갚아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눅7:36~47)

우리 속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은혜는 물에 새기고 원수는 돌에 새긴다.” 받은 은혜를 너무 쉽게 잊어버리는 배은망덕을 지적한 말입니다. 우리 인생이 행복해지려면 이와 정반대로 살아야 합니다. 은혜는 돌에 새기고 원수는 물에 새겨야 합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 중 한 명인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받은 상처는 모래에 새기고, 받은 은혜는 대리석에 새기라(Write injuries in dust, benefits in marble).”

감사는 신앙과 인격의 척도입니다. 감사하는 사람이 성숙한 신앙인이고 감사하는 사람이 고매한 인격자입니다. 그런데 인간은 본성상 감사할 줄 모릅니다. 그래서 그런지 성경은 감사를 자주 강조합니다. 구약 이스라엘의 절기 중 감사절은 두 번입니다. 그 전통을 이어서 오늘날 교회에서도 감사절을 1년에 두 번 지킵니다. 전반기에 맥추감사주일, 그리고 후반기에 추수감사주일. 그 이유는 감사 신앙을 점검하고 배양하는 기회를 만들어 주시려는 것입니다. 오늘 추수감사주일인데 이 시간 말씀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 신앙을 더욱 고취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감사로 항상 행복한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

[1] 그 여자가 느낀 은혜 : 갚아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

본문은 예수님이 어느 집에 초대받아 가셨을 때의 사건 기록입니다. 그 집 주인은 바리새인 시몬이었습니다. 바리새인들은 그 당시 유대 종교지도자로 예수님에 대해 의심어린 시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아마 시몬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러니까 선한 의도로 예수님을 환대하려는 게 아니라 시험해보려는 불순한 의도로 초대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예수님이 그 집에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으셨습니다. 그 당시 유대인의 식사법은 아주 특이했습니다. 비스듬히 기대어 누워있는 자세를 취합니다. 예수님도 아마 그런 자세를 취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한 여인이 예수님에게 다가오더니 뒤로 발치에 서서 눈물을 흘립니다. 그리고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발에 붓는 것이었습니다. 아마 온 집안이 향기로 진동했을 겁니다. 도대체 그 여인은 누구였기에, 그리고 왜 그런 일을 벌였을까요?

그녀는 예수님에게 큰 은혜를 느꼈습니다. 그리고 그 은혜에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여러분, 감사가 무엇일까요? 한자어를 풀어보면 이렇습니다. 감사(感謝)는 ‘느낄’ 감(感)과 ‘사례할’ 사(謝)입니다. 받은 은혜를 느끼고, 그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감사임을 알 수 있습니다. 그 여자가 느낀 은혜는 어마어마한 것이었습니다. 갚을 수 없는 은혜입니다. 그냥 갚을 수 없는 정도가 아니라 갚아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입니다.

은혜란 무엇이니까? 받을 자격이 없는 자에게 거저 베풀어주는 주는 호의입니다. 부모의 은혜도 스승의 은혜도 갚을 수 없는 은혜입니다. 아무리 대단한 효자라도 부모의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습니다. 아무리 신실한 애제자라도 스승의 은혜를 다 갚을 수는 없습니다. 더더욱 하나님의 은혜는 도저히 갚을 수 없습니다. 무한한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갚아도 갚아도 갚을 수 없는 은혜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은혜에는 크게 두 종류가 있습니다. 일반 은혜(common grace)와 특별 은혜(special grace)입니다. 일반 은혜는 신, 불신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에게 베풀어주시는 은혜입니다. 마5:45에 보면 예수님의 말씀이 나옵니다. “이같이 한즉 하늘에 계신 너희 아버지의 아들이 되리니 이는 하나님이 그 해를 악인과 선인에게 비추시며 비를 의로운 자와 불의한 자에게 내려주심이라” 하나님이 해와 비를 내려주시되 악인이든 의인이든 의로운 자든 불의한 자든 골고루 주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하나님을 본받아 악인조차 사랑하라는 말씀입니다.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몰라서 그렇지 그들도 일반 은혜를 받고 살아가는 겁니다.

믿음이 어라나 귀한지 모릅니다. 아이들도 믿음이 있으면 하나님의 은혜를 압니다. 유치원 아이들이 부르는 찬양이 있습니다. “뼝뼝뼝뼝 병아리는 알고있나봐 / 하나님의 은혜가 얼마나 큰지 / 하하하하 하나님 감사합니다 / 물 한모금 물고도 하늘을 보네 ... ” “포도밭에 포도가 땡글땡글 탱글탱글 / 탱글탱글 잘도 열렸네 / 오이밭에 오이가 길쭉길쭉 길쭉길쭉 / 길쭉길쭉 잘도 열렸네 / 자기 혼자 컸을까 아니 아니죠 / 정말 혼자 컸을까 아니 아니죠 / 자기 혼자 컸을까 아니 아니죠 / 정말 혼자 컸을까 아니 아니죠 / 위에 계신 하나님이 키워주셨죠 /위에 계신 하나님이 키워주셨죠 ... ” 정말 딱 맞는 가사입니다. 인간이 아무리 노력하고 애를 써도 하나님의 은혜가 없으면 절대로 생존할 수 없습니다. 신자는 그 은혜를 아는 사람이고 불신자는 그 은혜를 모르는 사람입니다.

특별 은혜는 예수 믿는 그리스도인들에게 제한적으로 베풀어주시는 은혜입니다. 구원과 관련된 은혜입니다. 엡1:7 “우리는 그리스도 안에서 그의 은혜의 풍성함을 따라 그의 피로 말미암아 속량 곧 죄 사함을 받았느니라” 특별 은혜의 범위는 ‘그리스도 안에서’입니다. 예수를 믿는 성도만이 그리스도 안에 있습니다. 그런 사람에게 구속의 은혜를 베풀어 주시고 영원한 사망에서 구원해 주십니다. 장차 천국으로 인도해 주십니다.

일반 은혜든 특별 은혜든 일단 은혜를 받은 사람은 당연히 감사해야 합니다. 본문에 나오는 여자는 큰 은혜를 받고 감사했습니다. 그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눅7:37 “그 동네에 죄를 지은 한 여자가 있어 ... ” 그 당시 유대인 사회에서 ‘죄 지은 여자’라는 말은 곧 창녀를 가리킵니다. 그녀는 항상 죄의식 속에 살아가면서 사람들에게 손가락질을 당하던 비천한 사람이었습니다. 바리새인 시몬의 입장에서 보면 그런 여자를 가까이 하는 예수님을 좀 이상하다고 생각됐을 겁니다. 하지만 예수님은 본래부터 죄인을 가까이 하시는 분입니다. 막2:17 “예수께서 들으시고 그들에게 이르시되 건강한 자에게는 의사가 쓸 데 없고 병든 자에게라야 쓸 데 있느니라 나는 의인을 부르러 온 것이 아니요 죄인을 부르러 왔노라 하시니라” 모든 인간은 하나님 앞에 죄인입니다. 그런데 스스로 의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예수님의 대속의 은혜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오직 죄를 깨닫고 회개하는 사람을 가까이 해주시고 사해 주신다는 것입니다.

시몬은 이 여자보다 도덕적으로 우월할지 모르지만 자신의 죄를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예수님과 상관없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기 스스로 우월의식을 갖고 있을지 몰라도 하나님 앞에서는 배은망덕한 사람에 불과합니다. 하나님은 이런 사람을 결코 기뻐하시지 않습니다.

[2] 그 여자가 은혜에 대해 사례한 방식 : 예배찬양과 헌신

그 여자가 귀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수님이 베풀어주신 은혜를 느꼈을 뿐 아니라 그 은혜에 대해 사례했습니다. 사례는 고마운 마음을 표현하는 것입니다. 그 여자는 예배찬양과 헌신으로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눅7:37~38 “37 그 동네에 죄를 지은 한 여자가 있어 예수께서 바리새인의 집에 앉아 계심을 알고 향유 담은 옥합을 가지고 와서 38 예수의 뒤로 그 발 곁에 서서 울며 눈물로 그 발을 적시고 자기 머리털로 닦고 그 발에 입맞추고 향유를 부으니”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었습니다. 그리고 머리털로 닦고 그 발에 입을 맞추고 향유를 부어드렸습니다. 그 여자의 모습을 상상해 보면 정말 아름답고 귀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본 바리새인 시몬은 마음속으로 예수님을 의심하고 비판합니다. 마음속의 생각을 감찰하시는 예수님이 그를 책망하셨습니다. 눅7:44~46 “44 그 여자를 돌아보시며 시몬에게 이르시되 이 여자를 보느냐 내가 네 집에 들어올 때 너는 내게 발 씻을 물도 주지 아니하였으되 이 여자는 눈물로 내 발을 적시고 그 머리털로 닦았으며 45 너는 내게 입맞추지 아니하였으되 그는 내가 들어올 때로부터 내 발에 입맞추기를 그치지 아니하였으며 46 너는 내 머리에 감람유도 붓지 아니하였으되 그는 향유를 내 발에 부었느니라” 시몬의 모습과 그 여자의 모습이 대조적으로 묘사됩니다. 시몬은 발 씻을 물도 주지 않았지만 여자는 눈물로 예수님의 발을 적시고 머리털로 닦아드렸습니다. 시몬은 입맞춤도 하지 않았지만 여자는 발에다 연신 입을 맞추었습니다. 시몬은 감람유도 주지 않았지만 여자는 옥합을 깨뜨려 향유를 부어드렸습니다.

그 여자가 예수님의 발에 입 맞추며 눈물로 적시고 머리로 씻은 것은 주님을 높이는 아름다운 예배찬양이었습니다. 은혜 받는 자가 제일 먼저 할 일이 이겁니다. 엡1:6 “이는 그가 사랑하시는 자 안에서 우리에게 거저 주시는 바 그의 은혜의 영광을 찬송하게 하려는 것이라” 하나님이 우리를 구원하신 목적이 바로 은혜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는 예배찬양입니다.

그 여자가 그 비싼 향유를 아낌없이 부어드린 것은 최상의 수고요 헌신이었습니다. 사도 바울의 헌신도 감사에서 나온 것입니다. 고전15:10 “그러나 내가 나 된 것은 하나님의 은혜로 된 것이니 내게 주신 그의 은혜가 헛되지 아니하여 내가 모든 사도보다 더 많이 수고하였으나 내가 한 것이 아니요 오직 나와 함께 하신 하나님의 은혜로라” 그는 하나님의 은혜를 알기에 감사하며 더욱 수고하고 헌신했습니다. 그리고 그것조차 하나님의 은혜라고 고백했습니다.

은혜 받은 자가 감사하면 그것으로 당연한데, 하나님은 감사하는 자에게 더 큰 은혜를 부어주십니다. 한 마디로 ‘은혜 위에 은혜’입니다. 눅7:50 “예수께서 여자에게 이르시되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으니 평안히 가라 하시니라” 이미 죄 사함과 구원의 은혜를 주셨지만, 그 위에 평안의 은혜를 주셨습니다. 그 여자는 아마 난생 처음으로 행복을 느꼈을 것입니다. 이래서 감사하는 사람이 행복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흔히 많은 사람들이 안락한 조건이나 환경이 갖추어져야 행복해진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은 착각입니다. 하나님의 은혜를 느끼고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감사해야 행복해집니다. 심지어 고난 가운데서라도 감사할 수 있으면 행복합니다. 그리고 헌신을 통해 더 큰 은혜를 경험하게 됩니다.

우리가 애송하는 CCM 복음송 가운데 <하나님의 은혜>(조은아 작사, 신상우 작곡)라는 찬양이 있습니다. 1998년에 작사 작곡된 찬양인데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이 불러왔습니다. 맨 처음에 부른 사람은 찬양사역자 박종호 장로입니다. 가사도 곡도 참 아름답습니다. 작사자 조은아 교수(고든콘웰신학대학원)가 카자흐스탄 선교사로 파송됐던 때 지었다고 합니다. 선교사로 나가는 것을 스스로 뿌듯하게 여겼는데 알고 보니 그 또한 하나님의 은혜였음을 깨닫고 눈물로 가사를 써내려갔습니다. 그 가사를 갖고 신상우 작곡가가 곡을 붙였습니다. 이 찬양은 작사가, 작곡가, 찬양사역자가 공히 하나님의 은혜를 깊이 느끼고 예배하며 헌신한 간증이 배어 있습니다. 조은아 교수는 선교사로 5년간 사역하던 중 남편의 병환으로 사역지를 신학교로 옮기게 됐습니다. 신상우 작곡가는 간암으로 투병하면서 끝까지 찬양의 무대에 섰고, 52세로 소천하기 며칠 전까지 작은 개척교회의 반주자로 섬겼다고 합니다. 박종호 장로는 간암으로 사경을 헤매다 소생한 후 각지를 다니며 찬양과 간증으로 많은 이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지난 5월 우리교회 새생명축제에 강사로 와서 큰 은혜를 나눈 바 있습니다. 그 가사를 음미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를 지으신 이가 하나님 나를 부르신 이가 하나님 / 나를 보내신 이도 하나님 /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 나의 달려갈 길 다 가도록 / 나의 마지막 호흡 다하도록 / 나로 그 십자가 품게 하시니 / 나의 나 된 것은 다 하나님 은혜라 // 한량없는 은혜 값을 길 없는 은혜 / 내 삶을 에워싸는 하나님의 은혜 / 나 주저함 없이 그 땅을 밟음도 / 나를 붙드시는 하나님의 은혜”

여러분,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고 싶으십니까? 외적인 환경이나 조건이 부족해서 불행한 게 아닙니다. 감사가 유일한 행복의 조건입니다. 그러므로 감사 신앙을 회복하시기 바랍니다. 모든 감각을 열고 하나님의 은혜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그 은혜에 대한 고마움을 예배와 찬양, 그리고 헌신으로 표현해 보시기 바랍니다. 더욱 넘치는 은혜로 행복하고 풍성한 삶을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아무쪼록 추수감사주일에 즈음하여 더욱 더 감사 신앙으로 충만해져서 어떤 상황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가는 저와 여러분 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