 좌편에 앉게 하여 주옵소서

그런데 가만히 우리 자신을 생각해 보세요.

우리가 십자가 아래서 구하는 것들 말입니다. 예수님은 십자가를 지시겠다고, 아니 우리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셨는데, 우리가 구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말입니다.

우리는 오늘도 우리의 지위와 안전 그리고 물질의 축복이 예수님을 따르는 이유가 아니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요?

오대식 목사가 쓴 [왜 교회는 예수님의 세족식을 왜곡했을까?]에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의 발 앞에 무릎을 꿇고 더러운 발을 씻기신 것은 단순히 겸손하게 섬기라는 차원의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예수님의 세족은 겸손과 섬김의 예식이 아니라, 예수님을 따라 살라는 각오를 물으신 것이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예수님의 세족식은, 그렇게 주님을 따르면서도 버리지 못한 제자들의 세속적인 욕망에 대한 마지막 절규가 아니었을까요? 예수님을 따라다닌 열심과 헌신이 결국은 세속적인 욕망 때문이었다는 사실을 돌아보도록 말입니다.

예수님의 도움으로 우리의 야망을 이루고자 하는 게 ‘신앙생활’이라면 우리는 오늘 너무도 세속적이고 속물처럼 보이는 야고보와 다를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오늘 본문에서 우리는 제자 된 야고보의 모습이 아니라, 아직은 제자가 되어가고 있는 야고보를 보게 됩니다. 아니, 야고보 같은 우리의 모습을 보게 됩니다.

너무 과도한 해석일까요?

늘 예수님의 사역에서 중요한 순간에 함께 등장하던 베드로는 이 자리에 없습니다. 그리고 형제인 야고보와 요한이 좌편과 우편에 누군가 앉게 해달라는 요청 가운데는 베드로를 따돌리려는 마음은 없었을까요? 어쩌면 베드로는 그들 형제에게서 가장 무서운 경쟁상대가 아니었을까요?

무서운 일이지만, 세속적인 야망을 가슴에 품고 있는 한 교만과 다툼이 끊이지 않습니다. 내가 꿈꾸는 ‘그 자리’가 목표가 되는 순간,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가는 것을 용납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하다가도, 누군가가 하나님께 귀하게 쓰임 받는 것을 기뻐하지 못할 때, 스스로 야망의 노예인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나님의 일을 하는 데 ‘선수를 빼앗기면’ 안 될 것 같은 조급함의 이유는 무엇일까요? 하나님께서 필요한 때에 나를 쓰시도록 기다리지 못하는 마음은 무엇일까요?

마가복음 3장 17절에 보면 예수님은 야고보와 요한 형제에게 ‘보아너게’라는 별명을 붙여주셨습니다. ‘우레의 아들’ ‘천둥 번개의 아들’이라는 뜻인데, 아마도 불같은 성격을 소유하고 있었음을 바로 보여주죠.

그 사람의 됨됨이는 별명에서 훨씬 잘 드러나는 것이 아닐까요?

중요한 것은 그런 별명을 가진 야고보와 요한이 최초의 순교자요, 사랑의 사도로 바뀌는 역사를 보게 된다는 것입니다.

야고보는 베드로, 요한과 더불어 예수님의 중요한 사역에 참여했던 으뜸이 되는 세 명의 제자 중의 하나입니다. 어쩌면 그에게 특권이었을 것 같습니다. 가장 가까이에서 예수님이 행하시는 일을 본다는 것 말이죠.

베드로의 장모를 고치시는 장소에, 예수님과 함께했던 변화산의 체험, 그리고 회당장 야이로의 딸을 살리실 때, 결정적으로 겟세마네에서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도 직접 경험하게 됩니다.

아마도 그의 열정적인 성격 때문이 아니었을까요? 우리 주님은 우리의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보시는 분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야고보는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기 전에 갈릴리 호수에서 어부로 살고 있었습니다. 누가복음 5장 10절에는 베드로의 동업자로 나와 있는데, 세베데와 살로메의 아들로 아버지를 따라 여러 명의 어부를 고용하여 일을 시킬 정도로 작지 않은 규모의 어장을 꾸미고 살았던 것 같습니다.

복음서에 나오는 야고보는 늘 요한과 같이 등장하는데, 이 형제는 예수님께서 ‘사람 낚는 어부’로 부르셨을 때, 모든 것을 뒤로하고 예수님을 따를 정도로 결단력이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우리는 단순히 야고보와 요한이 아버지와 사업을 다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라간 것에 주목하지만, 그의 아버지 세베데와 어머니 살로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문맥상으로 보면, 처음 부르심을 받을 때 부모가 찬성했던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러니 ‘버려두고’ 가지 않았겠습니까? 하지만 성경에 세베데의 이름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그의 아버지 역시 초대교회의 일원이 되어 아들들의 든든한 후원자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성경에 보면 야고보의 어머니 살로메는 예수님 주변에 있었던 몇 안 되는 여자 중의 하나였습니다.

예수님은…

예수님은 야고보의 아주 세속적인 물음에 대하여, 그의 야망을 꾸짖는 대신에 그가 꿈꾸는 야망을 이루는 아주 새로운 방법을 제시하십니다. 이것이 제자들을 통해 드러나는 예수님의 모습입니다. 아니, 예수님이 이 땅에 오신 이유와 하나님의 나라가 어떤 것인지를 말씀하고 계신 것입니다. 예수님을 대답을 보세요.

40. 내 좌우편에 앉는 것은 내가 줄 것이 아니라 누구를 위하여 준비되었든지 그들이 얻을 것이니라

41. 열 제자가 듣고 야고보와 요한에 대하여 화를 내거늘

42. 예수께서 불러다가 이르시되 이방인의 집권자들이 그들을 임의로 주관하고 그 고관들이 그들에게 권세를 부리는 줄을 너희가 알거니와

43.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44.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45.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

야고보와 요한을 제외한 열 제자가 화를 낸 것을 보니, 그들도 똑같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자리에 욕심이 없었다면 화를 낼 이유는 없었을 것입니다. 먼저 38절을 보겠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예수님의 우편과 좌편에 앉는다는 것, 즉 주님과 함께한다는 것의 의미를 제자들이 모르고 있다는 말씀입니다. 제자들이 생각하는 예수님의 좌편과 우편은 ‘영광의 자리’인데 예수님이 생각하시는 그 자리는 예수님이 마시는 ‘잔’을 마실 수 있느냐는 것이죠.

42절의 ‘이방의 집권자’들을 메시지 성경에서는 ‘godless rulers’라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는 이 땅의 지도자들은 자기들이 하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하며, 자신의 권력을 휘두르는 것을 성공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하늘나라의 위대함은 ‘섬기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누가 더 크냐는 위대함은 우리가 구하는 욕망으로 얻는 것이 아니라, 섬기는 자에게 주어지는 것이라는 말입니다.

43. 너희 중에는 그렇지 않을지니 너희 중에 누구든지 크고자 하는 자는 너희를 섬기는 자가 되고

44. 너희 중에 누구든지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이 되어야 하리라

예수님께서 이 땅에 오신 이유는 세상의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이 무엇인지를 가르쳐주기 위해 오신 것입니다.

한 번 생각해 보세요.

그럼 우리 크리스천과 교회가 으뜸이 되고자 하기에 잠시 종이 되어야 할까요?

만일 그런 생각으로 종이 된다면 얼마나 가식적이겠습니까?

그리고 그 종 된 모습과 종 된 행동에 기쁨이 있을까요?

으뜸이 되고자 하는 자는 모든 사람의 종의 되어야 한다는 말의 의미는, 으뜸이 되기 위해 종이 되라는 것이 아니라, 하늘나라에서 으뜸이 되는 사람은 ‘종’된 사람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위대한 사람이 되기를 원해서 섬기는 자가 된다면, 그 섬김의 모습이 얼마나 가식적이겠습니까? “조금만 참자. 조금만.”이라는 마음으로 어떻게 섬김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대형 교회에 대한 꿈 말입니다.

‘조금만 노력하면 대형교회가 될 수 있어!’

우리가 흔히 듣는 간증의 스토리,

‘조금만 더 참고 기도하면 사업에 성공할 수 있어!’

우리가 신앙의 길을 간다고 하는 것은 참고 인내하면 얻을 수 있는 성공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지금 가고, 참고, 섬기고, 낮아지는 것이 분명한 이유가 있을 때가 아닐까요?

예수님께서 본을 보여주신 이유는

“인자가 온 것은 섬김을 받으려 함이 아니라 도리어 섬기려 하고 자기 목숨을 많은 사람의 대속물로 주려 함이니라”(막 10:45)

사도 바울이 고백한 예수님의 모습이 빌립보서 2장 2절부터 11절까지에 나와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케노시스의 복음’이라 하는데, 자기를 비워 종의 형체를 입고. 죽기까지 복종하신 예수님. 마지막 십자가 위에서 한 강도의 조롱에도 끝까지 당신의 권세를 쓰시지 않고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보여주신 것.

요즘 우리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권력과 부를 갖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가진 것을 나를 위해 쓰지 않고, 어떻게 하나님 나라를 위해 섬길 수 있느냐의 문제가 아닐까요?

저는 요즘 ‘자기반성’과 ‘자기 성찰’이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우리가 하나님 앞에서 자신의 모습을 더는 보려고 하지 않을 때, 야망에 익숙한 사람이 되었다는 증거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를 지시기 전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땀방울이 핏방울이 되도록 힘들게 기도하신 이유가 순종으로 나아가기 위해, 당신이 마땅히 누려야 하고 쓸 수 있는 권세를 누리지 않기 위함이라는 것을 생각할 때, 그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이라는 것을 말입니다.

오늘 우리는 야고보와 예수님의 대화를 통해 ‘제자가 되는 과정’이 참 힘들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주님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을 생각하게 됩니다.

사도행전 12장 1, 2절에 야고보의 순교가 잠깐 언급되고 있습니다.

제자 중 최초의 순교자입니다. 그의 기질과 야망을 생각한다면 상상할 수 없는 모습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죽으시고 부활하신 후, 예루살렘에서는 부흥의 역사가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 부흥을 기뻐하지 않는 사람들이 바로 종교인들이었습니다.

A. D. 44년 헤롯 아그립바는 유대인들의 호감을 사기 위해 기독교인들을 핍박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때 기독교인들의 지도자로 지목된 사람이 야고보입니다.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전도했는지, 그의 삶이 얼마나 드러났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야고보는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님을 따라나선 지 17년 만에 순교자가 됩니다.

오늘 본문 38절과 39절을 기억해 보세요.

38.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너희가 구하는 것을 알지 못하는도다 내가 마시는 잔을 너희가 마실 수 있으며 내가 받는 세례를 너희가 받을 수 있느냐

39. 그들이 말하되 할 수 있나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너희는 내가 마시는 잔을 마시며 내가 받는 세례를 받으려니와

야고보가 잘 알지 못하고 마실 수 있다고 대답했던 ‘잔’이 바로 순교의 잔이었습니다. 그는 예수님께서 마셨던 잔을 처음으로 따라 마신 사람이 되었습니다.

교회 역사를 보면 야고보는 오순절 성림강림 사건 이후에 10년 동안 스페인까지 선교하고 돌아온 후 순교하였다고 합니다. 오늘날 스페인에서 야고보를 성자로 삼게 된 이유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은 하나같이 순교로 인생을 마감합니다.

과연 여러분에게 ‘순교’ 혹은 ‘죽음’이라는 것이 신앙적으로 어떤 의미가 있나요?

정말 끝까지 복음을 위해 살다가 죽임을 당하는 것이 축복인가요?

사실 우리 주변에는 우리가 이해하지 못하고 받아들이기 어려운 죽음이 참 많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세상의 법칙에 의하면 착하게 사는 사람이 오래 살고, 악인이 빨리 죽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요?

특히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 종종 있습니다.

늘 하나님을 사모하며 새벽 시간을 지키던 신실한 교인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도 하고, 새벽에 심장마비 뇌졸중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러한 일들이 우리를 참 힘들게 합니다.

열심히 사역하던 사람들, 누가 봐도 신실했던 사람들이 너무나 젊은 나이에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나는 것은 더욱 우리를 힘들게 합니다. 아니, 힘든 정도가 아니라 정말 하나님이 살아계시는지 의구심이 들게 합니다.

소위 복음주의 4인방으로 불리던 옥한음, 하용조, 홍정길, 이동원 목사님이 있습니다. 아마도 옥 목사님과 하 목사님 두 분이 돌아가시고 난 후에 홍정길 목사님과 이동원 목사님을 모시고 추모하는 방송으로 좌담회를 했을 때 들은 이야기 같습니다.

돌아가신 두 분은 어디를 가도 진지하게 살았답니다. 늘 아침이 되면 밤새 일을 하고 눈이 벌겋게 충혈되어 있을 때가 많았답니다.

그런데 살아계신 두 분은 쉴 때 편안하게 쉬는 사람들이라 아직 살아 있다고.

가만히 생각해 보세요,

그렇게 시도 때도 없이 사역을 위해 정진하는 사람들 하나님이 지켜주셔야지 왜 그렇게 빨리 데려가시는지 말입니다. 그것이 과연 공평한 일인가요?

창세기 4장에는 인류 최초의 살인사건이 나옵니다. 가인이 동생 아벨을 돌로 쳐서 죽인 무서운 일입니다. 형에게 맞아 죽은 동생의 죽음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데 성경은 아벨을 ‘의인 아벨’이라고 말합니다. 억울하게 생각되는 죽음을 성경은 귀하게 보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죽음들에 대하여 우리가 그렇게 쉽게 정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말입니다.

시편 116편 15절 말씀입니다.

“그의 경건한 자들의 죽음은 여호와께서 보시기에 귀중한 것이로다.”

성도의 죽음은 귀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녀들이 죽는 것을 여호와께서 귀중히 보십니다.

성도로서 살아가다가 우리가 어떻게 죽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죽음을 여호와께서 귀하게 여기시도록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생명을 달라고 기도하는 것은, 죽기 싫어서가 아니라 우리가 주어진 삶을 잘 살아가기 위해서입니다.

야고보의 죽음을 하나님께서 귀하게 보셨습니다.

그가 처참하게 죽었을지 모르지만, 그가 하나님 앞에 귀중한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우리가 주님을 믿음으로 어떤 관계를 맺고 사느냐?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진 삶을 어떻게 살아가느냐가 중요합니다.

오늘 야고보가 우리에게 주는 도전은 무엇인가요?

우리의 삶이 아름다운 것 같이, 우리의 죽음도 아름다울 수 있을 수 없을까?

우리가 하나님 앞에 구하는 것이, 아직은 덜 익은 사람 야고보가 구했던 그런 ‘영광’은 아닌지 말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산다고 했던 많은 것이 실상은 우리의 영광은 아니었는지 말입니다.

우리도 야고보처럼 순교의 자리에 불림을 받는다면 그것이 감사할 수 있는지 말입니다.

오늘로 제자들이 이야기를 마감합니다.

분명한 것은 어떤 제자도 완전한 자로 부르심을 받지 않았다는 것이고, 예수님께서 만들어 가셨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완전함이 아니라 오늘도 만들어져 가고 있느냐는 것입니다.

우리 주님이 우리를 만들어 가신다면 우리의 다듬어져야 할 부분은 또한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