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하나님께 영광

시 108:5

   오늘이 종교개혁주일입니다. 1517년 10월 31일 부패하고 타락한 로마 가톨릭교회에 대항해서, 루터가 95개 조항의 반박문을 붙이며 개혁의 기치를 높이 들었던 날을 기념하는 주일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종교개혁주일이면 다시금 기억하고 재확인하는 다섯 가지 강령(Five Solas)이 있습니다.

   우선 루터가 종교개혁을 시작하며 주창한 세 가지 강령입니다.

  첫째, ‘오직 성경’(Sola Scriptura)입니다. 진리를 판단하는 최종 권위는 오직 성경에 있다는 것입니다.

  둘째, ‘오직 은혜’(Sola Gratia)입니다. 구원은 오직 은혜로 말미암는다는 것입니다.

  셋째, ‘오직 믿음’(Sola Fide)입니다. 은혜는 오직 믿음으로 받는다는 것입니다.

   다음으로 칼뱅이 추가한 두 가지 강령입니다.

  넷째, ‘오직 그리스도’(Solus Christus)입니다. 오직 그리스도 외에는 구원의 길이 없다는 것입니다.

  다섯째, ‘오직 하나님께 영광’(Soli Deo Grolia)입니다. 모든 영광은 오직 하나님께만 돌려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이 중에 다섯 번째 ‘오직 하나님께 영광’에 대해 살펴보고자 합니다.

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인가?

   종교개혁자들이 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강령으로 삼아 외쳤을까요? 간단합니다. 당시에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이 돌려지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시에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예배를 통해서 그리고 여러 가지 사역을 통해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렸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하나님 외에도 영광을 돌리는 대상이 있었고, 점점 더 많아지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그 첫째가 성인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순교하였거나 생존 시에 출중한 덕행으로 명성이 높았던 신자가 사망한 다음, 엄격한 조사를 거쳐 우선 지역적으로 공경할 수 있도록 ‘복자’(福者)로 선포합니다. 그리고 신자들이 복자들에게 열심히 기도하여 기적의 은혜를 입은 경우, 엄밀히 조사한 뒤 교황이 행하는 시성식(諡聖式)을 통해 ‘성인’으로 추대됩니다. 현재 우리나라에만 103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성인으로 추대되었습니다.

   가톨릭교회는 이 성인을 기도를 듣고, 하나님께 대신 빌어서 응답을 받게 해주는 중개자로 여기고 있습니다. 특히 성모 마리아는 성인들 중에 성인이요, 마치 성삼위 하나님에 버금가는 종재입니다. 가톨릭교회는 성인을 이렇게 숭배했습니다.

  첫째, 성인을 그린 그림과 조각상을 만듭니다.

  둘째, 성인의 축일을 정해 매년 기념미사를 드리며, 설교를 통해 그 모범을 되새깁니다.

  셋째, 성인의 유골, 또 사용했던 물건들과 옷을 전시하며, 성인을 기립니다.

  넷째, 성인의 순교지, 무덤, 기적을 행한 곳 등 신성한 장소를 순례지로 정하고, 그곳에서 기도하면 더 응답이 빠르다고 가르칩니다.

   한 마디로 말하면 이런 성인숭배는 그들도 영광을 받기에 합당한 존재로 여기며 영광을 돌리는 것입니다. 이런 행위들이 하나님께 돌아가야 할 영광을 빼앗는 일인 것입니다.

   오늘은 어떨까요? 가톨릭교회는 오늘도 여전히 성인숭배를 지속해 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주목할 것은 근자에 우리사회에도 확산되고 있는 핼러윈(Halloween)입니다.

   이 핼러윈은 켈트족의 전통축제 ‘사윈’(Samhain)에서 기원되었습니다. 고대 켈트족은 한 해의 마지막 날이 되면 음식을 마련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림으로써, 죽은 이들의 혼을 달래고 악령을 쫓았습니다. 이때 악령들이 해를 끼칠까 두려워한 사람들이 자신을 같은 악령으로 착각하도록 기괴한 모습으로 꾸미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것이 핼러윈 분장문화의 출발점입니다.

   그런데 이 핼러윈이 가톨릭교회의 성인숭배와 깊이 연관되어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가톨릭교회는 4세기부터 11월 1일을 ‘만성절’ 즉 모든 성인을 기념하는 축일로 지켜왔습니다. 이 만성절은 서구에서는 ‘핼러마스’(Hallowmas)라고 합니다. 여기서 ‘핼러우’(Hallow)라는 말이 바로 성인이라는 뜻입니다. 그리고 이 핼러마스의 전야제로 10월 31일 저녁 축제를 벌여왔는데, 이 날이 바로 핼러윈입니다. 이 핼러윈은 핼러우와 전날 밤이라는 뜻의 이브의 축약형인 ‘윈’(e’en)이 합쳐진 말입니다.

   그렇습니다. 성인숭배는 가톨릭교회내의 축일을 넘어서 일반 세상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축제가 된 것입니다. 결국 핼러윈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자기들도 모르게 성인을 추앙하는 일에 동참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교묘한 방법으로 하나님께만 돌려져야 할 영광이 죽은 성인들에게도 돌려지고 있는 일은 지금도 여전히 성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가 사람들입니다. 가톨릭교회에서 교황과 사제들은 하나님과 교인 사이의 중보자역할을 해왔습니다. 저들이 암암리에 하나님께만 돌려져야 할 영광을 자기들이 받아 누리는 경우가 있어왔습니다. 저런 사제들이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일에 장애요소로 작용해 왔다는 것입니다.

   오늘은 어떨까요? 이단들에서는 이보다 더 심한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이단의 교주가 하나님이나 재림예수 행세를 하며 영광을 가로챕니다. 그리고 기독교 안에서도 카리스마적 지도자들 가운데 교황이나 사제처럼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는 일에 장애 역할을 하는 사람들이 없지 않습니다.

   이 세상에는 이런 일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여러해 전에 평양을 다녀온 일이 있습니다. 당국자의 안내를 따라 주체탑을 찾았습니다. 이 탑이 25,550개의 돌로 세워졌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김일성주석이 태어나 살아온 날 수 곧 70년에 365일을 곱한 수라는 것입니다. 김일성이 살아온 날 하루하루를 기리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화면을 보게 되었는데, 청년학도들이 김일성경기장에서 횃불을 들고 매스게임을 하는 장면이었습니다. 그들이 매스게임으로 만들어 낸 글이 바로 “장군님께 영광을”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오늘도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 사람들에게 영광을 돌리는 일이 흔합니다. 하나님께 돌아가야 할 영광이 엉뚱한 곳으로 돌려지는 일들이 너무도 흔합니다.

  한 밤중에 하늘에 달이 휘영청 밝게 비췹니다. 그리고 셀 수 없이 많은 별들이 하늘을 가득 빛냅니다. 그리고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다양한 조명과 네온사인들이 한 밤을 대낮처럼 밝힙니다.

   그러나 동녘에 태양이 떠오르면 이 모든 빛들은 그 빛을 잃어버립니다. 태양빛에 가려서 없는 것처럼 존재감이 사라져버리고 맙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외친 것은 바로 이와 같습니다. 하나님께 돌려져야 할 영광이 하나님이 아닌 저 하늘의 영적 존재들과 이 땅의 특별한 사람들에게 돌려져왔습니다. 종교개혁은 이것을 바로 잡으려 한 것입니다. 태양이 떠오르면 온 천하에 오직 태양 빛만 비취는 것처럼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이 돌려져야 한다는 것을 선포한 것입니다.

   오늘 본문 말씀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하나님이여 주는 하늘 위에 높이 들리시며 주의 영광이 온 땅에서 높임 받으시기를 원하나이다.” 다윗이 자신의 간절한 염원을 시로 노래한 것입니다. 마치 태양 빛만이 오롯이 온 세상을 비추듯이 오직 하나님의 영광만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란다는 것입니다.

   종교개혁자들이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외친 것도 같은 마음입니다. 오늘 우리도 같은 마음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외쳐야 하겠습니다.

어떻게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릴 것인가?

   그러면 우리가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첫째, 하나님을 생각하며 사는 것입니다.

   요 1장을 보면, 세례요한이 나옵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보다 먼저 보내셔서 그 길을 예비하게 하신 사람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찾아왔습니다. 그리고 그가 빛인 줄 알았습니다. 그가 오실 그리스도인 줄 알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세례요한에게 그리스도냐고 물었습니다.

   세례요한은 단호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다.” 그리고 “나는 이사야 선지자의 말처럼 주의 길을 곧게 하라고 광야에서 외치는 자의 소리로라.” 게다가 “나는 그의 신발 끈을 풀기도 감당하지 못하겠노라”

   저는 세례요한에게 위기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말씀을 듣고자 몰려나왔습니다. 그리고 그의 모습과 그가 한 말에 감동을 받아서 그리스도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때 욕심을 부릴 수도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기 최면에 걸려 착각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는 단호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을 소개했습니다. 자기에게 돌려질 수 있었던 영광을 철저하게 예수님께 돌렸습니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렇게 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입니다. 요 1:33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를 알지 못하였으나 나를 보내어 물로 세례를 베풀라 하신 그이가 나에게 말씀하시되 성령이 내려서 누구 위에든지 머무는 것을 보거든 그가 곧 성령으로 세례를 베푸는 이인 줄 알라”

   세례요한은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그는 늘 하나님을 생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하나님께서 하신 일, 하신 말씀, 그리고 그분의 뜻을 생각하며 살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말씀을 듣지 못했고 그분이 하신 놀라운 일을 직접 보지 못했지만 그분이 그리스도이심을 알았고 그분께 영광을 돌릴 수 있었던 것입니다.

  미국 존스 홉킨스 의대는 세계최고의 의료시설을 바탕으로 명의를 많이 배출하는 명문대학입니다. 그 중에서도 1980년대 신경외과 전문의였던 벤 카슨은 최고의 명의로 꼽힙니다. 이분이 1987년도에 몸이 붙은 샴쌍둥이를 분리하는 수술을 성공했을 때 전 세계가 떠들썩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이  수술이 20시간이 넘는 집도 끝에 성공했을 때, 언론은 ‘기적의 손’이라고 칭송했습니다. 그리고 이후부터 이분은 기적의 손을 가진 의사로 불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분은 미국사회의 존경과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분의 일생이 드라마로 만들어져 방영되었고, 미국사회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에 꼽히기도 했고, 국민들로부터 늘 대통령감에 손꼽히기도 했습니다.

  이분이 후에 회고록을 펴냈습니다. 그리고 제목을 ‘선물 받은 손’(Gifted Hands)이라고 붙였습니다. 이 책 제목에 대해서 이분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내가 사람들이 기적의 손이라고 부르는 의사가 될 수 있었던 것은 내 안에 계신 하나님이 역사하셨기 때문입니다. 나의 손은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니 기적의 손이라 할지라도 하나님의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이분은 사람들이 자기의 손을 기적의 손이라 부르는 소리를 들으며 살았습니다. 사람들이 볼 때 자기의 손이 놀라운 기적을 행하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분은 자신의 손을 선물 받은 손이라고 불렀습니다. 자기가 볼 때 자기가 메스를 잡고 수술을 하지만, 하나님께서 자기 손을 붙잡고 수술을 하게 하셨다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이분이 늘 하나님을 생각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이럴 수 있었던 것입니다.

   우리가 늘 하나님을 생각하며 살아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 하신 것, 하나님께서 나를 위해 하신 일, 하나님께서 내게 베푸신 은혜, 내 기도에 응답하신 것... 그러면 우리는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둘째, 하나님께 영광 돌리며 사는 것입니다.

   우리가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강령을 실천하려면 살아가면서 구체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려야 하겠습니다.

   고전 10:31을 보면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그런즉 너희가 먹든지 마시든지 무엇을 하든지 다 하나님의 영광을 위하여 하라.”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무엇을 하든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겠다는 생각을 가지라는 말씀입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의 목적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에 두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무슨 일을 계획할 때 내 이름을 드러내려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을 추진해 갈 때 나를 드러내려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이런 마음을 버려야 합니다. 대신 하나님의 이름을 나타내고,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는 마음을 품어야 합니다.

   그리고 벧전 4:11을 보면, 또 이렇게 말씀하고 있습니다. “만일 누가 말하려면 하나님의 말씀을 하는 것 같이 하고, 누가 봉사하려면 하나님이 공급하시는 힘으로 하는 것 같이 하라. 이는 범사에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하나님이 영광을 받으시게 하려 함이니, 그에게 영광과 권능이 무궁하도록 있느니라. 아멘.” 우리가 신앙생활하면서도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실 수 있도록 하라는 말씀입니다.

   우리가 더더욱 예수의 이름으로 무슨 일을 하려고 할 때는 하나님께서 영광을 받으시도록 하려는 태도와 자세가 필요합니다. 많은 경우 예수의 이름으로 어떤 일을 하면서 마음속에 그 결과 자신이 알려지고 자신이 높아지려는 바람이 숨어있습니다. 자기가 의식하든 그렇지 않든 자기 안에 그런 바람이 작동합니다. 그래서 예수 이름으로 어떤 일을 행할 때 더더욱 우리 마음을 점검해야 합니다. 오직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겠다는 순수한 마음이 되게 해야 합니다.

  음악의 아버지라 불리는 바하가 쓴 악보를 보면 특이한 점이 있다고 합니다. 하나는 포르테나 피아노 즉 셈여림표가 없다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작곡가들이 연주자의 빠른 손놀림이나 화려한 기교를 나타내도록 다양한 표시를 써놓은 것과는 대조가 됩니다.

  다른 하나는 곡을 쓰고는 마지막  "S.D.G."라고 기록해 놓았습니다. 바로 "Soli Deo Gloria"(오직 하나님께 영광)의 이니셜문자를 써놓은 것입니다.

  이 두 가지를 종합해 보면, 바하는 곡을 작곡할 때 하나님을 생각하며 쓴 것입니다. 이 곡이 연주될 때 하나님의 영광이 나타나기를 바란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작곡가들이 곡을 쓸 때, 사람들을 생각하며 씁니다. 곡이 연주될 때 사람들이 기뻐서 환호하는 것을 그리며 곡을 씁니다. 때로는 곡을 듣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을 그리며 곡을 씁니다. 그러나 바하는 달랐습니다. 바로 이것이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실천하는 삶입니다.

   그렇습니다. 우리에게 이런 삶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늘 하나님을 생각하며 사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구체적으로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실천하며 사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오늘이 종교개혁주일입니다. 특별히 ‘오직 하나님께 영광’이라는 강령을 살펴보았습니다. 이 세상을 살며 우리는 하나님 아닌 것에게 영광을 돌리도록 미혹을 받습니다. 심지어 내 자신이 영광을 받고 싶은 욕망도 갖게 됩니다. 이것이 타락입니다.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우리를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도록 창조하셨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야 할 이유도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이라는 점입니다. 이제 하나님 아닌 것에 영광을 돌려온 것을 멈추십시오. 그리고 구체적이고 적극적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려 힘쓰십시오.