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민수기 6:22-27

불신자들이 볼 때 하나님의 백성인 교회는 하찮게 보일 수 있습니다. 교회는 생존을 위해 어떤 세상적인 권세나 무기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억지로 헌신을 강요할 힘도 없습니다. 회사처럼 돈을 주며 충성심을 요구할 수도 없습니다.

교회가 소유하고 있는 것은 오직 십자가 복음입니다. 그리고 그 복음은 세상 사람들의 눈에 미련한 것이고, 어리석은 것입니다. 한 마디로 오늘날 교회는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이자, 잊혀져가는 존재로 여겨지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문명은 사람들이 더욱더 하나님을 불신하게 하고, 하나님으로 부터 멀어지게 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올해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팬데믹 상황으로 인해 교회가 함께 모여 예배 드리지 못하고, 교제를 나눌 수 없어서 서서히 우리 믿음이 후퇴하고, 주님과 교회에 대한 사랑이 식어갈 위험성에 놓여 있습니다.

하나님이 멀리 느껴지며 그 존재가 희미해 질 수록 우리 마음이 답답해 지고, 무거워져 갑니다. 막연한 불안과 염려가 점점 커집니다. 과연 내 인생과 가정은 온전히 보호 받을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생깁니다. 인간의 불의와 탐욕으로 인해 앞으로도 세상 문제는 해결 될 것 같지 않아 보이고, 교회 또한 세속화와 물질적이 되어서 소망을 보여 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의 백성은 어떤 상황에서도 결코 무너지지 않을 것입니다. 결코 망하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하나님 백성을 축복하시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저주 대신 복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사망 대신 생명을 주시는 분이십니다. 저주와 죽음은 죄로 부터 오고, 복과 생명은 하나님으로 부터 옵니다.

민수기 22-24장에 아주 특이한 내용이 나옵니다. 주요 등장인물은 발락과 발람입니다. 스토리를 간략히 이야기하면 모압 왕 발락이 메소포타미아에 사는 주술사 발람을 고용합니다. 금은보화로 뇌물을 주며 발람을 초빙하여 이스라엘을 저주하고자 한 것입니다. 이에 미혹된 발람을 향하여 하나님은 몇 차례 경고합니다. 심지어 그가 탄 나귀가 입을 열어 말하게 되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서 모압 왕 발락이 아무리 저주하라고 요구해도 발람은 이스라엘을 축복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이스라엘은  하나님의 축복의 대상, 하나님의 백성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사실에 대해 이스라엘 백성들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들을 이끌던 모세도 모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앞서 가셔서 미리 길을 예비해 주십니다. 이것을 믿지 못하는 이스라엘 백성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고, 툭하면 불평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는 그들이 모르는 사이에도 그들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고 계셨습니다. 그들을 멸망시키고자 하는 원수 마귀 사단을 앞서 가시며 제압하십니다. 우리가 알지 모르는 사이에 저주를 바꾸어 오히려 축복이 되게 하십니다. 우리는 지금 이런 하나님을 믿고 있습니다.

오늘 본문 27절을 보십시오. “그들은 이같이 내 이름으로 이스라엘 자손에게 축복할찌니 내가 그들에게 복을 주리라”

하나님은 이스라엘 백성을 출애굽 시킨 후에 첫 번째 제사장으로 아론과 아들들을 세웁니다. 그리고 오늘 본문처럼 그 제사장들에게 축복의 기도문을 직접 가르쳐 주시며 축복하라고 하십니다. 그 축복은 세 번(24절, 25절, 26절) ‘여호와는’이라고 시작하고, 그 문장이 끝날 때마다 ‘원하며, 원하며, 원하노라’고 선포합니다. 이렇게 세 번 반복하는 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복을 주시기를 원하시고, 또 하나님이 복을 주시는 분이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 일 것입니다. 

그런데 그 복의 내용은 24절에서 ‘복을 주심’과 ‘지키심, 25절에서 ‘그의 얼굴을 네게로 비추심’과 ‘은혜 베푸심’ 마지막으로 26절에서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심’과 ‘평강 주심’이 각각 짝을 이룹니다. 복 주심의 결과는 지켜주시는 것이고, 얼굴을 비추심의 결과는 은혜를 베푸심이고, 얼굴을 향하여 드신 결과는 평강 주심입니다.

1. 하나님이 주시는 복 세 가지

첫째로 우리를 지켜 주시는 복입니다. 24절입니다. “여호와는 네게 복을 주시고 너를 지키시기를 원하며”

이스라엘 사람들에게 있어서 축복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독특한 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이삭이 아들들을 축복할 때, 야곱에게 좋은 축복을 다 주었으므로 에서에게 줄 축복이 남아 있지 않다고 말하는 장면입니다.(창 27:33~38) 여기서 축복은 번복하거나 돌이킬 수 없으며 실제로 그대로 이루어질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습니다.

또 우리는 창세기 마지막 부분인 48장과 49장에서 임종을 맞이한 야곱이 요셉의 두 아들과 자기의 열 두 아들을 축복하는 장면을 나옵니다.(창 49). 여기서도 축복은 단순히 아버지 야곱의 기원하는 정도가 아니라 사실상 하나님 말씀을 대언하는 예언적이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축복은 우리의 바램이나 희구가 아니라 축복하는 자, 즉 하나님의 능력에 의해서 그 복이 그대로 성취될 것을 전제하고 있습니다. 이삭이나 야곱이 자기들의 능력으로 자식들에게 어떤 일을 행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단순히 족장으로서 하나님의 이름으로 자기 아들들을 축복하는 일을 한 것 뿐입니다.

이처럼 하나님께서는 이스라엘 제사장들에게 자기 백성을 축복하라고 하신 것은 실제로 하나님 자신이 전능하신 능력으로 그 축복의 내용을 성취하시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를 축복하실 수 있는 분은 오직 하나님 한 분 밖에는 없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께서 복을 주신 결과는 무엇입니다. 24에서 “지켜주시고”입니다. 하나님께 복을 받은 사람을 하나님은 지키십니다. 지키신다는 것은 ‘돌보신다’, ‘모든 해로부터 상치 않도록 보호하신다’는 뜻입니다.

얼마나 많은 일들이 우리 삶과 주변에서 일어납니까? 지금 겨울과 절기를 맞이하여 코로나바이러스는 갈 수록 맹위를 떨치고 있습니다. 우리 가족에 까지 점점 다가 오고 있습니다. 건강과 생명의 위험을 느낄 뿐만 아니라 생계 위협을 받습니다. 좌절감이 들고 낙담이 됩니다. 이런 식으로 악한 마귀는 할 수만 있다면 믿는 자들을 넘어뜨리려고 합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이 악한 자로 부터 자기 백성을 보호하여 하나도 잃어버리지 않도록 지켜주실 것을 약속하십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하나님께서 능하신 팔로 지키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축복은 25절 “그의 얼굴을 네게 비추사 은혜 베푸시기를 원하며”입니다. 하나님께서 얼굴 빛을 비추어 주신 결과로 은혜 베푸심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얼굴을 비추신다’는 뜻이 무엇입니까? 이 말은 쉽게 표현하면 하나님께서 나를 향해 웃으신다는 의미입니다. 그래서 한 영역성경(NLT)에서는 “May the LORD smile on you”라고 의역했습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백성을 바라보시고 웃으신다는 것은 그들 안에서 기쁨을 발견하신다는 뜻입니다. 스바냐 선지자의 말씀이 생각나지 않으십니까? “너의 하나님 여호와가 너의 가운데에 계시니 그는 구원을 베푸실 전능자이시라 그가 너로 말미암아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며 너를 잠잠히 사랑하시며 너로 말미암아 즐거이 부르며 기뻐하시리라 하리라”(습 3:17)

하나님께서는 예수를 믿음으로 인해 그리스도와 연합한 성도들을 바라 보실 때 마치 그리스도를 바라 보시듯 기쁨과 즐거움으로 바라보십니다. 그것이 바로 은혜입니다. 우리 안에 있는 모든 흠과 점과 티를 보지 않으시고, 우리에게 전가된 그리스도의 의를 보십니다. 그리고 자녀가 되었으니 이에 합당한 대우을 해 주십니다. 이것이 하나님께서 죄인들에게 베푸시는 넘치는 은혜입니다. 나같은 죄인에게서 얼굴을 돌리지 않으시고 얼굴 빛을 비추어 은혜 주시겠다는 것입니다.

이 은혜는 내가 받고 싶다고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댓가를 지불하여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결심과 노력해서 얻어질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그 얼굴을 비추어 주셔야 합니다. 은혜는 전적으로 하나님께 달려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은혜를 베푸시는 하나님을 바라볼 때 마치 상전의 손을 바라보는 종들의 눈 같이, 여주인의 손을 바라보는 여종의 눈 같이 주목하여 바라보며, 간절히 은혜 베풀어주시기를 갈망해야 합니다.(시 123:2)

세 번째 축복은 26절 “여호와는 그 얼굴을 네게로 향하여 드사 네게 평강 주시기를 원하노라”입니다. 여기서도 하나님께서 그 얼굴을 향하여 드시는 결과로 평강을 누리는 복을 받습니다. 얼굴을 향하여 드신다는 것은 눈을 들어 그를 본다는 표현입니다. 하나님께서 자기 언약 백성을 바라 보시되 웃으시면서 보실 뿐 아니라 관심을 가지고 주목하여 바라 보신다는 것입니다.

부모는 한시도 놓치지 않고 어린 자녀를 쳐다보면서 그 곁에서 멀리 떠나지 않습니다. 이것을 아는 자녀는 안심하고 놉니다. 이처럼 하나님이 주목하여 바라보고 계시기에 자녀된 우리는 모든 두려움을 이기며 담대함을 얻습니다.

그러므로 이 복의 궁극은 평강입니다. 히브리어로 평강을 의미하는 ‘샬롬’은 우리가 보통 사용하는 ‘평화’라는 단어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부족함이나 그 어떤 결핍함이 전혀 없는 상태, 그 자체로 완전한 상태입니다. 이것은 생명의 완전한 발현, 충만, 행복을 의미합니다. 샬롬, 이것이 하나님께서 백성들을 축복하라고 명하실 때 의도하셨던 복의 궁극입니다. 그리고 그 평강은 오직 하나님께로 부터 옵니다.

2. 성경적 ‘복’

물론 성경에서도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것들, 물질적 부, 장수, 자녀 등으로 복을 표현합니다. 특히 구약성경에서는 물질적이고 지상적인 것으로 복을 표현합니다. 그런데 그 표현 속에서도 놓치지 않고 말하는, 그 복의 핵심이 오늘 본문 구절 안에 있습니다. 그 복은 하나님의 지켜 주심이고, 하나님께서 우리를 향하여 웃으시며 은혜를 베풀어주심이며, 우리를 주목하사 모든 환경 속에서 평강을 누리게 하심 입니다.

이것을 우리 주님은 십자가를 지시기 직전, 제자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평안을 너희에게 끼치노니 곧 나의 평안을 너희에게 주노라 내가 너희에게 주는 것은 세상이 주는 것과 같지 아니하니라 너희는 마음에 근심하지도 말고 두려워하지도 말라”(요 14:27) 주님이 주실 이 평안은 세상에서 제자들이 당하게 될 환난에도 불구하고 누릴 수 있는 평안입니다.(요 16:33) 이 평안은 오직 ‘주 안에서’ 누릴 수 있는 평안입니다. ‘주 안에’ 있는 성도의 신분은 그 어떤 것으로도 변개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3. 세상 복의 위험성

그런데도 너무 많은 사람들이 잘못된 대상에게서 복을 찾고, 잘못된 것들을 복으로 알고 삽니다. 더 많은 물질과 더 많은 소유, 그리고 더 많은 관계가 주어지면 만족하고 행복해 질 것이라고 생각하며 자기를 기만합니다. 그래서 끊임없는 성공추구, 새로운 관계들을 찾아나섬으로써 자신의 인생을 파탄으로 몰고 갑니다.

예레미야 선지자는 이런 어리석은 죄인의 죄악을 이렇게 고발합니다. “내 백성이 두 가지 악을 행하였나니 곧 그들이 생수의 근원되는 나를 버린 것과 스스로 웅덩이를 판 것인데 그것은 그 물을 가두지 못할 터진 웅덩이들이니라”(렘 2:13)

어리석은 인생은 하나님만이 그들의 만족(생수)의 근원이심을 인정하지 않고, 다른 웅덩이, 만족을 줄 수 없는 웅덩이를 계속 파는 것입니다. 이어서 예레미야 선지자는 그들이 고통 가운데 살아가는 이유를 이렇게 지적합니다. “그런즉 네 하나님 여호와를 버림과 네 속에 나를 경외함이 없는 것이 악이요 고통인 줄 알라 주 만군의 여호와의 말씀이니라”(렘 2:19)
하나님은 이런 죄인을 불쌍히 여기셔서 때로는 우리가 붙잡고 있거나, 붙잡으려는 욕망이 깨어지게 하심으로써 그것을 내려놓게 하십니다. 그리고 우리 내면의 가장 중심에 숨겨져 있는 근본적 욕구, 즉 복의 근원이신 하나님을 갈망하게 함으로써 그 분께로 돌아오게 하십니다.

4. 축복의 통로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지금 복 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의지하며 사는 것 자체가 큰 복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은 광야에서 매일 매일 불안과 두려움에서 해방될 수 없는 인생을 살아가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님은 제사장들에게 축복하라고 명하셨습니다.

그리고 믿음으로 화답하는 자들은 그 모든 환경 속에서도 ‘평강’ 샬롬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하나님께서 그들의 만족이 되심을 경험하고, 하나님의 선하심을 맛보아 누리기 때문입니다. 모든 게 불편하고, 부족하고, 생명의 위협을 받는 환경에서도 말입니다. 그것이 다윗이 고백했던 말,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게 부족함이 없으리로다”의 의미입니다.

그런데 이 축복이 오늘 우리에게 어떻게 주어졌습니까? 우리는 그 축복을 얻어낼만한 자격도, 공로도 없는데 말입니다. 그것은 전적으로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회에 이렇게 편지를 씁니다. (엡 1:2-3) “하나님 우리 아버지와 주 예수 그리스도로부터 은혜와 평강이 너희에게 있을지어다 찬송하리로다 하나님 곧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께서 그리스도 안에서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우리에게 주시되”

하늘에 속한 모든 신령한 복을 오직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 성도들에게 주어집니다. 야곱처럼 이 축복을 얻어내기 위해서 투쟁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은 받을 자격이 없는 자들에게도 그리스도 안에서 거저 주어지는 은혜이기 때문입니다.

성부 하나님께서는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이 복을 실행하십니다. 성령 하나님께서는 그 복을 실행하신 것을 우리 자신으로 깨닫게 하시고, 믿어지게 하시고, 누리게 하십니다. 우리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이 누리는, 영원히 그치지 않을 복이 여기 있습니다.

이 믿음으로 2020년 올 한 해를 정리하고,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이 은혜와 축복을 받아 누리게 하시는 성 삼위 하나님께 모든 영광과 감사와 존귀와 찬송을 돌립시다. 그리고 믿음과 감사함으로 이 은혜로운 축복을 새해에도 충만히 누리는 복된 성도들이 되시기를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