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적 관점으로 일하자

마 28:18-20

   최근 코로나19사태 이후 교계에서 ‘흩어지는 교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모이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모이는 것이 힘이 드니, 흩어진 자리에서 예배하고 신앙생활하는 일의 중요성이 새삼 부각되고 있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오늘 한국교회가 사회적 신뢰를 잃어가고 있는 것이 모이는 교회에 치중해 온 결과라는 반성 때문입니다. 모여서 자기들끼리 나름대로 신앙생활을 잘 하려하지만, 흩어져 세상 속에서는 빛이요 소금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온 문제점이 이번 코로나19사태를 통해서 더욱 드러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흩어지는 교회에 대한 관심이 자칫 울리는 꽹과리처럼 소리만 시끄럽게 울리다 말 수가 있습니다. 실천으로 이어져 새로운 변화로 이어지지 못하기 쉽다는 말씀입니다. 그 이유는 흩어지는 교회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가지기가 쉽지 않고, 더더욱 그것을 실천하는 일은 힘이 들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전도’(evangelism)라는 말과 ‘선교’(mission)라는 말을 참 많이 사용합니다. 그런데 이 두 말은 같은 말 같기도 하고 또 다른 말 같기도 해서, 혼란스러워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사실 성경에서는 이 두 말에 대한 구분이 없습니다. 다 같이 복음을 전한다는 뜻인데, 전도는 입으로 소식을 전한다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고, 선교는 전하기 위해서 간다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입니다.

   그러나 교회는 오랜 세월 이 두 말을 비슷하지만 다른 뜻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우선 전도는 같은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을 뜻하고, 선교는 다른 민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것으로 사용해 왔습니다. 그러다 지리적으로 국내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은 전도이고, 국외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은 선교라고 사용해왔습니다.

   다음으로 전도는 직접적으로 복음을 전하는 행위를 말할 때 사용하고, 선교는 복음을 전하는 일과 관련된 모든 행위를 말할 때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서 전도지를 들고 누구에겐가 복음을 전한다든지, 누군가를 교회로 인도하는 것을 전도라고 말합니다. 이에 비해서 의료봉사와 같이 말이 아닌 사랑으로 복음을 전하는 것은 ‘의료선교’라고 하고, 학교생활 전체를 통해 복음을 전하는 것은 ‘학원선교’라고 합니다.

   그리고 현대신학에 와서는 선교를 ‘하나님의 선교’(Missio Dei)라는 관점에서 폭넓게 이해하려고 합니다. 선교의 주 내용과 관심사를 선교사들이 복음전파 활동에 국한 시키지 않고, 역사 안에서 일하시는 삼위일체 하나님의 활동에 참여하는 모든 일로 보려고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교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것이고, 선교의 대상은 온 세상이고, 선교의 목적은 하나님의 나라를 건설하는 것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볼 때 흩어지는 교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실천하려고 하면, 선교에 대한 보다 폭넓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해서 선교란 직접적인 복음전파는 물론, 복음전파와 관련된 모든 일들과 더 나아가 하나님의 선교에 참여하는 것을 포괄하는 것이라고 이해할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선교적 관점으로 세상에서 일하며 삶을 살아낼 때 흩어진 교회를 이루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이런 선교적 관점으로 일터에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본문 19-20은 이렇게 되어있습니다.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 이 말씀은 주님의 지상명령입니다. 우리는 이 말씀에서 선교적 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을 선교라고 생각하자

   본문을 보면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 말씀을 이렇게 이해했습니다. “불신자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그곳에 교회를 세우고 전도하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앞에서 말씀드린 전도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한 것입니다.

   그러나 근자에는 이 말씀을 다르게 이해하려고 합니다. “불신자들이 사는 곳으로 가서, 그곳에서 함께 살며 일하며 복음을 전하고, 하나님의 나라를 이루어가라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앞에서 말씀드린 선교에 초점을 맞추어 해석한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신학에서는 사업(Business)과 선교(Mission)와의 관계를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합니다.

  첫째, ‘사업과 선교’(Business and Mission) 유형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사업과 선교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보는 유형입니다. 심한 경우는 선교를 하려면 사업을 버려야 한다고 생각하기까지 합니다.

   이 유형은 제자들이 예수님을 따르기 위해서 배와 그물을 버린 것을 성경적 근거로 듭니다. 물론 목회자나 선교사가 되려는 사람은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바울이 일하면서 복음을 전했던 것을 보면 꼭 그렇게 생각할 것만은 아닙니다.

  둘째, ‘선교를 위한 사업’(Business for Mission) 유형입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선교를 돕기 위해 사업을 한다고 생각하는 유형입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사업을 통해서 얻은 수익을 선교를 후원하는 일에 쓰고자 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사업가들은 사업을 하고 있지만 선교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록 자신은 사업 때문에 선교 전면에 나서지는 못하지만, 대신 사업의 열매로 선교에 동참하고자 합니다. 문제는 자신이 하고 있는 사업은 단지 선교를 위한 수단이 되고 만다는 것입니다.

  셋째, ‘선교로서 사업’(Business As Mission) 유형입니다. 사업 자체를 선교라고 생각하는 유형입니다. 사업하는 과정을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드러내고, 사업의 결과를 통해 하나님의 나라를 확장하고자 하는 것을 말합니다.

   어떤 사업가는 사업의 목표가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는 것으로 잡았습니다. 단연코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사업의 목표가 아니라고 강조합니다. 사업의 아이템을 지역사회나 지역경제에 유익한 것에서 찾고, 지역에 많은 일자리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그리고 사업하는 절차와 과정도 하나님의 영광을 가리는 일은 일체 배제하고자 합니다. 그러면서 사업에 연관된 사람들에게 삶으로 복음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이런 세 가지 유형을 우리가 하는 일과 연관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유형에서 보듯이, 우리가 하는 일이 선교와 무관하다는 생각은 극복해야 합니다. 일은 그저 세상에서 돈을 버는 수단이요 방법일 뿐이라는 생각은 극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둘째 유형에서 보듯이 우리가 선교를 위해서 일을 한다는 생각도 극복해야 합니다. 일을 열심히 해서 돈을 많이 벌어 주를 위해 쓰겠다는 생각도 극복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대신 우리는 세 번째 유형에서 보듯이, 일 그 자체가 선교라는 생각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일을 통해서 하나님의 영광을 나타내고, 일로서 하나님의 뜻을 실천해 가야 하겠습니다. 일하면서 복음을 전하는 삶을 살아야 하겠습니다.

일터가 선교지라 생각하자

   오늘 본문을 보면 “가서”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가라는 명령입니다. 이 말씀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파송하신다는 것입니다.

   해외 선교사를 파송할 때 흔히 ‘가는 선교사’와 ‘보내는 선교사’가 있다고 말합니다. 직접 파송 받아서 선교사로 나가는 사람이 가는 선교사이고, 이 사람을 파송하는 교회의 기도하고 재정적으로 후원하는 교인들을 보내는 선교사라고 말하는 것입니다. 함께 선교에 참여한다는 뜻에서 후원자들도 선교사라고 말하는 것을 잘못됐다고 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할 때 두 가지 중요한 문제가 있습니다. 하나는 가는 선교사가 파송 받은 곳만이 선교지라고 생각하기 쉽다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보내는 선교사는 선교지와 무관한 곳에서 일하고 살아간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문제입니다.

   다른 하나는 보내는 선교사는 보내는 선교사역에 참여했기 때문에 직접 선교를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기 쉽다는 문제입니다. 그리고 자기는 가는 선교사와 그가 하는 사역을 위해 기도하고 재정후원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그렇습니다. 주님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가라고 명령하셨습니다. 선교를 위해 타지로 떠나는 사람들 그들에게만 하신 명령이 아니라는 말씀입니다. 선교를 위해 타지로 떠나지 않는 사람들도 예외일 수 없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모이는 교회에서 함께 예배하고 신앙생활한 뒤 흩어지는 곳 그곳으로 가라는 명령이기도 한 것입니다. 가정, 일터, 지역사회, 그리고 세상 한 복판 우리가 가서 일하고 살고 있는 그곳으로 가라는 명령인 것입니다.

   이렇게 보면 우리의 일터는 바로 우리가 파송 받은 선교지인 것입니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그곳에서 우리가 하는 일 그것이 곧 선교인 것입니다.

  일전에 기독교방송에서 대구의 버스기사 류운섭 집사 이야기를 들은 일이 있습니다. 이분은 대구버스기사들과 승객들 사이에서 ‘미소천사’라고 불린다고 합니다. 그리고 동료버스기사와 회사직원 그리고 승객들에게 친절모범기사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회사에서 주는 상은 물론이고, 공제조합과 구청장으로부터 친절상과 시민상을 받았고, 시민들의 추천엽서를 통해 모범상을 타기도 했다는 것입니다.

  원래 이분은 예수를 믿지 않았다고 합니다. 오래 전에 버스가 출발하려 할 때 할머니 한 분이 승객이 내리는 곳으로 올라타다가 닫히는 문에 그만 갈비뼈에 금이 가고 말았습니다. 그러자 가족들이 고소를 해서 크게 어려움을 겪은 일이 있었습니다. 그 때 너무 낙심하고 있었는데, 아내의 권유로 교회에 나가게 됐다고 합니다. 상심 중에 기도하다 큰 은혜를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한 가지 중요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고 합니다. 자기가 운전하는 이 버스가 바로 자기의 선교지라는 점입니다. 자기는 운전하면서 선교하는 달리는 선교사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버스에 올라타는 승객들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교대상자라고 생각하게 됐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선교할까를 생각하다가 우선 친절하게 인사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버스에 올라타는 사람들 한 사람 한 사람 모두에게 밝게 웃으며 인사를 했습니다. 그리고 계속 기독교방송을 틀어놓기로 했습니다. 음악, 뉴스, 그리고 짬짬이 성경말씀이 흘러나왔습니다. 이렇게 자기가 운전하는 버스 안을 자신의 선교지로 만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일하는 일터가 선교지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곳이 가게면 그 가게가 선교지라고 생각을 하고, 그곳이 직장이면 그 직장이 선교지라고 생각을 하고, 그곳이 학교면 그 학교가 선교지라고 생각을 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가 선교사라고 생각하자

   본문을 보면 “너희는”이라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말씀하고 있는 너희는 직접적으로 예수님의 11제자를 말합니다.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후에 제자들에게 갈릴리로 가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11제자를 따로 만나셔서 지상명령을 주시면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러면 이 지상명령은 당시 11제자들에게만 주신 말씀일까요? 물론 그렇지 않습니다.

   행 1:8을 보면 예수님께서 승천하시기 전에 함께 하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오직 성령이 너희에게 임하시면 너희가 권능을 받고 예루살렘과 온 유대와 사마리아와 땅 끝까지 이르러 내 증인이 되리라” 여기서 말씀하신 너희도 직접적으로는 당시 11제자입니다. 그러나 저들은 땅 끝까지 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성령을 받은 사람들은 저들을 포함해서 약 120명이나 됩니다. 또한 성령은 그 후에 사마리아와 에베소교회에도 임했습니다.

   이렇게 볼 때 이 명령은 초대교회 이후 모든 시대의 성령 받은 그리스도인들 모두에게 주신 명령이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성령 받은 오늘 우리도 다 이 명령을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선교학자인 랄프 코벨(Ralph Covell)은 기독교 선교역사를 간략하게 이렇게 정리한 바가 있습니다. “그리스도가 세상에 나신 후 5세기 동안 복음은 당대 최고의 제국이었던 로마 전역에 전파되었다. 그리고 기독교는 391년 로마제국의 국교가 되었다. 그리고 서쪽으론 아일랜드, 동으로는 인도, 남으로는 에티오피아, 북쪽으론 아르메니아까지 전파되었다. 하나님은 통치자, 선교사, 선생, 성경 번역자 등을 통해 이 일을 이루셨다.” 한 마디로 하나님께서 택하신 특별한 사람들을 통해 복음이 전파되었다는 설명입니다.

   그렇습니다. 이것이 대체로 선교역사를 이해하는 시각입니다. 그러나 저명한 교회역사가인 라토렛(Kenneth Latourette)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사역은 세상적 삶을 영위하면서 기독교가 전파되었던 지역을 오가며 신앙을 고백했던 사람들이 했다.” 물론 하나님께서 택하신 특별한 사람들이 눈에 보이게 선교를 주도했을지 몰라도, 실제로 기독교가 세상에 널리 전파되게 된 것은 정말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신앙고백적 삶을 통해서 이루어냈다는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하나님나라 확장의 사역인 선교는 택함 받은 공식 선교사들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닙니다. 바로 선교와 무관할 것 같은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을 통해서 이루어져왔고, 지금도 그렇게 이루어가고 있습니다.

   세계 각국은 국립묘지에 무명용사의 묘를 조성해서 잘 관리하고 있습니다. 우리 국립현충원에는 무명용사 7000여분의 납골이 모셔져 있습니다.

   미국의 알링턴 국립묘지에는 커다란 석관에 무명용사의 유해를 모셔놓고 있습니다. 그리고 하루 24시간 친위병이 지키고 있습니다. 태풍이나 눈보라 속에서도 1937년 이래로 단 한 시간도 중단된 일이 없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석관에 이렇게 써놓았습니다.

“이곳에 명예로운 영광, 오직 하나님만이 아시는 미국 군인이 잠들다.”

   그렇습니다. 나라는 몇몇 영웅들이 지키는 것이 아닙니다.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무명용사들이 힘을 합쳐서 지켜낸 것입니다.

   하나님의 역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몇몇 유명한 사역자들, 능력 있는 사역자들 그들이 이루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무명용사처럼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순종하며 이루어내는 것입니다. 위대한 선교의 역사도 특별히 택함 받은 몇몇 위대한 선교사들이 이루어낸 것이 아닙니다. 보이지 않게, 드러나지 않게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이 삶의 현장에서 이루어낸 것입니다.

   이제 저와 여러분들이 선교사라는 생각을 해야 하겠습니다. 무명용사처럼 삶의 현장에서 선교사로서 일하고, 선교사로서 복음을 전하고, 그리고 선교사로서 빛이요 소금으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여러분! 우리가 생각을 바꿔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현장이 하나님께서 우리를 보내신 선교지라고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 그 자체로 선교라고 생각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선교사라고 생각해야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