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안드레 - 단순한 사람

[요한복음 1장 35-42절]

35. 또 이튿날 요한이 자기 제자 중 두 사람과 함께 섰다가

36. 예수께서 거니심을 보고 말하되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

37. 두 제자가 그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르거늘

38. 예수께서 돌이켜 그 따르는 것을 보시고 물어 이르시되 무엇을 구하느냐 이르되 랍비여 어디 계시오니이까 하니 (랍비는 번역하면 선생이라)

39.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보라 그러므로 그들이 가서 계신 데를 보고 그 날 함께 거하니 때가 열 시쯤 되었더라

40. 요한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르는 두 사람 중의 하나는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라

41. 그가 먼저 자기의 형제 시몬을 찾아 말하되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 하고 (메시야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

42. 데리고 예수께로 오니 예수께서 보시고 이르시되 네가 요한의 아들 시몬이니 장차 게바라 하리라 하시니라 (게바는 번역하면 베드로라)

나도 착할 수 있을까?

오늘 안드레에 대한 말씀을 준비하면서 머릿속에 떠오른 느낌입니다.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였던 안드레를 보면서 우리는 쉽게 ‘참 착한 사람이구나!’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우리가 막상 안드레의 위치에 있다면 어땠을까?’

그는 예수님의 첫 번째 제자였지만, 흔히 이야기하는 B급 제자였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늘 예수님의 주변에는 요한과 야고보, 베드로가 가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가 첫 번째 제자였는데 말입니다.

성경에 나오는 안드레는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로 소개될 때가 많습니다. 베드로를 주님께 데려온 사람이 안드레인데 말입니다. 그런데도 성경 어디에 안드레가 주님과 함께 다니며 불편했다는 구절이 없습니다. 오히려 모난 데가 없는 안드레는 늘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이었고, 주님이 하시는 새로운 일들에 대하여 늘 가능성을 열어놓은 사람이었습니다. 즉, 마음에 꼬인 데가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어쩌면 형제와 다른 제자들을 세워주는 리더십을 가진 사람이었고, 자신이 앞에 나서지는 않지만, 누군가 필요한 자리에 사람을 세워주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을 가리켜 ‘작은 거인’이라 부릅니다. 자신은 절대 크지 않지만, 거인 같은 일을 하는 사람 말입니다. 앞에 나서지 않아도 강력한 영향력을 가진 사람 말입니다. 어쩌면 주님께 쓰임 받는 진정 필요한 사람, 주님이 쓰시기에 가장 합당한 ‘종’과 같은 사람이 아닐까요?

기꺼이 주연의 자리를 양보할 수 있는 마음이 있어서, 그와 함께하면 누군가 빛이 나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자신의 훌륭함을 드러내기보다는, 훌륭한 사람을 볼 줄 알고 필요한 사람을 주님께 데려갔던 사람이 안드레였습니다.

안드레는 성경에서 그렇게 뚜렷한 발자국을 발견하기 힘든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를 통해 주님께로 나아온 사람들이 대단합니다. 본래 안드레는 세례 요한의 제자였습니다. 오늘 본문 요한복음 1장 36절 이하에 보면, “보라 하나님의 어린양이로다”라는 스승의 가르침을 듣고는 즉시 예수님을 메시야로 믿고 따른 사람입니다. 무엇보다 그는 예수님의 열두 제자 중 첫 번째로 제자가 된 사람입니다. 짧지만, 이 만남을 통해 우리는 안드레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조금은 이해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안드레는 마음이 열려 있는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수용성’이 좋은 사람이라고 표현할 수 있습니다.

모든 제자가 스승의 말을 잘 듣고 따르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그의 스승이었던 요한이 예수님에 대하여 말하는 소리를 듣고 그가 바로 반응했다는 것은 스승에 대한 신뢰뿐 아니라 말씀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었다는 것이죠. 그는 스승의 말을 듣고 예수님을 따라갑니다.

요즘 우리가 함께 묵상하는 말씀의 주제가 ‘제자’입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을 통해 제자의 삶이 무엇인지 배우고 있죠.

한 번 생각해 보세요. 제자가 스승 앞에 섰을 때, 자신의 요구를 지속해서 하면서 스승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면 좋은 제자가 될 수 있을까요?

아주 중요한 문제인데, 제자가 되려는 사람은 스승에게서 무엇이든지 배워야 할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함에도, 자기가 원하는 것만 배우려 한다면 올바른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성립될 수 없습니다.

우리의 기도하는 모습을 보면 참 좋은 제자가 되기 힘들다는 생각을 합니다.

우리가 기도하며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요구’ 아닌가요? 그저 우리 마음에 드는 것을 성취하기 위해 조르는 것 말입니다. 사실 우리가 스승이요, 선지자이신 주님 앞에 선다면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나야 하지 않을까요? 우리의 초라하고 부끄러운 모습이 드러나야 고치고 배울 텐데 말입니다.

예수님께서 바리새인들을 향해 ‘위선자’라고 부르신 이유는, 그들이 늘 하나님 앞에 기도하지만, 부끄러움을 들키지 않으려 했기 때문이지요. 그들은 오히려 남들과 비교해 자신들의 나은 모습을 자랑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의 대표적인 기도의 언어는, “나는 세리와 죄인들과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이렇게 했습니다.”라는 자랑질이었습니다.

우리가 겸손하게 말씀 앞에 선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서지 않으면 우리가 참된 제자가 될 수 없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내가 왕 바리새인입니다]라는 책에서 허운석 선교사는 참 충격적인 이야기를 합니다. 말기 암으로 투병하던 때 어떤 신학교에서 설교했던 내용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가 타락했다고 합니다. 왜 그런지 아십니까? 한국의 어머니들이 너무 많이 기도했기 때문입니다. 신학생들이 무슨 말인지 어리둥절했습니다. 말기 암에 걸렸다더니 정신이 온전하지 않은가 보다 하고 생각하는 눈치였습니다. 과연 기도하는 어머니들이 무슨 잘못을 했다는 겁니까?

자기 욕심을 채우기 위해 기도한 죄입니다. 내 자식만 잘되게 해달라고, 내 가족만 무사안일하게 해달라고 기도한 죄입니다.

욕심과 탐심이 있는 자리에 사탄이 반드시 역사하는 법입니다. 탐심으로 기도할 대 사탄이 틈타, 말씀을 이용해 우리에게 더 강하게 하나님을 대적하라고 용기와 담력을 줍니다. 내 욕심을 성취하기 위해 기도하면 사탄도 거기에 기름을 붓습니다. 그래서 잘못된 확신을 심어 더 강력하게 하나님을 대적하게 만듭니다.

‘나는 주님을 대적하지 않는다’라고 생각하십니까? 만일 그렇다면 당신은 바리새인 중에 왕 바리새인입니다. 예수님을 무지막지하게 십자가에 못 박겠다고 혈기가 충천한 사람입니다. 그래서 나는 때때로 우리가 주님을 죽여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가슴을 치며 회개할 수 있으니까요.“

안드레가 제자로서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은 ‘듣는 모습’ 그리고 ‘순종하는 모습’ 아닐까요? 본문이 모든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지는 않지만 그려지는 모습이 있습니다.

37. 두 제자가 그의 말을 듣고 예수를 따르거늘

38. 예수께서 돌이켜 그 따르는 것을 보시고 물어 이르시되 무엇을 구하느냐 이르되 랍비여 어디 계시오니이까 하니 (랍비는 번역하면 선생이라)

39.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보라 그러므로 그들이 가서 계신 데를 보고 그 날 함께 거하니 때가 열 시쯤 되었더라

또한, 그가 따르는 예수님을 만나고 나니, 그분을 전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고, 그의 형제였던 베드로에게 바로 그분을 소개합니다. 중요한 것은 그의 말을 듣고 형제 시몬이 예수님을 보기 위해 따라왔다는 것이죠. 본문 41절을 보세요.

“그가 먼저 자기의 형제 시몬을 찾아 말하되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 하고 (메시야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

우리가 흔히 ‘관계전도’라는 말을 하는데, 복음을 전하기 위해 평소에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만일 형제이지만, 안드레에 대한 신뢰가 없었다면 베드로가 그렇게 쉽게 따라올 수 있었을까요?

요즘 한국교회를 보면, 복음의 가장 큰 장애물이 교회 다니는 교인들이라고 합니다. 또한, 교회의 지도자들 때문에 복음을 떠나는 사람이 많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안드레가 주는 시사점이 많다는 생각을 합니다.

지난주에 어떤 분을 만났습니다. 사업에 성공한 사람이죠. 오랜 기간의 만남으로 교회로 삶을 인도하려고 하는데 잘 안 됩니다. 그분의 마음속에는 교회를 다니는 사람들에 대한 분노가 참 많습니다. 다행스러운 것은 목사인 저에 대한 마음이 좋기는 한데, 받은 상처가 마음 문을 굳게 닫아 놓았습니다.

무엇보다 가장 가까이에 함께 사는 사람에 대한 반감이 있습니다. 어쩌면 그렇게 교회에서는 천사 같은 아내가 자신에게 그렇게 대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심지어 아내를 향해 ‘잔인하다’라는 말로 표현할 정도이니 말입니다.

누군가의 마음을 열어줄 수 있는 사람은 삶을 통해 신용을 얻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압니다. 그 사람의 이야기라면 믿을 수 있다는 마음을 심어줄 수 있다면 인생을 제대로 산 사람이 아닐까요?

안드레는 성경에서 별로 드러나지 않는 사람입니다.

그런데 그가 위대한 것은 그가 데리고 나온 사람들 때문이 아닐까요? 그가 반석이 되기보다는 ‘반석’이 될 사람을 주님께 데려왔다는 사실 말입니다.

초대교회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을 하나 들라면, 베드로가 아닐까요? 예루살렘 성령강림 사건이 있고 난 뒤 베드로가 설교할 때, 한 번에 오천 명 혹은 삼천 명씩 회개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안드레 자신의 설교로 그런 역사가 일어나지 않았지만, 그런 설교자로 쓰임 받을 사람을 주님께로 인도한 사람이 바로 안드레였습니다.

가장 위대한 부흥사로 꼽히는 D. L 무디 목사님이 한 작은 교회 교회학교 교사에게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놀랍지 않습니까? 보스턴의 구둣가게 수선공으로 있던 어린 무디에게 에드워드 킴볼 선생님은 장차 위대한 전도자가 될 비전을 보았던 것이죠.

아프리카의 성자로 알려진 리빙스턴은 참으로 위대한 일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에게 세례를 베풀었던 목회자는 자신의 목회에서 20년 동안 단 한 사람밖에 세례를 베풀지 못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 한 아이가 리빙스턴이었던 것이죠.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도 위대하지만 위대한 일을 하는 사람을 만들어 내는 사람은 더 위대하지 않습니까? 그러다 보니 ‘위대함’이란 우리가 판단할 수 있는 가치와 다르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의 삶을 보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그 자리를 잘 지키는 사람들이 하나님께 위대한 사람들이라는 마음이 듭니다. 그리고 그렇게 잊힐 수 있는 마음을 가진 사람들만이 끝까지 달려갈 길을 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주에 ‘무궁화호’가 탈선해 기관사가 죽고 여러 명이 다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사고의 원인은 선로 변경구간에서 규정 속도 35km를 지켜야 하는데 4배나 빠른 127km로 달리다가 탈선한 것입니다.

“자신이 가야 하는 길을 묵묵히 간다!”

당연한 일이지만, 참 착한 사람입니다. 하나님이 쓰시는 사람입니다.

어쩌면 자신의 길을 묵묵히 가기 위해 가장 치열하게 자신과 싸우는 사람입니다.

그의 착함이 오늘 우리에게 많은 도전을 줍니다.

그의 순전함과 단순함이 도전이 됩니다.

안드레는 주님의 말씀을 들은 후에 누군가를 찾아갑니다. 사실 우리 주변에는 복음을 듣는 자도 있고, 복음을 행하는 자도 있습니다. 복음을 듣는 것도 복된 일이지만, 진정한 복된 사건은 누군가의 행함을 통해 일어나는 일입니다.

그의 순전함이 열정을 일으킨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가 보고 들은 메시야에 대한 확신이 그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람을 찾아가게 한 것은 아닐까요?

저는 요즘 목회하면서 누군가에게 좋은 것을 소개해 주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것을 생각합니다. 그것을 소개하는 수고도 필요하지만, 내가 소개한 일로 나의 자리를 위협할지도 모를 일이기 때문이죠. 누군가에게 좋은 것을 소개한다!

결국, 안드레는 첫 번째 예수님의 제자가 됐지만, 그가 소개한 형제 베드로에게 첫 번째 자리를 빼앗긴 사람이 되었습니다. 안드레의 귀함은 자신의 위치에서 ‘빼앗김’을 느낀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을 ‘세워줌’에 감사를 느낀 것이죠.

그렇게 안드레는 ‘bridge’의 역할을 참 잘 감당한 사람이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요한복음 6장에 나오는 오병이어의 사건이 있습니다.

광야에서 말씀을 전하시다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린 백성을 보고 제자들이 어찌할 바를 몰라 당황할 때, 예수님은 빌립에게 말씀하였습니다.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냐고. 그러자 빌립은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할 것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때 안드레는 말만 하지 않고 이렇게 행동합니다. 요한복음 6장 8~9절입니다.

"제자 중 하나 곧 시몬 베드로의 형제 안드레가 예수께 여짜오되 여기 한 아이가 있어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졌나이다. 그러나 그것이 이 많은 사람에게 얼마나 되겠사옵나이까?"

오병이어의 기적은 안드레가 찾아온 어린아이의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에서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의 역사는 우리가 추구하는 위대한 일과 우리가 엄두 내지 못하는 거대한 일에 대한 근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위대한 역사를 만들어 냅니다.

‘위대함’이란 크고 작고의 문제가 아니라,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아닐까요?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할 때, 흔히 ‘자격’ 혹은 ‘준비’라는 말을 종종합니다. 하지만 하나님의 일은 그것이 다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의 순전함과 단순함은 늘 ‘열린 문’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만들어 내는 가교 역할을 했습니다.

존 오트버그의 [선택 훈련]이란 책이 있습니다. 아주 의미 있게 읽었는데, 조금 소개해 보려고 합니다.

하나님은 “네 앞에 완성된 대본을 놓았다”가 아니라 “네 앞에 열린 문을 놓았다”라고 말씀하신다. 열린 문은 시작이요 기회일 뿐 결과의 보장이 아니다. 열린 문은 결말을 미리 보여 주지 않는다. 열린 문으로 들어가려면 오직 믿음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준비 되었다”라는 말은 스스로를 과대평가해서 나온 말일 뿐이다. 하나님은 준비된 자가 아니라 오직 순종하는 자를 원하신다.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약속의 땅으로 데려가실 때 먼저 그들이 요단강에 한 발을 내딛게 하신 뒤에야 비로소 강을 둘로 가르셨다. 만약 그들이 증거를 기다렸다면 평생 강둑에 서 있었을 것이다. 하나님의 명령에 순종할 때 믿음이 자라난다.

존 오트버그의 말이 꼭 안드레를 생각나게 합니다. 그가 베드로를 데리고 주님께 나아갔을 때, 그리고 어린아이의 오병이어를 주님께 가져왔을 때, 요단강이 갈라졌습니다. 그의 준비된 인생이 아니라, 그의 마음을 움직이며 강력하게 주신 음성에 순종하므로 일어난 일들이 아닐까요?

안드레에 대한 말씀을 살펴보면서, 그가 참 단순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처음 주님을 따라갔을 때도, 광야에서 어린 소년이 가지고 있던 오병이어를 가지고 주님께 나아갔을 때도, 자신의 삶에 확신이 있었을까?

사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이유 중의 하나는 우리의 선택이 옳은지에 대한 불명확성입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인생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선택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꼭 이 길로 가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하여 사실은 우리가 모르는 수많은 길이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꼭 이 여자와 결혼해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대하여 이 세상에는 아직 알지 못하는 많은 여자가 존재한다는 것입니다.

“꼭 사역자가 되어야 하나요?”라는 물음에 대하여, 이 세상에는 꼭 성직자가 아니어도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는 수없이 많은 직업이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하나님의 일을 하는데 가장 큰 장애 요인이 ‘완벽주의’가 되려는 성향은 아닐까요? 사실 하나님은 우리가 완벽하여서 부르신 것이 아니라, 점점 온전해지도록 부르셨다는 사실입니다.

안드레를 통해 우리가 본받아야 하는 것은, 자기 생각으로 하나님의 계획을 설명하기보다는 자기 삶의 선택을 통해 하나님이 하시는 일을 경험하는 사람이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우리가 ‘단순’할 수 있다는 것이 참 큰 축복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완벽주의자가 되려는 순간 우리는 도덕적 강박관념에 묶이게 됩니다. 만일 우리가 믿는 하나님을 ‘완벽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단지, “하나님은 완벽하십니다!” 우리의 삶을 바꾸시는 분이십니다.

참 흥미로운 이야기입니다.

딱정벌레를 만들 방법이 딱 하나밖에 없다면 왜 하나님은 30만 종이 넘는 딱정벌레를 만들어 놓으셨는지? 사람을 만드는 딱 하나의 옳은 방법만이 존재한다면 왜 하나님은 수십억의 인간을 창조하셨는지, 그렇다면 정상적인 사람이 단 ‘한 명’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때로는 단순함 가운데서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우리에게 주시는 감동을 통하여 하나님은 특별한 일을 행하십니다.

안드레에게 임했던 감동이 위대한 사도 베드로를 가능하게 했고, 안드레가 광야에서 했던 선택이 오병이어로 오천 명을 먹이고도 남는 기적을 가능하게 했습니다.

안드레처럼 모든 사람에게는 ‘열린 문’이 존재합니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그 열린 문 앞에서 무엇을 하느냐는 것이죠. 오늘 본문에서 예수님은 안드레에게 문을 활짝 열어주셨습니다. 본문 39절이 이렇게 시작하고 있습니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와서 보라”

‘와서 보라’는 의미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라고 하십니다. 와서 보라는 것입니다. 오지 않고 볼 방법이 없습니다. 보는 것은 예수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안드레를 위한 말씀입니다. 그가 주님을 따라 옴으로 기회의 문이 열린 것이죠.

사실 ‘오라’는 말씀은 결코 쉬운 명령이 아닙니다. 우리는 ‘오지 않고’ 주님을 믿는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로지 ‘관념적’이죠. 그런데 믿음으로 온다는 것은 다른 차원의 문제입니다.

많은 사람이 믿음을 고백합니다. 마치 애굽에 있었던 이스라엘 백성이 고통의 땅에서 하나님께 부르짖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그 땅에서 그들은 놀라운 기적을 보았습니다.

하나님께서 당신의 백성을 구원하시기 위해 열 가지 재앙을 내리고, 애굽의 왕 바로가 손을 들을 수밖에 없었던 기적이죠.

그런데 이제 그들이 부르심의 현장으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홍해를 갈랐고, 광야의 길을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그들은 깨닫게 됩니다. 부르심에 대답하고 따른다는 것이 절대쉽지 않다는 것을 말입니다. 아마도 그들은 애굽에서 하나님을 ‘믿는다’라고 신실하게 고백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 신실한 믿음이 광야에서도 고백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안드레가 주님을 따라갔을 때, 그는 생업을 포기하고 갔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님을 따라가기 위해 자신의 삶에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리고 그가 보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메시야’라는 것을 말입니다.

우리에게 돈이 있을 때 얼마든지 돈 걱정하지 않고 주님을 믿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막상 돈이 없을 때 우리의 믿음이 진실인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 아무 문제가 없을 때, 우리는 얼마든지 신실하고 넉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생기면 우리의 믿음이 어떠했는지 드러나게 될 것입니다.

제자, 주님을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

우리가 계속해서 예수님의 제자들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자’들은 주님을 만난 사람들이라고 말입니다. 주님을 만나지 않고 제자가 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그리고 이 제자들이 끝까지 제자로서 남아 있을 수 있었던 이유와 그들의 삶이 순교로 열매를 맺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예수님을 ‘메시야’로 고백했기 때문입니다.

안드레의 이야기는 바로 그가 만난 주님에 대한 고백에서 시작됩니다. 오늘 본문 41절을 보세요.

“그가 먼저 자기의 형제 시몬을 찾아 말하되 우리가 메시야를 만났다 하고 (메시야는 번역하면 그리스도라)”

그가 만난 사람이 메시야가 아니었다면 형제 시몬을 찾아갈 이유가 없었을 것입니다.

우리의 삶에서 메시야를 만난다는 것은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하는 일입니다.

요한복음의 계속된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한복음 3장에는 예수님을 만난 니고데모의 이야기, 그리고 요한복음 4장에는 수가성 우물가 여인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인생의 고민 가운데, 부끄러운 과거를 가지고 사람들을 피해 물을 길러 왔던 한 여인이 예수님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28~29절을 보세요.

“여자가 물동이를 버려두고 동네로 들어가서 사람들에게 이르되 내의 행한 모든 일을 내게 말한 사람을 와서 보라. 이는 그리스도가 아니냐 하니”

나의 삶을 바꿔 놓으신 그분이 누군가의 인생도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우리의 가슴을 뛰게 합니다. 가슴이 뛰는 인생은 무언가를 향해 달려가지 않고는 견딜 수 없는 인생이 되는 것이죠.

유세비우스의 교회사에 보면 안드레는 러시아, 그리스, 소아시아, 터기 등지에서 선교하다 그리스 아케아의 페트라스에서 A. D. 69년 11월 30일에 ‘X'형 십자가에 달려 순교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의 마지막 말은 “아멘, 주 예수여 영광을 홀로 받으시옵소서”였다고 합니다.

화가 머릴로는 [성 안드레의 순교]라는 그림에서 안드레의 십자가 앞에 한 소년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삽입하여 그렸습니다. 아마도 오병이어의 이적 때 자신의 도시락을 바친 소년이었을 것입니다. 자기 도시락을 바친 그 일로 인해 그 소년은 예수님의 기적을 목격하게 되었고, 안드레와 같은 성도의 삶을 살았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안드레는 스코틀랜드의 성인으로 추앙을 받습니다. 그 나라 국기에는 파란 바탕에 하얀 X형 안드레의 십자가가 그려져 있습니다. 유명한 사도행전에는 성령이 임할 때 120명의 문도 중에 안드레가 있었다는 기록 말고는 다른 사건들이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런데 260년경에 기록된 안드레의 이야기를 담은 ‘안드레 행전’에는 그의 삶이 아주 자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의 사역은 주로 에베소를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러시아 남부인 스키니아라는 지역에 가서 복음을 전하다가 돌에 맞아 죽을 뻔한 위기도, 그리고 러시아에서 희랍으로 돌아와 페투테라는 곳에 머물게 되었는데, 그 지역의 주지사였던 에게테스라는 사람의 동생과 부인에게 복음을 전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것을 탐탁지 않게 여겼던 주지사에 의해 안드레는 처형을 당하게 됩니다.

그의 사역은 주님을 만난 후 복음을 전하기 시작했고, 결국은 복음을 전하다가 인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그가 순교하면서 남긴 기도문입니다.

"오 그리스도 예수님이여, 나를 받아 주소서. 내가 본 그 분, 내가 사랑한 그 분, 그 분 안에서 나는 내가 되었나이다. 주님이시여, 당신의 영원한 나라의 평안 가운데 이제 나의 영혼을 받아 주옵소서."

우리 주변에는 ‘결정’을 참 힘들어하는 사람들을 봅니다. 안드레가 보여준 삶의 단순성과는 정반대되는 사람들이죠.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결정을 힘들어하는 사람들은 결정의 결과에 대하여 두려워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의 삶에는 정말 스스로 모르는 것이 많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기도하고 하나님의 뜻대로 살려고 노력하지만 완전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우리의 인생은 옳은 결정을 위해 허비하는 시간보다, 자신이 내린 결정을 실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존 오트버그는 이렇게 표현을 했습니다.

평범한 태도로 최상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보다 최상의 태도로 평범한 문에 들어가는 게 더 낫다. 어떤 문으로 들어가느냐 하는 것보다 어떤 태도로 문에 들어가느냐 하는 게 더 중요하다.

성경에는 예수님께 나왔던 많은 사람이 있었습니다. 아마도 그들은 주님을 따르는 것이 자신의 삶에서 최선의 선택인지 때문에 고민했을 것입니다. 그리고 주님을 따르는 것으로 인해 치러야 하는 희생도 생각했을 것입니다.

결국, 성경은 완벽한 사람들의 완벽한 선택의 이야기가 아니라, 부족한 사람들이 끝까지 주님을 따르려고 했던 치열한 삶의 이야기로 가득합니다. 끝까지 진리의 길을 가기 위해 몸부림치며 산 사람들의 이야기 말입니다.

예수님의 12명의 제자가 그랬습니다. 그들이 가진 능력이 아니라 화려한 스펙이 아니라, 부르심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다 끝까지 가야 할 길을 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말입니다.

안드레 역시 참 보잘것없는, 아니 화려한 경력이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단지 그의 삶에서 최선을 다한 흔적이 있을 뿐.

그의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