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발산의 교훈

수 8:30-35

   오늘 본문 말씀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백성을 이끌고 에발산으로 가서 제단을 쌓고 말씀을 낭독했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성경말씀이 그렇듯이 이 말씀도 연결된 긴 이야기 가운데 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이 이야기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먼저 긴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신명기를 보면, 모세가 여호수아를 비롯하여 가나안 땅에 들어갈 이스라엘백성에게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해야 할 일들을 자세하게 기록해 놓았습니다. 그 중에 27장을 보면,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해야 할 두 가지 의식을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에발산에 율법을 새긴 돌비를 세우고, 돌단을 쌓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라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에발산과 그리심산에서 저주와 축복의 말씀을 선포하는 의식을 거행하라는 것입니다.

   모세가 죽은 뒤 여호수아가 뒤를 이어 이스라엘백성을 이끌게 되었습니다. 여호수아는 하나님의 명을 받들어 요단강을 마른 땅으로 건너는 기적을 체험하며, 가나안 땅에 입성했습니다. 우선 길갈이라는 곳에 진영의 터를 잡았습니다.

   이제 정복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하나님의 놀라운 역사로 여리고성을 점령하게 됐습니다. 난공불락의 성, 여리고성을 하나님의 능력을 힘입어 점령하게 된 것입니다.

   여호수아가 다음 공격대상으로 삼았던 곳이 아이성입니다. 그런데 이 아이성은 여리고성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고도 약한 성입니다. 그래서 가벼운 마음으로 적은 병력만 보내서 점령을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생각과 달리 크게 패하고 말았습니다.

   여호수아가 너무 놀라서 하나님께 기도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아이성 전투에서 진 이유를 말씀하셨습니다. 바로 여리고성 전리품 처리할 때 하나님의 명을 어긴 죄 때문이었습니다. 여호수아가 범죄자 아간을 찾아냈고, 처벌한 뒤에 이 문제가 수습됐습니다.

   여호수아가 다시 아이성 전투에 나섰습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신다는 약속을 받고, 이번에는 최선을 다해서 아이성을 점령하기 위해 힘썼습니다. 다행스럽게 아이성을 점령할 수 있었습니다.

   본문은 이 아이성 점령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바로 여호수아가 이스라엘백성을 이끌고 에발산으로 가서 행한 이야기입니다.

“그 때에”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그 때에” 아이성을 점령한 뒤에 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 말씀 속에는 이런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이렇게 가나안 땅에 들어와서 하나님의 기적도 체험했고, 쓰디쓴 실패도 맛보고, 다시 정비하여 승리한 뒤에’ 라는 뜻입니다.

   30절을 보면 “그 때에 여호수아가 이스라엘의 하나님 여호와를 위하여 에발산에 한 제단을 쌓았으니” 이제야 여호수아가 에발산으로 가서 제단을 쌓았다는 것입니다.

   모세가 가나안 땅에 들어갈 이스라엘백성에게 명령한 말씀을 소환해 보겠습니다. 신 27:2에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너희가 요단을 건너 네 하나님 여호와께서 네게 주시는 땅에 들어가는 날에 큰 돌들을 세우고.” 그리고 4절에 이렇게 이어서 기록되어있습니다. “너희가 요단을 건너거든 내가 오늘 너희에게 명령하는 이 돌들을 에발 산에 세우고”

   가나안 땅에 들어가면 먼저 에발산으로 가서 제단을 쌓고, 돌을 세우고 그 위에 율법을 기록하라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여호수아는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길갈에 진영의 터를 닦았습니다. 그리고 여리고성을 점령했고, 다음으로 우여곡절을 겪으며 아이성을 점령했습니다. 그리고 나서야 에발산으로 가서 제단을 쌓은 것입니다.

   왜 이제야 에발산으로 갔을까요? 왜 요단강을 건넌 뒤에 길갈에 진을 치고 정비하자마자 에발산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왜 여리고성에서 놀라운 이적을 체험하며 대승을 거둔 뒤에 에발산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왜 에발산으로 올라갔을까요? 사실 에발산으로 간다는 것은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닙니다. 우선 거리상 문제가 있었습니다. 에발산은 진영이 있는 길갈에서 40여 킬로나 먼 곳이고, 막 점령한 아이성에서도 35킬로나 떨어진 곳입니다. 그 많은 인원이 그 먼 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쉽지가 않습니다. 도중에 여러 성읍이 있어서 어떤 공격을 받을지 모르는 위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추측해 보면, 길갈에 진영의 터를 잡고 바로 에발산으로 가지 못했던 이유도 이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차근차근 가나안 땅을 점령하면서 때를 보려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아이성 전투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생각이 바뀐 것입니다. 가나안 땅을 점령하는 것보다 급한 것은 하나님의 명을 받드는 것이라는 깨달음이 생긴 것입니다. 그래서 위험을 무릎 쓰고 에발 산으로 갔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여호수아는 아이성의 실패를 통해 소중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가나안 땅을 빠른 시간 내에 성공적으로 점령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하나님의 명을 받드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에발산으로 가서 제단을 쌓고 말씀을 선포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아이성의 실패는 ‘전화위복’이 되었습니다. 큰 잘못으로 실패했지만, 그 실패를 통해서 깨닫지 못하던 너무도 소중한 말씀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언론인 티볼스(Geoff Tibballs)가 쓴 [사업의 실수들](Business Blunders)이라는 책을 보면, 사람들이 하는 실패를 크게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좋은 실패입니다. 이 실패는 배우고 깨닫게 해주고 결국 성공으로 가는 길을 안내해 준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나쁜 실패입니다. 같은 실패를 반복해서 저지르게 되고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는 실패입니다.

  그리고 셋은 회복 가능한 실패입니다. 실패를 저질렀지만 어떻게 해서든 만회할 수 있게 되는 실패입니다.

   우리가 살다보면 실패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실패를 어떤 실패로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입니다. 본문의 여호수아처럼 아이성에서의 실패를 좋은 실패로 만들어가야 하겠습니다. 그 실패를 통해서 주시는 하나님의 말씀을 깨닫고 그 말씀을 지켜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전화위복의 은혜를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이번 이태원 참사를 이런 관점에서 보고 기도하고 있습니다. 우선 유족들과 슬픔 당한 분들을 위로하고 도와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책임 소재를 가려 사태를 수습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끝나면 안 됩니다. 이 사고가 주는 메시지를 파악하고 시스템, 의식, 그리고 문화까지 바꾸는 계기를 만들어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이 실패가 좋은 실패가 될 것입니다.

   우리 개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원치 않는 실패로 힘들고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그 때 이 실패를 통해 주시는 주님의 메시지를 찾고, 그 말씀에 순종하며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겪은 실패를 좋은 실패로 세워가야 하겠습니다.

“그 돌에 기록하매”

   본문 32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여호수아가 거기서 모세가 기록한 율법을 이스라엘 자손의 목전에서 그 돌에 기록하매” 여호수아가 에발산에서 제단을 쌓고 하나님께 제사를 드린 후에, 이스라엘백성이 보는 앞에서 준비된 돌 위에 율법 말씀을 기록했다는 것입니다.

   성경공부 방법 가운데 ‘비블리오드라마’라는 것이 있습니다. 성경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어서 참석자가 각자의 인물을 맡아 연기해 보고, 느낀 소감을 나누며 성경이야기를 보다 깊이 알아가는 방법입니다.

   오늘 본문말씀을 이 비블리오드라마 방법으로 묵상해 보았습니다. 지금 가나안 땅 정복전쟁 중입니다. 이스라엘백성은 적의 땅 한복판에 있습니다. 언제 어디에서 적들이 공격해 올지 모르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자기들은 모여서 제사를 드리고, 지금은 돌에 율법을 새겨 낳고 있습니다.

   아마도 여호수아를 보좌하는 장수들 가운데 누군가가 이런 말을 하지 않았을까요? “여호수아여! 언제까지 이렇게 기다려야 할까요? 너무도 위험합니다. 빨리 진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제사를 드렸으니, 돌에 율법을 새겨 넣는 일은 나중에 하면 안 될까요?”

   여호수아라고 왜 그들의 마음을 모르겠습니까? 그들의 말이 인간적으로 타당하고, 어찌 보면 장수로서 당연하다는 것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러나 여호수아는 말없이 강행했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여호수아는 아이성 전투를 통해 뼈저리게 깨달은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자기들이 잘 준비한다고 해도, 아무리 자기들이 넉넉히 이길 힘이 있다고 해도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지 않으면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을 절절하게 체험했습니다.

   그래서 가나안 땅에서의 전쟁은 결국 하나님과의 관계가 ‘키’(Key)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지금 돌에 율법을 새기는 일이야 말로 가나안 땅에서 전쟁을 이길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고, 자기들이 할 수 있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1861년 미국 흑인 노예제도를 종식하기 위해 남북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북군에게 불리해졌습니다. 링컨 대통령은 백악관을 기도실로 만들고 기도에 힘썼습니다. 그리고 3번의 국가금식기도일을 선포했습니다. 특히 2차 국가금식기도일은 남북전쟁의 전세를 역전시키는 분수령이 됐습니다.

  링컨은 2차 국가금식기도일 선포문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지금 이 나라를 황폐케 하는 남북전쟁의 참화는 우리의 교만한 죄로 인해 받게 된 형벌이요, 전 국민이 하나가 되어 국가 개혁을 달성하라는 하나님의 채찍질로 받아들이는 것이 마땅하지 않습니까. 우리는 분노하신 하나님 앞에 겸허한 자세로 국가적 죄를 고백하고, 자비와 용서를 구해야 합니다.

  모든 국민이 평상시의 세속적 업무를 중단하고, 한마음 되어 예배당과 각자의 집에서, 이날을 하나님 앞에 거룩한 날로 지킵시다. 국민이 합심하여 부르짖는 기도는 하나님께 상달되어 축복으로 응답받을 것이며, 이 백성 전체의 죄가 용서받고, 지금 분열되어 고통당하는 이 나라가 평화와 화합으로 회복될 것입니다.”

  놀랍게도 이 2차 국가금식기도일이 이후 전세가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최대의 격전이었던 게티즈버그 전투에서 승리하며 전세가 역전되었고 마침내 북군이 승리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이야기 속의 링컨을 보며 마치 오늘 본문 이야기 속의 여호수아를 보는 것 같았습니다. 전쟁의 그 화급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을 잊지 않고, 하나님 앞에 서는 일을 결코 미루지 않고 게을리 하지 않았습니다. 시간이 없고 사태가 더 힘들고 어려울수록 더욱 하나님 앞에 서려고 힘썼습니다.

   오늘 우리가 링컨과 같아야 합니다. 여호수아와 같아야 합니다. 이런 태도와 자세가 우리를 그리스도인답게 세워줍니다. 그리고 하나님을 우리의 우편에 서 계시게 해줍니다. 그래서 결국 승리를 얻게 해 줍니다.

“축복과 저주하는 율법”

   본문 34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 후에 여호수아가 율법책에 기록된 모든 것 대로 축복과 저주하는 율법의 모든 말씀을 낭독하였으니” 여호수아가 에발산에서 하나님께 제사를 드리고 율법의 말씀을 돌 위에 새겨 기록한 뒤에 그것을 백성들에게 낭독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낭독할 때 그 장면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세겜이라는 마을을 위아래로 마치 쌍둥이처럼 두 산이 우뚝 서있습니다. 남쪽에 그리심산과 북쪽에 에발산입니다. 여호수아는 모세의 명을 따라 각 산위에 여섯 지파씩 백성들을 나누어 세웠습니다. 그리고 그리심산 쪽을 향해서 축복의 말씀을 낭독했고, 에발산 쪽을 향해서 저주의 말씀을 낭독했습니다.

   이 장면을 보면서 한 가지 분명히 깨닫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이스라엘백성에게 축복의 말씀과 저주의 말씀을 똑 같이 선포하셨다는 것입니다. 들어야 할 사람도 반반으로 똑 같고, 그 분량도 같습니다.

   이것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우선 축복의 말씀과 저주의 말씀을 다 귀담아 들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듣고 싶은 축복의 말씀만 들으려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신 27장을 보면, 재미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모세가 장차 가나안 땅에 들어가서 백성들을 그리심산과 에발산에 나누어 세우고 축복과 저주의 말씀을 선포하라고 명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예로 한 가지만을 기록해 놓았습니다. 바로 에발산에서 백성들에게 저주를 선포하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12가지 저주의 말씀을 선포하게 하고서, 꼭 지켜야 할 것 한 가지를 명했습니다.

   신 27:16절 이하를 보면 이렇게 기록되어있습니다. “모든 백성은 응답하여 말하되 아멘 할지니라.” 12번 매번 저주의 말씀이 선포된 후 “아멘!”하라고 명한 것입니다.

   모세가 왜 그랬을까요? 구체적인 예로 왜 저주를 선포하는 말씀을 들었을까요? 그리고 각 저주가 끝날 때마다 왜 아멘하라고 강조했을까요? 듣기 싫은 말씀도 들으라는 것이 아닐까요? 축복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저주 받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그렇습니다. 우리가 말씀 속의 쓴소리를 귀담아 들어야 합니다. 귀에 달콤한 말씀만 듣고 그 때만 아멘할 것이 아닙니다. 쓴소리에도 아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설교자로서 늘 유혹을 받는 것이 있습니다. 교인들이 은혜 받았다며 듣기 좋아하는 설교를 하고 싶은 유혹입니다. 교인들이 말씀 듣고 행복해 하고, 설교를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모여와서 교회가 크게 부흥하는 유혹입니다. 설교를 연구하고 오랜 세월 설교하다보니,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을 알 것도 같습니다.

  그러나 성령의 도우심으로 깨달은 것이 있습니다. 설교자는 스피커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나를 사용하셔서 하시고자 하시는 말씀을 전하시는 인간 스피커일 뿐이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설교를 듣는 사람보다도 설교를 통해 말씀하시는 주님께 집중하려고 애씁니다. 교인들이 듣고 싶은 설교보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는 설교를 하려고 애씁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주시는 말씀을 선택하려해서는 안 됩니다. 축복의 말씀도 들어야 하고, 저주의 말씀도 들어야 합니다. 듣고 싶은 말씀도 들어야 하고, 듣고 싶지 않은 말씀도 들어야 합니다. 위로가 되고 힘이 되는 말씀도 들어야 하고, 아프고 찌르는 말씀도 들어야 합니다.

   다시 본문 이야기를 포함하고 있는 긴 이야기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아이성 전투의 실패 이후 여호수아는 이스라엘백성을 이끌고 에발산으로 갔습니다. 그곳에서 말씀이 명한 것을 다 이행했습니다.

   우리는 여호수아가 이스라엘백성과 함께 에발산에서 행한 일을 살피며 그 속에서 소중한 교훈을 발견하게 됩니다.

   우선 어떻게 에발산에 오르게 됐느냐는 것입니다. 바로 아이성의 참담한 실패를 통해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실패를 좋은 실패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비록 실패를 했을 지라도 그 실패를 통해서 하나님의 뜻을 깨닫는 일이 중요합니다.

   다음으로 에발산에서 무엇을 했느냐는 것입니다. 전쟁의 위급한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명하신 것을 그대로 준수했습니다. 우리가 삶의 분주함과 치열함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명하신 것을 그대로 순종하며 준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