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유한 리더십

딤후 2:23-26

   일본의 전국시대를 끝내고 통일을 이루는데 공을 세운 영웅으로 세 사람을 꼽습니다.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그리고 도쿠가와 이에야스입니다. 그런데 이 세 사람은 리더십 스타일이 서로 달랐습니다. 이 세 사람을 비교하는 유명한 시(하이쿠)가 있습니다.

“노부나가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죽여 버리고,

히데요시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게 만들고,

이에야스는 두견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

노부나가는 힘으로 밀어붙이는 폭압적 리더십을 발휘했고, 히데요시는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적을 이루는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했고, 그리고 이에야스는 때를 기다리는 온유한 리더십을 발휘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결국 전국시대를 끝내고 일본을 통일한 사람은 도쿠가와 이에야스였다는 점입니다. 그러니까 온유한 리더십이 폭압적 리더십이나 전략적 리더십보다 더 강력한 리더십이었다는 것입니다.

   성경을 보면 하나님께서 쓰시는 리더는 온유한 사람입니다. 대표적으로 모세를 들 수 있습니다. 민 12:3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 사람 모세는 온유함이 지면의 모든 사람보다 더 하더라” 한 마디로 모세가 발휘한 리더십은 온유한 리더십이었다는 것입니다.

   모세는 이스라엘백성을 출애굽시켜서 가나안까지 인도하는 지도자로 세움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모세가 리더십을 발휘하기가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지금까지 이스라엘백성과 함께 살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갑자기 나타나서 나를 따르라고 말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폭압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가 없었습니다. 바로는 막강한 군사력이 있었기에 이스라엘백성을 폭압적으로 통치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모세는 그저 혼자서 지팡이 하나 들고 백성들을 이끌어야 했습니다. 힘으로 백성들을 이끌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으로 전략적 리더십도 발휘할 수가 없었습니다. 모세는 하나님의 지시를 따라 백성을 이끌었기 때문에 자기가 어떤 전략을 세운다든지, 어떤 수단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다른 지략이나 전략으로 백성들을 이끌 수가 없었습니다.

   모세가 택한 것은 온유한 리더십입니다. 백성들이 원망하고 불평하면 다 듣고 견디고 참아냈습니다. 해결할 수 없는 어려운 문제가 생겼을 때, 하나님 앞에 기도하며 하나님의 역사하심을 기다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세가 이스라엘백성의 출애굽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것입니다. 온유한 리더십으로 출애굽을 성공해 냈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온유한 모세를 들어 쓰신 것입니다.

   오늘 본문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주의 종은 마땅히 다투지 아니하고 모든 사람에 대하여 온유하며” 주님께 사명을 받은 종들은 온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모세와 같은 지도자를 쓰신다는 말씀입니다. 오늘도 지도자들에게 온유한 리더십을 요구하신다는 말씀입니다.

왜 온유인가?

   그러면 왜 주의 종들은 온유한 리더십을 발휘해야 할까요? 도대체 온유가 무엇이기에 이렇게 지도자들에게 온유를 강조하는 것일까요?

   먼저 온유란 무엇인지를 살펴보겠습니다. 온유(溫柔)는 글자 그대로 성품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것을 말합니다. 물론 이 온유는 연약하거나 무능한 것과는 다릅니다. 부드러워 보이지만 강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중국의 노자는 이 부드러움을 물로 비유했습니다. 대표적으로 노자의 [도덕경]에 이런 글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세상에 부드럽고 약하기로는 물보다 더한 것이 없다. 더구나 견고하고 강한 것을 공격하는 데는 능히 이보다 나은 것이 없다. 약한 것은 강한 것에 이기고, 부드러운 것은 굳센 것을 이긴다는 것을 천하에 알지 못하는 사람이 없지만 능히 이를 행하지는 못한다.

  사람도 태어날 때에는 부드럽고 약하나, 그 죽음에 이르러서는 굳고 강해진다. 풀과 나무도 생겨날 때에는 부드럽고 연하지만, 그 죽음에 이르러서는 마르고 굳어진다. 그러므로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무리이다.

   노자는 물을 보면서 온유를 생각했습니다. 물은 한 없이 부드럽고 유연하지만 강력한 힘이 있음을 생각한 것입니다. 약하게 한 방울씩 떨어지지만, 강하고 단단한 바위에 구멍을 냅니다. 또 갓 싹이 튼 부드러운 새싹을 보면서 온유를 생각했습니다. 새싹은 부드럽고 연하지만, 그 안에 생명의 힘이 담겨져 있음을 생각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성경이 말씀하고 있는 온유는 이렇게 부드럽지만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겉으로 표현되는 부드러움으로 함께 하는 사람들과 공동체를 하나로 세워갑니다. 그리고 감춰진 힘으로 장애물을 극복하고 적들과 싸워 이겨낼 수 있습니다.

   주님께서 온유한 리더들을 쓰시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부드러워 사람들을 위로하고 공동체를 하나로 이루어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서 위기를 돌파하고 사탄의 세력과 싸워이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온유가 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데, 그 힘은 어떤 힘일까요? 그 온유의 힘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감정을 조절하는 힘입니다.

   요 2장을 보면 예수님의 성전청결사건이 기록되어있습니다. 예수님께서 성전에서 장사하는 사람들을 향해 소리를 지르셨습니다. 성전을 시장바닥이 되게 하셨다고 야단치시며, 다 나가라고 내쫓으셨습니다. 팔려고 끌고 왔던 양이나 소와 같은 가축들을 노끈으로 내리치시며, 성전에서 내쫓으셨습니다. 환전상의 상을 들러 엎으셨습니다. 누구도 말릴 수 없었습니다. 크게 분노하시며 성전을 발칵 뒤집어 놓으신 것입니다.

   우리는 성경을 읽으며 예수님은 분노를 모르는 분처럼 생각하시 쉽습니다. 화를 내거나 욕을 하거나 폭력을 사용할 줄 모르는 분처럼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다 이 성전청결사건을 읽는 순간 당황하게 됩니다. 그 누구보다도 강하게 분노를 폭발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예수님은 평소에 분노라는 감정을 잘 조절하셨다가, 분노를 표출해야 할 때는 강하게 터뜨리신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온유입니다. 분노할 줄 모르는 것이 온유가 아닙니다. 분노할 줄 알지만 잘 조절해서 분노를 가라앉히는 것입니다. 그러나 분노해야 할 때는 마치 화산이 폭발하듯 강력하게 폭발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온유 안에는 이 감정조절의 힘이 담겨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리더가 되려면 이런 감정조절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감정에 휘둘리지 말아야 합니다. 오히려 감정을 잘 활용하고, 사역의 에너지로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둘째, 인내하는 힘입니다.

   마 26:52이하를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네 칼을 도로 칼집에 꽂으라 칼을 가지는 자는 다 칼로 망하느니라. 너는 내가 내 아버지께 구하여 지금 열두 군단 더 되는 천사를 보내시게 할 수 없는 줄 아느냐”

   겟세마네동산에서 예수님께서 체포되실 때 하신 말씀입니다. 베드로가 칼을 들고 저항하려하자 말리시면서 말씀하셨습니다. 칼을 거두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께서 얼마든지 저들을 물리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아버지의 뜻을 이루기 위해서 지금은 참는다는 것입니다.

   바로 이것이 온유입니다. 힘이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당하는 것이 아닙니다. 힘이 있지만 때를 기다리며, 인내하고 참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온유에는 이렇게 인내하는 힘이 있습니다.

   우리가 리더가 되려면 이런 인내하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때를 분별하여 기다리고 참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힘을 남발하여 대세를 그르치지 말아야 합니다.

셋째, 순종의 힘입니다.

   성경의 온유라는 말은 성경원어로는 ‘프라우스’(πραυζ)라는 말을 번역한 것입니다. 영어로 된 성경사전을 보면 이 단어를 부드럽다는 뜻의 ‘mild’와 온화하다는 뜻의 ‘gentle’로 풀이해놓았습니다. 그리고 주목할 만한 말을 덧붙여놓았습니다. “이 말을 제대로 번역할 영어 단어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실 이 프라우스라는 말은 조련사가 야생마를 길들인 준마의 모습을 표현할 때 쓰던 말입니다. 제멋대로 날뛰던 야생마가 조련사의 조련을 받은 뒤, 조련사의 뜻을 그대로 따르는 준마가 됩니다. 이 때 준마의 성품과 태도를 프라우스라고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영어에는 이런 뉘앙스를 담은 말이 없습니다.

   그래서 성경에서 온유라는 말을 쓸 때는 하나님께 조련을 받아서 하나님의 통제 하에 있는 상태를 말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제 뜻대로 살던 사람이 하나님의 조련을 받은 뒤, 하나님의 말씀대로 살게 된 상태를 말합니다.

   사실 하나님의 말씀을 안다고 다 순종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순종할 수 있는 힘이 있을 때만 그 말씀에 순종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온유에는 이런 순종의 힘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리더가 되려면 이런 순종의 힘이 있어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가 야생마 같은 신자가 아니라 조련 받은 준마와 같은 신자가 되어야 합니다. 내 뜻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사람이 되어야 합니다.

어떻게 온유할 수 있을까?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온유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요? 어떻게 온유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을까요?

첫째, 예수님께 배우는 것입니다.  

   마 11:29을 보면 예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나의 멍에를 메고 내게 배우라.” 예수님께서 온유하고 겸손하신데 예수님의 멍에를 메고 예수님께 배우라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한 마디로 우리가 온유하려면 예수님께  워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그런데 주목할 것은 예수님께 배우고자 할 때 예수님의 멍에를 메라고 말씀하셨다는 점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셔서 겪고 있는 힘들고 불편한 상황들, 벗어나고 싶은 고난들 그것들을 하나님께서 메어주신 멍에라고 생각하셨다는 것입니다. 마치 소가 농부가 씌어놓은 멍에를 메고 묵묵히 논과 밭을 가는 것처럼, 지금 당신에게 주어진 상황들을 멍에로 생각하고 묵묵히 지고 계시다는 것입니다.

   사실 많은 사람들이 견디기 힘든 상황을 만나게 되면, 자기가 재수가 없어서 그렇게 됐다거나 아무개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겪지 않아도 될 상황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원망하거나 자학을 합니다. 그러다 보면 속이 상하고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때로는 분노를 터뜨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온유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이런 것들을 멍에로 여기셨다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지어주신 멍에로 여기셨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힘들지만 순종하게 되고, 때로는 그런 멍에를 질 수 있어서 감사하고, 심지어 그런 멍에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온유하게 됩니다. 우리가 이것을 배워야 합니다.

  현재 가장 인기 있는 한국인을 들라면 단연 BTS입니다. 이들의 노래가 전세계 대중음악계를 호령하고 있습니다. 콧대 높은 미국의 빌보드 차트에 여러 주째 1위로 올라있고, 음반 판매량이나 영상 조회수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압도적입니다.

  주목할 것은 팬덤현상입니다. 소위 아미라는 사람들이 BTS를 좋아해서 무작정 따라하려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BTS가 떡볶이 먹는 장면이 영상에 등장한 뒤 우리나라 떡볶이 수출이 60%나 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BTS와 협업하여 출시한 맥도날드의 너깃은 기존 판매량에 비해 무려 38배나 늘었다고 합니다. 정말 수많은 사람들이 BTS를 따라하려한다는 것입니다. 노래와 춤을 따라하고, 옷을 따라 입고, 먹는 것까지 따라 먹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저는 이런 현상을 보면서 저를 비롯한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우리가 예수님을 구주로 믿는다면서 얼마나 예수님을 따라하려 했는지 반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제 예수님처럼 주어진 멍에를 묵묵히 메고 가야 하겠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온유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둘째, 성령의 능력을 덧입는 것입니다.

   갈 5:22을 보면 성령의 열매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9가지인데 그 중에 여덟 번째 열매로 이 온유를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말씀은 온유가 성령의 열매라는 것입니다.

   여기서 성령의 열매라는 것은 어떤 뜻일까요? 성령의 능력을 부어주시는 하나님의 은혜로써 맺어지는 열매라는 뜻입니다. 내 힘으로, 내 의지로 맺을 수 있는 열매가 아니라는 뜻입니다.

   그렇습니다. 온유는 결코 내 힘으로 이루어낼 수 있는 성품이 아닙니다. 잠시 온유한 척은 할 수 있지만 이내 그 한계가 나타납니다. 우리가 연약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성령의 능력을 덧입으면 온유할 수 있습니다. 우리 안에서 성령께서 우리의 연약함을 도와주시기 때문입니다.

  최근 영국의 건강한 42세 남성이 코로나감염으로 사망한 것이 화재가 되고 있습니다. 이분은 평소 등산과 보디빌딩으로 탄탄한 몸과 건강을 자신했다고 합니다. 주변사람들도 모두 이 사람의 건강을 부러워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자신은 건강하기 때문에 코로나에 걸려도 가볍게 지나갈 것으로 여겼고, 자기 몸에 백신이 주입되는 것을 꺼려서 백신을 맞지 않았답니다.

  이분이 야영을 다녀온 뒤 코로나 양성판정을 받았고, 4주 만에 숨졌습니다. 이분은 중증으로 치료를 받으며 인공호흡기를 달면서 마지막으로 의사에게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합니다. “백신을 맞을 걸 그랬습니다. 말을 들을 걸 그랬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강한 것 같지만 사실 연약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와 싸울 때 우리의 면역력만으로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백신을 맞고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우리의 성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 힘만으로는 감정을 조절할 수 없습니다. 쉽게 화를 내고, 쉽게 욕하고, 쉽게 주먹을 휘두릅니다. 그래서 성령의 도움을 받아야 합니다. 그래야 온유할 수 있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는 자주 견디기 힘든 상황과 마주하며 삽니다. 짜증이 나고, 심할 경우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그래서 온유하기 힘이 듭니다. 그러나 주님께서는 우리에게 온유하라고 말씀하십니다. 특히 리더인 사람들, 그리고 리더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온유하라고 말씀하십니다.

   먼저 우리는 온유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리고 온유한 리더십을 발휘하려면 우리가 무엇인가를 힘써야 한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 무엇인가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예수님께 배우는 것입니다. 예수님의 온유를 묵상하며 배우려 하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온유가 성령의 열매라는 것을 잊지 말고, 성령의 능력을 덧입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