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빌립 - 부족한 사람 그래도…

[요한복음 1장 43-46절]

43. 이튿날 예수께서 갈릴리로 나가려 하시다가 빌립을 만나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44.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한 동네 벳새다 사람이라

45.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

46. 나다나엘이 이르되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빌립이 이르되 와서 보라 하니라

[요한복음 6장 5-7절]

5. 예수께서 눈을 들어 큰 무리가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빌립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 하시니

6. 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지를 아시고 빌립을 시험하고자 하심이라

7. 빌립이 대답하되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

예수님의 제자 중에 누구도 완전한 사람이 없고, 그들의 삶의 업적을 가지고 자랑할 만한 사람도 없습니다. 하지만 끝까지 주님 편에 서 있었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축복을 받을 자격이 있는 것은 아닐까요?

어떤 목사가 죽어서 심판대 앞에서 심문을 받는 꿈을 꾸었다. 심판자가 물었다. "그대는 항상 선했는가?" 목사는 고개를 들지 못한 채 대답했다. "아닙니다." 심판자가 다시 물었다. "그러면 그대는 항상 의로웠는가?" 목사는 한숨을 내 쉬며 대답했다. "아닙니다." 심판자는 다시 물었다. "그대는 항상 깨끗했는가?" 목사는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닙니다." 목사는 불안했다. 자신의 모습이 너무나 초라했다. 곧 큰 형벌이 내릴 것으로 생각하며 고개를 푹 숙이고 있었다. 그때 밝은 빛이 환하게 비추며 주 예수 그리스도의 얼굴이 보였다. 예수님은 불안에 떨고 있는 목사를 껴안고 보좌를 향해 바라보면서 말했다. "아버지, 이 사람은 항상 선하지 못하고 항상 의롭지 못했고 항상 깨끗하지 못했으나 세상에서 저의 편에 서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에서는 제가 이 사람의 편에 서겠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우리가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의롭다’는 것은 완전함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무엇을 위해 끝까지 노력했느냐에 있다는 것을.

오늘 말씀의 주인공 빌립을 보면서 ‘신중함’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것을 발견하게 됩니다. 하지만 빌립을 끝까지 붙들어 주시고 제자의 길을 가게 하신 주님의 성품이 그를 참된 제자로 만든 것은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빌립의 고향은 벳새다입니다. 두 가지 추론이 가능한데, 벳새다가 고기잡이가 주산업인 지역이었고 그가 어부였을 것이라는 것, 다른 하나는 ‘빌립’이 헬라어 이름인 것으로 보아 그의 아버지가 헬라 유대인이었을 것입니다.

아마도 빌립이 분석적이고 계산적이었던 모습을 자주 보이는 것은 당시 주변 정세에 밝았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상당히 교육을 받은 사람이었을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주님의 찾아오심!

요한복음에 나타난 첫 번째 빌립에 대한 기록을 살펴보겠습니다. 요한복음 1장에는 예수님께서 제자를 만나시고 택하시는 장면이 비교적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세례요한은 제자 둘과 함께 있었는데, 예수님을 보고 이렇게 말합니다.

“예수께서 거니심을 보고 말하되 보라 하나님의 어린 양이로다”(요 1:36)

이때 두 제자가 예수님을 따르게 되었는데 그중의 하나가 ‘안드레’입니다. 그가 주님을 만나고 난 후에 메시아임을 확신하게 되었고 형제 시몬에게 복음을 전합니다. 안드레의 형제였던 시몬은 주님을 만나 ‘게바’라는 이름을 얻게 되지요.

바로 그 지역을 지나가실 때 예수님이 만난 사람이 ‘빌립’입니다. 오늘 첫 번째 본문이 바로 그 장면입니다.

43. 이튿날 예수께서 갈릴리로 나가려 하시다가 빌립을 만나 이르시되 나를 따르라 하시니

44. 빌립은 안드레와 베드로와 한 동네 벳새다 사람이라

45.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

46. 나다나엘이 이르되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빌립이 이르되 와서 보라 하니라

말씀을 묵상하는 중 “예수께서 갈릴리로 나가려 하시다가”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영어 성경에 보면 ‘decide’라는 동사를 쓰는데, 예수님께서 갈릴리로 가려고 결심하시고, 그곳에서 빌립을 만나 ‘나를 따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과의 만남을 생각나게 합니다. 이번에는 유다를 떠나 갈릴리로 가시는 여정이었는데, 4장 4절에 보니까, “사마리아를 통과하여야 하겠는지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여기에서도 영어 동사 ‘had to go’를 쓰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의지가 드러납니다.

예수님께서 누군가를 만나는 사건에 대하여 우리는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분명히 주님의 계획 가운데 만남의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분명한 것은 우리의 삶 속에 찾아오신 주님을 만날 때, 우리의 인생이 바뀐다는 것입니다.

사마리아 우물가의 여인이 이고 왔던 항아리를 놓고 자신의 동네에 들어가 ‘메시야’를 만났다고 증거 했던 것처럼, 빌립 역시 자신의 친구였던 나다나엘(바돌로매)에게 찾아가 복음을 전합니다.

45절을 주목해 보세요.

“빌립이 나다나엘을 찾아 이르되 모세가 율법에 기록하였고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

빌립에게는 충분한 지식이 있었습니다. ‘모세의 율법’이죠. 하지만 모세의 율법에서 아무리 메시아를 예언하고 있어도 자신이 만나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죠. 그런데 빌립이 지식적으로 알던 예수님을 만난 것입니다. ‘나사렛 예수’가 그분이라는 것을 확신하게 된 것입니다.

“여러 선지자가 기록한 그이를 우리가 만났으니 요셉의 아들 나사렛 예수니라”(45절)

상당히 감격스러운 장면입니다. 그런데 나다나엘의 반응이 시큰둥합니다.

“나다나엘이 이르되 나사렛에서 무슨 선한 것이 날 수 있느냐 빌립이 이르되 와서 보라 하니라”(46절)

아주 중요한 것은 빌립이 나다나엘과 이 점에 대하여 논쟁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논쟁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와 보라’

예수님과 제자들의 관계가 ‘설명’이 아닌 ‘만남’에서 이루어졌다는 것이죠.

주님을 만나야 주님의 인격을 배우고, 주님을 따르는 삶을 살게 됩니다.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교회는 복음을 설명해 주는 곳이 아니라, 복음을 보여주는 곳이다!”라고 말입니다.

로마서 5장 8절의 말씀이 아주 강력합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해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느니라”

무엇이 그리스도의 사랑을 확증할 수 있습니까?

복음서에 나오는 제자들과 사도행전에 나오는 사도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들입니다. 주님을 따라다니면서 알던 제자들이 주님의 사랑을 성령을 통해 확증하면서 능력을 가지게 됩니다.

윌로우크릭 교회의 빌 하이벨스 목사는 성경적인 교회의 기초로서 5G를 정립하였습니다.

즉 Grace, Gross, Group, Gift, Giving입이다.

그는 이 다섯 가지에 사역의 영역을 각각 20%씩 균형 있게 투입하면서 자신은 균형 잡힌 목회를 하고 있다고 자부하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의 교회는 힘을 잃고 있었습니다.

그는 이런 고백을 합니다. “신앙생활을 하는데 필요한 것이 Grace인데, 거기에 목회의 20%만 할애하니 아무것도 안 되었다.”

그래서 “사역의 60%를 Grace(은혜)에 할애하기 시작하였고, 교회는 다시 활력을 얻고 부흥하게 되었다”고 고백하였습니다.

어찌 보면 교회란 균형을 잡는 것이 아니라,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지식이 아닌, 하나님을 만나는 경험에서 시작하는 것이 신앙입니다.

그래서 빌 하이벨스 목사는 자신의 책상 위에 이런 구절을 써 놓았다고 합니다.

“매끄러운 이론보다는 정리되지 않은 진실이 사람을 살린다.”

전도할 때 매끄러운 이론보다는 와보라(come and see)라는 자세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빌립이 예수님을 믿게 된 것이 ‘따라 오라’는 말씀에 순종하였고, 나다나엘에게 주님을 증거 할 때 ‘와 보라’는 말로 권면하였듯이 말입니다.

우리 신앙의 문제는 우리를 찾아오신 주님을 우리가 어떻게 만나느냐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

오늘의 두 번째 본문인 요한복음 6장은 유명한 ‘오병이어’의 기적이 나옵니다. 성서학자들의 견해에 의하면 이 기적은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빌립을 교육하려는 의도와 ‘생명의 떡’에 대한 교훈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여기에서는 빌립의 교육에 초점을 맞추도록 하겠습니다. 본문 5~6절을 보겠습니다.

5. 예수께서 눈을 들어 큰 무리가 자기에게로 오는 것을 보시고 빌립에게 이르시되 우리가 어디서 떡을 사서 이 사람들을 먹이겠느냐 하시니

6. 이렇게 말씀하심은 친히 어떻게 하실지를 아시고 빌립을 시험하고자 하심이라

전반부에서 언급한 것처럼 빌립은 잘 교육받은 사람이었기에, 조금은 신중하기도 하고 계산적이기도 합니다. 세상에서는 이런 사람들이 똑똑하다는 소리를 듣지만, 하늘나라에서는 오히려 ‘부족한 사람’인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자신의 계산이라는 한계 속에 자신을 가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계산으로 인해 하나님께서 개입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의 시험에 대하여 빌립이 이렇게 대답합니다.

“빌립이 대답하되 각 사람으로 조금씩 받게 할지라도 이백 데나리온의 떡이 부족하리이다”(7절)

흥미로운 것은 예수님께서 ‘친히 어떻게 하실지를 아시고’ 빌립에게 물으셨다는 것입니다.

영어 성경에는 예수께서 말씀하신 것은 ‘only to test him’이라고 되어 있습니다.

빌립에게 있었던 합리적인 계산은 이 큰 무리를 먹이려면 ‘이백 데나리온’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영어 성경에는 좀 더 알기 쉽게 ‘eight months wages’로도 충분하지 않다고 표현하고 있습니다.

이 부분을 통해 우리가 배워야 하는 것이 무엇일까요?

흔히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두 가지 종류의 오류를 범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베드로처럼 아무 생각 없이 자신의 감정으로 일을 저질로 놓고 보는 사람이죠. 이런 유형의 사람은 성급하고 감정적입니다. 얼핏 보기에는 믿음이 있어 보이지만, 자신에게 충실한 충동적 행동일 때가 있습니다.

다른 하나의 유형이 바로 빌립과 같은 신중함인데, 생각을 많이 하지만 자기 생각에 함몰되어 행동하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둘 다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 ‘하나님’을 생각하지 않는 것은 아닐까요?

사실은 교회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요인이 ‘신중함과 담대함’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아닌가요?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신중함’은 문제를 보게 하지만 해결책을 보지 못합니다.

‘담대함’은 문제를 문제로서 보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는 의지는 있으나, 하나님의 길이 맞는지를 종종 진지하게 묻지 않으므로 실수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빌립의 경우를 보세요.

예수님의 물음을 듣고 ‘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으로 보아,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돈’이었습니다. 돈이 없으니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죠.

그런데 예수님은 돈의 문제가 아니라 ‘믿음’의 문제로 보았던 것이죠. 이 많은 사람을 먹일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믿음이 없다는 것이 주님의 지적이고 가르치고 싶으셨던 것이죠.

왜냐하면, 예수님은 이미 어찌해야 할 것을 알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빌립은 걱정은 했지만, 믿음으로 행한 것이 없고, 주님께도 묻지 않았습니다. 오로지 자신이 신중했을 뿐입니다.

그래서 예수님께서 빌립에게 가르치고 싶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잘 아는 빌립보서 4장 13절의 말씀이 있습니다.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계시는 분의 능력으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엇일까요?

우리가 늘 잊고 사는 것이 있습니다.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다는 것이죠. 우리의 자격으로가 아니라, 자녀 된 우리이기에 함께 계시는 주님 말입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빌립이 무엇을 배웠을까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은 평범한 인생입니다. 하지만 주님께서 우리 안에 계셔서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사람은 ‘믿음의 사람’입니다.

빌립은 다른 제자들보다 많이 배운 사람이었고, 집안 환경도 좋았고, 머리도 좋았던 사람입니다. 어쩌면 자신이 가진 것 때문에 주님을 의지하는 것이 더욱 힘들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지식이 깨어지는 경험을 했습니다. 자신의 능력 넘어서 일하시는 주님을 보았습니다. 그는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하나님이 쓰시기에 충분한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습니다.

이런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아이가 자기 집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에 사는 친구의 생일잔치에 초청을 받았다. 집을 나서려는 데 심한 눈보라가 몰아쳐 모든 길이 걸어 다닐 수 없을 정도가 되었다. 이런 날 나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판단을 내린 아버지는 아이가 나가는 것을 말렸다. 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아버지에게 졸라댔다. “아빠, 다른 아이들은 다 올 거예요. 다른 아빠들은 자기 아이들을 다 보내잖아요.” 하도 아들이 졸라대니 아버지가 허락했다. “그럼 좋다. 너도 가거라.” 아이는 너무 좋아서 옷을 잔뜩 끼어 입고 눈보라 속으로 뛰어들었다. 몰아치는 눈 때문에 한 발자국 앞도 잘 보이지 않았지만, 아이는 드디어 친구 집에 도착했고 그 집 초인종을 물렀다. 그런데 눈보라 속에서 아이를 쳐다보는 한 사람이 있었다. 아들이 안전하게 도착할 때까지 눈보라를 헤치며 자기 아들의 뒤를 따라왔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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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우리의 등 뒤에서 쳐다보는 눈길이 있습니다.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나의 인생길에서 지치고 곤하여 매일처럼 주저앉고 싶을 때 나를 밀어 주시네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평안히 길을 갈 때 보이지 않아도 지치고 곤하여 넘어질 때면 다가와 손 내미시네 나의 등 뒤에서 나를 도우시는 주 때때로 뒤돌아보면 여전히 계신 주 잔잔한 미소로 바라보시며 나를 재촉 하시네 일어나 걸어라 내가 새 힘을 주리니 일어나 너 걸어라 내 너를 도우리- 찬양가사 중에서 -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것이 무엇인가요?

우리는 흔히 내가 가진 능력을 보면서 할 수 있다든지 혹은 할 수 없다고 판단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아주 작고 보잘것없는 것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 주십니다.

아주 작은 어린아이가 가지고 있었던 물고기 두 마리와 보리떡 다섯 개를 가지고 기적을 행하시는 분, 아주 작은 것을 가지고 큰일을 행하시는 분, 그분이 바로 하나님 아버지라는 것을 말입니다. 빌립은 이번 일을 통해 자기 삶에 하나님 아버지를 넣는 것을 배우게 됩니다.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

빌립은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주님과의 만남을 통해,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을 통해 변해 갑니다. 과학적 지식은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고 합니다. 빌립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신앙적 지식에 거하게 됩니다. ‘믿는 것이 보는 것이다!’

그는 믿음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보게 됩니다. 그리고 믿음으로 살아가다가 순교합니다.

1세기의 여러 문서를 살펴보면, 빌립은 소아시아 지역의 선교사역을 감당했으며 특히 히에라폴리스를 중심으로 사역했다고 합니다. 또한, 갈라디아 사람들이 프랑스의 ‘고올’(Gaul)이라는 지역으로 이주하게 되는데, 그곳까지 선교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그가 다시 소아시아의 히에라폴리스로 돌아왔을 때는 기독교를 박해하는 세력이 증가하여, 사람들 앞에 붙잡혀 몰매를 맞고 십자가를 지면서 순교했다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후에 그의 유해가 로마로 옮기게 되었고, 그곳에 빌립 기념교회가 세워지게 됩니다.

의심 많은 도마가 그랬듯이, 부족했던 그의 삶 때문에 어쩌면 더 진지하게 남겨진 인생을 살게 되었는지 모릅니다. 그는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주님이 일하시는 방법을 깨닫고 순종하는 삶을 살게 됩니다.

사도행전 8장에 보면 빌립이 에티오피아의 여왕 간다게의 국고를 맡은 관리인 내시에게 복음을 전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여기에 나오는 빌립이 예수님의 제자 빌립인지, 아니면 사도행전 6장에서 사도들이 세운 일곱 집사 중의 하나인 빌립인지는 성서학자들의 견해가 엇갈립니다.

사도행전 8장 1절에 보면, “그 날에 예루살렘에 있는 교회에 큰 박해가 있어 사도 외에는 다 유대와 사마리아 모든 땅으로 흩어지니라”라고 되어 있습니다.

이 말씀만 보면 사도행전 8장에 나오는 빌립이 일곱 집사 중의 하나일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일곱 집사의 사역이 사도들과 구분되어 구제하는 일에 집중하도록 했던 것을 보면 빌립의 사역은 사도들이 사역이었을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하나의 반론은 일곱 집사 중의 하나였던 최초의 순교자 스데반은 ‘은혜와 권능이 충만하여’ (행 6:8) 큰 기사와 표적을 민간에 행하고, 돌에 맞아 순교할 때, 그리스도의 복음을 담대하게 전했던 것으로 보면 그 경계가 모호해지기도 합니다.

논란의 여지가 있어서 사도행전 8장의 빌립이 일곱 집사 중 하나인지, 아니면 사도 중의 하나였던 빌립인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잠깐 살펴보려고 합니다.

8장 26절과 “주의 사자가 빌립에게 말하여 이르되”, 8장 29절, “성령이 빌립더러 이르시되”, 8장 39절에는 “주의 영이 빌립을 이끌어간지라”라고 말씀합니다.

주의 사자가 빌립에게 말하여 이른 곳은 ‘광야’였습니다. 성령이 빌립더러 수레로 가까이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하십니다. 주의 영이 이제는 세례를 베풀고 갈 길을 가게 합니다.

저는 말씀을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빌립이 이 말씀을 듣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겠는가? 당시 예루살렘에 있었던 박해로 인해 스데반이 돌에 맞아 죽은 후, 제자들이 흩어진 상황에서 인도함을 받은 곳이 ‘광야’라니. 거기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이성적으로 계산이 되지 않는 장소입니다.

성령이 빌립더러 수레로 가까이 가서 복음을 전하라고 하시는데, 에티오피아 여왕의 국고를 맡은 막강한 권력자에게 다가간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그런데 그곳에서 하나님께서 이미 행하기로 한 일을 빌립을 통해 하셨던 것이죠.

이제는 빌립을 시험하기 위함이 아니라, 그의 믿음으로 하나님의 역사를 보게 하시려고 말입니다.

우리가 주님의 행하시는 능한 일을 보는 때는 성령님에 이끌리어 나갈 때입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내가 할 수 있는 능력으로 행하는 일들에 어떻게 하나님의 손길이 나타나겠습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어떻게 하나님을 기대하는 일들이 있겠습니까?

사실은 우리가 부족하다고 생각할 때, 하나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우리가 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힐 때, 가장 간절하게 하나님을 찾게 됩니다. 빌립이 광야로 이끌림을 받아 간 것이 그의 계획이 아니었기 때문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하지 않았을까요?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을 때, 우리가 가장 명확하게 경험하는 것이 하나님의 ‘일하심’입니다.

내 삶에 주님이 계실 때, 우리의 삶이 변화되죠. 우리 삶이 우리의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좌절감이 아니라, 하나님께서 행하시는 인생 가운데 일어나는 역사를 보게 되죠.

빌리 그레이엄(Billy Graham) 목사님의 학생 시절 이야기입니다. 그가 신학을 배우며 많은 자유주의적 학문을 접하다 보니 성경에 대하여 비판하는 여러 가지 소리를 듣게 되었답니다. 그때부터 그는 자신의 신앙이 흔들리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고, 도저히 설교할 수 없게끔 되었답니다.

그가 고민 가운데 성경을 가지고 시카고의 휘튼 대학 숲 속을 거닐면서 이런 기도를 하게 되었답니다.

“하나님, 제가 여러 가지 많은 학문을 접하다 보니까 제 마음속에 성경에 대한 많은 의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설교를 할 의욕을 잃어버리기 시작했고 제 마음속에 많은 의심이 가득 차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좋습니까?”

그때 그는 조용한 달빛 아래서 하나님이 자기를 향해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다고 합니다.

“말씀을 신뢰하라. 그리고 이 말씀을 사실 그대로 선포하라.”

그는 이 말씀을 가슴에 안고 기도하면서 이렇게 결단하게 되었답니다.

“인간이 알면 얼마나 알 수가 있는가! 하나님의 진리보다 내 생각이 더 클 수가 있단 말인가! 그렇다면 오히려 나는 내가 성경을 해부하려고 해서는 안 되며, 성경의 거룩한 말씀 때문에 내 생각과 내 모든 논리까지도 사실은 심사를 받아야 하겠다. 이제 나는 이 하나님의 말씀을 읽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이며, 그리고 앞으로 나는 이 말씀을 읽는 그대로 선포할 것이다.”

그리고 유명한 빌리 그레이엄 목사님의 설교 스타일이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는 늘 “성경이 말하기를”이라고 설교했습니다. 자신의 논리와 철학이 아니라 주님이 주시는 말씀을, 하나님의 말씀을 선포하게 된 것입니다. 믿음으로 선포할 때 믿음의 역사가 나타납니다.

빌립은 뭔가 부족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주님에게 시험을 당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시험의 순간에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했습니다. 오병이어의 기적은 그가 경험했던 한계상황에서 하나님께서 행하신 기적이었고, 생명의 떡이 무엇인지에 대한 말씀을 듣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그는 부족한 사람이었지만, 주님의 부르심에 응답했을 때 제자의 길을 갈 수 있었던 사람입니다.

빌립은 초대교회가 박해로 인해 흩어졌을 때,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광야로 갔다가 하나님께서 준비하신 사람을 만났던 사람입니다.

성령의 인도하심을 따를 때, 우리의 부족함을 덮으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합니다.

제자는 하나님의 이끄심을 따라가는 사람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곳에서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경험한다는 사실입니다.

오늘 여러분에게 던지는 도전입니다.

초대교회에 일어났던 박해사건처럼 모든 것을 휘몰아치고, 인생을 흩어버리는 일들을 경험하고 계신가요?

우리는 부족하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를 때입니다.

혹시 주님께서 우리에게 ‘오천 명’이 넘는 사람을 먹이라고 말씀하시나요? 그런데 우리가 가진 것은 보리떡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에 불과한가요? 우리의 능력을 넘어서는 일이라면, 그런데 그것이 주님의 명령이라면, 이제 하나님께서 하실 일입니다.

그래서 우리의 부족함은 늘 하나님을 기대하게 합니다.

하나님을 기대하는 인생은 늘 소망이 넘치지 않겠습니까?

부족한 사람 ‘빌립’ 그가 주님의 제자로 살 수 있었던 것은 그의 부족함을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부족함이 하나님의 은혜를 경험하게 하는 통로가 된다는 것이 참 놀랍지 않으신가요? 그래서 오늘 여러분의 마음에, 그리고 삶에 찾아오는 기대는 무엇인가요? 우리가 부족하다는 것을 고백하십시오.

하지만 그 부족함으로 인해 우리를 채우시는 하나님의 은혜를 헤아려 보십시오.

한 주간을 살아가며, 아니 우리의 인생을 살아가며 ‘소망’이 있는 삶을 살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