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6) 복된 소식을 전하는 발걸음 (행 3:1-10)

저는 지난 1월 첫 주일부터 “우리를 회복시켜 주십시오”(시 80:3)라는 말씀을 근간으로 해서 다섯 번에 걸쳐 ‘회복’에 관한 말씀을 전했습니다. 첫 주일에는 에스겔 골짜기의 마른 뼈들이 일어나는 환상을 묵상하면서 개인의 삶과 공동체의 생활 속에 영적 회복의 역사가 일어나야 함을 말씀드렸습니다. 둘째 주일에는 나아만 장군이 치유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믿음의 회복과 영적 감각의 회복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셋째 주일에는 예수께서 벙어리와 귀머거리가 되게 하는 귀신을 물리치시는 사건을 묵상하면서 기도의 회복에 대해서 말씀드렸습니다. 넷째 주일에는 바디메오가 눈을 뜨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서 마음의 눈이 회복되어야 함을 강조하였습니다. 지난 주일에는 손이 오그라든 사람이 치유되는 이야기를 묵상하며 이웃을 향해 우리의 손이 펼쳐져야 함을, 즉 나눔과 섬김의 삶이 회복되어야 함을 말씀드렸습니다.

그동안 우리들 개인과 공동체의 삶 가운데에 이러한 영적 회복의 역사가 얼마나 강하게 시작되었는지 가늠할 길이 없습니다. 하지만,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걸국에는 봄에게 자리를 내어주는 것처럼, 우리가 영적인 치유와 회복의 역사를 간절히 소망하고 기도한다면, 머지않아 성령께서 우리의 눈을 열어 보게 하실 줄로 믿습니다. 우리의 귀를 열어 듣게 하시고, 입을 열어 말하게 하시고, 손을 펴서 나누고 섬기게 하실 줄로 믿습니다. 여기에 한 가지 회복의 역사가 더해져야 합니다. 우리의 발이 회복되어야 합니다. 영적으로 주저앉은 우리가 벌떡 일어나 복음을 전하는 발걸음을 옮겨야 합니다. 오늘은 발의 회복에 대해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2.

예수님은 베드로를 갈릴리에서 불러내셨습니다. 베드로에게 있어서 갈릴리는 고기를 잡던 곳이었습니다. 고기를 잡아 자신과 가족들의 행복을 도모하던 곳이었습니다. 예수님은 고기를 낚던 베드로를 부르셔서 “사람 낚는 어부로”(마 4:19) 삼아주셨습니다. 복음을 전하여 구원하는 인생으로 변화시켜 주셨습니다. 예수님은 이 일을 위하여 베드로와 함께 유대의 여러 곳을 여행하셨고 마침내 예루살렘으로 발걸음을 옮기셨습니다. 하지만, 예수께서 예루살렘에서 십자가에서 죽임을 당하자, 베드로는 다시 갈릴리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말했습니다. “나는 고기를 잡으러 가겠소”(요 21:3). 이 말은 예수님을 통해서 얻었던 새로운 소명과 소망이 한 순간에 물거품처럼 사라지는 소리입니다. 베드로는 실의와 좌절에 짓눌려 옛 삶의 자리에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영적인 앉은뱅이가 된 것입니다.

그런 그를 부활하신 주님께서 찾아가 다시 불러내셨습니다. 한편으론, 갈릴리에서 처음 그분을 만났을 때의 감격과 고백을 회복시켜주셨고, 다른 한편으론, 베드로의 마음 속 깊숙히 상처로 남아 있는 배신에 대한 죄책감을 치유해주신 것입니다(요 21:15-17). 낙심, 좌절, 두려움, 그리고 죄책감에 짓눌려 도저히 사람을 낚으러 다시 발걸음을 뗄 수 없었던 영적인 앉은뱅이가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서게 되었습니다.

3.

베드로는 다시 힘찬 걸음으로 사람을 낚는 자리로 돌아갔습니다. 예루살렘에서 성령을 체험한 후 본격적으로 사람 낚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그의 설교를 듣고 3천 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전도되었고, 복음의 능력으로 온전히 삶이 변화되었습니다(행 2:41-42). 오직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만이 삶의 원리가 되는 나눔과 섬김의 공동체를 이루었습니다(행 2:43-46). 그리고 그들의 아름다운 삶의 향기를 통해서 전도의 역사가 계속되었습니다(행 2:47)

그렇게 신바람나게 사람 낚는 사역을 펼치던 어느날, 베드로는 요한과 함께 기도하러 성전으로 가던 길에 선천적으로 걷지 못하는 사람을 만납니다. 그는 태어나서40년 넘게(4:22) 한 번도 다리 펴고 허리 펴고 걸어본 적이 없는 불행한 사람이었습니다. 베드로는 그 사람을 본 순간 갈릴리로 돌아가 영적인 앉은뱅이로 살았던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을 것입니다. 그리고, 예수께서 찾아오시어 자신을 다시 일으켜주셨듯이, 자기도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를 일으켜주어야 한다는 사명감이 마음에 불쑥 솟아났을 것입니다. 그래서, 성령께서 주신 거룩한 충동을 따라 그 걷지 못하는 사람에게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걸으시오”라고 선언하고는 그를 잡아 일으켰습니다. 그러자 그가 “즉시 다리와 발목에 힘을 얻어서 벌떡 일어나서 걸었습니다”(행 3:7).

그뿐이 아닙니다. 그 사람은 “걷기도 하고, 뛰기도 하며, 하나님을 찬양하면서” 베드로와 요한을 따라 성전 안으로 들어갔습니다(행3:8). 왜 그들을 따라 성전으로 들어갔습니까? 장애인이었기 때문에 한 번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성전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을 것입니다. 베드로와 요한을 따라가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고 싶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영적 앉은뱅이였다가 일어나 복음을 전하는 베드로처럼 자신도 복음을 증거하는 삶을 살고 싶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것은 그저 추측이 아닙니다. 4장을 읽어보면 이 사람이 베드로와 함께 자신에게 일어난 기적을 간증하면서 예수 그리스도를 전하는 일을 하는 것을 보게 됩니다(10절, 14절). 이 사람도 사람을 낚는 어부 즉 전도자의 삶을 살게 된 것입니다.

4.

오늘 본문은 우리로 하여금 영적 앉은뱅이의 상태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일어나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아야 한다는 사명감과 더불어 그 사명을 감당할 때에 알아야 할 중요한 전도의 원리도 가르쳐주고 있습니다.

전도의 첫 번째 원리는 “전도 대상자를 올바로 선정하라”는 것입니다. 성전의 ‘아름다운 문’ 곁에 있던 걷지 못하던 이 사람은 장애로 인하여 율법에 따라 성전에 들어갈 수 없었던 사람입니다. 말하자면, 종교적으로 소외된 사람을 상징합니다. 베드로는 전도의 대상자를 올바로 선정하였습니다. 신앙의 울타리 밖에 머물고 있는 사람, 즉 불신자나 낙심자가 전도의 대상자입니다. 우리의 전도 대상은 다른 교회 교인이 아닙니다. 물론, 다른 교회에서 영적인 보금자리를 발견하지 못한 사람이 우리교회에서 영적 보금자리를 찾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도의 주된 대상자는 불신자와 낙심자가 되어야 합니다. 참된 전도는 하나님 나라를 확장하는 것이지, 자신의 교회를 성장시키는 것이 아닙니다. 교회의 성장이 바른 전도를 통한 것이 아니라면 그것은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비대해지는 것입니다.

전도의 두 번째 원리는 “한 영혼을 세심하게 살펴보라”는 것입니다. 베드로가 걷지 못하는 사람을 치유하게 된 동기는 “그를 눈여겨 보았기”(행 3:4절) 때문입니다. 눈여겨 보았다는 말은 한 영혼 한 영혼을 긍휼의 눈으로 보았다는 말입니다. 긍휼의 마음으로 보아야 복음이 필요한 사람이 누구인지 , 영적 인도가 필요한 사람, 믿음으로 삶이 온전히 회복되어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보입니다. 겉보기에 부족한 것 없고, 평안하고, 강한 것 같지만, 영적으로 궁핍하고 목마르고, 불안하고, 연약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수가 필요한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들을 발견할 수 있는 눈이 있어야 합니다.

세 번째 원리는 “필요한 것을 주라”는 것입니다. 아이가 원한다고 다 들어주는 것이 온전한 사랑이 아닙니다. 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을 주는 것이 바른 양육 방식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참된 전도는 전도 대상자가 원하는 것을 주는 것이 아닙니다. 그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을 주는 것입니다.미문 곁에 있었던 사람이 원하던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몇 푼의 돈이었습니다. 그러나, 정작 그에게 절실하게 필요로했던 것은 일어나 걷는 것이었습니다. 베드로는 그가 당장 원하는 것을 주지 않았습니다. 본질적으로 그에게 필요한 것을 주었습니다. 참된 전도는 당장의 만족을 주는 것이 아니라 참된 만족을 주는 것입니다. 무엇이 인간에게 참된 만족을 줄 수 있습니까? 복음입니다. 복음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네 번째 원리는 “너에게 있는 것을 주라”는 것입니다. 베드로는 말했습니다. “나에게 있는 것을 그대에게 주니”(6절). 그에게 있는 것이 무엇이었습니까? 체험입니다. 그를 찾아오신 분, 그의 인생 항로를 변화시키신 분, 영적으로 주저앉아 있던 그를 다시금 일으켜주신 분에 대한 체험입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체험하지 못하면 그분을 전할 수 없습니다. 예수 그리스도를 사랑하지 못하면 그분을 전하지 못합니다. 전도는 우리가 배운 주님을 전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만난 주님을 전하는 것입니다. 만나보니까 더없이 귀하기에 전하는 것입니다.

다섯 번째 원리는 “매일의 삶 속에서 전도하라”는 것입니다. 성전 미문이라는 곳은 전도하기 위해 특별히 파송 받아 간 곳이 아닙니다. 일상의 한 부분, 평범한 삶의 현장입니다. 전도는 크게 마음 먹고 어디를 가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하루하루 살아가면서 만나는 사람들 중에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한 사람을 찾아 전도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언제 어디서든지 필요하다면 전도할 수 있는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매일이 전도의 기회요, 일상이 전도의 마당입니다.

5.

사랑하는 새빛 교우 여러분, 주님께서 욕심-죄-사망의 무게에 짓눌려 주저앉아 있던 우리의 다리와 발목에 힘을 주셔서 이제는 걸어다니게 하셨습니다. 이 두 다리로 놀러 다니라고, 돈 벌러 다니라고 다시 일으켜세워 주신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발걸음이 복음을 전하는 복된 발걸음이 되어야 합니다. 영적으로 널부러져 있던 베드로가 다시 일어나 복음을 전했듯이,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일어서게 된 사람이 베드로와 함께 복음을 전했듯이, 우리의 매일의 발걸음이 복음을 전하는 전도의 발걸음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며칠 전, 한국의 대표 지성인 이어령 선생의 딸인 장민아 집사의 간증을 들었습니다. 남부러울 것이 전혀 없는 삶을 살던 중에 30대 초반에 갑상성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암이 두 번이나 재발되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한 아들이 알고 보니 극심한 자폐증 환자인 것이 밝혀졌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는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말씀만을 붙잡고 살다가 자신의 암도, 아들의 자폐증도 기적적으로 말끔히 치유되는 체험을 했습니다. 2007년에는 망막 손상으로 상실한 시력이 기적적으로 돌아왔습니다. 그 이후 장민아 집사는 이 귀한 회복의 역사를 허락하신 주님을 증거하는 삶을 살아갑니다. 어느날, 간증을 하러 다니는 딸을 못마땅하게 여기시는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렸습니다. “어머니, 이 뜨거운 체험을, 이 생생한 치유와 회복의 역사를 전하지 않을 자유가 제게는 없어요.”

그렇습니다. 우리에게는 우리가 만난 주님, 우리 안에서 놀라운 일을 행하신 주님을 전하지 않을 자유가 없습니다. 전도는 옵션이 아닙니다. 꼭 실천해야 하는 것입니다. 모든 그리스도인의 거룩한 의무요 사명입니다. 우리도 예수께서 힘을 주신 다리를 움직여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누군가를 일으켜주기 위하여 어디든지 걸어가야 합니다. 우리가 복음을 받아들이는 일, 그리고 다른 사람이 복음을 받아들이도록 전하는 일만큼 세상에 값진 일은 없습니다. 한 사람에게 복음을 전하는 일이 곧 세상을 바꾸는 일입니다.

새빛 교우 여러분, 2011년에 전도와 관련해서 두 가지를 놓고 기도합시다. 첫째는 ‘재복음화’를 위한 기도입니다. 먼저 예수를 그리스도로 영접한 우리가 확실한 그리스도인이 되기를 기도하자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체험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그리스도를 만나야 합니다. 그분의 능력으로 변화되어야 합니다. 없는 것을 줄 수는 없습니다. 만나지 못한 분을 소개할 수 없습니다. 맛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선전할 수 있겠습니까? 우리 중에 교회에 나와 앉아있지만 아직도 그분을 만나지 못한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예수 믿는 맛, 그리스도와 동행하는 맛, 그분의 말씀을 따라 사는 맛을 모르는 이들이 있을 것입니다.

왜 아직 예수님을 만나지 못했을까요? 그분이 만나주시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내가 그분을 만나주지 않았기 때문일까요? 답은 분명합니다. 우리가 그분을 만나기를 주저하기 때문입니다. 그분을 만나기를 두려워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기도합시다. 예수 그리스도를 향하여 나의 마음문이 열리기를 기도합시다. 나에게 손을 내미시어 내 손 잡아 일으키시는 주님을 체험할 수 있게 해달라고, 그리하여 일어나 걷고, 뛰고, 하나님을 찬양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합시다.

둘째는 ‘복음화’를 위한 기도입니다. 내가 만난 예수, 나를 변화시키신 예수를 전해야 합니다. 여전히 인생의 얕은 물가에서 이 세상에서의 삶이 전부인 줄 알고, 세상에서 누리는 재미가 전부인 줄 알고, 돈이 전부인줄 알고, 자기가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는 이들에게 우리 인생의 전부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전해야 합니다. 주님께서 회복시켜 주신 두 발을 가지고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분주히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주님을 전하기 위하여 걸어다니는 발이 되기를 기도합시다. 긍휼의 눈으로 주위를 살펴보십시오. 예수 그리스도가 필요한 사람이 보일 것입니다. 올해 적어도 한 사람에게 손 내밀 수 있도록, 손 내밀어 “나사렛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그를 일으켜세울 수 있도록, 그리하여 그가 나와 함께 성전으로 들어가 우리에게 행하신 놀라운 일을 찬양하고 전하는 사람이 되도록 기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