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전쟁 70주년 기념 예배 설교

문성모 목사 (강남제일교회)

우리는 오늘 이 땅에 일어났던 동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하는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하나의 민족, 한 핏줄의 동족으로 살아온 반만년의 역사 속에서 우리 민족끼리, 서로의 가슴에 총을 들이대고 죽였던 가장 처참했던 비극의 역사를 잊지 않고 가슴에 되새기기 위하여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북한 공산정권이 무력을 앞세워 남침을 감행했던 1950년 6월 25일은 주일이었기에 더욱 가슴이 아픕니다. 거룩한 주의 날에 그들은 가장 사악한 전쟁을 일으킨 것입니다. 오랫동안 전쟁을 준비한 북한군은 무서운 화력을 앞세워 치밀한 작전계획 속에서 38선을 넘어 남한을 침략하였습니다. 3일 만에 서울은 함락되었고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오는 북한군의 공세에 남한은 지구상에서 사라질 위기에 처했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기도로 시작한 대한민국을 그대로 망하게 두지 않으셨습니다. 유엔에서 기적적으로 파병을 결의하였고, 불가능에 가까운 맥아더 장군의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함으로써 전세가 급반전되었습니다. 이제는 북한의 김일성 정권이 위기를 맞게 되었고 우리는 통일을 눈앞에 둔 듯하였습니다. 그러나 다시 중공군이 전쟁에 투입되고 소련의 전쟁 참여로 말미암아 전선은 교착상태에 빠지게 되었고, 결국은 승자 없이 패자만의 휴전이 결의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3년 1개월, 1,129일 동안 한반도는 낙동강에서부터 압록강에 이르기까지 밀고 밀리는 공방전을 계속하였고, 오늘날도 휴전상태에서 분단된 남과 북이 대치 상태에 있습니다.

이 전쟁으로 인하여 남한과 북한이 입은 경제 손실은 실로 엄청났습니다. 남한의 파괴된 사회적 시설물인 선로, 전선, 교량, 도로, 건물 등의 피해총액은 당시 금액으로 415억 원이 넘었는데, 이는 남한 정부 3년 반 치의 예산에 해당하는 것이었습니다. 남침을 자행한 북한의 피해는 이보다 더 심각하였습니다. 3년간의 전쟁 기간에 북한의 거의 모든 공장이나 기업체가 파괴되었고 농토의 4분의 일이 망가졌습니다. 6·25전쟁 중에 사용된 전체 폭탄과 총알의 수는 태평양전쟁 중에 사용한 양보다 많았습니다. 한마디로 한반도가 초토화되고 폐허와 잿더미로 변한 전쟁입니다.

더욱 가슴 아픈 것은 인명피해입니다. 통계마다 숫자가 다르지만, 6·25전쟁으로 인한 인명피해 중 전사자가 한국군과 유엔군을 포함하여 모두 17만 8천 명을 넘습니다. 여기에 실종자와 포로가 된 군인과 부상자까지 합치면 100만 명 가까운 인명피해를 내었습니다. 이에 더하여 민간인의 사망, 학살, 부상, 납치된 사람의 수도 100만 명을 헤아리고 있습니다. 특히 악랄한 공산군이 1950년 6월 28일 서울대병원을 공격하여 900명을 학살한 사건과 대동강에서 납북된 공무원 2,000명을 학살한 사건 등을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전쟁을 위해 미국은 한국에 군대를 파견하여 전사자만 3만 7천 명을 내었습니다. 그밖에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네덜란드, 캐나다, 프랑스, 뉴질랜드, 필리핀, 터키, 태국, 남아공, 그리스, 벨기에, 룩셈부르크, 에티오피아, 콜롬비아 군인들이 유엔군으로 이 땅의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고귀한 피를 흘렸습니다.

이 전쟁 중에 공산군에 의해 희생된 성직자들도 수백 명에 이르는데, 밝혀진 수만 헤아려보아도 피살되고 납북된 목사, 신부, 전도사, 수녀 등이 400명 이상이나 됩니다. 그리고 수많은 교회와 종교시설이 불탔고 파괴되었습니다. 또한 전쟁의 결과 500만 명 이상의 이산가족을 낳았습니다.

예전에 우리는 6·25를 맞을 때마다 박두진 선생의 시와 김동진 작곡가의 가락으로 만들어진 <육이오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요즘 거의 가르치지도 않고 부르지도 않는 이 노래의 가사는 다시 기억하고 싶지 않을 당시의 전쟁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습니다.

(1절)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조국을 원수들이 짓밟아 오던 날을

맨주먹 붉은 피로 원수를 막아내어 발을 굴러 땅을 치며 의분에 떤 날을

(2절)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불의의 역도들을 멧도적 오랑캐를

하늘의 힘을 빌어 모조리 쳐부수어 흘려온 값진 피의 원한을 풀으리

(3절) 아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 정의는 이기는 것 이기고야 마는 것

자유를 위하여서 싸우고 또 싸워 다시는 이런 날이 오지 않게하리

(후렴) 이제야 갚으리 그날의 원수를 쫓기는 적의 무리 쫓고 또 쫓아

원수의 하나까지 쳐서 무찔러 이제야 빛내리 이 나라 이 겨레

지금 대한민국은 북한과의 관계를 고려하여 6·25전쟁의 의미를 애써 축소시키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70년 전에 북한에 의해 자행된 이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결코 잊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그 정신과 역사적 확인 위에서 북한과의 관계 개선을 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이제 우리는 6·25전쟁이 이 시대에 주는 교훈을 되새겨 보고자 합니다.

첫째로, 우리는 하나님이 주신 해방이라는 축복을 간직하지 못한 채 분열하고 싸운 배은망덕한 죄를 회개해야 합니다. 6·25전쟁이 왜 일어나야 했습니까? 우리 민족이 하나님이 주신 해방의 선물을 잘 간직하지 못하고 사분오열되어 하나님의 진노를 자초하였기 때문입니다. 북한 공산정권에 맞서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세웠으나 사회는 우익과 좌익으로 분열되어 서로 싸우고 죽이는 일을 하였습니다.

그런가 하면 교회마저도 하나가 되지 못하였습니다. 해방 후 기독교 안에는 중도파인 김규식의 조선기독교청년회(YMCA)와 삼일운동 33인 중의 하나였던 김창준을 중심으로 한 기독교민주동맹의 좌파와 이승만을 중심으로 하는 우파로 쪼개져 있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으로 하나가 되지 못하고 신탁통치 찬반을 놓고 찬성하는 좌파와 반대하는 우파 및 중도파가 서로 대립하고 원수처럼 미워했습니다. 또한, 단독정부 수립을 지지하는 이승만과 반대하는 김구, 김규식의 파가 나뉘어 싸웠습니다.

이승만을 비롯하여 김구, 김규식, 김창준 등이 모두 기독교 지도자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하나님 중심의 신앙으로 연합하지 못하였습니다. 당시 우리나라 남북한 인구는 모두 3천만 명 정도였고, 기독교 인구는 46만 명이었습니다. 기독교는 전체 인구의 약 1.5%에 불과하였지만, 초대 제헌의회 의원 중 20% 이상이 기독교인이었습니다. 이 또한 하나님의 은혜요 축복이었습니다. 그러나 기독교 정치인들이 하나님은 외면한 채, 하나 되지 못하고 정쟁을 일삼았습니다.

그런가 하면 장로교는 보수파인 한상동을 중심으로 하는 고려신학교와 진보적 신학의 김재준을 중심으로 하는 조선신학교, 그리고 박형룡이 주동이 된 장로회신학교로 나누어져서 서로를 저주하고 원수처럼 대하므로 하나님의 진노를 샀습니다.

우리는 해방이라는 하나님의 은혜에 대하여 배은망덕한 다툼과 분열의 역사를 회개해야 합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사회의 모습이나 교회의 형편이 70년 전과 거의 다르지 않음을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사회는 분열되고 교회는 하나 되지 못한 채 서로 물고 뜯고 저주하고 원수처럼 대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배은망덕한 이 백성이 하나님의 진노를 사기 전에, 교회만이라도 먼저 회개하고 은혜에 보답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겠습니다.

둘째로, 우리는 6·25전쟁의 참혹함 속에서도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주시고 교회를 세워주신 하나님의 은혜에 감사해야 하겠습니다. 일제의 총칼에서 해방시켜주신 분도 하나님이시고, 지구상에서 없어질 뻔한 자유 대한민국을 공산당의 무력으로부터 지켜주신 분도 하나님이심을 인정하고 감사해야 합니다. 하나님이 우리 민족과 교회의 죄를 용서하시고 이 백성을 불쌍히 여기사, 다시 한번 살길을 주신 은혜를 잊지 않고 감사하는 우리 모두가 되어야 하겠습니다.

그러나 현실은 어떻습니까? 감사는커녕 하나님을 멸시하는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판을 치고 있습니다. 교회를 파괴시키려는 이단들이 극성을 부리고 있습니다. 또한 교회 안에 하나님의 말씀을 인간의 이성으로 난도질하는 잘못된 신학이 세력을 더하고 있습니다. 그 옛날 소돔성처럼 윤리가 타락하고 있습니다. 예언자들이 그렇게 책망했던 불의함이 정의를 무너뜨리고 있습니다. 위선적인 종교 행위가 예수의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전쟁의 폐허와 잿더미 속에서 이만큼의 부흥과 성장을 주신 하나님을 더이상 실망시켜드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 민족이 하나님을 망각하고 우상을 섬기지 않도록 교회가 앞장서서 자유 대한민국을 지켜주신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를 증언해야 하겠습니다. 교회 지도자들이 먼저 돈과 명예와 허영의 늪으로부터 헤어나와야 합니다.

셋째로, 우리 민족이 복 받는 길은 하나님의 주권을 인정하고, 하나님만 섬기며 우상을 버릴 것을 결단하는 일입니다. 여호수아가 가나안 땅에 들어간 이스라엘 백성들에게 말했던 것처럼 “너희가 섬길 자를 오늘 택하라. 오직 나와 내 집은 여호와를 섬기겠노라”라는 선언을 우리 교회가 이 사회를 향하여 외쳐야 합니다.

하나님은 아직도 한국 백성을 사랑하십니다. 한국의 교회를 사랑하십니다. 우리 믿는 자들을 사랑하십니다. 사랑하시기에 하나님은 질투하시는 하나님이라고 말씀합니다. 한국교회가 민족과 함께 “우리가 결단코 여호와를 버리고 다른 신들을 섬기지 아니하겠습니다.”라는 고백을 해야 합니다.

하나님은 이 민족을 노예 생활에서 해방시키시고,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로 먹이시고, 불기둥과 구름 기둥으로 인도하셨습니다. 그리고 가나안 복지를 주셔서 잘 살게 만드셨습니다. 이제 이 모든 은혜를 잊지 않는 것이 복 받는 길입니다. 그리고 그 하나님만 섬기고 그 말씀대로 사는 길만이 은혜를 오래 간직하는 길입니다.

이 나라를 하나님이 보호하실 때, 다시는 70년 전의 6·25전쟁처럼 공산주의에 의해 이 땅의 평화가 짓밟히는 일이 없을 것입니다. 애국가의 가사처럼 “하나님이 보호하사 우리나라 만세”의 축복이 한반도에 임하기를 기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