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육신의 사랑

(요 1:14)

   오늘 본문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말씀이 육신이 되어 우리 가운데 거하시매” 이 말씀은 사도요한의 독특한 신학적 설명입니다. 바로 예수님께서 우리 인간을 구원하시기 위해서 오신 사건에 대한 설명인 것입니다. 한 마디로 성자 하나님께서 예수 그리스도로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영이신 하나님께서 육체를 가진 사람이 되셔서 이 세상에 오셨다는 것입니다.

   신학에서는 이것을 ‘성육신’(成肉身:Incarnation)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이 사람이 되셨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결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과거에도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일일 뿐 아니라, 우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신학자들은 이 성육신을 설명하기 위해 비유를 사용해왔습니다. 한 예로 4세기 초기교회사 시절에 아타나시우스라는 분은 성육신을 이렇게 비유로 설명했습니다.

  왕이 자기가 다스리는 나라의 한 시골마을에 평민으로 살기 위해서 찾아온 것과 같다는 것입니다. 당시 왕이 신처럼 받들어지던 때여서 왕이 시골마을을 방문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광영이었습니다. 그런데 왕이 그 마을에 살려고 온다는 것은 보통 사건이 아닙니다. 그 마을사람들로서는 더 할 수 없는 기쁨이요 복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대에도 여러 신학자들이 이 성육신을 비유로 설명하려 했습니다. 한 예로 루이스(C. S. Lewis)는 성육신을 이렇게 비유로 설명했습니다.

  신과 인간은 마치 셰익스피어와 햄릿의 관계와 같다. 햄릿이 셰익스피어에 대해 무엇을 알 수 있겠는가? 작가에 의해 작품 속 등장인물로 창조된 존재가 제 아무리 작품 속의 주인공이고, 제 아무리 영웅이라고 할지라도 자신을 창조한 작가를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과연 만날 수조차 있겠는가?

  그러나 이 불가능한 일이 인류역사의 한 시점에 실제로 일어났다. 창조주가 자신의 손으로 만든 이 세상에 피조물이 되어 들어오신 것이다. 말하자면 셰익스피어가 자신이 쓴 햄릿이라는 작품 속의 등장인물이 된 것이다.

   이런 설명들은 한 마디로 성육신은 인간이 생각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오직 하나님만이 계획하시고 실천하실 수 있는 일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성육신을 계획하시고 실천하시게 된 동기가 무엇일까요? 왜 하나님께서는 성육신이라는 이 놀라운 일을 하시게 된 것일까요?

   그 답을 요 3:16이 보여줍니다.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 독생자를 주셨으니 이는 그를 믿는 자마다 멸망하지 않고 영생을 얻게 하려 하심이라” 한 마디로 말하면 ‘사랑’때문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께서 성육신 사건을 행하신 것은 사랑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이 하나님으로 하여금 인간이 되어 세상에 오게 한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성육신 그 자체가 사랑이라는 점을 깨닫게 됩니다.

성육신의 사랑은 어떤 사랑인가?

   그러면 성육신의 사랑은 어떤 사랑일까요? 사도요한은 요일 4:10-11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사랑은 여기 있으니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한 것이 아니요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사 우리 죄를 속하기 위하여 화목제물로 그 아들을 보내셨음이라 사랑하는 자들아 하나님이 이같이 우리를 사랑하셨은즉 우리도 서로 사랑하는 것이 마땅하니라.” 한 마디로 성육신의 사랑은 하나님께서 친히 본을 보여주신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성육신의 사랑은 이 세상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사랑입니다. 이 세상에 넘쳐나는 사랑타령들과는 본질적으로 다른 사랑입니다. 사람들은 상상도 할 수 없고 감히 엄두도 낼 수 없는 그런 사랑입니다.

  우리 주변에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우리교우 가운데 한 분은 오랫동안 개를 지극정성으로 돌보았습니다. 그러다 안타깝게도 그 개가 수명을 다하고 죽었습니다. 너무 슬퍼서 몸져누웠습니다. 그리고 그 개를 잊지 못해 매일 묻힌 곳을 찾아갑니다. 너무도 그 개를 사랑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무리 그 개를 사랑한다고 해도 자신이 개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자기가 개가 돼서 그 개와 함께 사랑을 나누며 살고 싶어하는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그렇게 하셨습니다. 친히 사람이 되셨습니다. 사랑하기에 사람을 위해 사람이 되신 것입니다. 사랑하기에 자기희생을 하신 것입니다. 여기에 성육신 사랑의 차별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 성육신의 사랑의 특징을 신학적으로 잘 설명해준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스웨덴의 신학자 안더스 니그렌(Anders Nygren)입니다.

   이분은 명저 [아가페와 에로스]라는 책에서 사랑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합니다. 하나는 아가페(Agape)이고, 다른 하나는 에로스(Eros)입니다. 아가페는 하나님께서 보여주신 사랑으로 그 특징이 이타적이라는 것입니다. 이에 비해 에로스는 사람들이 노력해서 이루고자 하는 사랑으로 그 특징이 자기중심적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분이 아가페와 에로스의 차이 가운데 중요한 것 한 가지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 책에 이런 말이 나옵니다.

“에로스는 그 대상 속에서 가치를 먼저 인식한다. 그래서 그것을 사랑한다. 그러나 아가페는 먼저 사랑한다. 그래서 그 대상 속에 가치를 창조한다.”

   에로스는 사랑하는 대상의 가치에 주목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랑할 가치가 있는 것을 사랑하며, 그것을 자기가 소유하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가페는 사랑하는 대상의 가치에 무관심하다는 것입니다. 다만 사랑하면서 그 대상을 가치 있게 만들어 간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성육신 사건에 나타난 하나님의 사랑을 아가페라고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하나님께 죄를 지어 하나님과 원수된 인간들을 사랑하셨습니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께서는 사랑할 가치가 없는 우리 인간들을 사랑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아들을 성육신하게 하신 것입니다. 그 결과 우리 인간이 하나님의 자녀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신 것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의 사랑을 받아 가치 있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이제 하나님께서는 우리에게 이런 아가페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십니다. 세상사람들은 에로스로 사랑하지만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아가페로 사랑하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는 따지지 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 사람이 내가 사랑할 가치가 있는지를 살피지 말아야 합니다. 그 사람을 사랑해서 내게 돌아올 유익이 무엇인지 계산하지 말아야 합니다. 장애인 자식을 둔 엄마가 끝까지 보살펴야 할 그 자식을 사랑하듯이 사랑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는 사랑해서 그 사람을 귀하게 세워줘야 합니다. 사랑해서 그 사람이 행복해지게 해 주어야 합니다. 사랑해서 그 사람이 평안해지게 해 주어야 합니다. 사랑해서 그 사람이 힘을 얻게 해 주어야 합니다.

성육신의 사랑의 결과는 무엇인가?

   그러면 성육신의 사랑의 결과를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겠습니다. 한 마디로 그 사랑 때문에 우리에게는 너무도 좋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요즘 청년들 말로 우리에게 대박이 터진 것입니다.

   마태는 이 성육신의 사랑의 결과를 두 가지를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하나, 죄에서 구원

   마 1:21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아들을 낳으리니 이름을 예수라 하라 이는 그가 자기 백성을 그들의 죄에서 구원할 자이심이라 하니라” 성육신의 사랑의 결과로 우리에게 죄에서 구원받을 길이 열렸다는 말씀입니다.

   그러면 도대체 어떻게 성육신이 우리에게 죄에서 구원받을 길을 열었을까요? 여기에 하나의 신비가 담겨있습니다. 사람의 이성적인 논리를 뛰어넘는 하나님의 신비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인간과 온 세상을 창조하셨을 때 모든 것이 하나님 보시기에 좋았습니다. 하나님과 인간과의 관계도 더할 나위 없이 좋았습니다. 그리고 온 세상은 하나님의 영광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인간이 하나님의 말씀을 믿지 못하여 어김으로써 죄가 피조세계에 생겨나게 되었습니다. 말씀을 어긴 인간은 죄를 저지른 죄인이 되었고, 피조세계는 죄로 오염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죄인이 된 인간은 스스로 자기 죄를 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습니다. 모든 인간이 다 죄를 범했기 때문에 다른 누구를 도와줄 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비록 죄인이 되어버렸지만 인간을 사랑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들을 죄에서 구원하실 아주 특별한 계획을 세우셨습니다. 한 마디로 저들의 죄를 대속해 주실 길을 마련하신 것입니다. 죄 없으신 하나님께서 인간이 되셔서 저들을 대신해서 죄 값을 치르기로 하신 것입니다. 그래서 용단을 내리시고 성자 하나님께서 사람이 되시는 놀라운 일이 일어나게 된 것입니다.

   이제 성육신 사건으로 우리가 죄사함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우리가 죄인이지만 죄로부터 구원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입니다. 바로 성육신 사건 때문입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의 죄를 대신 지시기 위해서 사람이 되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청년시절 들었던 설교말씀 중에 기억이 나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미국 남북전쟁시절에 북군에서 군에 나갈 병사를 징발했습니다. 어느 마을에서 대상자들을 모아놓고 제비를 뽑아서 한 청년이 결정됐습니다. 그런데 이 청년은 부모님도 계시고 부양할 가족들이 많아서 전쟁에 나가게 되면 이 가정의 생계가 막막한 상태였습니다. 이 청년의 친구 가운데 부모도 없고 부양할 가족도 없는 한 청년이 자기가 대신 가겠다고 나섰습니다.

  남게 된 청년은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전할 길이 없었습니다. 혹시 친구에게 나쁜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으로 매일 신문을 펴서 전쟁 상황을 확인하고, 전사자 명단을 살피는 것이 일과가 되었습니다. 어느 날 안타깝게도 전사자 명단 가운데 자기 친구의 이름이 실린 것입니다. 당장 그곳으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친구의 시신을 모셔다가 마을 공동묘지에 묻었습니다. 그리고 그 묘비에 이렇게 섰습니다. “그가 나를 대신해서 죽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육신하셔서 우리의 죄 값을 치르기 위해 대신 죽어주신 것입니다. 바로 주님께서 성육신하셨기에 내가 구원 받고 죄에서 구원받게 된 것입니다.

   구원 받았다는 것이 무엇입니까? 한 마디로 하나님께 용서받았다는 것입니다. 이제 더 이상 하나님과 원수관계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하나님과의 화해가 이루어졌고, 한 걸음 더 나아가 하나님의 자녀가 된 것입니다. 하나님 앞에 나올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장차 저 천국에 들어갈 소망을 가지게 된 것입니다.

둘, 임마누엘

   마 1:23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보라 처녀가 잉태하여 아들을 낳을 것이요 그의 이름은 임마누엘이라 하리라 하셨으니” 성육신의 사랑의 결과로 우리에게 임마누엘의 축복이 임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임마누엘이란 하나님께서 우리와 함께 하시는 축복을 말합니다.

   그러면 임마누엘이 우리에게 복이 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사도요한은 그 중에 가장 중요한 것 한 가지를 소개해 주고 있습니다.

   요 1:18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본래 하나님을 본 사람이 없으되 아버지 품속에 있는 독생하신 하나님이 나타내셨느니라” 성육신 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임마누엘 즉 우리와 함께 하시면서 우리에게 하나님을 보여주셨다는 것입니다.

   요 14장을 보면 예수님과 제자들 사이의 대화가 기록되어있습니다. 7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너희가 나를 알았더라면 내 아버지도 알았으리로다. 이제부터는 너희가 그를 알았고 또 보았느니라.”

   8절을 보면 빌립이 그 말씀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주여 아버지를 우리에게 보여주옵소서 그리하면 족하겠나이다” 9절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답하셨습니다. “빌립아 내가 이렇게 오래 너희와 함께 있으되 네가 나를 알지 못하느냐 나를 본 자는 아버지를 보았거늘 어찌하여 아버지를 보이라 하느냐”

   그렇습니다. 성육신하셔서 우리 가운데 계시는 임마누엘의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하나님을 알 수 있게 해 주시고, 믿음의 눈으로 하나님을 볼 수 있게 해 주시는 것입니다.

  제가 중국을 선교여행하면서 짬을 내서 공부하기 위해 주변 여행을 합니다. 특히 타종교 사찰이나 종교시설을 둘러봅니다. 불교사찰을 둘러보면 한국과 달라서 불상이 그 규모가 어마어마합니다. 사천성에 있는 낙산대불은 부처상 높이가 무려 71미터나 됩니다. 그리고 그 숫자도 상상을 초월합니다. 하남성에 있는 용문석굴이란 곳은 현재 발굴된 곳만 2345개인데 그 안에 돌로 만든 부처상이 무려 10만개가 넘습니다.

  그리고 도교사원에 가보면 이해하기 힘든 신상들이 넘쳐납니다. 실존인물인 노자를 신상을 만들어 최고의 신으로 섬기고, 관우와 같은 여러 역사상 실존 인물을 신상을 만들어 섬기고 있었습니다.

   저는 이런 종교시설을 돌아보면서 한 가지 깊이 깨닫는 것이 있습니다. 바로 사람들이 하나님을 보고 싶어한다는 것입니다. 나름대로 신이 있다는 것은 감지하고, 그 신을 섬기고 싶어 합니다. 그런데 그 신이 눈에 보여야 그 앞에 가서 그 신께 예를 표하고 기원도 드릴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각종 종교들은 저마다의 신상을 만들어 놓고, 그것이 신이라고 하면서 숭배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한 마디로 하나님을 모르니까 하나님 아닌 것을 하나님이라 섬기고 있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우상숭배의 죄인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다릅니다. 성육신 하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임마누엘하셔서 하나님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그분이 어떤 분이신지, 그분의 뜻이 무엇인지, 그분이 하신 말씀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 주셨습니다. 그리고 영이신 하나님을 믿음의 눈으로 볼 수 있게 해 주셨습니다. 하나님께서 영으로 지금 우리와 함께 하신다는 사실도 깨닫게 해 주셨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아무런 신상을 차려놓지 않고도 영으로 진리로 하나님께 예배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언제 어디서나 하나님과 함께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오늘이 대림절 넷째주일이면서 성탄주일입니다. 이미 이 땅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성육신하신 하나님이라는 사실을 재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이 성육신 안에 담겨있는 그 크신 사랑을 다시 한 번 깊이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사랑 받을 가치와 자격이 없는 우리가 하나님의 그 크신 사랑을 받았다는 사실에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주님께서 성육신하셨기에 우리가 죄사함 받았고, 하나님과 화해되어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성육신하셨기에 임마누엘의 복을 누리게 되었습니다. 이 크신 복을 감사하는 성탄이 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