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는가 (사도행전 19:1-7)

    사도 바울이 제3차 전도여행 중에 에베소를 방문했다가 거기서 만난 제자들에게    ‘여러분이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습니까?’ 라고 질문했습니다.   이때 제자들이란 바울의 제자가 아니라 1절에 나오는 아볼로라는 사람에게 신앙지도를 받은 사람들로 보입니다.   아볼로는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18장24절 이하에 나오는 말씀을 보면 아볼로는 유대인으로서 알렉산드리아 출신인데 풍부한 학식을 가졌고 성경에도 능통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볼로가 어디서 어떻게 주의 도를 배웠는지 정확하지는 않지만 에베소에 온 이후로 사람들에게 열심으로 예수에 관한 것을 가르쳤습니다.   그런데 아쉬운 것은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아볼로가 세례 요한이 죽기 전에 요한으로부터 직접 들었거나 혹은 요한의 제자를 통해 예수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복음에 대한 그의 지식은 부분적이었고 세례 또한 요한의 세례에 마물러 있었습니다.   

    한 번은 아볼로가 에베소의 회당에서 용기 있게 말하는 것을 브리스길라와 아굴라 부부가 들었는데 아굴라의 열심과 용기는 좋았지만 복음의 진수에 대해 부족함이 있음을 발견하고 그를 데려다가 하나님의 도를 더 자세하게 풀어 가르쳤습니다.    학문이나 그의 훌륭한 언변으로 볼 때 아볼로는 천막을 만드는 일을 하던 브르스길라 부부보다 훨씬 뛰어난 학자였음에도 불구하고 브리스길라 부부가 전하는 하나님의 도를 겸손하게 들었습니다.   그때 아볼로는 브리스길라 부부로부터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죽음과 부활 그리고 오순절 성령 강림을 통해 이루어진 성령의 모든 역사들에 대해 자세히 배울 기회를 가졌습니다.

    이런 일이 있은 후 아볼로가 고린도 지방으로 가고 싶어하자 브리스길라 부부는 고린도에 있는 성도들이 아볼로를 따뜻하게 영접하도록 추천서를 써서 보내주었습니다.    이렇게 하여 브리스길라 부부에게 복음의 핵심을 배워 깨달은 아볼로는 그가 알고 있던 성경말씀을 가지고 예수는 그리스도라는 메시지를 사람들 앞에서 더욱 설득력 있고 확실하게 전할 수 있었습니다.   

    오늘 읽은 본문의 이야기는 아볼로가 고린도로 떠난 후 에베소를 방문한 사도 바울이  전에 아볼로에게 하나님의 도를 배운 제자들과 나눈 대화로 보입니다.     사도 바울이 제자들에게   ‘여러분이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습니까?’ 라는 질문을 한 것은 그들이 믿는 바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함이었으며, 그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뭔가 명확하지 않고 잘못 알고 있는 것이 있다는 의혹 때문이었을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성령이 계심을 듣지도 못했다’ 는 대답을 들은 바울은 상당히 놀랐듯 합니다.    그래서 재차 묻기를  ‘그렇다면 여러분은 어떤 세례를 받았습니까?’  하자 ‘요한의 세례’ 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니까 이 제자들은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었던 아볼로와 마찬가지로 아직 예수 이름으로 받는 세례를 알지 못했던 것입니다.

   이 말을 들은 바울은 요한이 베푼 세례의 의미와 요한이 광야에서 전한 메세지의 핵심을 올바로 가르쳐 줍니다.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왔느니라’  외친 세례 요한은 세례를 받으러 나온 사람들에게  ‘나는 너희로 회개케 하기 위하여 물로 세례를 주거니와 내 뒤에 오시는 이는 나보다 능력이 많으시니 나는 그의 신을 들기도 감당치 못하겠노라. 그는 성령과 불로 너희에게 세례를 주실 것이요’ (마3:11, 눅3:16)  라고 하며 뒤에 오실 메시야를 소개했습니다.    

    결국 요한이 요단강에서 베푼 세례는 장차 오실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받아들이고 성령을 받기 위한 준비 단계로서 마음의 변화와 삶의 근본적인 전환을 위해 베푼 회개의 세례였습니다.    그렇다면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던 제자들이라 할지라도 성령과 불로 세례를 주러 오시는 분이 있다고 했던 요한의 말을 기억하고 물세례 뿐 아니라 예수께서 주실 성령세례에 대한 정보도 있었을 겁니다.

     그래서 ‘성령이 계심을 듣지도 못했다’ 고 말한 것은 성령에 대해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다는 말이 아니라 요한이 말했던 그 성령이 주어졌는지, 그가 오셨는지에 대해 우리는 알지 못한다는 뜻으로 보입니다.   추측하건대 팔레스틴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살던 제자들은 세상에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사건을 아직 전해듣지 못해 아볼로처럼 요한의 가르침과 세례만 알았습니다.    그래서 예수께서 제자들에게 부탁하신 ‘가서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주라’ 하신 말씀이나 오순절에 임하신 성령에 대한 이야기도 우리는 금시초문이라는 차원에서 대답한 것으로 보입니다.

    바울은 이런 제자들에게 요한이 말했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자 비로소 그들의 마음이 열리고 예수가 구주이심을 믿었습니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았으며 바울이 안수할 때 성령이 그들에게 임하여 방언도 하고 예언도 했습니다.   거기 모인 사람들이 열두 사람쯤 되더라 했으니 에베소의 성도들에게도 비로소 성령의 세례가 주어졌고 교회를 든든히 세우는 그리스도인들이 되었습니다.

     바울의 질문을 우리 교우들에게도 해봅니다.     ‘여러분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습니까’    아마 그런 것 같다던지, 분명히 받았다고 하던가, 아니면 잘 모르겠다 하거나,  에베소의 제자들처럼 나는 성령이 계시는지도 모른다고 대답하는 분도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교회를 출입하는 많은 그리스도인들 중에 에베소의 제자들처럼 요한의 세례는 알지만 그 이상으로 나가지 못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회개의 세례에만 머물지 않고 예수께서 주시기로 약속하신 성령의 세례를 받음으로 보다 더 풍성한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어 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은 예수께서 나의 죄를 위해 십자가에 대신 죽으시고 나를 구원하셨다는 사실을 분명히 믿습니까?    ‘성령으로 아니하고는 누구든지 예수를 주시라 할 수 없다’(고전 12:3) 했습니다.   우리는 세례를 받을 때 하나님과 증인들 앞에서 내가 죄인임을 시인하였으며 나의 죄를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죽으셨음을 믿음으로 고백하여 구원에 이른다고 분명히 고백을 했습니다.    이것은 성령께서 내 마음을 열어 내가 죄인임을 깨닫게 하시고 회개하며 새롭게 결단하게 하시는 일이니 성령의 도움이 아니고는 그처럼 예수를 나의 구주라 고백할 수 없습니다.     

    오순절 날에 성령으로 충만함을 받은 베드로가 예루살렘에 모인 유대인들에게 예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 승천하심을 외치자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마음에 찔려 “형제들아 우리가 어찌할꼬” 했습니다.    그때 베드로가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사함을 얻으라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으리라”(행2:38) 했습니다.    그리고 ‘이 패역한 세대에서 구원을 받으라’ 설교하자 그 말씀을 받는 사람들은 세례를 받으니 그 날에 제자의 수가 삼천이나 더하더라 했습니다.   

    오순절 날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회개하여 세레를 받은 사람들처럼 성령의 세례는 자신의 죄를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믿고 시인하는 순간에 이루어집니다.  사람이 베푸는 물세례는 어디까지나 공적인 자리에서 자신의 죄를 시인하고 예수를 믿음으로 죄씻음 받았음을 알리는 외적인 의식이지만 성령세례는 내적으로 회개하고 구원받게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로만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성령으로 세례 받았다는 것을 무엇으로 알 수 있을까요?   성령세례를 받을 때 마음이 뜨거워지는 극적인 감동이나 몸의 진동과 같은 황홀한 느낌, 방언과 예언 등 사도행전에 기록된 특별한 체험으로 알 수 있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래서 나는 아직 방언을 못하고 성령 받은 다른 사람들이 경험했다는 방식의 체험들이 없기 때문에 성령세례를 받지 못했다고 낙심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러나 주의할 것은 성령세례는 획일적인 방식이나 순서를 따르는 것이 아니라 성경이 보여주는 것처럼 다양한 방식과 경험으로 주어지는 하나님의 은혜라는 점을 인정하는 것입니다.    

    열 두 사람쯤 되는 에베소의 제자들은 바울이 전하는 말씀을 듣고 순종하여 예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을 때 보다 풍성한 생명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울이 안수하자 성령을 받았습니다.    사도행전 10장에 이방인 고넬료의 가정이 복음을 듣고 성령을 받는 장면이 나옵니다.    에베소의 제자들이나 베드로의 설교를 들었던 예루살렘 사람들은 말씀을 들은 후에 세례를 받고 성령의 감동이 왔습니다.   그러니까 세례 후에 성령을 체험했다면 고넬료의 가족들은 베드로의 설교를 듣는 중에 성령의 역사를 체험했고 그 다음에 세례를 받았습니다.   

    사도 바울은 어땠습니까?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 예수님의 음성을 듣고 하늘로부터 비치는 강렬한 빛을 보고 눈이 멀었던 바울은 그 자리에서 회심을 합니다.   그리고 아나니아라는 사람이 바울에게 찾아와 ‘예수께서 너로 하여금 성령으로 충만하게 하신다’(행9:17) 하며 안수하자 그의 눈에서 비늘 같은 것이 벗어져 다시 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바울은 그 자리에서 일어나 세례를 받았습니다.    바울의 경우도 먼저 성령세례 그리고 다음에 물세례의 순서입니다.

    왜 이런 다름이 있을까요?  우리에게 찾아 오시며 역사하시는 성령은 성부 하나님과 성자 예수님처럼 인격이십니다.     성령은 살아계신 하나님의 영이시니 자신의 뜻을 따라 임의로 일하십니다.   바람이 임의로 불며 보이지 않지만 그 지나간 흔적을 남기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영이신 성령께서도 임의로 역사하시며 우리를 변화시키시고 새롭게 만드십니다.    성령께서는 인간의 생각에 따라 또는 인간이 만들어 낸 법칙에 따라 오시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일하십니다.

    따라서 어떤 사람은 죄를 자복하고 물로 세례를 받는 자리에서 중생을 체험하며 동시에 성령의 세례를 받기도 합니다.    그리고 어떤 사람은 물로 세례를 받기 전에 이미 성령의 은혜로 거듭나 새 사람이 되고 성령을 선물로 받기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또 어떤 사람은 세례를 받은 후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야 성령세례를 경험하기도 합니다.    어떤 사람은 말씀을 듣는 중에 성령으로 세례를 받고 거듭남을 체험하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기도하며 찬양하는 시간에 그리고 어떤 사람은 조용히 말씀을 묵상하는 중에 성령의 만지심을 경험합니다. 

    때로는 안수를 통해, 때로는 안수 없이, 때로는 물세례와 함께 그리고 세례 전에 오십니다.   중요한 것은 순서와 방식은 다르지만 우리에게 성령이 계시다는 것입니다.   성령의 임재와 조명이 없다면 우리는 그리스도를 알지 못하고 죄를 깨달아 회개에 이르지 못하며 스스로 구원에 이르지 못하고 나아가 구원의 주님을 전하지도 못합니다.  

    그러므로 성령의 세례를 받기 위해 어떤 표적과 같은 특수한 체험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성령의 도우심으로 내가 예수를 주로 시인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구하시기 바랍니다.   성령의 세례는 먼저 예수 그리스도를 나의 주와 하나님으로 받아들일 때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너희가 회개하여 각각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고 죄 사함을 얻으라 그리하면 성령을 선물로 받으리니’ 했던 말씀을 꼭 기억합시다.    

    자신을 크리스찬이라 말하면서도 예수를 나의 주로 받아들이고 순종으로 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런 교인에게 ‘당신은 구원을 받았습니까’ 라고 물으면 ‘예’라고 대답합니다.   그렇다면 ‘그 구원의 근거는 어디에 있느냐’ 질문하면 ‘저는 교회에 정기적으로 나가고 기도하며, 성경도 읽고 세례도 받았습니다.   다른 교인들과 연합하여 봉사도 하고 기도 모임에도 참석하며 제가 알고 있는 한 올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는 식으로 대답할 겁니다.     그렇다면 이 사람은 구원받지 못한 셈입니다.    왜냐하면 구원의 근거를 성령의 은혜가 아니라 자신이 행하는 일에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구원은 나의 선함이나 나의 의로운 일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오직 나를 긍휼히 여기시는 하나님의 사랑의 부르심으로부터 시작됩니다.   죄인을 찾아와 부르시는 그 부르심에 ‘나는 죄인입니다.  나를 불쌍히 여기소서’ 하고 회개로 응답하며 나의 삶을 주께 맡기는 믿음의 사람에게 거저 주시는 하나님의 은혜입니다.   은혜의 성령께서 저와 여러분에게 찾아와 주시고 구원에 이르는 복을 누리게 하심을 진심으로 감사하기 바랍니다.

    끝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성령을 선물로 주시는 이유,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시는 목적은 우리로 하여금 우리를 구원하신 하나님의 사랑, 나를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그리스도의 은혜와 사랑을 전하는 증인 삼으시기 위함입니다.   성령을 받아 개인적인 환희나 황홀경을 체험했다면 그런 영적인 체험이 개인의 기쁨으로 그치지 않고 하나님이 주신 은혜를 나누는 일에 용기 있는 그리스도인으로 살기 바랍니다.

    어떤 환희나 황홀경을 맛보지 않았으며 방언을 말하는 것과 같은 특수한 은사를 받지 못했을지라도 성령께서 함께 하시는 사람에게서는 하나님이 주시는 평안과 잔잔한 기쁨이 날마다 흘러나옵니다.    지난 주일에도 말씀을 드린 것처럼, 주님이 오실 날을 믿음으로 기다리며 구원의 기쁨 속에 잠겨 사는 성도들은 세상의 종말이 곧 다가올지라도 구원의 주께서 주시는 평안을 선물로 받아 오늘을 기쁨과 기도와 감사로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런 성도들에게서 하나님의 이름과 그 영광을 위한 기쁨과 자원하는 섬김이 자연스럽게 실천되고 하나님의 교회는 주의 은혜 가운데 평안하여 든든히 서갑니다.

    교우 여러분은 믿을 때에 성령을 받았습니까?    이 질문에 분명한 대답을 할 수 있기 바랍니다.    그리고 성령의 세례를 사모하며 주님이 주시는 성령을 선물로 받으시기 바랍니다.   성령이 임하여 함께 하시자 전에는 두려움과 염려로 가득하던 제자들이 용기와 기쁨의 사람들로 변하였습니다.   사울이 변하여 바울이 되었으며, 예수님을 믿지 않던 예수님의 친형제들도 성령의 감동을 따라 예수는 그리스도라고 담대히 전하는 증인의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  성령께서 오심으로 새롭게 바꾸신 사도행전의 역사가 오늘 우리 교회 성도 개인과 가정 우리 교회 공동체 가운데 충만하게 임하시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