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가나나인 시몬 - 열정을 바꾼 사람

[사도행전 1장 6-11절]

6. 그들이 모였을 때에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 하니

7. 이르시되 때와 시기는 하나님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

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9. 이 말씀을 마치시고 그들이 보는데 올려져 가시니 구름이 그를 가리어 보이지 않게 하더라

10. 올라가실 때에 제자들이 자세히 하늘을 쳐다보고 있는데 흰 옷 입은 두 사람이 그들 곁에 서서

11. 이르되 갈릴리 사람들아 어찌하여 서서 하늘을 쳐다보느냐 너희 가운데서 하늘로 올려지신 이 예수는 하늘로 가심을 본 그대로 오시리라 하였느니라

가나나인 사람 시몬, 그리고 셀롯당 시몬

오늘 우리가 살펴볼 예수님의 제자 중 하나인 ‘시몬’은 베드로와 이름이 같기 때문에 구별하여 ‘가나나인 시몬’ (마 10:4. 막 3:18)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가나나인’은 신약 당시 로마 제국의 치하에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한 무장 독립 단원을 가리킵니다. 또한, 누가복음 6장 15절이나 사도행전 1장 13절에 보면 ‘셀롯인’이라고 기록되어 있는 단서입니다. 셀롯(Zealot)이라는 말은 ‘열심당원’이라는 의미이니, 그에 대하여 알 수 있는 기록이란, 열심당원 시몬이라는 정도일 것입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 ‘시몬’이라 불리는 가나나인 사람을 보면서 생각난 것입니다. 그의 이름은 유다 다대오와 함께 아주 조금 성경에 언급될 뿐입니다. 성경을 통해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그가 ‘열심당원’으로 유대의 독립을 꿈꿨던 사람이었다는 것이죠. 얼마나 독립에 대한 열망이 강했으면 ‘열심당’이라고 불렀겠습니까? 그리고 예수님이 수많은 기적을 행하시고, 수많은 사람이 몰려왔을 때, 얼마나 많은 기대를 품었겠습니까?

몇 년 전 성지순례의 여정 가운데 유대의 ‘마사다’라는 곳에 들른 적이 있습니다. 로마와의 계속된 항쟁에서 A. D. 70년 예루살렘이 함락된 후 마지막 요새인 마사다에서 960명의 열심당원들이 남아 최후의 항전을 벌이다가 결국 자살함으로써 끝까지 로마에 무릎 꿇지 않았다고 합니다. 73년 여자 2명과 어린아이 5명이 숨어 있다 생존했다는 기록이 있을 뿐 모든 사람이 죽었습니다. 예루살렘이 멸망한 후 최강의 부대였던 로마의 10개 군단이 7개월 동안이나 전쟁을 했던 곳입니다.

구약의 법에 의하면 ‘자살’을 금지했기에 한 사람이 모두를 죽이고 혼자 자살했다는 이야기와 가장이 아내와 자식을 먼저 죽이고 자살했다는 두 가지 이야기가 전해질 뿐입니다.

‘열심당원’들은 쉽게 타협하거나 비굴하게 살기보다는 죽음으로 영원한 자유인이 되기를 갈망했던 사람들입니다.

시몬의 삶에 기회의 문이 열렸습니다. 그러나 아주 완벽한 기회의 문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꿈꾸던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예수님은 뭔가 부족해 보이는 분이었기 때문입니다.

중요한 것은 주님께서 그를 부르셨을 때, 기회의 문으로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완전하지 않지만, 그의 삶에 중요한 선택이 일어난 것이죠.

존 오트버그가 쓴 [선택 훈련]에 나오는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내 지인 중에 의사가 한 명 있다. 몇 년 전 그는 한 환자를 검사했는데 그만 한 가지 증상을 간과했다. 그로 인해 1년 뒤 그 환자는 암에 걸리고 말았다. 1년 전에 내 지인이 발견할 수도 있었던 증상이 알고 보니 암으로 생긴 것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그는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느꼈다.

그는 법적인 상황을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았다. 그가 가장 먼저 한 일은 환자를 찾아가 환자 앞에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빈 것이었다.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제가 애초에 놓치지 말았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습니다. 당신을 돕기 위해 무슨 일이든 하겠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그러자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그와 환자는 서로 부둥켜안고 한참을 울었다. 그러고 나서 이 의사는 환자를 위해 기도해 주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 이야기인가.

최근 법적 소송에 관한 한 연구가 이루어졌다. 어떤 종류의 의사가 가장 적게 소송을 당할까? 가장 적게 소송을 당하는 의사들은 바로 호감이 가는 의사들이다. 특정한 전공이나 분야는 상관이 없었다. 뭐든 법으로 따지기 좋아하는 이 세상의 현실로 볼 때 전혀 뜻밖의 결과다. 누가 소송을 당할지 결정하는 첫 번째 요인은 지식이나 외모가 아니라 인간성이다.

자신의 실수를 인정한 이 이상한 의사의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 수많은 사람 속에서 잠자고 있던 정직을 끌어냈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소송을 피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게 아니라는 점이다. 그는 단지 예수님의 제자였기 때문에 그렇게 했다. 예수님의 진정한 제자라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예수님께 보냄을 받고 전심을 다한다는 것의 의미다.

아름다운 내면이 중요합니다.

우리 삶에 열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지만, 예수님을 만나고 예수님을 따르는 사람이 가져야 할 열정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잘못된 마음으로 옳은 문을 찾는 것보다, 옳은 마음으로 잘못된 문에 들어서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우리의 인생이 늘 옳은 길에서, 옳은 문을 열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느 곳에 있든지, 옳은 마음과 옳은 열정으로 살 수는 있습니다.

오늘 말씀은 바로 열정이 바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주님의 사역은 나라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과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것임을 깨닫게 됩니다.

민족을 향한 열망에서 하나님을 향한 열망으로

예수님의 제자들을 세 그룹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하나는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으로 구성된 사람들로 흔히 수제자라 부를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그룹은 빌립과 바돌로메, 도마와 마태로 조금은 지식인층으로 분류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작은 야고보와 다대오 시몬, 그리고 가룟 유다가 속한 열심당원입니다.

그중에 ‘시몬’이라는 이름 앞에는 ‘셀롯’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데, 이는 당시 열심당원을 부르는 말이었습니다. 본래 ‘셀롯’이라는 말은 ‘칼을 가슴에 품고 다닌다’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이들은 지하운동을 벌이며 요인들을 암살하거나, 유대인 중에서도 로마에 타협하거나 변절한 자들을 살해했다고 합니다.

마태복음 26장 51절에 보면, “예수와 함께 있던 자 중의 하나가 손을 펴 칼을 빼어 대제사장의 종을 쳐 그 귀를 떨어뜨리니”라고 되어 있습니다. 마가복음 14장 47절과 누가복음 22장 50절에도 같은 말씀이 나오고 있습니다.

유독 요한복음에만 이 부분을 ‘베드로’라고 기록하는데, 사실 평소에 칼을 품고 다니던 사람은 시몬이었을 것이라는 말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입니다.

누가복음 22장 38절에도 이름이 나오지 않지만 “주여 보소서, 여기 검 둘이 있나이다”라는 구절이 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이 체포될 때에 누가복음 22장 49절을 보면, “그의 주의 사람들이 그 된 일을 보고 여짜오되 주여 우리가 칼로 치리이까”라고 말한 정황으로 보건대 그 둘 중의 하나가 시몬이었을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이 상황에서 예수님이 하신 말씀입니다.

요한복음 18장 11절,

“칼을 칼집에 꽂으라, 아버지께서 주신 잔을 내가 마시지 아니하겠느냐?”

마태복음 26장 52절,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진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

이 말씀을 하시며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결단을 요구하셨을 것입니다.

칼을 버릴 것인지, 아니면 예수님을 버릴 것인지?

오늘 본문 말씀을 읽으며 조금은 의아하게 생각하신 분들이 있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인 ‘시몬’의 이름이 등장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오늘 본문을 선택한 이유는 사도행전 1장 6절 말씀 때문입니다.

“그들이 모였을 때에 예수께 여쭈어 이르되 주께서 이스라엘 나라를 회복하심이 이 때니이까 하니”

성서학자들에 의하면 이 말을 한 주인공이 바로 시몬이었을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민족에 대한 열망이 얼마나 컸으면, 십자가에 달리시고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난 자리에서, 그것도 이제는 다시 볼 수 없는 승천의 순간에 이런 질문을 했겠습니까?

‘셀롯’인 시몬의 가슴 속에는 아직도 정치적인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주님을 따라다녀도 자신의 열정이 주님의 열정으로 바뀌지 않으면 소모적인 인생을 살 수밖에 없죠. ‘소통’이 무엇일까요?

같이 이야기를 해도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나 소개합니다.

아침에 아버지는 전날 수능을 마치고 밤늦게까지 친구들과 놀다가 들어온 고3아들과 마주 앉았다. 전날 치룬 수능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그러다가 아버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 "아들아~ 너는 진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니?"그러자 아들이 잠시 망설이다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버지! 그거 '참이슬'로 바뀐 지 오래 됐어요!"

그런데 이 이야기가 우리의 삶에서, 오랜 우리 신앙생활에서 수없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것이죠. 예수님이 묻고 계시는 부분에 대하여, 우리를 부르신 부분에 대하여, 예수님께서 만들어 가시는 나라에 대하여.

우리는 전혀 다른 생각과 바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제자를 부르시고 함께 하시던 시간을 보면, 점차 생각과 삶을 교정해 가던 시간이었던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오늘의 주인공 시몬은 예수님이 부활하신 후에도 자신의 열정을 버리지 못했던 사람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몬의 정치적 열정이 하늘나라의 열정으로 바뀌었다는 것입니다. 본문 7~8절의 말씀입니다.

7. 이르시되 때와 시기는 하나님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

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이 말씀을 들은 후에 열심당원이었던 유다와 시몬 뿐 아니라 모든 제자가 마가의 다락방에 모여 뜨겁게 기도하기 시작합니다. 성령을 받지 않고는 이들이 하나님의 나라를 이룰 수 없음을 말씀하셨고, 하나님의 나라는 정치적인 사건이 아니라 성령을 받은 사람들이 ‘증인’이 되어야 이루어짐을 말씀하셨습니다.

“자신의 열정이 하나님의 열정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사도행전 1장 14절에 보면 아주 인상적인 구절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음을 같이 하여 오로지 기도에 힘쓰더라…”

무슨 의미일까요?

제자들이 예수님과 함께 있었지만, 이들이 같은 마음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그들이 꿈꾸던 일들이 달랐던 것이죠. 함께 있다고 하나인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주님의 제자가 된다는 것은 네 뜻과 내 뜻을 내려놓고 주님의 뜻으로 하나가 되는 순간이 아닐까요?

그러면 이들의 열정이 어떻게 바뀌었을까요?

마음을 같이 하여 성령의 능력을 받은 것이죠. 성령의 능력이 충만하게 임하게 된 것이죠. 이것이 바로 오순절 성령 강림사건입니다.

성령이 임하고 나니, 시몬의 열정이 바뀐 것이죠. 민족에 대한 열정이 복음에 대한 열정으로 말입니다. 그러면 성령이 임하며 민족을 등한시해도 된다는 말일까요? 아닙니다. 진정으로 민족을 살리는 일이 무엇인지, 그리고 하나님께서 바꾸실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는 말입니다.

“민족의 가슴마다 그리스도의 푸른 계절이 오도록.” 어디에서 많이 들었던 말일 것입니다. 우리나라에 산업혁명처럼 경제부흥이 일어나던 때, 캠퍼스에서 전도하던 젊은이가 많았습니다. 당시 이 나라는 경제부흥과 독재 권력이라는 갈등 사이에서 많은 젊은이가 고뇌하고 있었습니다. 그때 이 나라를 살리는 것이 복음이라는 확신을 가진 젊은이들이 있었습니다.

흥미롭게도 많은 민주 투사들이 복음의 투사로 변해 사역을 감당하기 시작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열정이 어디를 향하느냐는 것이죠.

저도 대학을 다니며 단식 투쟁도 해보고, 사회적 부조리를 바꾸어야겠다는 열망을 가졌던 사람입니다. 그런데 절망이 찾아오는 것은 아무리 제도를 바꾸고, 그 자리에 사람이 바뀌어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지난주에 제 사무실에서 이 지역에 새롭게 당선된 국회의원 부부와 식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정치적인 만남이 아니라 지역의 교회를 찾아와 함께하게 된 만남이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김병관 국회의원은 젊은 나이에 성공한 기업가입니다. 이야기 중에 자신의 경험을 말하더군요.

언제부터인가 새로운 직원을 뽑을 때, 학력을 볼 수 없도록 하고 철저하게 객관적인 심사를 통해 선발하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15명 중에 한 명이 대학을 나오지 않은 고졸 출신이었는데, 다른 사람들과 똑같은 대우를 해 주자 몇몇 사람들에게서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대학을 나온 사람의 경력을 인정해야지 어떻게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냐고 말이죠.

저에게는 이 순간 복음을 전하는 귀한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목회하는 이유가 분명하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저를 찾아온 국회의원 부부와 한 이야기입니다. 제가 목회를 하는 이유를 말한 거죠.

마태복음 20장에는 우리가 잘 아는 ‘포도원 품꾼의 비유’가 나옵니다.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시기를 원했던 하나님 아버지의 마음과 하늘나라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느 주인이 포도원에서 일할 일꾼을 데려다 일을 시킵니다. 하루 일당은 한 데나리온입니다. 그런데 일을 시킨 사람들의 시간이 다 다른 것이죠. 문제는 일이 끝나고 같은 임금을 주자 많이 일한 사람이 불평합니다. 참 신기하죠, 분명히 약속된 돈을 받았지만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공평한 나라가 아님을 주님이 가르쳐 주기를 원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의 은혜가 적용되는 나라입니다. 하나님께서 불쌍히 여기시는 사람들에게 베푸시는 나라입니다.

저의 개인적 확신입니다. 우리가 꿈꾸는 나라는 ‘정의로운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은혜가 있는 나라입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정의를 무시’하는 나라가 아니라, ‘하나님의 정의’를 실현하는 나라입니다. ‘불의’를 이기는 것이 ‘정의’가 아니라, 하나님의 마음이라는 것을 믿음으로 고백하는 나라입니다.

단지 자신의 나라를 가슴에 품고 있던 시몬의 마음속에 열방을 품고 기도하고자 하는 열망이 생긴 것이죠. 지금 자신의 나라를 억누르고 있는 로마보다 더 근본적인 죄와 사탄의 세력에 대하여 싸워야 하는 열망이 생긴 것이죠.

미움과 분노로 싸웠던, 그래서 칼을 품고 다녔던 시몬이 사랑으로 인생을 살게 된 것이죠.

다른 사람을 희생시켜야 했던 열정이 이제는 자신을 희생하는 열정으로 바뀌게 된 것이죠.

그의 삶에 새로운 ‘원칙’이 자리 잡자, 새로운 열망이 생긴 것이죠.

지금까지 시몬에 대하여 살펴본 바로, 성경 어디에도 시몬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없습니다. 오늘 본문 6절의 물음 역시 성서학자들이 시몬이었을 것으로 추측하는 것이죠. 그의 생애에 대해서는 1세기 이후 제자들에 대해 기록된 역사적인 문서에 의지할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열두 제자에 대한 기록이 있는 초대교회 문서를 보면, 시몬을 묘사할 때 ‘물고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제자마다 다른 그림과 상징들이 있는데, 시몬의 그림 옆에는 성경 위에 물고기 그림을 그려놓고 있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우리가 잘 아는 것처럼 초대교회에서 ‘물고기’는 예수 그리스도와 그리스도인의 신분을 가리킬 때 사용되던 그림입니다. 혹은 복음을 전하는 일이나 사람 낚는 어부를 묘사할 때도 이 표현이 상징적으로 사용되었습니다.

역사학자들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시몬이 오순절 사건 이후에 어떤 제자들보다 복음 전하는 일을 열심히 하였다는 것입니다. 성령을 체험하고 난 후에 어떤 제자보다도 많이 돌아다니며 복음을 전했다는 증거입니다.

열심당원은 변해도 열심당원입니다. 단지 그 열정의 방향이 달라졌을 뿐입니다.

기록에 의하면 그는 소아시아에서 전도를 했고, 그다음에는 북아프리카로 가서 이집트에서 특별히 전도를 많이 했다고 합니다.

그다음에는 흑해 지역까지 가서 복음을 전하다가 나중에는 영국에 최초로 복음을 전한 사람이 되었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영국의 그리스도인들이 12명의 제자 중 시몬에게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는 이유입니다.

영국에서 발걸음을 옮겨 시몬은 페르시아로 갑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복음을 반대하는 자들에게 잡혀 톱으로 켜서 마지막 죽음을 맞이하게 됩니다.

예수님의 제자 중 가장 많은 변화를 경험한, 그렇게 표현하기보다는 가장 성숙한 사람으로 변모한 사람이 시몬 아닐까요?

무엇보다 분명하게 가지고 있었던 개인적 야망을 하나님의 뜻 앞에서 복종시키는 삶을 살았던 사람입니다. 자기 민족을 로마에서 해방시키고자 했던 정치적 야망을 복음을 전하는 하늘나라의 열망으로 승화시킨 사람입니다.

만일 시몬이 자신의 정치적 야망을 고집했다면 그는 예수님의 제자로 남아 있지 못했을 것입니다. 시몬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 무엇인가요?

우리가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면서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 속에 꿈틀대는 욕망을 하나님의 열망으로 바꿀 수 있느냐는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주님께서 겟세마네에서 십자가를 앞에 두고 하나님께 드렸던 기도를 기억해야 합니다.

“아버지여 할 수 있거든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내 뜻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뜻대로 하옵소서.”

그렇죠? 사람들이 자신의 소원을 가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그리스도를 따라가는 제자가 되기를 소원한다면, 우리의 소원을 하나님이 원하시는지 물어야 합니다.

우리의 열심이 하나님의 소원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것이 참으로 두려운 일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참으로 힘이 듭니다.

예수님께서는 겟세마네에서 이 기도를 할 때, 땀방울이 핏방울이 될 만큼 어려운 시간이었습니다. 도움이 되는 이야기일 것 같습니다. (어떤 목사님이 SNS에 이런 글을 써 놓았더군요)

애벌레는 물었습니다.“어떻게 하면 나비가 되죠?”"날기를 간절히 원하면 돼. 하나의 애벌레로 사는 것을 기꺼이 포기할 만큼 간절하게"“그럼, 죽어야 한다는 뜻인가요?” "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지.겉모습은 죽은 듯이 보여도 참모습은 여전히 살아있단다.삶의 모습은 바뀌지만, 목숨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나비가 되어보지도 못하고 죽는 애벌레들하고는 다르단다"

트리나 포올러스 (Trina Paulus)의 ‘꽃들에게 희망을’에서 뽑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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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맛을 제대로 내려면, 배추가 다섯 번 죽어야 한다고 합니다.땅에서 뽑힐 때 한 번 죽고,배가 갈라지면서 또 한 번 죽고,소금에 절여지면서 또 다시 죽고,매운 고춧가루와 짠 젓갈에 범벅이 돼서 또 죽고,마지막으로 장독에 담겨 땅에 묻혀 다시 한 번 죽어야비로소 제대로 된 김치 맛을 낸다는 것입니다.깊은 맛을 전하는 인생이 되기 위해서는 죽어야 합니다.성질을 죽이고, 고집을 죽이고,편견을 죽여야 합니다.변화는 죽는 것으로부터 시작이 됩니다.

시몬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또 하나의 교훈이 있습니다.

예수님이 부르신 제자 중에 가장 극단에 서 있던 사람이 세리 마태와 셀롯인 시몬이었을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두 사람이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을 끝까지 같이 했고, 부활하신 이후에도 여전히 주님의 제자로서 초대교회에서 사도의 역할을 감당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일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이, 나와 이념이 다른 사람과 함께하는 일입니다. 우리의 관계가 틀어지는 많은 부분은 하나님의 뜻을 모르거나, 다른 하나님의 뜻을 향해 가는 것이 아닙니다. 그 뜻을 향해가는 방법, 즉 ‘이념’이 다르기 때문일 때가 참 많습니다. 마치 이 땅의 많은 교회가 같은 하나님을 믿으면서 ‘교리’의 문제로 수많은 교파로 나누어진 것처럼 말입니다.

어느 날 주님이 제자들을 불러 놓고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내가 너희에게 새 계명을 주노니 너희는 서로 사랑하라.”

이 말씀을 하시는 상황이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입니다. 전혀 다른 이념을 가진 사람이 서로 사랑해야 하나님의 뜻을 이룰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정치적 이념이 다른, 신념이 다른 사람을 같이 부르셔서 ‘하나님 나라’를 꿈꾸셨다는 것이 무슨 의미일까요?

아마도 본질적 하나님의 나라 앞에서 우리의 비본질적 생각을 내려놓고 같이 가야 한다는 의미가 아닐까요?

하나님의 나라는 우리와 생각이 다르다고 가지 못하는 나라가 아닙니다.

하나님의 말씀은 우리와 이념이 달라서 전파되지 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너무나 다른 우리가 함께 만들어 가는 하나님의 나라가 무엇인가요?

제가 종종 하는 이야기입니다.

교회에서 모든 것이 다 좋은데, “내가 싫어하는 그 사람 때문에” 하나님을 예배할 수 없다면, 주님은 우리에게 무엇을 말씀하실까요?

우리가 주님을 알고 제자가 된다는 것은 얼마나 주님의 말씀에 충실하냐가 아닐까요?

중요한 것은 내가 가졌던 생각이 아니라 주님의 말씀 때문에 어떻게 변화되느냐는 것이죠. 주님께서 부활하신 후에도 자신의 열망을 버리지 못했던 시몬의 질문에 대하여 예수님은 이렇게 대답하셨습니다.

7. 이르시되 때와 시기는 하나님께서 자기의 권한에 두셨으니 너희가 알 바 아니요

8.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하시니라

하나님의 나라는 하나님께서 이루시는 것,

제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약속한 성령을 기다리며,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말씀을 전하는 것이라는 말씀입니다.

우리는 종종 이런 의문을 가집니다.

말씀을 전하고 제자로 삼는다고 무슨 변화가 일어나겠습니까?

그런데 사실은 우리가 성령의 권능을 받고 증인된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이 문제가 아닐까요?

결국, 시몬을 시몬 되게 한 일은 그의 삶이 ‘성령의 지배’ 하에 있을 때였습니다.

R. A. 토레이 목사님은 이런 말을 했습니다.

“그리스도인이 성령에 관해서 관심을 가져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이것이다. 우리가 성령님을 얼마만큼 붙드느냐는 그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성령님이 나를 얼마만큼 붙드시느냐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참으로 중요한 말씀입니다.

우리가 성령 충만하다는 말은 우리가 성령님을 붙드는 것이 아니라, 성령님께서 우리를 붙드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오늘 말씀에 의하면, 성령님이 임하시면 틀림없이 ‘증인’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가장 먼 곳까지 이르러 복음의 증인이 되었던 사람, 시몬의 삶이 성령님의 지배하에 있었다는 가장 명백한 증거입니다.

오늘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이 있습니다.

“우리도 주님의 제자가 되기를 원하나요?”

“우리의 삶의 열정이 주님의 마음과 같다고 확신할 수 있나요?”

그리고 “내가 살아온 여정을 보아 너무나 다른 이념을 가진, 너무나 다른 성향을 가진, 너무나 다른 삶의 방식을 가진 사람과 ‘함께 기도’할 준비가 되어 있나요?”

“우리가 꿈꾸는 나라와 하나님의 나라가 같다고 생각할 수 있나요?”

그리고 “이 땅이 하나님의 나라가 되는 것이 최선이라는 믿음이 우리에게 있나요?”

새로운 믿음은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어 냅니다.

이것이 우리의 삶에 일어나는 가장 강력한 기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