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영적 교제

살후 3:1-5

   저는 최근 두 가지 한국교회 교인들의 의식조사에 대한 설문조사를 보고서 많은 걱정을 하게 됐습니다.

   하나는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이른바 ‘가나안교인’에 대한 설문조사입니다. 2018년 [지앤리서치]라는 설문조사기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자신이 기독교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중에 교회에 출석하지 않고 있는 사람이 무려 20%나 됐고, 이들이 교회를 떠난 지는 절반 이상이 5년 이내였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근자에 들어오면서 교인들이 신앙은 가지고 있으면서도 교회에 출석하지 않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사태이후에 대한 설문조사입니다. 2020년 12월에 같은 [지앤리서치]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교회출석을 잘 하던 사람들에게 코로나가 종식된 후 계속 교회에 출석할 것인가를 물었더니, 77%의 교인들만 계속 출석할 것이라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나머지 23%는 가끔 교회에 나오든지, 아니면 온라인으로만 예배를 드리겠다고 답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이 두 설문조사의 결과를 보면, 코로나사태이후 기존의 가나안교인 이외에 ‘코로나 가나안교인’이 또 생길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래저래 그리스도인들 가운데 교회를 사랑하고 지속적으로 교회생활을 해 갈 사람들이 점점 줄어가는 추세를 막을 길이 없어 보입니다.

  저명한 영성가 헨리 나우엔은 현대 그리스도인들의 영적 태도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 시대에 가장 커다란 위험은 예수님과 교회를 분리시키면서, 공동체 없이 홀로 주님과 결합하려는 경향이다. 그들은 '나는 예수님은 받아들이지만 교회는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렇습니다.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가나안교인이 되려는 것은 예수님은 좋은데 교회 나가는 것은 꺼려하기 때문입니다. 그 이유는 두 가지 때문일 것입니다. 하나는 교회가 싫기 때문이고, 다른 하나는 교회 공동체 안에 참여하는 것이 불편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면 이렇게 교회를 패싱해도 되는 것일까요? 교회를 통하지 않고 직접 주님과 교제하며 신앙생활을 할 수는 있는 것일까요? 답은 분명합니다. 그럴 수 없고, 또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입니다.

   우선 예수님과 교회를 분리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행 22:7을 보면 예수님께서 교회를 박해하는 바울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사울아 사울아 네가 왜 나를 박해하느냐?” 당시 바울은 예수님을 만난 일이 없습니다. 그러니 예수님을 박해하지 않았습니다. 바울이 박해한 것은 교회였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 교회를 박해한 바울에게 당신을 박해했다고 말씀하신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예수님과 교회는 하나입니다. 바울은 이것을 깨닫고, 교회를 그리스도의 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니 교회를 패싱하고 예수님을 만나거나 교제하는 일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교회가 마음에 안 들면 내 마음을 바꾸든지, 아니면 교회에 들어가서 교회를 마음에 들게 바꾸려고 해야 합니다. 그것도 어려우면 다른 교회를 찾아보든지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교회는 주님께서 세우셨기 때문입니다. 주님께서는 교회를 세우시고, 교회를 통해 이 땅에서 하나님의 나라 역사를 이루십니다. 특히 주님께서 교회를 통해서 성도들을 보살피십니다. 성도들이 교회 안에서 영적인 교제를 가지면서 배우고 세움을 받고 회복되고 힘을 얻습니다.

   이런 뜻에서 어거스틴과 같은 초기교회 신학자들과 깔뱅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이 이구동성으로 교회는 성도들의 어머니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성도들은 교회를 떠나서는 믿음을 지키기 어렵고, 믿음이 성장해갈 수가 없는 것입니다.

   오늘 본문은 성도들의 아름다운 영적 교제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어렵고 힘든 위기 상황 속에서 영적 교제를 통해 서로 위로를 받고 격려하며 세워갑니다. 그래서 위기 상황 속에서 믿음을 지켜가고 복음의 역사를 굳건하게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형제자매의 정

   본문 1절을 보면, “형제들아”라고 부르는 호칭이 나옵니다. 바울이 데살로니가 교인들을 형제들이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바울과 데살로니가교인들은 서로 아무런 상관이 없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바울은 멀리 아시아 땅 수리아의 안디옥에서 사역하던 사람이고, 데살로니가교인들은 유럽 땅 마게도니아의 데살로니가에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바울이 성령의 보내심을 따라 2차 전도여행 때 데살로니가에 와서 복음을 전하게 되면서 만났고, 저들이 예수를 영접하여 교인이 돼서, 서로 알게 되었습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이고, 그 어떤 인연으로도 엮여있지 않았던 사이입니다.

   그런데 지금 함께 주 안에서 교제하게 된 후 형제라고 부르고 있는 것입니다. 바로 여기에 영적 교제의 비밀이 숨어있습니다.

   일찍이 예수님께서 쉽게 이해하기 힘든 말씀을 하신 일이 있었습니다. 눅 8:21을 보면 “예수께서 대답하여 이르시되 내 어머니와 내 동생들은 곧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행하는 이 사람들이라 하시니라” 제자들이 밖에 예수님의 어머니와 동생들이 와서 예수님을 찾는다고 말하자 주님께서 하신 말씀입니다.

   이 말씀 속에서 두 종류의 가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하나는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입니다. 선천적으로 태어날 때부터 맺어져서 평생을 가는 가족관계입니다. 다른 하나는 신앙으로 맺어진 가족입니다. 후천적으로 예수 믿은 뒤에 성령 안에 새롭게 맺어진 가족관계입니다.

   사도바울은 엡 2:13에서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전에 멀리 있던 너희가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졌느니라” 그리고 19절에서는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제부터 너희는 외인도 아니요 나그네도 아니요 오직 성도들과 동일한 시민이요 하나님의 권속이라”

   그렇습니다. 성도들은 원래 남남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를 믿게 되면서 달라졌습니다. 그리스도의 피로 가까워진 것입니다. 서로 다른 피로 태어나 남남이었지만 예수의 피를 나누게 되면서 함께 하나님의 권속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이 형제요 자매라고 부른 것입니다.

  일전에 일본 도쿄에서 개최된 한일목회자 세미나에 참석했던 일이 있었습니다. 마침 독도문제로 한일관계가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은 때였습니다. 제 안에도 반일감정이 있는데다, 독도문제로 억지를 부리는 일본인들에 대한 반감도 컸기 때문에 세미나에 참석하면서도 마음이 몹시 불편했습니다.

  그런데 개회예배 때 일본 측 목사님의 설교를 들으면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우선 이분은 징용문제, 위안부 문제, 그리고 독도문제로 한국인들의 마음이 불편하다는 것을 잘 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의 그리스도인들은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일본정치인들과는 생각이 다르다고 했고, 가슴깊이 사과를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주 안에서 우리는 형제요 자매입니다. 비록 삶의 환경과 상황은 다르지만 성령께서 맺어주신 형제요 자매입니다.”

  예배를 마치고 교제 시간을 가지면서 한일 양국의 목회자들이 서로 얼싸안았습니다. 그리고 깊은 영적 교제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서로가 주 안에서 형제요 자매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합니다. 특히 한 교회에서 신앙생활하는 교우들은 더더욱 주 안에서 형제요 자매임을 알아야 합니다. 더 나아가 서로 형제자매의 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럴 때 거기에서 영적 교제가 시작됩니다.

사랑의 격려

   오늘 본문은 데살로니가후서의 말씀입니다. 바울이 데살로니가교회에 보낸 두 번째 편지입니다. 바울이 이 편지를 쓰게 된 이유를 편지 안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살후 1:4를 보면 바울이 “너희가 견디고 있는 모든 박해와 환난 중에서”라고 썼습니다. 첫 번째 편지를 보낸 후에 바울이 전해 듣게 된 데살로니가교회의 상황은 더욱 악화일로였습니다. 박해가 더욱 심해졌고, 교인들이 환난을 견뎌내고 있지만 너무 힘든 상황이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바울은 무엇보다 데살로니가교인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기 위해 이 편지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편지를 처음부터 읽어보면 우선 간략하게 인사를 전한 뒤에 바로 격려가 시작됩니다. 1:3을 보면 이렇게 썼습니다. “형제들아 우리가 너희를 위하여 항상 하나님께 감사할지니 이것이 당연함은 너희의 믿음이 더욱 자라고 너희가 다 각기 서로 사랑함이 풍성함이니”

   바울은 데살로니가교인들 때문에 하나님께 감사한다는 것입니다. 모진 박해 속에 견디기 힘든 환난을 당하는 중에도 믿음이 자라고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면서 하나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편지를 받아 읽는 데살로니가교인들이 얼마나 격려를 받았을까요?

   격려는 또 이렇게 이어집니다. 1:4를 보면 “너희가 견디고 있는 모든 박해와 환난 중에서 너희 인내와 믿음으로 말미암아 하나님의 여러 교회에서 우리가 친히 자랑하노라”

   바울이 여러 교회에 데살로니가교인들을 자랑했다는 것입니다. 바울이 모든 박해와 환난 중에서도 잘 참고 견디며 믿음 가운데 굳건히 선 모습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또 이것을 여러 교회에 전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을 읽으며 또 얼마나 격려를 받았을까요?

   그렇습니다. 성도들 사이의 영적 교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격려입니다. 모두가 세상 속에서 어렵고 힘들게 신앙생활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주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들은 격려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브루스 라슨(Bruce Larson)이 쓴 [바람과 불]이란 책에 캐나다 두루미에 관한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대륙을 건너서 먼 거리를 날아오는 이 커다란 새들에게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현저한 특성이 있다. 첫째는 그들은 지도자를 교대로 세운다. 그 어떤 새도 항상 전면에 나설 수는 없다. 둘째는, 그들은 거친 바람을 헤치고 나갈 수 있는 지도자를 세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마리의 새가 인도해 나가는 동안 나머지 새들은 격려의 울음소리를 내면서 따른다.”

   저는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제가 잘 몰랐던 점을 알게 됐습니다. 앞장 선 기러기가 너무 힘이 들어 교대로 그 자리에 선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뒤에 따르는 기러기들이 울음소리로 무거운 짐을 지고 앞장 선 기러기를 격려한다는 것입니다.

   기러기들은 철새로서 숙명적으로 연례행사로 장거리 이동을 해야 합니다. 너무도 힘들고 위험한 일이기에 함께 합니다. 함께 하며 서로를 격려합니다. 그리고 리더는 더 힘들기 때문에 모두가 저를 격려합니다. 그래서 그 고된 철새이동을 이어가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 신앙생활이 그렇습니다.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사람들로 가득한 세상 한 복판에서 신앙생활을 이어가야 합니다. 때로는 복음을 전해야 하고 하나님께서 맡겨주신 사역을 펼쳐가야 합니다. 이 때 조롱과 멸시, 심할 때는 방해와 박해까지 있습니다. 그래서 성도들끼리 격려가 필요합니다. 더더욱 앞장 선 사람들에게 격려가 필요합니다.

   히 10:24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며” 마치 보금자리를 찾아가는 기러기 떼처럼 신앙공동체는 서로 돌아보고 사랑과 선행을 격려하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지금 코로나사태로 참 힘든 시기를 겪어내고 있습니다. 우리 곁에 여러 가지로 힘들어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감당하기 힘든 짐을 지고 가는 분들이 있습니다. 우리가 서로 격려해야 하겠습니다.

기도의 나눔

   본문 1절을 보면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형제들아 너희는 우리를 위하여 기도하기를” 사도바울이 데살로니가교인들에게 자기와 자기 사역팀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하는 말씀입니다.

   특히 2절을 보면 부당하고 악한 사람들에게서 건져달라고 기도해 달라고 부탁을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정말 악한 사람들의 괴롭힘 때문에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오죽하면 이 악한 사람들을 보면서 믿음은 모든 사람의 것이 아니라고까지 할 정도겠습니까? 어쨌든 바울은 지금 자기가 너무 힘든 상황이니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말씀을 묵상하면서 참 많은 도전과 감동을 받았습니다. 데살로니가교인들은 바울의 제자들입니다. 2차 전도여행 때 데살로니가에 와서 말씀을 전했고 그 때 처음 예수 믿은 사람들입니다. 그리고 잠시 자기가 머무는 동안 말씀을 전해서 믿음이 생기고 자랐던 사람들입니다. 바울의 눈에는 어린아이와 같은 신앙인들입니다. 그런데 자기를 위해 기도해 달라고 부탁하고 있는 것입니다.

   저는 무엇보다 바울의 겸손에 감동을 받았습니다. 비록 자기가 복음을 전해서 믿음을 가지게 된 사람들이고, 자기가 가르쳐서 믿음이 자란 사람들이지만 저들을 존중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나님께서 저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역사하신다는 것을 믿은 것입니다. 그리고 자기에게 지금 저들의 기도가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한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가 다른 사람의 신앙을 존중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내 기도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기도를 들으시고 역사하신다는 것을 믿어야 합니다. 비록 내가 볼 때 그 사람의 신앙수준이 나보다 낮아보여도 하나님께서 그들의 기도를 들으신다는 사실을 믿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들에게 기도부탁을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믿음의 초보자이거나 어린아이라고 할지라도 기도부탁을 할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본문 5절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주께서 너희 마음을 인도하여 하나님의 사랑과 그리스도의 인내에 들어가게 하시기를 원하노라” 바울이 데살로니가교인들을 위해 기도하는 내용입니다.

   이 편지를 처음부터 자세히 읽어보면 바울은 데살로니가교인들을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데살로니가교인들이 바울에게 기도부탁을 하지 않았지만 바울은 스스로 알아서 기도를 해오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이 사실을 발견하고는 새삼 깨닫게 된 것이 있습니다. 진정한 영적 교제는 만나지 않고서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서로 떨어져 있으면서도 심지어 형편과 처지를 모르면서도 중보 기도할 때 영적 교제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코로나사태가 시작된 초기에 교우들을 만날 수 없어서 크게 낙심한 일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다 교회에 큰일이 나겠다는 위기감도 느꼈습니다. 그러나 비록 만날 수는 없어도 계속 영적 교제를 이어갈 수 있는 길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바로 기도입니다. 그래서 과거보다 더 기도하게 됐습니다.

   사랑하는 성도 여러분! 우리가 코로나사태를 겪으면서 모두 힘든 상황 속에서 믿음을 지켜가고 있습니다. 이 때 우리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바로 영적 교제입니다. 이 영적 교제가 사랑의 울타리가 되어 우리를 지켜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도들의 어머니로서 교회를 더욱 든든하게 지켜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선 우리가 자주 만나지 못할 지라도 한 교회로 부르심을 받은 형제자매라는 사실을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서로 서로 격려하시기 바랍니다. 무엇보다도 멀리 있어도 서로를 위해 기도하시기 바랍니다. 아름다운 영적 교제가 우리를 지켜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