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세기 독일 작센 지방의 진젠도르프(Nicholas Ludwig Von Zinzendorf) 백작은 많은 재산과 땅을 가진 영주였습니다. 어느 날 미술관에 갔다가 하나의 그림에 시선이 멈추어졌습니다.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시는 그림이었습니다. 머리에 가시관이 씌여 있고 양손에 큰 못이 박혀 있습니다. 허리는 창에 찔린 채 붉은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진젠도르프 백작은 그리스도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장면을 보는 순간 예수의 허리에서 피가 흘러내리는 환상을 보게 됩니다. 그는 충격을 받고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 앞에 무릎을 꿇고 회개하였습니다. “예수께서 나의 죄 때문에 피를 흘리고 죽으셨는데 나는 당신을 위해 한 것이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의 죄를 용서해 주십시오.” 이 사건은 진젠도르프의 삶을 180도로 바꾸어 놓았습니다. 자신만을 위해 살았던 사람이 그리스도를 위해 살게 되었고 이웃을 위해 사는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토지를 떼어 어려운 사람들에게 주었습니다. 당시 모라비안 교도들이 박해를 피해 그의 영지 가까운 곳에 피난을 왔는데 그들에게도 땅을 주었습니다. 모라비안 교도들은 그곳에 헤른후트(Herrnhut) 공동체를 만들고 경건 운동을 펼쳤습니다. 헤른후트 공동체의 모라비안 교도들을 통해 은혜받은 사람이 감리교의 요한 웨슬레입니다. 폭풍우 치는 갑판 위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모라비안 교도들의 경건한 신앙에 웨슬레는 충격을 받고 거듭남을 경험하게 됩니다. 진젠도르프의 눈에 보였던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가 우리에게도 보여야 합니다. 십자가에 나를 위해 못 박힌 예수 그리스도가 보이십니까?

십자가는 흉악한 범죄자들을 처형할 때 사용하는 도구였습니다. 로마는 반역, 살인, 폭동, 해적질이나 폭력적인 강도살인 행위를 처벌하기 위해 십자가 형벌을 도입했습니다. 십자가는 수치와 치욕의 상징이었습니다. 그런데 예수께서 십자가에서 처형되고 난 후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십자가가 영원한 생명으로 향하는 표식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십자가는 초대교회가 전한 복음의 핵심이었습니다. 십자가는 구원의 토대이며 십자가를 전하는 것이 교회의 사명이었습니다. 세상의 눈으로 보면 십자가의 도가 어리석은 것처럼 보이지만, 믿음의 눈으로 보면 하나님의 역사가 보입니다. 하나님은 십자가를 통해 패배에서 승리를, 약한 것에서 강한 것을, 멸망에서 구원을 보여주셨습니다.

다같이 복음성가 ‘십자가’를 부릅니다. “십자가 십자가 그 위에 나 죽었네 그 사랑 내 속에 강같이 흐르네 그의 생명 내 속에 그의 능력 내 안에 그의 소망 내 삶에 나의 삶 주의 것 십자가 십자가 그 위에 나 죽었네 그 사랑 내 속에 강같이 흐르네”

바울은 본문을 통해 분열된 고린도 교회의 모습을 책망하면서 조속히 하나가 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신앙의 본질인 복음보다 인맥에 집착하여 교회가 분열된 사실을 지적하였습니다. 그리고 교회의 유일한 기반이 십자가인 것을 교훈하였습니다. 바울은 그리스도가 못 박히신 십자가에 어떠한 의미가 있다고 전하였습니까?
 

첫째로 우리의 능력이라

주후 4세기 로마는 황제들의 권력 싸움에 휘말리던 때였습니다. 두 사람이 권력다툼을 하였는데 막센티우스(Maxentius)와 콘스탄티누스(Constantinus)입니다. 막센티우스는 폭군으로 유명하였습니다. 그러나 콘스탄티누스는 신앙이 좋은 어머니 헬레나의 영향을 받아 믿음이 좋은 장군이었습니다. 마지막 전투를 막센티우스와 밀비아누스 다리에서 하였는데 숫적으로 막센티우스 군대가 훨씬 더 많았습니다. 전쟁을 하기 전날 밤 콘스탄티누스가 꿈을 꾸었는데, 십자가가 나타나더니 ‘너는 이 십자가로 승리하리라’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는 다음날 병사들에게 십자가를 달고 싸우게 했습니다. 콘스탄티누스는 십자가로 전쟁에서 승리하고 황제가 되어 주후 324년 기독교를 공인하였습니다. 십자가에 능력이 있습니다. 절망을 이기는 능력, 질병을 이기는 능력, 죽음을 이기는 능력이 있습니다.

본문 18절입니다. “십자가의 도가 멸망하는 자들에게는 미련한 것이요 구원을 받는 우리에게는 하나님의 능력이라.” 여기의 ‘능력’은 원어로 ‘뒤나미스’인데 ‘신체적, 지적, 영적인 능력을 포함한 총체적 능력’을 가리키며 하나님의 초월적인 생명력을 갖는 힘을 뜻합니다. 당시 표적을 구하는 자들은 십자가가 무능력의 표징이라고 생각하였습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가 무기력하게 못 박히고, 죽으신 곳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십자가의 현장을 능력의 현장으로 바꾸셨습니다. 십자가는 용기 있는 삶을 살게 하는 원동력입니다. 오묘한 십자가의 능력을 경험하며 살아가십니까? 겉으로 하나님을 부르고 있으나 속으로는 십자가의 능력을 부인하지는 않습니까? 부귀영화를 누리고 있어도 십자가를 무시한다면 살았다 하나 죽은 자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낮고 천한 자 같아도 십자가를 귀하게 여 기면 하나님의 능력을 통해 반드시 승리할 것입니다.
 

둘째로 우리의 지혜니라

앗씨시의 성 프란시스(St. Francis of Assisi)는 평생 소원이 있었습니다. 그리스도가 받으신 고난의 흔적을 몸에 갖는 것이었습니다. 그는 부잣집에서 태어났습니다. 아버지는 그가 가업을 이어 큰 부를 누리며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런데 23세가 되던 날, 프란시스는 십자가 앞에서 기도하던 중 하늘로부터 . “너는 가서 내 집을 세워라. 내 집이 무너져가고 있다”라는 음성을 들었습니다. 그 후 프란시스는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부와 재물을 포기하고 남루한 옷 한 벌만 걸친 채 맨발로 나섰습니다. 자기를 부인하고 주의 길을 따라 가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베르나 산에서 40일 금식하며 기도하고 있었습니다. “주님, 세상을 떠나기 전에 두 가지 은혜를 주옵소서. 주께서 겪으신 고난을 저의 영혼과 몸으로 체험하게 하소서. 그리고 주께서 나를 위하여 죽으신 불타는 사랑을 가지게 하소서.” 기도하던 중 그는 새벽에 환상을 보았습니다. 천사가 여섯 날개를 펴고 하늘에서 다가오는데, 날개에 십자가 형상이 있었습니다. 그 순간 양손과 양발 그리고 옆구리에 참을 수 없는 통증이 밀려 왔습니다. 고통의 시간이 지난 후 손과 발에 못 자국이 생겼고 옆구리에 창 자국이 생겨났습니다. 그때 프란시스가 고백하였습니다. “나의 하나님! 당신은 나의 전부입니다.” 프란시스는 풍요와 세상적 지위를 포기했습니다. 대신 십자가로 살기를 원했습니다. 그러나 누구도 프랜시스를 어리석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지혜로운 삶을 살았기 때문입니다. 십자가 지는 곳에 하나님의 지혜가 나타납니다.

본문 24절입니다. “오직 부르심을 입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라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지혜니라.” 여기의 ‘지혜’는 원어로 ‘소피안’인데 ‘구원을 위해 준비하신 하나님의 계획’을 의미합니다. 하나님의 지혜는 명확하지만 타락한 인간들은 영적 무지로 하나님의 계획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십자가를 통해서만 하나님의 지혜를 알 수 있습니다.

바울은 인간의 지혜로는 구원에 이를 수 없다고 말합니다. 십자가의 복음을 알아야 하나님을 알게 됩니다. 십자가는 세상의 철학이 알려주지 못하는 창조주 하나님을 알게 합니다. 영원한 생명을 누리는 구원을 얻게 합니다. 세상 사람들은 십자가가 어리석다고 말하지만 십자가야말로 하늘의 지혜입니다. 십자가는 인간이 얻어야 할 지혜를 가르쳐주는 원천입니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하나님의 지혜입니다
 

셋째로 우리의 자랑이라

안찬호 선교사의 ‘들어 쓰심’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 그는 아프리카 케냐에서 선교사역을 하였습니다. 그의 어린 시절은 무척 가난했습니다. 광부였던 아버지가 폐병으로 세상을 떠났고,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방학에도 탄광에서 일해야만 했습니다. 결국 돈이 없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아버지의 뒤를 이어 광부가 되었습니다. 고된 광부 일에 지쳐 술로 세월을 보내었습니다. 어느 날, 탄광에서 일하던 중 갱도가 무너지는 사고를 당했습니다. 함께 갱 속에 갇혔던 다른 광부가 그에게 물었습니다. “자네, 예수를 믿는가?” 어이가 없었습니다. 갱이 무너져 죽게 생겼는데 무슨 예수 타령인가? “안 믿어요!”라고 소리쳤습니다. 그러자 그 광부가 침착하게 말합니다. “내 경험상 여기서 우리는 살아나지 못할지도 몰라. 천국과 지옥이 있다면 너는 죽어서 어디로 갈거라고 생각하는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를 믿으면 천국에 갈 수 있다. 어떻게 하겠니?” 그는 밑져야 본전이라고 생각하고 광부의 말을 듣기로 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영접기도를 하는데 눈물이 쏟아지면서 통곡을 하다가 의식을 잃었습니다. 깨어났을 때 병원에 누워있었습니다. 기적처럼 자신은 구조되었지만, 복음을 전해주었던 광부는 죽고 말았습니다. ‘나를 살리고 자신은 죽었구나’라는 생각에 가슴이 찢어질 듯이 아팠습니다. 그후 그는 선교사가 되어 죽을 고비들을 넘기면서 자신을 구원한 십자가를 전하였습니다. 케냐에서 22년째 사역하면서 케냐 사람들조차 두려워하는 마사이족의 거주지에 24개의 교회를 세웠고, 44개 유치원과 초등학교, 3개의 중고등학교, 1개의 신학대학을 세웠습니다. 그는 성공적인 사역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고백합니다. “하나님은 너무나도 무능하고 우둔한 저 같은 사람에게 구원을 주시고 사명을 주셨습니다. 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는 결코 자랑할 것이 없습니다”

본문 31절입니다. “기록된바 자랑하는 자는 주안에서 자랑하라 함과 같게 하려 함이라.” 여기의 ‘자랑’은 원어로 ‘카우카스도’인데 인간적인 것이 아니라 영적인 것을 자랑하라는 의미입니다. 바울을 슬프게 한 것은 고린도 교인들이 그리스도의 이름을 제쳐두고 인간의 이름을 자랑하면서 분쟁하고 있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스도인은 자신이나 자신의 업적을 자랑할 수 없습니다. 자신의 이름도 높여서는 안 됩니다. 바울은 갈라디아서 6장 14절에서 “내게는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외에 결코 자랑할 것이 없으니”라고 말합니다.

누더기 같은 인간의 지혜와 영광을 어리석게 자랑할 것이 아니라 열린 눈을 가지고 하나님의 영광을 바라보며 십자가를 자랑해야 합니다. 십자가야말로 의의 극치요 하나님의 영광으로 가는 통로입니다. 자신이 가진 헛된 것들을 자랑하지 말고 오직 십자가만을 자랑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증거하여야 합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종탑은 시카고 템플 교회(Chicago Themple Church)에 있습니다. 어느 날 많은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종탑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번화가 네거리에 탑이 있었지만 그동안 쳐다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날 따라 주목거리가 된 것은 높은 종탑의 십자가에 일군이 매달려 수리하고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비어있는 십자가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십자가에 사람이 매달려 있을 때 눈길을 끌었습니다. 그리스도가 없는 십자가는 의미가 없습니다. 빈 십자가로 만족하지 말아야 합니다.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보아야 합니다.

십자가를 향한 바울의 고백이 있으시기 바랍니다. 불안해하며 다른 표적을 찾는 신앙이 아니라 십자가로 만족하는 신앙이 되시기 바랍니다. 이미 십자가 안에서 이루어진 구원을 감사하시기 바랍니다. 십자가는 부끄러움의 상징이 아닙니다. 목이나 귀에 거는 악세사리도 아닙니다. 십자가는 구원을 얻는 능력입니다. 십자가는 바르게 살게 하는 지혜입니다. 그리고 오직 십자가만이 자랑임을 깨닫고 십자가에 못 박힌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복된 성도들이 다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축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